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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 역사를 기억하는 법
    역사를 기억하는 법

    “역사를 잊는 것은 배반이며 죄책을 부인하는 것은 재범을 의미한다. 난징대학살의 역사는 우리에게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과거를 잊지 않으며 평화를 소중히 여기라고 경고한다.” 중국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중국 침략 일본군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侵華日軍南京大屠殺遇難同胞紀念館·난징대학살기념관)’ 내 역사 전시관에 쓰인 문구다. 난징대학살기념관 내 역사 전시관에는 희생자들의 신상 기록 등이 담긴 파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고 일본군의 만행과 학살의 참상을 기록한 문건과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전시관의 문을 나서기 전 마주하게 되는 것이 바로 벽면에 적혀 있는 이 맺음말이다.지난 11일 찾은 난징대학살기념관에는 평일임에도 관람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이 국민당 정부의 수도였던 난징을 점령한 뒤 민간인을 대량학살하고 강간과 방화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던 사건이다. 당시 희생자는 30만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은 침략과 ...

    2023.04.19 03:00

  • [특파원 칼럼] 정상외교 리스크 극복의 길은
    정상외교 리스크 극복의 길은

    최근 한국 정상외교를 둘러싼 논란을 그저 관전하는 처지이지만,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의사를 배제한 채 “일본이 학수고대하던 해법”(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을 내놓았는데, 일본은 호응조치는커녕 독도, 위안부 합의, 후쿠시마 오염수 등의 청구서를 내밀었다. ‘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으로 자화자찬한 한·일 정상회담의 적나라한 성적표다.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취임 2년차인 올해 정상외교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외교안보라인 난맥으로 시작 전부터 불안한 4월 말 미국 국빈방문,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한·미·일 3자 회동에 이어 가을부터 유엔·주요 20개국(G20)·아세안 등 다자 회의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정상외교를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니 결국 ‘중꺾마’ 정신이라도 빌려 사태를 복기해야만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인위적인 외교 시간표 설정이 야기한 조급...

    2023.04.05 03:00

  • [특파원칼럼] 장옌융과 리원량
    장옌융과 리원량

    의사 장옌융(蔣彦永)은 ‘중국의 양심’으로 불렸다. 인민해방군 301병원 외과 주임으로 근무했던 그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발생 당시 당국의 발병 은폐 사실을 세상에 폭로한 인물이다. 2002년 말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는 2003년 7월까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 8000여명이 감염되고 770여명이 사망했다. 당시 중국에서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중국의 언론 통제로 그 실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진실이 세상에 드러난 건 당국의 은폐 시도에 분노한 장옌융이 외신을 통해 당국의 발표가 사실과 다름을 폭로한 4월 이후였다. 그의 폭로 이후에야 중국 당국은 사스 감염 상황을 축소 발표한 베이징시 간부들을 파면하고, 뒤늦게 심각성을 인지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국가주석이 직접 나서 ‘사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스 영웅’으로 떠올랐던 의사 장옌융에게 시련이 찾아온 건 그 이듬해였다. 그는 2004년 2월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1989년 톈안먼...

    2023.03.22 03:00

  • [특파원 칼럼] ‘구속성’ 반도체 지원의 함의
    ‘구속성’ 반도체 지원의 함의

    예상대로 디테일했고, 예상을 뛰어넘어 노골적이었다.미국이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보조금 지급 시 ‘국가안보 기여도’를 가장 중시할 것이라는 점은 예견된 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보조금 신청·심사에 관한 세부지침 발표를 닷새 앞두고 한 연설에서 “(반도체법은) 근본적으로 국가안보 구상”이라고 말했다.상무부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반도체법 보조금 지원 공고는 미국이 표방하는 ‘산업정책의 안보전략화’의 실체를 가늠하게 한다. 75쪽 분량의 문서는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를 한 기업들에 대한 각종 요구사항을 담았다.군사용 첨단 반도체 안정적 공급, 국방부의 반도체 생산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재무·생산 관련 상세 자료 제출, 보육지원 계획 마련…. 의무조항부터 우대나 권고, 고려 사항 등 요구의 수준은 각기 다르다. 이달 중 발표될 중국 투자 제한 ‘가드레일’ 기준이 그러하듯 결국엔 상무부와 개별 기업이 맺는 협약이...

    2023.03.08 03:00

  • [특파원칼럼] 소통의 방식
    소통의 방식

    소통은 내용 못지않게 형식도 중요하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 얼굴을 맞대고 얘기할 때와 전화통화를 할 때 나누는 대화의 깊이는 차이가 있다. 딱딱한 회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느냐 편안한 소파에 앉아 차를 함께 마시느냐에 따라서도 대화 내용은 달라진다. 사적인 대화도 그렇지만 공적인 대화나 협상도 마찬가지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는 매월 한 차례 대사 브리핑을 개최한다. 주중대사와 각 언론사 베이징 특파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맞대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다. 대사나 대사관이 어떤 활동을 하고 각종 외교 현안이나 중국 현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등을 대사에게 직접 듣고 질문할 수 있는 자리라 많은 특파원들이 브리핑에 관심을 보여왔다. 대사와의 드문 소통의 장이었기 때문이다.대사의 정례브리핑은 지난해 정재호 주중대사 부임 이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 대사는 지난해 9월 첫 브리핑을 가진 후 중국 국경절 연휴와 베이징의 코로나19 확산 상황...

    2023.02.22 03:00

  • [특파원 칼럼]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바란다
    북한인권특사 지명자에 바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6년 만에 북한인권특사를 지명한 것을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대북 압박을 본격화하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워싱턴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종합하면 인권특사 지명에 과도한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명 절차가 지연된 것은 특사직을 제안받은 복수의 후보가 연거푸 고사한 탓이고, 연초에 지명한 것은 118대 의회 개원에 맞춰 상원 인준이 필요한 다른 지명자들과 함께 발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정작 ‘불편한 진실’은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이든 혹은 관여이든 북한 문제에 매진할 생각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북핵 협상을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 3년째 성 김 주인도네시아 대사가 ‘투잡’을 뛰고 있는 것이 한 단면이다.특사 지명 이전에도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인권 문제를 중시하겠다고 밝혀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021년 3월 첫 방한에서 “북한 정권이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2023.02.08 03:00

  • [특파원 칼럼] 한·중 방역갈등 해법 찾기
    한·중 방역갈등 해법 찾기

    “방역 강화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것이며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다.”이달 초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을 강화한 정부의 입장이다. 방역 강화가 ‘비과학적이고 차별적’이라는 중국의 주장에 대해 정부는 일관되게 ‘과학적 조치’임을 강조한다. 익숙한 공방인데 공수가 바뀌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3년 가까이 국경을 걸어잠그고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때마다 중국은 ‘인민지상·생명지상’을 내세우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과학적 조치라고 맞받았다. 지난달 중국이 전격적으로 방역을 완화하고 국경 재개방에 나서면서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 와중에 한국은 중국과의 방역 갈등의 최전선에 선 모양새가 됐다. 정부는 이달 초 중국발 입국자에 대해 단기 비자 발급 중단과 항공편 운항 축소를 포함함 전 세계적으로 거의 가장 강력한 수준의 입국 규제 조치를 취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한국인을 ...

    2023.01.25 03:00

  • [특파원 칼럼] 트럼프 빼닮은 바이든 이민정책
    트럼프 빼닮은 바이든 이민정책

    ‘트럼프와 별반 다르지 않네.’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보조금 차별 조항을 계기로 한국,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동맹국 내에선 이런 여론이 분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나 본질은 매한가지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내에선 이민 정책을 놓고 유사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일 바이든이 직접 발표한 ‘타이틀42’ 확대 결정이 도화선이 됐다. 트럼프가 도입한 이 조치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자를 즉시 추방하도록 허용했다. 주요 인권단체들이 낸 논평의 일부를 옮겨본다. “망명할 권리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 중에서도 최악의 요소를 따라 했다”(전미이민정의센터·NIJC), “트럼프 시대의 유독한 반이민 정책에 현 정부를 더욱 붙들어매는 결과”(미국시민자유연합·ACLU), “인도주의적 불명예”(휴먼라이츠퍼스트).노골적인 반이민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와, 반세기 ...

    2023.01.11 03:00

  • [특파원 칼럼] 코로나 터널 끝, 중국의 미지수
    코로나 터널 끝, 중국의 미지수

    2019년 12월31일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 환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됐다. 이듬해 2월 WHO가 코로나19(COVID-19)라는 공식 명칭을 정하기 전까지 이 원인 불명의 질병은 주로 ‘우한 폐렴’으로 불렸다. 우한 폐렴이 처음 보고된 지 거의 정확히 3년이 흘렀다. 지난 3년은 혼돈과 혼란의 시간이었다. 2020년 3월 WH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할 때만 해도 전 세계가 이렇게 오랜 시간 팬데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 3년 코로나19의 중심에 있었다. 팬데믹의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방역 정책을 취했고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코로나19 종식을 선언하며 때이른 축포를 터트렸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2020년 말 델타 변이에 이어 지난해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자 중국의 방역통제 정책은...

    2022.12.28 03:00

  • [특파원 칼럼] 고민스러운 한·미·일 협력의 길
    고민스러운 한·미·일 협력의 길

    1909년 11월3일 미국 워싱턴의 윌러드 호텔. 주미 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일본 국경일 만찬 행사에 미국 정부를 대표해 필랜더 녹스 국무장관이 참석했다. 그는 일주일 전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을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 ‘프린스 이토’라는 “영웅”의 “때 이른 잔혹한 죽음”에 온 미국이 슬퍼하고 있고, 이는 윌리엄 태프트 대통령에게도 “깊은 개인적 상실”이라고(황준식, ‘1910년의 국제법 풍경’, 서울국제법연구 27(2)). 그 윌러드 호텔은 이제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방미할 때 묵는 곳이 됐다. 한·미 동맹을 주제로 한 싱크탱크 세미나도 종종 열린다. 그리고 113년 전 극심한 비대칭 관계에 놓여 있던 한·미·일 간 협력은 가히 ‘전성기’를 맞았다. 역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어쩌면 역사의 본질일는지도 모른다.‘동맹 복원’을 내건 조 바이든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3각 공조 활성화에 공을 들였다. 그런데 최근의 협...

    2022.12.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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