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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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의 미래]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우린 스포일러에게 지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두광의 쿠데타는 성공한다.” 화제의 영화 <서울의 봄>, 나는 감히 스포일러를 던진다. 뭐라고, 독자님은 이미 아셨다고?스포일러란 이야기 뒷부분을 미리 알려주어 김빠지게 만드는 말이나 글을 말한다. 스포일러를 당하지 않기가 어려운 시대다. 커뮤니티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남긴 소감이 가득하다.스포일러는 작품 감상을 얼마나 망칠까?<지루하면 죽는다>라는 책이 나왔다. 원래 미국 책 제목은 <미스터리(Mystery)>였다. 이 책은 영화와 드라마 작법서에 그치지 않고, 도박이며 스포츠며 미술사며 교육과 종교까지 두루 건드린다. 삶은 미스터리 박스, 세상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매력이 있다는 내용이다.책 말미에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했다. 한 무리 사람은 스포일러 없이 소설을 읽혔고, 한 무리 사람은 스포일러를 읽게 한 다음 원작 소설을 읽혔단다. 결과가 어땠을까. 스포...
  • [창작의 미래]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창작과 사업, ‘두 사람’의 나

    “나는 아이디어를 내고, 인공지능은 글 쓰고 그림을 그리는 창작의 미래.” 창작자인 나는 상상한다. 창작자의 상상이 사실이 될까? 사업가인 또 다른 내가 나를 찾아와 말한다. “아무리 즐거운 상상도 사업성이 없으면 현실이 되지 못해.” 이렇게 두 사람의 나는 대화를 시작한다.얼마 전 오픈AI의 발표회가 있었다(오픈AI는 챗GPT를 선보인 인공지능 회사다). 아이를 재우느라 우리 시간으로 한밤중에 하는 발표를 직접 듣지는 못했지만 새벽 시간에도 여러 친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만큼 관심을 모으는 행사였다.그 며칠 후 이재민 평론가와 만났다. 그 역시 평론가와 사업가 두 사람으로 나뉜 듯했다. 우리 둘, 아니 네 사람은 만화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돌아갈지 상상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사업 모델. 창작자가 반길 재미있는 일이라도, 서비스가 나오려면 사업가가 사업 모델을 예쁜 모양으로 잡아줘야 한다. 자본주의의 번거로운 규칙이랄까.첫째, 인공지능끼리 알...
  • [창작의 미래] 동굴벽화의 화가가 깨어난다면?

    동굴벽화의 화가가 깨어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선사시대에 동굴 벽화를 그리던 창작자가 오늘날 다시 깨어난다면 말이다. 미술과 이야기의 발전에 놀랄 것이다. 무엇보다 창작물이 너무너무 많다는 사실에 놀랄 것이다. 2022년 한국 웹툰산업이 연매출액 1조5000억원이라는 기사를 보더라도 그 큰 숫자가 실감이 나지 않을 터이다(사실 나도 실감은 안 난다).얼마 지나 걱정을 시작할 터이다. ‘옛날에 나는 주술사였다. 동굴 벽화를 그리면 사람들이 먹을 것을 주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떻게 먹고사나? 창작자가 이렇게 많은데.’ 창작자뿐이랴. 인공지능까지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요 며칠 사이에 DallE3가 검색엔진 빙과 챗GPT와 결합, 입이 떡 벌어지는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선사시대 창작자(줄여서 선 작가)가 고민하며 나를 찾아온다면 뭐라고 대답을 드릴까? 평소 하던 말을 해야겠다. “이제는 작가가 브랜드가 되어야 살아남는 시대입니다. 개인 브랜딩을 위한 책을 골라드리겠습니다.” 선 작가는 부럽다는...
  • [창작의 미래] 인공지능의 미래와 돈의 흐름

    인공지능의 미래와 돈의 흐름

    임금님이 말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자에게 왕국의 반을 주겠다.” 나라 안팎의 이야기꾼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아무도 상을 받지 못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것은 어떨까? 누구나 재미있을 이야기는 포기하고, 임금님한테 가장 재미있을 이야기를 만든다면? 단 한 사람을 위한 이야기, 개인 맞춤형 이야기 말이다.지금의 인공지능(AI) 기술로 가능할까? 나는 가능할 것 같다. 비슷한 기술이 널리 쓰인다. 넷플릭스니 유튜브니 인스타그램이니 페이스북이니 숱한 서비스가, 내가 재미있어 할 창작물을 지치지 않고 추천한다. 이른바 ‘추천 알고리즘’이다.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을 추리고 그들이 좋아한 창작물을 내게 권한다. 개인 맞춤형 이야기를 만들 때 이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 판타지일지, 로맨스일지, 내가 어떤 장르를 좋아할지, 또 내가 어떤 성격과 외모의 남녀 주인...
  • [창작의 미래] AI와 불안한 미래

    AI와 불안한 미래

    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좋다. 챗GPT와 스테이블디퓨전을 즐겨 쓴다. 그런데 이런 나도 앞으로 일어날 일이 불안하다. AI는 민주주의에 위협이 될 수 있다.빈부격차가 커지고 중산층이 휘청일 것이다. “생성형 AI가 업무 시간을 60~70%로 줄인다.” 컨설팅 회사 매킨지의 지난 6월 보고서다. “챗GPT가 글쓰기 시간을 40% 줄이고 성과물은 18% 좋게 만든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7월에 낸 논문이다. 당장은 달콤하지만 멀리 보면 반갑지 않다. “2013년과 2021년 사이, 디지털로 대체 가능한 직군은 임금이 깎였다”는 연구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로봇과 AI가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것.” 2016년 스위스 은행 UBS의 전망이다.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따위 편견은 깊어질 수 있다. 편견이 담긴 데이터로 학습하면 AI도 편견에 젖는다. 2016년 AI가 미인대회 심사를 맡았는데 밝은 피부색 참가자만 상을 주더란다. “다...
  • [창작의 미래] 인생 이야기의 매력과 역설

    인생 이야기의 매력과 역설

    “내 이야기 들어 볼래?” 모두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남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 없는, 자기 이야기의 역설이랄까. 그래도 인생 이야기는 매력적인 장르다. 자서전, 인생록, 회고록, 논픽션, 무어라 부르건 말이다. 그리고 잘 만든 인생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한 시대의 이야기가 된다.<30대에 뇌졸중 환자가 되었습니다>. 올해 7월에 우리말로 번역된 그래픽노블이다. 지은이 마고 투르카는 프랑스의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다. 제목 그대로, 삼십대에 뇌졸중에 걸렸다. 그 뒤 치료받고 재활하는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고 재치있게 그려냈다.올 1월에는 <미즈키 시게루의 일본 현대사>가 번역됐다. 두꺼운 만화책 네 권이다.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일본 쇼와 시대를 만화로 담았다. 얼핏 딱딱한 내용 같지만 이 책도 자기 이야기다. “난 군국...
  • [창작의 미래] AI 손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자

    AI 손을 빌려서라도 살아남자

    인간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자주 듣는 이야기다. 나는 반대로 말하고 싶다. 기계가 잘하는 일을 알자고 말이다.인간이 더 잘하는 일을 찾아 그 일에 시간을 쏟자고들 한다. 좋은 이야기다. 나도 그러면 좋겠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더 잘하는 일이 앞으로 뭐가 남을까? 몰라서 묻는다. 기술의 발전은 속도도 빠르고 방향도 예측하기 어렵다. 몇 해 전만 해도 기계가 바둑으로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기계는 시를 못 쓰고 창작을 못할 거라고 했다. 지금은 어떤가? 예측이 이렇게 어렵다. 불확실한 예측에 나의 미래를 걸어야 하나.“유머는 인간 최후의 영역”이라는 유머가 있다. 정말? 독일의 연구자들이 챗GPT가 만든 농담 1000여개를 분석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유머는 아직 인간이 나은가 보다. 챗GPT는 25개 유형을 바꿔가며 말장난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설령 내가 인공지능보다 웃기는 농담을 한대도(안다. 내 주위 사람들은 동...
  • [창작의 미래] 26초 이후의 글은 낭비다

    26초 이후의 글은 낭비다

    어떤 창작물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읽어줄까? 갈수록 책도 글도 읽지 않는 요즘 시대에 말이다.26초. “시선 추적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하나의 콘텐츠를 읽는 데에 평균 26초를 쓴다”고 한다. 새로 출간된 책 <스마트 브레비티>에 나오는 말이다. “26초 이후의 글? 낭비다.” 그렇다면 어떻게 글을 써야 할까? “그냥 요점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곤 멈춰라.”창작물도 그래야 할까? 지은이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소설이며 시며) 우리는 여전히 좋은 책을 읽고 <대부>를 봐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안심이 안 된다. 창작물도 변화에 맞춰야 할 터이다. 창작자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26초 안팎. “몇 초 뒤면 다른 이메일, 웹 사이트, 알림에 독자를 빼앗긴다.”그런데 <스마트 브레비티> 한국어판이 나온 바로 그날, <도둑맞은 집중력> 한국어판도 출간되었다. 집중하기 어려운 시대, 두 책은 같은 문제를 지적한다. 출간...
  • [창작의 미래] ‘글 쓰는 인공지능’ 사용 설명서

    ‘글 쓰는 인공지능’ 사용 설명서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AI)은 근사하지만 글 쓰는 인공지능은 별 볼일 없다고, 몇주 전 나는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생각이 바뀌었다. 글 쓰는 인공지능이 퍽 요긴하다고 이제 나는 주위에 말하고 다닌다. GPT-4를 써보려고 돈 내고 결제도 했다. 챗GPT를 사용해보시라고 독자님께도 권할 생각이다. 글 말미에 유용한 정보도 알려드릴 것이다.어떤 사람들은 글 쓰는 인공지능 때문에 사회 전체가 뒤집어질 것처럼 부풀려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글 쓰는 인공지능은 문자 메시지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고 작은 변화는 아니다. e메일과 문자 메시지가 보급되면서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몇배로 일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사람이 남보다 일을 많이 하고, 인공지능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일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질 터이다. 자본주의란 그런 것이니.그렇다면 글 쓰는 인공지능을 창작과 업무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주위 분들께 ...
  • [창작의 미래] ‘AI 묵시록’ 일곱 개의 봉인

    ‘AI 묵시록’ 일곱 개의 봉인

    그림 그려주는 AI가 창작자 사이에 화제다. 일하기 쉬워지리라는 말도, 일감을 빼앗기리라는 말도 있다. 그 이상의 변화가 있으리라고 나는 예상한다. 묵시록과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오해 마시길. 묵시록이란 세상의 종말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새 세상이 온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다만 그 새로운 천년왕국에 나 같은 옛날 사람의 자리가 있을지?이미지 생성 AI가 종말의 천사라 치고, 함께 일곱 개의 봉인을 뜯어보자. 첫번째 봉인. 한 시대의 종말은 새로운 세대와 함께 찾아올 터이다.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리는 젊은 사람 말이다. AI 사용하기를 마치 옛날 사람이 종이와 연필 쓰듯 자유로이 다루는 사람들이다.“한 살이라도 젊은 사람이 유리한 게임 같습니다.” 나의 말에, 젊은 데이터 연구자 ㅅ님은 대답했다.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미 인지도와 브랜드가 있는 기성세대가 유리할 것 같은데요.” 듣고 보니 이 말도 맞다. 옛날 사람이 AI를 익혀 게임에 뛰어드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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