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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미래
  • [창작의 미래] NFT 예술, 키치? 아방가르드?
    NFT 예술, 키치? 아방가르드?

    키치라는 개념이 오랜만에 다시 눈길을 끈다. NFT 예술 때문이다. 지난해 봄 비플의 NFT 예술작품이 비싸게 팔렸다. 사실은 비플이 10여년 동안 하루 한 장씩 그린 5000장 작품의 값이었지만, “그림 한 장에 75억원”이라고 입길을 탔다. 블록체인 업계가 들떴다. 예술시장도 떠들썩했다. 어떤 이는 반겼고 어떤 이는 불편해했다. 지난해 여름 나는 물었다. “기존 미술시장에서 NFT 예술을 반기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반기지 않는 정도가 아니죠. 없어지기를 바라는 쪽이죠.” 미술계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분의 대답이다. 지난해 9월 ‘코인데스크’에는 데이브 모리스의 칼럼이 실렸다.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NFT 경매를 진행했다고 해서 예술시장이 NFT 예술을 받아들였다고 볼 수 없다. 경매회사는 전체 예술품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지 않는다. 주류의 갤러리와 박물관은 NFT 예술에 별 관심이 없다.” 칼럼에는 비평가 제리 살츠의 의견이 소개되어 있...

    2022.06.02 03:00

  • [창작의 미래] 교훈은 정보, 즐거움은 보상
    교훈은 정보, 즐거움은 보상

    ‘핑크퐁 한글’ ‘토도 수학’ ‘세이고미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어린이 교육용 애플리케이션(앱)에 관심이 갔다. 궁금했다. 교육용 인터랙티브 앱은 게임과 어떻게 다른가? 둘 다 예쁘고 재미있는데 말이다. 이런저런 앱을 겪어본 끝에 나는 생각했다. ‘아이의 참여에 보상을 많이 해주면 게임, 보상을 덜 해주면 교육용 앱’이라는 것이다. 중독성 문제를 염려한 걸까 추측은 한다. 몇 해 전 어느 칼럼에 쓴 내용이다. 그 후로 나는 보상이라는 문제를 죽 고민한다.보상 문제에 관심을 가진 계기가 있다. 예전에 어떤 자리에서 게임 문화를 연구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 빠르게 발전한 배경으로 그분은 외환위기 이후 어려워진 살림살이를 꼽았다. 열심히 일해도 사회가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았다. 참여한 만큼 제대로 갚아주는 세상은 게임 속 세상밖에 없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에 집중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이 설명이 참인...

    2022.05.05 03:00

  • [창작의 미래] 고전, 공통 텍스트 상실에 대하여
    고전, 공통 텍스트 상실에 대하여

    고전이 없는 시대라고들 한다. 공통의 텍스트가 사라진다는 뜻이다.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 세상이 무너질 일도 아니다. 고전이 안 읽힌다 해서 영향 받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다만 나 같은 창작자는 영향을 받는다.20년 전에 내가 그린 만화를 손보고 있다. 오랜만에 만화책을 펴니 머리가 아프다. 이제는 옆으로 넘기는 출판만화가 아니라 위아래 스크롤하는 웹툰의 시대다. 내 만화책은 편집도 그림도 옛날 스타일이고 글씨도 너무 많다. 무엇보다 그때 내가 심어둔 우스개들이 지금 내 눈에 거슬린다. 그때는 시의적절한 풍자였고 내딴에는 재미도 있었는데, 지금 독자는 어느 지점에서 웃어야 할지 망설일 것 같다.공통의 텍스트가 사라진다는 것은 패러디도 오마주도 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웃음보가 터지건 소름이 돋건 번뜩하는 짧은 순간에 반응이 나와야 한다. 장황한 해설이 변명처럼 붙어서야 독자가 재미를 느낄 틈이 없다. 한때 재미있었을지 모르나 지금 보면 ‘이게 ...

    2022.04.07 03:00

  • [창작의 미래] 실화 대 허구의 ‘숫자 수수께끼’
    실화 대 허구의 ‘숫자 수수께끼’

    오늘의 주제는 실화 대 허구다. 실화에 기반한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요즘 화제다. 다큐멘터리 영화 <미싱 타는 여자들>과 <보드랍게>가 연일 SNS에 오르내린다. 다큐멘터리 영화는 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은 특히 주목받는 것 같다. 요 몇 해 꾸준히 넷플릭스를 통해 실화 기반 드라마와 다큐멘터리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왜 실화인가. 실화에 기반한 창작물은 어떤 점이 좋은가.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핵심은 실화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일 터이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라는 한 줄이 있고 없고에 따라, 창작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달라진다. 허구만 있어도 재미는 충분하다. 그런데 실화에 근거했다는 말을 들으면 우리 마음에 특별한 느낌이 생긴다.<거짓말 같은 이야기>라는 어린이 그림책이 있다. 상도 많이 받았다. 누려야 할 인권을 누리지 못하는 다른 나라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하루 열네...

    2022.03.10 03:00

  • [창작의 미래] 즐겁지만은 않은 디지털 신세계
    즐겁지만은 않은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는 실패할 수 없다. 사람들 말마따나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을 걸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건 누군가는 성공이라고, 누군가는 실패라고 주장할 터이다(포퍼가 말한 ‘반증 가능성’이 없다). 메타버스는 성공할 수 없다는 말도, 똑같은 논리로 말이 된다.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메타’로 바꾸자 메타버스 세상이 열린다고들 했다. 메타의 주가가 최근 폭락하자 메타버스 세상이 안 온다고들 한다. 애플 글라스가 출시되면 또 무슨 말이 나올까? 메타버스가 무엇인지 합의된 개념이 없는 까닭에 세상은 앞으로도 일희일비할 것이다.“메타버스가 기존의 커뮤니티와 무엇이 다르냐?” 자주 듣는 질문이다. 아바타 채팅은 메타버스일까? 그렇다면 지금의 화상회의는? 문자와 스티커를 사용하는 옛날식 채팅은? 메타버스 세상은 이미 실현되었고, 또한 앞으로도 실현되지 않으리라.기존의 커뮤니티와 기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메타버스를 표방...

    2022.02.10 03:00

  • [창작의 미래] ‘생소함’에 대하여
    ‘생소함’에 대하여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살바도르 달리 전시가 DDP에서 열렸다. 초현실주의 미술이 때아닌 인기다. 나도 한때 초현실주의에 호기심이 있었다. 그림이 흥미로웠고, 무의식이니 잠재의식이니 하는 이야기에 회가 동했기 때문이다. 만화가가 되려고 공부하던 시절이었다. 잠재의식한테도 나는 일과 공부를 시키고 싶었다. 물론 억눌린 무의식을 해방시키겠다는 초현실주의의 약속은, 성공을 위해 잠재의식까지 부려 먹겠다는 내 욕심과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막스 에른스트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달리나 마그리트처럼 유명한 작가를 놔두고 왜 생소한 에른스트냐” 궁금하실지 모르겠다. 바로 그 “생소하다”는 사실이 오늘의 주제다.에른스트는 독일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다. 현대미술에 영향이 큰데, 스타는 아니다. 미술사 배우다 이름을 듣는 정도다. 이상한 일이다. 요절은커녕 오래 살았고(1891~1976), 독일·프랑스·미국 등 20세기 미술의 중심지를 돌아다니며 ...

    2022.01.13 03:00

  • [창작의 미래] 고용된 작가들의 ‘세계관 농사’
    고용된 작가들의 ‘세계관 농사’

    새해는 ‘세계관’의 해가 될 것이다. 세계관을 구축하거나 세계관에 기댄 창작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나는 2022년을 이렇게 예측한다. 그런데 미래의 일이다 보니 수수께끼 같은 부분이 많다. 명탐정의 도움이라도 빌리고 싶다.미스 마플(마플양)이라는 호칭으로 친숙한 독신의 할머니 탐정 제인 마플. 벨기에에서 영국으로 건너온 ‘회색의 뇌세포’ 에르퀼 푸아로. 셜록 홈스에 버금가게 유명한 명탐정이다. 소설가 애거사 크리스티가 창조했다. 그런데 작가 스스로는 <애거사 크리스티 자서전>에 이렇게 썼다. “사람들은 요즘 나더러 마플양과 에르퀼 푸아로를 만나게 해야 한다는 편지를 계속해서 보내온다. 하지만 왜 굳이 만나야 한단 말인가? 두 사람은 그것을 전혀 좋아하지 않을 텐데. 느닷없이 그런 글을 쓰고 싶은 충동이 나를 사로잡지 않는 한, 두 사람이 만날 일은 없을 것이다.”흥미로운 글이다. 등장인물이 자기가 주인공인 세계를 벗어나 다른 세계의 조연이 되는 일...

    2021.12.16 03:00

  • [창작의 미래] 궁금하다, NFT의 시대가
    궁금하다, NFT의 시대가

    창작자의 처지는 가상의 속옷 장인과 비슷하다고 나는 가끔 이야기한다. 죽지 않는 불멸의 속옷 장인을 상상해보자.옛날에 왕후장상이 황금 속옷을 입던 시절이 있었다. 속옷 장인은 황금실로 짠 속옷에 보석 실로 부와 권력의 상징을 공들여 수놓았다. 온갖 화려한 기교를 구사했다. 속옷은 원래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지만, 황제와 교황은 단추를 살짝 풀어 가까운 부하에게는 황금 러닝의 황홀한 광채를 슬쩍 자랑하기도 했더랬다.그러다가 왕후장상이 쫓겨났다. 새 시대에는 중산층도, 서민도 면으로 만든 속옷을 입었다. 불멸의 속옷 장인도 시대에 적응했다. 공장을 세워 속옷을 만들어냈다. 부자도, 가난한 사람도 비슷한 속옷을 입는 시대였다. 물론 부자가 입는 속옷이 조금 비싸지만, 황금 속옷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사람들이 속옷에 바라는 점도 옛날과 같지는 않았다.그러다가 종이 속옷의 시대가 되었다. “몇백년 만에 장사가 안 되네. 이상한 일이다.” 불멸의 속옷 장인은 ...

    2021.11.18 03:00

  • [창작의 미래] ‘바야흐로’ K창작물에 던지는 삐딱한 단상
    ‘바야흐로’ K창작물에 던지는 삐딱한 단상

    “바야흐로”라는 예스러운 표현이 사랑받는 때가 돌아왔달까. “바야흐로 한국의 창작물, ‘K창작물’이 세계의 눈길을 끈다. 당신은 창작자인데, 해외에 당신의 K창작물을 팔 전략은 무엇인가?” 요즘 가끔 듣는 질문이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당황스럽다.외국사람 여럿을 친구로 둔 한국사람이 이렇게 말하는 것도 자주 듣는다. “서구 선진국 사람들도 자기네 문화 잘 모르고 관심도 없더라. 그 친구들도 한국 아이돌과 한국 영화와 한국 드라마에 관심이 많더라. K창작물의 시대다. 서양 고전 문헌에 기초한 당신 같은 작업은 한국에서도 외국에서도 안 팔릴 거다.”‘자기네 오랜 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사람이라면, 자기네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겠지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고 한국사람과 친구 맺고 싶은 외국사람이라면 자기네 문화에 관심이 없고 잘 모르겠지요.’ 이런 생각이 들지만, 나는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는다(아, 내가 만화로 만드는 서양 고전이 안 팔릴 것이라는 지적은...

    2021.10.21 03:00

  • [창작의 미래] ‘기계 창작’ 시대의 인공지능과 생성 예술
    ‘기계 창작’ 시대의 인공지능과 생성 예술

    기계가 예술을 하는 시대, 이것이 창작의 미래다. 나는 두 가지 유형의 기계 창작에 관심이 있다. 하나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다. 하나는 간단한 기술만 필요하다.예술을 하는 인공지능이 눈길을 끈다. 강화학습이라는 첨단 기술이 들어간다. 강화학습을 위조지폐범과 조폐국 요원으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인공지능의 한 부분은 진짜 사람이 그린 그림과 비슷한 그림을 생성한다. 위조지폐범이 진짜 돈을 따라 그리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부분은 조폐국 요원이 위조지폐를 감별하듯, 진짜 사람의 그림과 기계가 만든 그림을 판별한다. 수천번 수만번 이 작업을 반복하면 진짜 사람의 그림과 구별할 수 없는 진짜 같은 그림을 기계가 만들게 된다. 기계가 그림을 그리고 기계가 시나리오를 쓴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도 그럴싸하게 그려낸다. 인공지능의 기초에 대해 공부하던 중 나는 이 기술을 알게 되었다. 만화가의 일손을 혁명적으로 줄여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 기술이 무척 탐이 났다. 그런데...

    2021.09.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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