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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의 미래
  • [창작의 미래]플랫폼 이름과 작가 브랜드
    플랫폼 이름과 작가 브랜드

    나라는 사람은 말로는 창작의 미래를 논하지만 마음은 종이만화, 종이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런 나를 걱정해준 친구가 얼마전 흥미로운 글을 보냈다. 책이 안 팔린다 안 팔린다 해도 이른바 ‘숏폼교양’처럼 주제를 넓고 얕게 다루는 책은 잘 팔린다는 내용이었다. 친구의 마음씀이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이런 창작물은 플랫폼과 작가의 셈법이 엇갈린다”고 답했다. 플랫폼과 창작자, 둘의 이해관계가 부딪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쪽이 착취를 당하고 다른 한쪽이 폭리를 취하는 관계가 아니다. 작가가 잘돼야 플랫폼도 좋다. 플랫폼이 망하면 작가도 굶는다. 하지만 둘의 이해가 미묘하게 엇갈리는 부분도 있다. 브랜드 구축이라는 문제가 특히 그렇다. 플랫폼은 플랫폼의 성격에 맞는 작품을, 작가는 자기 색깔이 뚜렷한 작품을 원한다.옛날에도 그랬다. 교황청이 창작자 미켈란젤로한테 창작물 ‘최후의 심판’을 의뢰했다. 클라이언트의 바람은 좋은 작품을 납품받아 시스티나 예배당이라는...

    2020.11.16 03:00

  • [창작의 미래]플랫폼의 다양성과 창작자의 미래
    플랫폼의 다양성과 창작자의 미래

    “성공은 운이다. 열정도 실력도 아니다.” <킵고잉>이란 책에서 읽고 공감한 대목이다. 이 책은 사업에 관한 것인데 만화가인 내가 왜 읽었을까? 엉뚱한 사연이 있다.이 칼럼에서 나는 종이책에만 매달리면 앞으로 힘들 것 같다고 했고 유튜브를 시작하겠다고도 썼다. 그래놓고선 여전히 종이 세상에 살았다. 종이신문과 종이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렸고 유튜브에 관한 종이책을 읽었다(김겨울이 쓴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 제일 좋았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으로 유명한 주언규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튜브가 주제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하며 <킵고잉>을 읽었는데, 잘못 짚었다. 그래도 유익한 책이었다. “성공은 운”이라는 말은 도박하듯 사업하라는 뜻이 아니다. 단 한 번 시도로 성공할 생각을 버리라는 충고다. 사업이 “주사위를 던져 눈이 3이 나오면 돈을 벌고 아니면 잃는 게임”이라고 하면, 여러 번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2020.10.19 03:00

  • [창작의 미래]비대면 시대의 창작자
    비대면 시대의 창작자

    올 초에 이 칼럼을 시작할 때, 쓰려고 마음먹은 주제가 있었다. “세상이 이렇게 달라진다고 하니, 이렇게 대응하면 어떨까?” 변화를 맞아 창작자가 살아남는 방법에 관해서였다. 그런데 몇 편 쓰지도 않았는데 변화가 또 찾아왔다. 코로나19 이야기다.그동안 쓴 내용은 이랬다. 첫째, 창작물을 제값 받고 팔기는 힘든 세상이 됐다. 둘째, 그러니 창작물 값 대신 창작자의 몸값을 올리는 편이 낫다. 셋째, 몸값이 오르면 강연이나 공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가수라면 공연 다닐 준비를 해두는 편이 좋을 거다. 남은 건 그것밖에 없으니까.” 데이비드 보위가 한 말이라고 한다(역시 멋지다). 아무튼 세 번째가 지금 문제다. 나는 종이책 시대에 데뷔를 했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됐다. 창작과 강연을 병행하면 버틸 만했다. 그런데 세상이 또 변해 비대면 시대가 됐다. 앞으로는 전처럼 강연을 다니기 어렵다는 소리다. 올해 내가 겪은 일을 이야기하겠다. ...

    2020.09.21 03:00

  • [창작의 미래]종이가 사라져도 콘텐츠는 죽지 않는다
    종이가 사라져도 콘텐츠는 죽지 않는다

    웹소설 때문에 문학이 죽는다? 웹툰 때문에 만화가 죽는다? 가끔 듣는 말이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옛날에 누가 봐도 사업이 안 될 아이템으로 창업을 했다가 망한 후 이런 말씀을 하는 분을 만난 적이 있다. “IMF 사태만 아니었어도 난 망하지 않았다.” 정말로 외환위기 사태 때문에 고통을 겪은 사람들이 생각나 나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요즘은 “인터넷과 유튜브 때문에 책이 망했다” 같은 말도 듣는데,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저번 칼럼에 썼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웹소설을 원망하는 글을 봐서다. “웹소설 작가는 문학계에서 받아주면 안 된다”는 이름 모를 ‘문청’의 게시판 격문도, “웹소설 쓰기 쉬워 보였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는 등단작가의 어리둥절한 글도 있었다. 글쎄올시다. “악몽에서 깨니 한 마리 갑충이었다”는 것이 카프카 <변신>의 유명한 첫머리다. “의식을 되찾으니 내가 살해되기 사흘 전이었다”는 것이 트렌디한 회귀물의 시작이다. 두 장르...

    2020.08.24 03:00

  • [창작의 미래]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창작물엔 정답이 없다. 창작자의 성공엔 모범답안이 있다. <예술가는 어떻게 성공하는가>라는 책을 나는 좋아한다. 25년 동안 네 단계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면 성공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다. 25년이라니 길긴 하다. 그렇다고 지은이가 ‘노오력’만 강조하는 사기꾼은 아니다. 재능, 운 등 여러 가지가 받쳐줘야 작가는 그 시간을 버틸 수 있다. 지은이 앨런 보니스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이끌던 현대미술의 산증인이다. “반 고흐는 아니지 않냐고 여러분은 물을 터이다.” 지은이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한다. “십여년 동안 그림을 그리다가 그는 죽었다. 그런데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때는 미술을 시작한 지 25년 되던 무렵이었다. 반 고흐가 오래 살았다면 피카소 못지않게 부와 명예를 누렸을 것이다.” 2020년대는 어떨까. <콘텐츠의 미래>라는 책을 전에 이 칼럼에서 살펴보았다. 작품값을 올릴 생각을 하지 말고 작가 이름값을 올리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2020.07.29 03:00

  • [창작의 미래]미래의 창작 생태계에 내 자리가 있을까
    미래의 창작 생태계에 내 자리가 있을까

    “이십년 전에 인터넷 처음 보급될 때랑 지금이랑 비슷하지 않아요? 변화의 방향도 예측이 안 되고, 무얼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지인을 만나 한 이야기다. 그런데 거짓말이었다. 집에 와 다시 생각하니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 나는 안다. 어떻게 변할지 무얼 해야 할지 말이다. 우리보다 더 빨리 변하는 곳을 보면 된다. 지금까지는 미국이었다.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기사며 책이며 쏟아진다. 바로바로 우리말로 번역도 된다. “트렌드를 짚어준다”며 신조어를 지어내는 요란한 책 말고, 읽으면 도움 되는 용한 책들도 꾸준히 나온다. 옛날에 인터넷이 처음 보급될 때는 어땠나? 한 치 앞을 모르겠다고 그때도 우리는 엄살을 떨었다. 하지만 답은 나와 있었다. 에번 슈워츠가 쓴 <웹경제학>을 비롯해 신통한 책이 몇 있었다. 읽은 사람도 꽤 많았다. 내용은 이렇다. 사이트에 사람을 많이 모으라 했다. 그러면 이용자들끼리 어울려 서로를 사이트에 붙잡아 둘 것이라 했다. 지금 보...

    2020.07.01 03:00

  • [창작의 미래]‘요즘’ 책 읽는 사람이 없다고?
    ‘요즘’ 책 읽는 사람이 없다고?

    내 직업은 책을 쓰고 종이에 만화를 그리는 일이다. 먹고살기 만만치 않다. 자주 듣는 불평이 있다. “요즘 사람은 책을 읽지 않는다.”(비슷한 말로 “요즘은 신문의 행간을 읽지 못한다”는 개탄도 있다.) 그런데 이제 나는 안다. 이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옛날 사람도 책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술 출판 독서의 사회사>라는 책이 있다. 원래 제목은 달랐다. 우리말로 옮기면 <카사노바는 책을 사랑했다>는 이름이다. 책을 쓰고 읽고 사랑하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실렸다. 그런데 대부분 글이 이런 식으로 끝난다. “사람들이 책을 좋아한 것도 옛날 일이고 요즘은 책 읽는 사람이 없다.” 정말 그럴까.몇 해 전에 이 책을 재미있게 읽다가 문득 의아했다. “팟캐스트와 유튜브 이야기가 없네?” 요즘 세태를 원망하면서도 요즘 이야기를 하지 않다니? 나는 책을 뒤적였다. 아니나 다를까, 존 맥스웰 해밀턴이 미국에서 이 책을 쓴 때가 2000년이었다. ...

    2020.06.03 03:00

  • [창작의 미래]‘망쳐도 된다’는 디지털 자신감
    ‘망쳐도 된다’는 디지털 자신감

    친구의 푸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부모 노릇 하기가 어렵구나.” 나의 대답이다. “여섯 살 된 우리 큰애한테 색칠하기 책을 사줬어. 좋아서 칠하다 막 서럽게 울어. 왜 우나 보니까, 종이에 색칠한 걸 어떻게 지울지 당황했더라고. 아이패드 색칠하기 앱은 ‘언두(undo)’가 되는데 책은 안 되니까.” “ㅋㅋㅋ.” 친구는 웃었다. 마음 편한 웃음만은 아니었다. ‘언두’란 실행취소 명령이다. Ctrl-Z랑 같다. 색을 칠하고 마음에 안 들면 언두를 눌러 색칠 전 상황으로 되돌린다. 빨강이며 파랑이며 마음에 들 때까지 칠해볼 수 있다. 이 방법이 손에 익은 여섯 살배기 디지털 원주민에게, 색을 선택할 때마다 루비콘 강을 건너듯 결단을 요구하는 종이책의 비가역성이란 잔혹한 것이다. 다른 친구의 넋두리다. “삶도 언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책 한 권도 모자랄 주제련만, 지금은 창작 이야기로 돌아오자.디지털 시대의 창작은 이전과 다르다. 옛날에는 망설임 없는 시원시원...

    2020.05.05 20:47

  • [창작의 미래]바쁜 사람들이 즐기는 소리와 영상
    바쁜 사람들이 즐기는 소리와 영상

    소리 대 영상, 어느 쪽이 더 사랑받나. 수십년의 달리기 시합을 되짚어 보자. 지난주 “오래전 ‘이날’”에 소개된 경향신문의 옛 기사가 흥미로웠다. 1970년대 후반부터 컬러텔레비전이 보급되며 한동안 영상이 앞서나간다. 그런데 1990년 3월30일자 경향신문은 “라디오의 인기가 되살아난다”고 보도했다. 그 무렵 ‘손수운전자’가 늘었기 때문이란다. 그 뒤로 30년은 엎치락뒤치락이다. MP3플레이어와 팟캐스트(소리)가 유행했고, 스마트폰과 유튜브(영상)가 인기이며, 인공지능 스피커(소리)가 관심을 끈다. 소리냐 영상이냐, 대중없어 보이지만 일관된 흐름이 있다. 우리가 갈수록 바빠진다는 이야기를 나는 하고 싶다. 옛날에 컬러텔레비전이란 일가족이 의식을 치르듯 모여 앉아 시청하는 물건이었다.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일과 중 따로 마련한 집이 많았다. 그 후에 어찌 되었나. 우리는 운전하는 시간에 라디오를 들었고, 일하는 시간에 팟캐스트를 들었다. 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에 유튜브...

    2020.04.07 2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