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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새 학기 교과서 없는 시각장애 학생 방치는 위헌
    새 학기 교과서 없는 시각장애 학생 방치는 위헌

    1983년 봄, 청와대 인근 서울맹학교에서 잠시 고등부 1학년생 네댓 명을 상대로 방과후 공부를 가르친 적이 있다. 당시 맹학교는 침술과 안마를 가르치는 기관이라 다른 직업을 갖고자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은 별도로 영어, 수학 등을 배워야 했다. 대학생이던 나는 그들의 책을 보고 기겁했다. 한 손에 들어오는 영한사전이 점자책으로는 서가를 가득 채울 만큼 방대했다. 알파벳 ‘A’ 한 편이 일반 사전보다 두꺼워 사용 후 제자리에 꽂아두지 않으면 사전으로 기능할 수도 없었다.일반학교에서 2월 말 배포되는 새 교과서가 맹학교 학생들에게는 1학기 중, 심지어 여름방학이 지나서 제공된다는 사실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인쇄된 교과서가 나온 후 비로소 점자교과서 제작에 들어가는데, 민간기관이나 봉사단체의 수작업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공부하고 싶어도 읽을 책이 없는, 그야말로 책 기근(book famine)의 참담한 현장이었다.통합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2...

    2026.01.05 19:46

  • [시론]간첩죄 개정, 국부 유출 막아야
    간첩죄 개정, 국부 유출 막아야

    지난 12월3일 ‘적국’에서 ‘외국’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간첩죄(형법 제98조)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올해 초에는 여야 합의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1953년 제정된 이래 약 70년이 지난 후에야 개정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이 법은 이념이 반영된 만큼, 그동안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었다. 그 결과 다수의 인사와 단체가 오랫동안 개정 필요성을 제기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국회 문턱을 넘게 됐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행 형법체계의 개정 필요성은 몇 가지 이유에서 이미 충분히 입증돼 있다.첫째, 변화된 안보 환경과 현실을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안보 개념은 군사 영역을 넘어 기술·사이버·대규모 재난 등으로 확장되며 양적, 질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조선·방산 등 기술 보호는 이제 국가 안보와 생존에 핵심적 요소가 됐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 한국은 이미 간첩 활동의 주무...

    2025.12.31 19:18

  • [시론]필수의료를 위한 ‘제약 혁신’
    필수의료를 위한 ‘제약 혁신’

    최근 법사위에서 통과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안’은 ‘필수의료’를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고, 시급성과 중대성을 고려해 정책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는 의료 분야로 정의한다.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건강과 연관된 영역을 포괄적으로 아우른다.필수의료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이 중요하다. 중증·경증을 가리지 않고 국민에게 필요한 의약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는다면, 보건의료 체계 전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약가제도는 의약품이 적재적소에 공급될 수 있는 기반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공급망 불안정 심화와 혁신적 의약품 출시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현 제도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쪽에서는 소수 회사만이 공급 중인 필수의약품의 수급 위기가 발생하고, 다른 쪽에서는 수십개 제약사가 안정적 수익이 예상되는 제네릭을 동시에 출시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 속에서 기존 틀로는 필수의료의 ...

    2025.12.22 20:02

  • [시론]AI 부정행위로 돌아본 대학의 본질
    AI 부정행위로 돌아본 대학의 본질

    미국 유학 시절 ‘테이크홈 시험’(take-home exam)을 처음 접하고 당혹스러워한 경험을 소개한다. 교수는 월요일에 문제를 받아 가서 목요일까지 제출하라고 했다. 그때 한 학생이 자신은 수요일에 다른 시험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교수는 쿨하게 목요일에 받아서 그다음주 월요일까지 제출하라면서, 전체 학생들에게 어느 쪽을 선택할지 손을 들라고 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음에도 나는 ‘당연히’ 목요일 쪽을 택했다. 결과는 놀랍게도 월요일파가 압도적이었고 목요일파는 2명뿐이었다. 시험 문제가 월요일에 공개되므로 답안 작성에 일주일을 벌었다고 생각한 나는 월요일파 학생에게 그 ‘비합리적’ 선택의 이유를 물었다. 학칙상 테이크홈 시험에는 학생끼리 이야기하는 것이 금지돼 있고 이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후에 <표절론>을 저술할 때, 실제 미국 대학 테이크홈 시험에서 상의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똑같은 오답이 발견된 학생 둘에게 학칙 위반으로 정학 처분한 사례(테이텀 외 1...

    2025.12.17 20:02

  • [시론]고속철도 통합에 바란다
    고속철도 통합에 바란다

    지난 12월8일 정부는 코레일이 운영하는 KTX와 SR이 운행하는 SRT의 통합을 2026년 말까지 완료한다고 발표했다. 늦었지만 매우 잘된 처사라고 생각한다.현재의 이원화된 고속철도 체계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강하게 추진하던 철도민영화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자 그를 우회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기형물이다. 이원화로 인해 SR은 핵심 업무의 대부분을 코레일에 의존하면서도 알짜 노선 운영상의 혜택은 독점하고, 반면 코레일은 수많은 비인기 노선과 적자 사업까지 운영하는 데 따른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비정상적 운영구조가 지속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를 시정하기 위해 통합을 시도했지만 지지부진했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통합 논의를 중단하고 이원체제를 그대로 유지했는데,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고속철도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정부 출범 6개월 만에 통합의 첫발을 내디뎠다.철도산업에는 단순한 시장경쟁 논리를 적용하기 어렵다. 철도산업은 막대한 고정투자비용으로 인해 시장...

    2025.12.11 19:52

  • [시론] 국민과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길
    국민과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길

    의·정 갈등이 남긴 상흔은 단순한 정책적 충돌을 넘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근간을 지탱하는 신뢰의 붕괴를 초래했다. 그동안 이 위기를 해결하려는 논의들은 ‘국민을 위한 의료’라는 공허한 슬로건에 머물렀을 뿐, 실질적인 이정표를 제시하지 못했다. 진정한 신뢰 회복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논의에 앞서 ‘우리가 궁극적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할 것인가’라는 명확한 어젠다를 정립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의료 시스템의 핵심을 관통하는 두 가지 가치는 상충적이면서도 필수불가결하다. 바로 ‘최적의 의료 환경 제공’과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운영을 통한 지속 가능성 확보’이다. 이 두 가지 핵심 가치는, 한정된 자원으로 무한한 수요를 충족해야 하는 의료 시스템 특성상 끊임없이 상충하며 타협을 요구하는 근본적인 딜레마이다. 최적의 진료는 자원 투입을 요구해 재정 부담으로 이어지고, 재정 안정만을 추구하면 진료의 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과 의사의 신뢰 회복은 바로 이 딜레마를 외...

    2025.08.25 21:41

  • [시론]산재 사망사고의 고리 끊어야 할 때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 끊어야 할 때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포스코이앤씨 사망 사고에 대해 “반복되는 산재 사망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죽음을 용인하는’ 사회에 대해 참담함을 토로했다. 대통령이 직접 산재 문제를 언급하며 강한 어조로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다. 국무회의 이후 법무부는 전담검사제·전담수사단 구축, 고용노동부는 징벌적 손해배상·중대재해처벌법 개정·공공입찰 제한, 금융위원회는 대출 제외 등을 검토한다고 밝혔다.이러한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모든 영역의 산재 관련 업무를 관할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수준에서 현안에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국무조정실에서 상시 조직으로 각 부처의 산재 예방 활동을 통합하는 기구를 만들고 여기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산재 예방·보상 행정조직을 강화해야 한다.산재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에 몇가지 대책으로 막을 수 있는 ...

    2025.08.17 20:16

  • [시론]‘광장의 소리’ 귀담아 성평등가족부 바로세워야
    ‘광장의 소리’ 귀담아 성평등가족부 바로세워야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공약이 어떤 모습으로 드러날지 지켜보고 있다. 민주 정부의 전 여성가족부 장관들이 부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조직 개편 방향을 제안한 만큼, 새 정부의 성평등가족부는 국가 성평등 정책을 전체적으로 총괄하고 실질적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부처로 조직해야 할 것이다.성평등가족부는 입체적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집행 업무 확대, 전 부처를 아우르는 성평등 총괄·조정 기능 강화, 성차별·성희롱 조사와 시정 권한 신설 등 세 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한다.집행 업무 확대는 부처의 소관 법률, 인력, 예산 확대를 의미한다. 이는 부처 간 균형 행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2023년 기준 부처별 공무원 평균 인원은 약 5800명인데 여가부는 겨우 300여명이고, 예산은 정부 전체의 0.27%에 불과하다. 이로 인한 인력 활용의 어려움과 업무 분산 때문에 통합 행정이 힘들다. 따라서 여성 노동 정책...

    2025.07.21 21:06

  • [시론]‘모두의 가족정책’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이다
    ‘모두의 가족정책’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괴사 위기에 놓였던 여성가족부가 어떤 조직 구성과 정책으로 환골탈태해 성평등가족부로 전환하게 될지 기대된다. 성평등 정책의 범위와 전달체계 구성 등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전문가와 단체들에서 많은 제언이 있었기에 이 글은 성평등가족부 정책의 다른 한 축인 가족 정책에 대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성평등 정책은 흔히 경제·정치·사회·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나타나는 성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으로 이해된다. 공적 영역에서 형성되는 여러 차원의 불평등은 사적 영역인 가족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평등 정책의 다른 바퀴로 포용적이고 보편적인 가족 정책이 꼭 필요한 이유다.현재 우리 법체계에서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일부 연령 편차를 두면서 보육, 초등돌봄, 활동지원 및 보호와 상담, 복지급여 등이 정책 영역에 따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교육부의 여러 사업으로 편재돼 있다. 가족 정...

    2025.07.20 20:59

  • [시론]‘어쩌면 해피엔딩’이 안긴 숙제
    ‘어쩌면 해피엔딩’이 안긴 숙제

    방학 기간이라 조용해야 할 대학 캠퍼스가 서머스쿨에 온 전 세계 젊은 학생들로 북적거린다. 이들이 캠퍼스를 누비며 외국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외국 대학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무엇이 이들을 한국에 오게 한 것일까. 대체로, 한국이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이 요인이다. 지난 한 달 사이 넷플릭스 글로벌 시리즈 부문과 영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오징어 게임> 시즌 3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모두 한국 콘텐츠이니 그럴 만도 하다.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Maybe Happy Ending)>이 제78회 토니상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상을 휩쓸었다. 우리와 상관이 없는 줄 알았던 올림픽 수영, 피겨·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박태환·김연아·이상화가 금메달을 땄을 때와 비슷한 기분이 들었다.영화나 뮤지컬은 같은 작품을 여러 번 보기도 한다. 그런데 뮤지컬은 현지에 가서 오리지널 팀 공연을 보려는 유인이 강하다는 점에 차이...

    2025.07.1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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