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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e와 원전의 3배 확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다. 90여개 의제가 다뤄지는데, 핵심은 ‘파리협정 이행점검(GST)’, ‘재생에너지(재생e) 확대’, ‘피해와 손실기금’에 관한 건이다. 먼저 온실가스 배출, 세계 9위인 우리나라의 이행점검 결과는 기대할 게 별로 없다. 기후변화 대응, 에너지 전환 등에 관한 국제적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행동네트워크’의 에너지 전환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재생e 목표를 줄인 유일한 국가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참여국 118개국이 서약한 2030년까지 재생e의 발전량을 3배, 효율을 2배 올리기로 한 협정문이 총회에서 채택될지 여부다. 우리 정부도 서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미국, 영국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전의 발전량을 3배 늘리기로 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에도 동참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 정부는 재생e로만 탄소중립이 어렵다고 보고 기술중립 측... -
누구를 위한 ‘강 대 강 남북관계’인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윤석열 정부는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를 단행했다. 북한은 전면 파기로 맞대응했다. 책임 전가의 핑퐁게임 속에 남북관계가 다시 위태로워지고 있다. 북한은 정찰위성 발사 이후 상당히 들뜬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평양종합관제소를 3차례나 방문하면서 정찰위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있다. 위성이 자기 궤도를 잡는다면 다음달부터는 정식 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북한은 핵무력을 줄기차게 개발했어도 늘 한·미의 촘촘한 정찰 정보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찰위성을 통해 한·미의 군사적 대응과 감시망을 회피하면서 핵무력을 운용할 것이다. 북한의 노림수는 뭔가? 완전한 핵보유국, 군사강국으로의 이행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군사적으로 압도하려는 것이다. 당장 우리 측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의 전면 불이행 체제로 접어들었다. 양측 화력이 집중된 군사분계선에서부터 기존 조치들을 백지화하고 원상 복구 중이... -
지역의료 취약성 극복 위한 의대 정원 확대 방향
의료가 취약하고 건강 수준이 나쁜 지역은 상대적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의사 수가 적은데 주로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이 여기에 해당된다. 의사 인건비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지만 이런 지역들의 의사 인건비는 더 높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의사가 부족한데 이런 지역들은 의사가 더 부족하고 의사를 채용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 심화는 지방소멸의 위험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의하면 2023년 2월 기준으로 118개 시군구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중 100개 시군구는 모두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촌지역이다.소멸위험까지 걱정할 정도로 취약해진 ‘지역’에서 ‘의료’만 강건하게 남아 있을 수는 없다. ‘소아과 오픈 런’ ‘응급실 뺑뺑이’는 필수의료의 부족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되었으나 비수도권 중소도시와 농촌 지역의 필수의료는 가히 재앙적 수준이다. 내가 살고 있는 경상남도는 18개 시군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14개 시군... -
일본, 수산업 피해를 ‘국민운동’으로 극복하려 해선 안 된다
지난 9월 초 일본 내 신문에 한 의견 광고가 게재됐다. 큰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일본 생선을 먹고 중국을 이기자.”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 8월24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사고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개시하자 중국은 이에 맞서 일본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홍콩도 후쿠시마·도쿄 등 10개 도·현으로부터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중국과 홍콩은 일본의 수산물 수출의 40%를 차지한다. 금액으로 치면 연간 약 1600억엔(약 1조4417억원)이나 된다. 일본 내 수산업자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이런 상황에서 발표된 의견 광고는 1억2000만명의 일본 국민이 1인당 100엔씩 국산 어패류를 더 구입하면 중국과 홍콩의 금수조치로 인한 손해액 1600억엔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음과 같은 말도 나열돼 있었다. “맛있는 일본 수산물을 먹고, 중국의 횡포를 이겨냅시다. 많이 먹고, 영양을 공급하고, 환한 미소로 중국을 이겨냅시다.” 이 광고... -
윤 정부의 대입제도 개편안, 유감이다
교육부가 지난 10일 공개한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연말까지 확정을 짓는다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을 공론화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 체제의 변화로 대학별 고사의 확대 가능성이 커졌고, 고교학점제의 전제조건인 내신 절대평가를 무력화시킨 교육부 개편안은 챗GPT가 내놓은 안보다 허술하다.첫째, 수능 대상 과목이 협소해 파행적인 학사 운영을 가져올 수 있다. 고등학교 과목은 공통, 일반선택, 진로선택, 융합선택으로 구분되는데, 대개 1학년에 공통, 2학년에 일반선택 과목을 편성한다. 수능 과목은 국어·영어·수학이 2학년 일반선택, 사회·과학이 1학년 공통과목이다. 수능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고교수업에서 3년 내내 수능 과목을 반복하는 ‘이중시간표’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둘째, 문·이과 구분을 벗어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고등학교는 흥미와 적성이 분화... -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달 24일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에 쌓여 있는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강행했다. ‘과학적으로 안전한지 아닌지’ 논쟁에 앞서, 오염수 방류가 ‘비도덕적 행위’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11년 3월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이 바다와 토양 등에 방출돼 왔다. 세슘137이라는 한 가지 방사성 물질만 놓고 보더라도 정상 가동 시 상한선의 약 7만년 분량이 누출됐다. 사고 직후의 오염은 막을 수 없었을지 모르지만 현재의 해양 방류는 고의적인 투기이다. 이미 7만년치의 방사능으로 오염시킨 바다를 더 오염시키는 것이 용납될 수 있는 일인가.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원전 사고가 세계적인 문제가 됐다는 점이다. 오염수를 육지에 보관하면 일본 국내 문제로 한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바다에 흘려보내면서 전 세계적 문제가 돼 버렸다. 나는 일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국 사람들을 비롯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
방사선 피폭 앞에 국경은 없다
지난 7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설비에 문제가 없다는 ‘검사 종료증’을 발급했다. 이로써 오염수 방류의 일본 내 법적 절차는 끝났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해 여름 방류 계획을 몇 차례 공언하고 있지만, 당장 7월 방류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어민 설득에 시간이 필요해서다. 중앙정부의 안전 심사가 끝나면 바로 핵시설을 가동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지자체와 사업자의 ‘원자력 안전 협정’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나라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1월, 에히메현 이카타 핵발전소의 철근 하역 트럭 전복 사고이다. 부상자도 없고 발전시설과 상관없는 곳에서 발생한 단순 사고였지만, 사고 발생 이후 3시간이 지나서야 지자체에 상황이 전달됐다. 이카타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시코쿠 전력과 에히메현은 ‘정상 상태가 아닌 모든 상황’을 ‘즉각 통보’하기로 협정을 맺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이렇게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중대... -
‘대입 전문가’ 훈수대로 킬러 문항 배제가 대책?
대입 전문가는 어떤 사람인가? ‘대입 전략에 밝은 사람’이라는 정도가 무난한 답변일 듯하다. 이른바 ‘일타 강사’나 대형학원의 대입 연구자는 너끈히 그 부류에 속할 것이다. 대학의 입학사정관과 고3 교사도 포함될 듯하고, 어쩌면 자녀를 ‘하늘(SKY)’ 같은 대학에 합격시킨 학부모도 포함될지 모르겠다. 요컨대 대입 전문가는 제도의 틈새를 잘 알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겨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어려운 문항을 배제하라는 것과 같은 지시를 대통령이 해도 되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이 과연 대입 전문가인지 아닌지 옥신각신하는 걸 보면, 전문가가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는 의견이 분분한 듯하다. 그렇지만 대입제도를 손보는 일을 대입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대입제도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참견하려면 대입 요령을 알아야 한다는 뜻인데, 일리 있는 생각이다. 대입제도를 바꾸는 데 그런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다. 제도가 어... -
총체적 난국, 길 잃은 한국경제
코로나19 팬데믹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끌 정도로 한국경제는 견실히 버텼다. 그러나 팬데믹 위기를 벗어나고 작년 하반기부터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작년 경제성장률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못 미치는 이례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추세는 올 1분기까지 지속돼 국제통화기금(IMF)과 OECD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최근 한국은행도 1.6%에서 1.4%로 낮춰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성장률 전망이 낮은 것만으로 경제가 나빠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침체국면에는 엄중한 문제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 한국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내부적·외부적 요인들의 원인이자 결과다. 우선, 무역수지 적자 문제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월별 무역수지 적자가 지난 5월까지 15개월 지속되고 있다. 수출도 8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 경우 중국의 전면적 재개방 이후인데도 12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흑자만 기록하던 대중국... -
간호법 둘러싼 제로섬 게임 끝내자
간호법을 둘러싼 의료계의 벼랑 끝 대치가 파업으로 치닫고 있다. 의사협회를 포함한 의료인 단체들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총파업을 하겠다고 하자, 이번엔 간호협회가 거부권을 행사하면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간호법을 둘러싼 여러 의료 직역 간 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지면 애꿎은 국민은 불편을 겪고 의료계에는 큰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간호법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렇게까지 벼랑 끝 대치를 할 만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원래 의료법에 있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에 대한 조항을 옮겨온 것이 아니면 새로운 내용이기는 하나 선언적인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국민이 집에서도 간호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새로운 내용이 있긴 하지만,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것처럼 간호사가 단독으로 개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의료법에 의사가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새롭고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제정된다고 당장 달라질 것은 전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