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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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대한민국 의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의사들은 늘 건강보험 수가(진료비)가 낮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대도시에서 10대 응급환자가 받아주는 병원이 없어 거리를 떠돌다 사망해도, 지방 병원에서 연봉 4억원으로도 의사를 못 구해 일주일에 절반이나 응급실 문을 닫아도, 대학병원이 소아청소년과 입원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라고 한다. 지난달에는 소아청소년과 개원의들이 수입이 줄어 병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며 폐과를 선언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모든 일이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서 벌어지는 것일까? 의사들 주장대로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면 의사들도 제대로 된 월급을 못 받고 있을 것이다. 일은 힘든데 건강보험 수가는 낮다는 기피 과목 의사의 수입은 더 낮아야 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대한민국 의사는 선진국 의사들 중 가장 돈을 많이 번다. 다른 나라와 의사 수입을 비교할 때는 그 나라 의사 소득이 노동자 평균 임금의 몇 배인가를 본다. 그 나라의 소득 수...
  • [시론] 연금개혁으로 파국을 막아낼 것인가

    연금개혁으로 파국을 막아낼 것인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은 우리 연금개혁에 주는 섬뜩한 경고장 같다. 지구와의 충돌이 예상되는 혜성의 존재를 우연히 발견한 별 볼 일 없는 과학자, 그들은 온갖 노력으로 정치지도자와 언론에 그 치명적 심각성을 알린다. 그러나 정작 정치지도자와 언론은 사안의 중대성을 외면하고, 진지하게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위기상황조차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가볍게 이용한다. 그 결과는 모두의 파국이다. 세상은 고개를 들어 다가오는 위험을 직시하는 그룹과 고개를 들지 않고 위험을 외면하는 그룹으로 나뉜다. 결국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최고 의사결정 권한을 정치적 이득, 기업 이익에 사용하는 정치지도자는 파국의 주범이고, 시민의 알 권리에 충실하게 복무하지 않고 정치지도자가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압박하지 못한 언론은 파국의 종범이라 할 수 있다.<돈 룩 업>은 우리에게 고통을 요구하는 연금개혁이지만, 외면하지 말고 직시해야 한...
  • [시론] 진보의 경제노선, ‘4번째 국면’ 준비해야

    진보의 경제노선, ‘4번째 국면’ 준비해야

    역사적 시야를 확대해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국 진보의 ‘3번째 경제노선’과 궤를 같이했다. 경제노선을 중심으로 볼 때,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한국 진보 세력은 세 번의 변화를 겪었다. 첫째, 민족경제론이다. 1960~1970년대 지배적인 흐름이었다. 민족경제론은 한국만의 이론이 아니었다. 용어는 조금씩 달랐지만, 식민지 경험이 있는 제3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같았다. 남미, 동남아시아, 중동에서도 다수 이론이었다. 핵심은 선진국과의 교역을 반대하는 것이다. 왜? ‘경제적 종속’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4·19 이후 가장 큰 학생시위는 1964년 6·3사태였다. 한일협정 반대시위였다. 당시 재야와 시위대의 반대 역시 ‘경제적 종속’에 대한 우려였다. 민주화운동 세력은 1970~1980년대 내내 ‘외채망국론’을 논거로 박정희 정부와 전두환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박정희 대통령의 선택이 옳았다. 박정희 정부는 1964년 수입대체 산업화 노선이...
  • [시론] 새마을의 순환과 계획의 새로운 지평

    새마을의 순환과 계획의 새로운 지평

    서울 서대문 밖 신촌은 1930년대에 조성됐다. 당시 일종의 ‘신도시’로 만들어졌다. 이름의 뜻도 ‘새(新)마을(村)’이다. 1990년대에 서울 바깥에 지어진 5개의 신도시는 규모가 말 그대로 도시급이다. 여기 지어진 30여만호의 주택들 덕분에,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은 ‘목표를 달성한 최초의 주택계획’이 되었다. 어느덧 이 주택들이 동시에 노후화되고 있다. 30여년 전 논밭에 처음 지을 때엔 일시·대량으로 공급해도 대규모 이주민 걱정은 안 해도 됐다. 하지만 지금은 전·월세 대란이 문제가 된다. 5개 1기 신도시는 아파트 단지만 해도 414개다. 사유재산이니 각자 준비되는 대로 알아서 하라 할 규모나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좋든 싫든, 같이 순서를 정하고 돌아가면서 할 수밖에 없다.안타깝게도 정부의 대책에서는 이에 대한 복안이 보이지 않는다. 이주대책 수립이나 ‘특별정비구역’ 및 ‘선도지구’의 지정 권한과 책임은 모두 지자체로 넘겼다. 내...
  • [시론] 우크라 전쟁으로 본 한국 외교의 암중모색

    우크라 전쟁으로 본 한국 외교의 암중모색

    2020년대가 두 개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 것은 국제관계의 현 상태를 조망하는 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2021년 여름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재집권, 작년 초 러시아에 의한 우크라이나 침공 등은 단극체제의 균열과 자유세계질서 프로젝트의 종식을 재삼 확인하였다. 특히 두 에피소드 모두가 탈냉전기 워싱턴에 의해 추진된 거대 사회공학 구상이 모순에 부딪혀 나타난 후과라는 점에서, 각 사건은 오늘날 세계체제 요동의 원인이 아닌 징후로서 읽혀야 한다. 즉, 단선론적 역사철학에 근거해 주변부와 중심부에서 진행된 근대국가건설과 자유주의 정치경제레짐 팽창이 실패한 결과가 카불 함락과 우크라이나전 발발로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역사의 종언”1) 혹은 보편주의적 단일세계건설의 꿈이 무너져내리는 “긴 비극의 과정의 일환”으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른 한편, 우리에게 익숙한 전후 70여년 “동시대사의 종언”2) 이자 거대한 현상변경을 의미한다. 열강 ...
  • [시론] ‘20년짜리 진보정치’ 한 사이클이 끝났다

    ‘20년짜리 진보정치’ 한 사이클이 끝났다

    2022년 3·9 대선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를 통틀어서도 ‘가장 어젠다가 약한’ 대선이 될 것이라 보았다. 실제로 지난 대선은 탈모약, 쩍벌남, 어퍼컷이 지배했다. 나는 왜 그렇게 예견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20년짜리 한국정치’의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유럽의 정치사도 하나의 사이클이 작동했다. 19세기는 자유방임주의 시대였다. 1929년 대공황과 양차 세계대전을 겪는다. 이후 자유방임주의의 폐해 때문에 복지국가가 만들어진다. 이후 복지국가의 폐해 때문에 신자유주의가 만들어졌다. 신자유주의의 폐해 때문에 제3의 길이 만들어졌다.한국 진보세력의 이념적·정서적 원형은 1980년대에 만들어졌다. 특히 ‘1980년 광주’가 중요했다. 박정희가 죽으면 군사독재가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더 극악무도한 놈이 등장했다. 저놈의 정체는 뭘까? 저놈을 어떻게 몰아내야 할까? 민주화운동 세력이 ‘구조적 모순’과 대면하게 되고, ‘사회과학’을 공부하게 되...
  • [시론] 철딱서니 없는 고용허가제, 이제 손절할 때

    철딱서니 없는 고용허가제, 이제 손절할 때

    A가 B국으로 일하러 갔다. B국 정부는 언어능력시험으로 A를 선발해서 고용주 C와 근로계약을 맺게 했다. B국 정책에 따라 C는 A를 독점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 기준에 못 미치는 노동 및 주거환경을 제공해도 독점권을 유지할 수 있다. 과연 A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을까. 답은 ‘복불복’이다. 운이 좋아 훌륭한 C를 만나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테고, 나쁜 C를 만나면 그야말로 꽝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만들며, 꽝을 줄이고 누구든 고르게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그런데 웬걸, 무슨 국가적 이기심이 발동했는지 꽝을 쓸어 담아 A들에게 몰아주는 제도를 만들었다. 고용허가제 이야기이다.고용허가제는 ‘외국인근로자의 체계적인 도입, 관리를 통하여 중소기업의 인력난 완화와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2004년부터 운영되었다. 이 제도는 20년 내내 노동자들의 비판과 원성을 들어왔다. 무려 두 차례나 헌법소...
  • [시론] 코로나 유행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기재부

    코로나 유행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기재부

    기획재정부가 새로 짓는 국립중앙의료원을 동네 종합병원 규모인 500병상 규모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800병상 규모로 새 병원을 지어 세계적 수준의 감염병 병원을 만들려던 보건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기재부는 이미 서울에 대형병원이 몰려 있어 굳이 큰 병원을 더 지을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대형병원이 많아도 정작 코로나19 같은 감염병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이 없으면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지난 3년 코로나19 유행 내내 이 같은 일은 현실이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날 때마다 환자들이 병원에 입원하지 못했던 것은 정부 말처럼 진짜로 병상이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한국의 병상 수는 미국과 유럽의 2~3배가 넘고 오미크론 유행 이전까지 확진자 수는 미국과 유럽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한국은 병상이 많았지만 외국과 달리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에게 병상을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병상 부족’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시론] 연공급 임금, ‘임금 불평등 확대’의 결정적 요인이다

    연공급 임금, ‘임금 불평등 확대’의 결정적 요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랐다. 지난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37%가 나왔다. 9월 5주차 조사는 24%였다. 13%포인트가 올랐다. 소위 ‘3대 개혁’이 지지율 상승에 도움이 됐다. 3대 개혁은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을 의미한다. 취임 이후 윤석열 정부는 도대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아무 내용이 없었다. 김건희 여사의 구설과 윤 대통령의 실언이 뉴스의 대부분이었다. 취임 이후, 보수성향 국민들도 윤석열 정부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다. 3대 개혁을 하겠다고 하니 ‘드디어, 뭔가 하려나 보네’라는 기대감에 지지율이 올랐다. 노동개혁에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직무급 임금체계로 바꾸겠다는 내용이 있다. 연공급이란,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올라가는 체계다. 호봉급이 대표적이다. 직무급이란, 하는 일(직무)의 성격에 따라 근속연수와 무관하게 임금이 같은 체계다. 한국 노동운동은 오랜 시간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원칙으로 주장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란,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
  • [시론] 민주당의 ‘반사이익 정치’는 지속 가능한가

    민주당의 ‘반사이익 정치’는 지속 가능한가

    지난 7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특징은 낮은 지지율이었다. 한국갤럽 조사를 기준으로 국정 지지율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대통령의 실언과 김건희 여사의 개인적 인맥이 더 도드라졌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낮았던 더 중요한 이유는 ‘뭘’ 하려는 것인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1987년 이후 모든 정부는 개혁 과제를 표방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 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를 표방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뭘 하려는 정부인지 알 수 없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되는 것 자체가 목표’였다는 자조 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최근 윤석열 정부는 전열정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세 가지 분야에서 변했다. 첫째,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 중단이다. 11월21일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 중단을 기자들에게 공식 통보했다. 둘째, 전선 긋기를 통한 지지층 결집 전략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업무개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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