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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미사일’과 북한의 나르시시즘
작년 7월에 11분간의 우주 비행을 마치고 귀환한 블루 오리진의 회장인 제프 베이조스가 폭탄 발언을 했다. 자신이 창립한 “아마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는 거다. 마치 이재용 회장이 삼성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어 그는 “다섯 살 때부터 우주는 나의 꿈이었다”며 인간의 우주 진출을 위한 “블루 오리진 경영에만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다섯 살 때 무슨 일이 있었나?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루이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한 1969년. 어린 시절에 이를 지켜본 아폴로 키즈들은 후에 과수원 벌판에 불과했던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시골 마을을 혁신의 성지인 실리콘 밸리로 변모시켰다. 아폴로 우주선을 운반한 새턴 로켓과 비행제어, 소재, 초기 컴퓨터 기술이 어우러진 우주공학은 실리콘 밸리를 만든 혁신 에너지의 원천이었다. 또 한 명의 아폴로 키즈가 바로 스페이스X를 이끌고 있는 일론 머스크다. 그 둘은 라이벌 관계지만 서로 공유하는 강력한 정체성, 즉 아폴로 우주선으로부터 빚어진 강력한 에... -
신남방 정책과 인·태 전략, 차이점과 공통점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정책 중에는 신남방 정책이 있다. 한국 외교의 중심축은 오랫동안 대북관계 또는 동북아시아였다. 신남방 정책은 동남아시아+인도를 외교의 중심 축으로 주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동남아시아+인도와의 경제 교류는 대폭 확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아세안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프놈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 것일까?먼저 차이점을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표현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신남방 정책은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 공동체’를 표방했다. 대중국 견제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인도·태평양 전략의 원조는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다. 아베 총리가 2007년 ... -
문·이과 통합인가 문과 침몰인가
현재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 중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이과형 과목을 택한다. 문·이과통합 교육과정 체제에서 처음 치른 지난해의 수능과 대학입시의 결과에서 문과형 과목을 택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문과형 과목(수학의 확률통계 등)을 택해서는 점수를 잘 받아도 표점에 밀려서 이과형 과목(수학의 미적분이나 기하 등)을 택한 학생들에게 경쟁이 될 수 없고, 특히 상위권 대학에는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니 자신의 적성을 불문하고, 대학에서 문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우선 이과생들과 거의 같은 수준의 수학(및 과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 다행히 어느 정도의 적성과 흥미가 있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입시의 고통은 배가된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 기간에 자신의 적성인 문과적 소양을 기르고 발휘할 기회는 크게 줄게 된다. 심화 수준의 수... -
기업이 불안해하는, ‘경제에 무능한’ 보수 정부
한국갤럽은 격주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을 발표한다. 세부 항목에서는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이유를 묻는다. 흥미로운 점은 ‘민생 살피지 않음/무능/잘못’의 부정 평가 합계가 3배 가까이 늘어났다. 6월 2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는 ‘민생 살피지 않음/무능/잘못’의 부정 평가 합계가 10%였다. 10월 3주차 조사에서는 28%로 늘어났다. 즉 윤석열 정부를 ‘경제에 무능한’ 보수 정부라고 생각하는 국민 비율이 약 3배 늘어났다. 윤석열 정부는 5월10일 임기를 시작했다. 아직 6개월이 되지 않았다. 5개월여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국민은 윤석열 정부를 ‘경제에 무능한’ 보수 정부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지난 5개월간, 기억나는 것들을 복기해보자.첫째,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둘러싼 부실 대응이다. ‘바이든, 날리면~’ 발언으로 국제적 논란이 됐던 그 사건이다. 미국의 IRA로 인해 한국의 현대차와 기아는 큰 불이익을 받게 됐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 -
불평등, 이재명, 기초연금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불평등 문제 해결에 강한 애착을 가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험도 그 연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2018년 정책과 2019년 정책은 기조가 달랐다. 2018년은 사실상 ‘임금주도성장론’이었다. 2019년은 ‘노인주도성장론’이었다. 2018년의 주요 타깃은 ‘저임금노동자’였다. 정책 수단은 최저임금 대폭인상이었다. 경제성장률(GDP)+물가상승률(CPI) 합계의 약 4배를 인상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일자리 증가폭은 크게 줄었고, 가구소득 불평등은 오히려 확대됐다. 2019년의 주요 타깃은 ‘노인’이었다. 정책 수단은 공공예산을 통한 노인 일자리 확대였다. 가구소득 불평등은 조금씩 줄어들었다.왜 저임금 노동자를 정책 타깃으로 할 때는 소득 불평등이 늘어났을까? 왜 노인을 타깃으로 하니 소득불평등이 줄어들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 진짜 하층은 저임금 노동자가 아니라 노인이기 때문이다. ... -
대통령의 국가위기관리 책무성
기후위기는 실존적 뉴노멀이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의 ‘물 폭탄’을 맞은 8월8일의 서울 강남 일대는 국가위기관리 능력의 현주소이다. 2년8개월 동안 전 세계 648만명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끝을 모른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중국,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은 군사적 위력을 갈수록 강하게 투사한다. 전통의 군사위협이 엄존하는 속에 비전통적 도전요인의 교집합 영역이 넓어진다. 생명안전과 존엄한 삶을 보장받으려는 국민의 욕구는 위기의 크기와 속도에 비례하여 커진다. 기성의 질서는 약점을 드러낸다. 과거 위기들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은 신흥의 위기를 다루는 데 역부족이다. 국가위기의 파고는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또 온다. 오만과 방심을 파고든다. 그래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존재한다. 위기관리의 책임·실무·조정통제기관 간 유기적 역할 분담과 협력시스템 말이다. 컨트롤타워를 세우고, 상황판단 정보를 적기에 공유한다. 표준 및 실무·현장매뉴얼을 가지고... -
한·중 수교 30년,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오는 24일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수교가 되던 1992년, 나는 한 재단에서 파견한 중국학 연구원으로 베이징에 체류하고 있었다. 당시 중국은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이미 10년이 넘었지만 사회주의 ‘풍속’이 엄연히 존재했다. 영화 <버닝>의 한 장면에 나오는 것처럼 국영상점에서는 점원이 거스름돈을 던져주는 일도 흔했다. 환율제도도 공식 환율과 시장 환율이 다른 이중환율제를 선택하고 있었다. 시장 환율은 요동치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암시장에서 적절한 순간에 높은 환율로 달러를 인민폐와 바꾸는 일은 중국 체류 외국인에게 중요한 일상이었다. 생활은 낙후했지만 만나는 중국인들 대부분은 순박하고 친절했으며,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에 대해서 관심도 높고 좋은 인상도 가지고 있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개인적 추억이다. 수교 이래 양국 관계는 전체적으로 볼 때 호혜적이고 우호적이었다고 생각한다. 2017년 사드 사태와 같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 -
교육부, 장고에 악수 두다
‘장고에 악수 두다’라는 말이 있다. 바둑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수를 두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최악의 수를 두는 경우를 말한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만 5세 취학 정책’도 같은 모양새다. 교육부가 10년 동안 50%의 초등학생이 줄어드는 학생감소 문제를 2019년부터 고민하다 내놓은 해법이 만 5세 취학 정책이다. 2025년부터 초등학생의 입학시기를 3개월씩 연장해서 2028년에는 2021년 10~12월생과 2022년생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킨다는 정책이다. 이 정책의 장점은 윤석열 정부가 끝나는 2027년까지 24%의 학생감소를 17%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학제개편을 통해 1년 빨리 대학을 졸업하므로 생산연령의 증가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왜 만 5세 취학이 악수가 되었을까?첫째, 교육부는 부모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다. 통계청의 월별 출생아 발표 자료를 보다 보면 이상한 현상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 12월이 ... -
국민이 바라는 민주당의 새 리더십
윤석열 정부는 최근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 불리는 3가지 경제악재를 맞아 휘청거리고 있다. 국민들의 삶의 질도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도 20%선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말 새로운 리더십, 즉 당의 새 대표가 선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탄생할 민주당의 새 리더십에 국민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정치란 국민들의 삶을 보다 편안하고 안정되게 하는 것이 그 핵심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민주당을 이끌어 나갈 새 리더십을 선출할 때 국민과 당의 구성원들은 다음과 같은 리더십 역량을 지니고 있는지 신중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첫째, ‘공공가치’ 창출에 적극 앞장서는 리더십 역량을 가져야 할 것이다. 공공가치는 미국의 보즈맨과 무어 교수가 강조한 것으로 예컨대 인간의 존엄성 존중, 기회의 균등 혹은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적 약자 보호’ 등을 몸소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투쟁과 정부
지난 6월2일부터 시작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을 둘러싼 정세가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법원이 파업노동자들의 점거농성을 불법으로 규정한 다음날인 지난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가 국민경제에 현저한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공권력 집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자 정부는 다음날부터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18일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정례 주례회동에서 “노사관계에서 법치주의는 확립돼야 한다”며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놓았다. 이어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대행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불법 점거는 조선업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대한 테러행위”이자 “소수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불법적인 강경투쟁”이며, 하청노조가 “임금 30% 인상 등을 원청인 대우조선에 요구하는” 것은 “하청 노사가 해결해야 할 일을 원청과 주주에 떠넘기는 막무가내식 떼쓰기”라고 주장하는 등 그의 천박한 노동관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막말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