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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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이번엔 체험학습을 없앨 건가

    이번엔 체험학습을 없앨 건가

    만난 적 없지만 알던 사이 같다. 체험학습을 떠난 초등학생 가족이 실종되었다면서 언론은 줄곧 아이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며 기사를 냈다. 그새 익숙해진 이름과 얼굴, 광주에 사는 유나는 ‘제주 한 달 살이’를 떠난 후 실종 한 달여 만에 수심 10m의 바닷속에서 발견됐다. 교육계는 또 ‘체험학습’으로 들썩인다. 실종자들을 발견한 다음날, 교육부 차관 주재로 연 대책 회의에서는 교외체험학습 학생관리 방안을 강화했다. 연속 5일 이상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담임교사가 주 1회 이상 학생의 안전을 확인할 것을 권고하는 안이다. 일부 언론들은 아동학대와 방치를 조장하는 허술한 제도라며 체험학습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체험학습’이 아니다. 아이의 부모가 방학에, 명절 연휴에 이런 일을 감행했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 주 1회 담임교사가 전화해 아이의 목소리를 확인한다고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해외로 떠나는 경우엔 어쩌나. 통화가 안 되면 교사...
  • [시론] 화물연대 총파업의 해법은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의 해법은 있다

    화물노동자들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대상의 확대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0년부터 3년 일몰제로 시범운영되고 있는 안전운임은 화물차 운행에 필수적인 고정비와 변동비에 더하여 ‘최소 수익’이 반영되는 구조이다. 매년 고시되는 안전운임은 전문기관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이해당사자 및 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안전운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는 화주가 일방적인 ‘가격결정자’ 역할을 했다면, 안전운임제는 민주적인 운임결정방식으로 화물노동자들의 ‘최저운임’을 산정한다. 이는 국제노동기구에서도 권고하는 있는 국제적 표준이기도 하다.제도시행 효과에 대한 평가기준은 법률제정의 취지에 근거해야 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최저운임’을 보장하여 화물노동자는 물론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왜곡된 화물운송시장 구조를 개선하여 직접운송을 담당하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비용과 위험을 전가하...
  • [시론] 십자가는 못 지더라도

    십자가는 못 지더라도

    “저는 죽어도 군인으로 죽을 것이고, 군도 제 다짐과 의지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했다. 만에 하나 전역 처분이 나더라도 재입대를 하자. 재입대가 안 되면 군무원으로라도 군에 남고 싶다고 생각했다.” 2021년 2월27일, 성전환 수술 후 여군 복무를 희망하며 군당국과 소송 중이던 변희수 하사가 목숨을 끊었다. 기갑의 돌파력으로 난관을 이겨내겠다던 그녀였지만 끝내 차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희생양이 됐다.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죽음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처음 이 법을 발의한 후 20대 국회까지 모두 일곱 차례 발의됐지만 검토조차 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도 네 건이 발의되어 있다. 작년 6월에는 10만명이 참가해 국민동의청원이 성사됐다. 법사위가 심사 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까지로 연기해버렸다. 그렇게 하기 싫을까?차별금지법이란 고용, 교육, 재화,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성별, 성적 지향, 학력, 출신학교, 인종, 국...
  • [시론] 놓쳐선 안 될 ‘반부패 개혁’

    놓쳐선 안 될 ‘반부패 개혁’

    ‘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 최근 모 월간지 여론조사 결과 ‘차기 정부 정책 우선순위’에서 가장 높은 답을 받은 항목이다. 그 뒤로 사회 양극화 해소 및 균형발전, 국민 통합 및 정치개혁, 경제 성장 및 일자리 확대, 부동산 가격 안정, 저출산 고령화 대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명 조국 사태를 통한 공정 열망과 함께 LH 사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뿐만 아니라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자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 가족과 관련된 갑질을 포함한 부패 논란이 선거 내내 주요 이슈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이러한 국민적 여망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당선인의 정책 공약집을 찾아보면 100개가 넘는 세부과제 중에서 ‘부패 척결 및 공정 확립’과 관련된 것은 넓게 보더라도 ‘부모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제도 마련’ ‘공정한 채용 기회 보장, 채용비리 근절’ ‘시민단체 공금 유용 및 회계 부정 방지’ ‘공정거래 관련 법 집행체계 개선’ 정도에 불과하고 국가 큰 틀에서의 반부패 및 공정 확립 공약을 ...
  • [시론] 지방의원 공천, 거꾸로 하면 된다

    지방의원 공천, 거꾸로 하면 된다

    한국 보수 정당을 대표하는 국민의힘 대표의 지방의원에 대한 발언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지난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한 강연에서 “지금까지 기초의원이라고 하면 동네에서 중장년층 남성이, 보통 직업은 동네에서 자영업을 하시고, 밤늦게까지 동네 유지처럼 술 드시고, 이러면서 ‘어 형님 동생’ 하신 다음에 같이 좀 불법도 저지르면서 같이 유대관계를 좀 쌓고… 이렇게 으샤으샤 하면서 조직을 만들어 당원 한 200명 정도 모으면 공천되는 시스템이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접한 전국의 기초의원들이 ‘기초의원 비하발언’이라며 이 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분했다고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방의회 의원들을 보는 대다수 국민들은 오히려 이 대표의 발언에 더 많이 공감했을 것이다. 현실에서 지방의회 의원 공천 기준을 보면, 1순위는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충성도가 높은 사람, 2순위는 많은 인맥과 당원 확보, 3순위는 돈과 권력(지역유지)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니 4년이 되도록 ...
  • [시론] 선거 후보토론 이대로 좋은가

    선거 후보토론 이대로 좋은가

    선거에서 후보토론만큼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들을 제대로 비교 검증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또 있을까? 언어와 사고와 세계는 표상과 대리의 관계에 있다는 말이 있다. 토론에서 후보자의 언어가 그의 사고를 의미하며 그가 바라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20대 대통령 선거 사후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46%가 지지 후보를 결정할 때 참고한 정보원으로 후보토론을 꼽았다. 후보별로 보면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유권자는 59%가,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한 유권자는 34%만 후보토론을 참고했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에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후보토론을 3회만 주최했다. 관련 법규에는 대선의 경우 3회 이상 주최하게 되어 있는데, 왜 더 이상 하지 않았을까?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2004년에 선거관리위원회의 산하기관으로 설립되었다. 그 무렵 나는 관계자들을 만나 여러 차례 후보토론의 개선방안을 제시했던 적이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토론의 횟수...
  • [시론] ‘소년사법국’이 절실한 이유

    ‘소년사법국’이 절실한 이유

    “4년간의 취재를 통해 결국 소년사건은 사회 시스템과 가정환경, 친구관계 등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폭넓은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의 극본을 쓴 김민석 작가의 말이다. 드라마는 소년범죄의 원인과 소년범 교화에 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언론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촉법소년의 잔인한 범죄에 대한 분노와 냉소를 잠시 거두고, 소년범죄의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아야 해결책이 보인다는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다.얽혀있는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소년사건을 수사하고 소년범을 심판하며 보호처분을 집행하는 모든 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소년범죄 예방과 재범률 감소, 소년범의 재사회화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집중해야 한다. 드라마 속에서 심은석 판사는 소년범에게 합당한 처분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경찰, 검찰, 보호관찰소, 소년분류심사원, 청소년회복센터 등과 수시로 연락하고 긴밀히 협력한다.소년이 범죄를 저지른 곳은 사...
  • [시론] ‘용산 시대’, 큰 그림으로 설득하라

    ‘용산 시대’, 큰 그림으로 설득하라

    대통령의 집무실을 용산에 있는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문제가 매우 뜨거운 쟁점이다. 지난 20일 윤석열 당선인이 집무실을 옮겨야 하는 이유를 언론에 직접 설명할 정도였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이전 비용을 지출하지 않기로 하였다. 5월10일 신임 대통령 취임 때까지 집무실 이전이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그래도 당선인은 청와대에 입주하지 않겠으며 취임 이후에라도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그사이 찬반양론이 뜨거웠다. 논점은 주로 군사안보 문제였다. 이밖에도 집무실 이전 자체가 필요한지에서부터 이전을 제기하고 실행하는 절차적 정당성 문제, 군 지휘부를 옮겨야 하는 국방 문제, 이전 후 시민이 겪을 불편에 대한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굉장히 역겹다’는 적대적 막말을 내뱉거나 근거 없이 무속과 연관 짓는 주장도 나왔다.여기에 더하여 이전 비용은 차이가 나도 너무나 현격하다. 496억원 대 1조원. 인수위 측은 국방부와 한미연합사의 이전 비용과 여러...
  • [시론]“길이 없으면 길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진보야!”

    “길이 없으면 길을 내는 것, 그게 바로 진보야!”

    백기완 선생(1932~2021)은 정말이지 특별했다. 젊은 시절의 그는 잘났다고 한다. 1980년대 말에 처음 뵀을 때, 범접할 수 없는 풍모가 매력을 넘어 매혹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이제 1주기를 맞이하여 선생의 삶에서 옷깃을 여미게 하는 어떤 위대함이 묻어난다. 그의 빈자리가 견딜 수 없는 섭섭함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하지만, 선생의 뜻을 잇고 실천에 옮기자는 ‘노나메기 재단’의 발족에 즈음하여 그 뜻을 우리의 현실에 견줘 가늠해보자. 먼저 선생의 삶의 궤적을 짚어보자. 그는 황해도 은율의 구월산 자락에서 500년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독립운동으로 가산이 몰락하여 가난한 어린 시절을 살았다. 아버지는 신식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정작 선생은 초등학교를 고향에서 졸업하고 해방 직후 서울로 왔음에도 더 이상의 제도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는 10대 후반 독학 중에 집안과 인연을 가진 백범 김구를 만났고, 부산 피란 중에 군복무를 마쳤다. 전쟁으로 분단이 굳어졌고, 그의 부...
  • [시론]‘환경’이 없는 대선, F

    ‘환경’이 없는 대선, F

    또 대선이다. 9년 전쯤에 “환경에 눈감은 대선 정국”이 너무 답답해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요지는 한두 가지 질문에 이어 답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F’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상황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대선 관련해서 정치, 경제 이슈가 도배하고 있지만 환경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음모, 공작, 선동, 배반, 변신, 사퇴, 번복, 포장, 의혹, 갈등, 사과 등이 날마다 등장하지만 환경 관련 정책이나 공약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제나저제나 환경 얘기가 조금이라도 나오겠지 기대해 보지만 그 등장은난망해 보인다. 이어지는 의혹과 논란에 사과하는 데도 바빠 보이기 때문이다. 환경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정치 논란에 매몰되다 보니 여유가 없거나 환경에 대해 진정 알지 못하거나. 환경 얘기를 하지 않고 어찌 국가 미래, 청년을 생각한다고 할 수 있을까. 환경 정책이 이렇게 철저히 실종될 수 있을까. 화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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