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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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환경’이 없는 대선, F

    ‘환경’이 없는 대선, F

    또 대선이다. 9년 전쯤에 “환경에 눈감은 대선 정국”이 너무 답답해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요지는 한두 가지 질문에 이어 답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F’ 처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던 것 같다. 세월이 흘러 그때의 상황이 거의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대선 관련해서 정치, 경제 이슈가 도배하고 있지만 환경 얘기는 어디에도 없다. 음모, 공작, 선동, 배반, 변신, 사퇴, 번복, 포장, 의혹, 갈등, 사과 등이 날마다 등장하지만 환경 관련 정책이나 공약은 감감무소식이다. 이제나저제나 환경 얘기가 조금이라도 나오겠지 기대해 보지만 그 등장은난망해 보인다. 이어지는 의혹과 논란에 사과하는 데도 바빠 보이기 때문이다. 환경 얘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정치 논란에 매몰되다 보니 여유가 없거나 환경에 대해 진정 알지 못하거나. 환경 얘기를 하지 않고 어찌 국가 미래, 청년을 생각한다고 할 수 있을까. 환경 정책이 이렇게 철저히 실종될 수 있을까. 화가 나는...
  • [시론]‘되풀이 참사’ 왜 수수방관

    ‘되풀이 참사’ 왜 수수방관

    지난주 6명의 노동자가 실종된 광주 화정동의 초고층 아파트 외벽 붕괴 참사는 지난해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학동 재개발 철거 건물 붕괴 참사 이후 꼭 7개월 만이다. 같은 도시, 같은 시공사의 공사 현장에서 대형 안전사고가 반복된 것이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참사를 사고 영상으로 지켜보는 국민들은 간담이 서늘해졌다. 일주일이 다 되어가지만 실종 노동자 가운데 1명의 시신만 찾았을 뿐이다. 가족들은 새벽별 보고 출근한 남편과 자식의 생사를 알 수 없어 추위를 떨면서 붕괴 잔해가 무성한 현장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다. 이번 사고는 낡은 건물 철거 현장도 아니고 대기업 건설회사가 시공 중인 신축공사에서 일어났다. 붕괴 원인들을 두고 추측성 기사들이 난무한다. 광주 화정동 붕괴 참사 현장의 경우 하부 중간층들에 지지보강재(파이프서포트)를 철거하지 않고 촘촘하게 고정시켜 놓았더라면 최상부층 콘크리트 타설 중 편심에 의한 붕괴가 발생하더라도 타설 중인 해당 1개층만 ...
  • [시론] 한국 정부, 지구판 ‘듄’ 창출에 일조해선 안 된다

    한국 정부, 지구판 ‘듄’ 창출에 일조해선 안 된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컨택트>를 만든 드니 빌뇌브 감독은 1965년에 출간된 유명한 SF소설 <듄>을 2021년에 영화로 제작해 개봉했다. 듄은 한국말로 모래언덕 또는 사구라는 뜻으로, 사막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 행성 아라키스(Arrakis)를 일컫는다. 영화는 이른 아침에도 60도까지 치솟는 살인적인 날씨, 그래서 특별한 장비 없이는 2시간조차 버틸 수 없는 행성을 파도처럼 넘실대는 모래언덕으로 실감나게 보여준다.지구가 아라키스와 다른 점은, 푸른 바다와 울창한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어 인간이 살아갈 수 있도록 물과 산소를 공급하고 지구 표면온도가 너무 높이 올라가지 않도록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 활동으로 배출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흡수하면서 바다의 산성화가 진행되었고, 산호초가 아름답기로 소문난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대보초)조차 산호초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숲의 상태는 어떨까? ...
  • [시론]발전소로 변해가는 농촌 들녘

    발전소로 변해가는 농촌 들녘

    농촌 태양광 발전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2030년까지 10GW 발전목표를 세우고 있는 정부는 ‘영농형’ 방식으로의 전환과 농가 소득 증가를 이유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고, 국회에서는 같은 논리로 농지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농업이 갖는 공공적 특성에 있다. 개별 농가들의 소득 증가나 농촌경제 활성화가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농업은 기본적으로 땅, 물, 공기 등 자연적·환경적 요소를 이용하여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산업이다. 다량의 금속성 발전설비들을 논밭 한가운데 설치하는데 토양과 수질이 오염되지 않을 수 없다. 농작물이 제대로 생장할 리 없고 생산은 당연히 감소할 것이다. 발전설비와 각종 구조물들로 인해 자연경관이 훼손되는 건 말할 나위 없다. 주변의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등 환경조건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평화로운 농촌사회가 ...
  • [시론]교육부, ‘중등교원 양성’ 왜 뒷걸음치는가

    교육부, ‘중등교원 양성’ 왜 뒷걸음치는가

    교육부에서 올해 안 확정을 목표로 초·중등 교원 양성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 핵심 사안의 하나는 중등교원 양성 경로의 변경안이다. 학령인구 감소 등에 따른 교사 정원 축소의 필요 및 양질의 교사 양성 과제에 주목하며 이를 위해 양성 경로 특성화의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구상이다. 특성화는 요컨대 중등의 공통과목 교사 양성 기능을 사범대에만 남기고,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의 경우는 특수과목 교사 양성이나 재교육 등의 기능으로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안대로라면 현재는 공통과목 교사가 사범대, 교직과정, 교육대학원의 여러 경로를 통해 양성되는 열린 구조임에 비해, 앞으로는 사범대를 양성의 유일 경로로 하는 폐쇄적 구조가 된다. 이에 따라 중등학교의 정규직 교사 채용은 사범대 출신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질의 교사 양성과 정원 적정화는 국가적 차원의 중요한 정책적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런 배경에서 그간 몇 차례 엄격한 ...
  • [시론]카자흐스탄의 특별한 한국 사랑

    카자흐스탄의 특별한 한국 사랑

    2018년 여름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의 카자흐스탄 학생들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주제는 ‘K팝이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한인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포커스그룹 고려인 참가자들을 모집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고 나이도 14~22세 사이의 매우 젊은 연령대였다.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대화가 이어지다 각자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기에 이르렀고 그날 고려인의 후손들이 자신들의 유년 시절을 회상했다. “내가 한국계인 것이 너무나도 싫어서 죽고 싶었다” “개고기를 먹고 찢어진 눈으로 세상을 보는 흉측한 종족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붙었다” “내 성(姓) 때문에 빨리 카자흐 사람이랑 결혼해서 남편 성으로 바꾸고 싶었다”라는 내용이었다. 트라우마로 남지는 않았을까 우려될 정도로 아픈 기억들이었다. 한 학생의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이내 두세 명이 따라 코를 훌쩍였다. 어린 학생들이 과거라고 떠올리며 나누는 이야기들이 나의 예상과 달리 많은 아픔을 안고 있어...
  • [시론]일본은 ‘철도 경쟁체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일본은 ‘철도 경쟁체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지난 6월28일 ‘철도의날’에 고속철도 경쟁체제, 다시 말해 KTX-SRT 분리를 옹호하는 기고문이 경향신문에 실렸다. 그 글에서 철도 경쟁체제의 예시로 언급된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과 독일이었다. 일본에서 공부하는 필자로서는 사실과 다른 이런 주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과연 정말로 일본의 철도는 ‘경쟁체제’를 도입했다고 볼 수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일본의 민간 철도 기업, 사철(私鐵)을 중심으로 그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일본의 주요 사철 회사들은 ‘철도 수송’만으로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 부대사업이 극도로 제한된 한국의 철도 사업자와 놓인 환경이 애초에 다른 것이다. 그들의 사업 영역은 백화점을 비롯하여 부동산, 레저, 교육, 상조 서비스까지도 포괄한다. 그러다 보니 사철 각 사의 전체 매출에서 철도 수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 순수익으로 치더라도 30~40%대에 불과하다. 도쿄와 오사카의 교외에서는 사철 회사들이 분양한 집에...
  • [시론] ‘밥’과 역사전쟁

    ‘밥’과 역사전쟁

    역사전쟁이 ‘또’ 벌어졌다. 돌이켜보면 2015년 국정교과서 대전, 2008년 이명박 정권 당시의 근현대사 교과서 논쟁,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실패 후 뉴라이트의 총공세 등 21세기 들어 벌써 네 번째이다. 이번 전쟁은 제발 국지전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보는데, 다행히 논쟁의 한 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점령군이냐 아니냐. 역사적인, 국제법적인 논쟁을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발을 빼는 형국이다. 전쟁사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충돌의 발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군이 점령군이냐 여부도 사실 학문적 논쟁거리가 될 수 없는 문제였다. 미국 정부도, 맥아더도, 미군정 당국도, 이승만을 비롯한 우익지도자들도, 당시의 주요 언론들도 모두 미군을 점령군이라 칭했는데, 이제와 미군을 점령군이라 부르면 대한민국이 부정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처가 일로 곤경에 처한 윤석열 전 총장 측이 부정적인 이슈를 덮으려 ‘점령군’ 문제를 제기했다는 분석도 있지...
  • [시론]인터넷에 전송료는 없다

    인터넷에 전송료는 없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소송전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자신들의 망이 넷플릭스의 데이터를 자신의 고객들에게 전송하니 이에 대한 대가를 달라는 것이고 넷플릭스는 인터넷에서 전송료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중립성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팀 우는 모두가 인터넷을 차별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인터넷을 수도, 전기 등에 비유한 바 있다. 하지만 수도, 전기에의 비유는 거기에서 끝난다. 수도, 전기는 파는 사람이 있고 사는 사람이 있다. 인터넷에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 있지 않다. 전 세계 컴퓨터들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바로 인터넷이며 여기서 데이터를 전달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 대가를 받지 않는다. 오직 물리적 연결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 즉 접속료를 서로 간의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주고받을 뿐이다. 우리가 집에 인터넷을 깔기 위해 망사업자에게 돈을 내는 것도 접속료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초고속인터넷...
  • [시론] 전환점에 선 한국 기후행동

    전환점에 선 한국 기후행동

    지난 4월 열린 기후정상회의에서 한국의 기후행동을 강화하기로 한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환영한다. 한국이 영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처럼 2050년 온실가스 ‘넷제로’ 목표를 법제화하고 탈석탄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넷제로 추진 방향을 제시해줄 탄소중립위원회를 설립하기로 한 것 또한 반가운 일이다.나는 영국의 2008년 기후법에 근거해 설립된 독립기관인 기후변화위원회(CCC)의 의장직을 맡고 있다. CCC는 기후변화에 관한 영국 정부의 정책을 점검하고 자문에 응하는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는 넷제로 달성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 목표에 대해 조언을 한다. 여기에는 매년 영국의 온실가스 감축 경과를 평가하고, 검토한 내용을 의회에 보고하는 업무가 포함된다. 지금까지 CCC가 수행해온 정기적인 조언과 감시는 2050년 넷제로 목표의 법제화와 더불어 탄소중립 달성에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증명됐다. 특히 배출량을 현격히 줄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주요 친환경 산업을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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