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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화이부동
  • [강준만의 화이부동]‘배신 타령’, 이젠 역겹지 않나?
    ‘배신 타령’, 이젠 역겹지 않나?

    한국 언론은 정치 기사에서 ‘배신’ ‘배신자’라는 말을 즐겨 쓴다. 정치권에서 워낙 많이 사용하니까 ‘따옴표 저널리즘’에 익숙한 언론으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몇년 전 나는 전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관련 언론 기사들을 비판한 적이 있다. 언론이 이른바 ‘배신자 프레임’의 주범은 아닐망정 공범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했다.미국에서 1950년대 전반기에 상원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상습적으로 무책임한 ‘빨갱이 타령’을 해대자 일부 언론은 매카시의 발언 다음에 괄호를 넣어 분석하거나 해석하는 말을 집어넣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예컨대, 매카시의 어떤 주장에 대해 국무부는 이를 부인했다는 식의 추가 정보를 삽입하거나, 매카시의 주장 중 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식이었다. 우리 언론도 ‘배신 타령’을 하는 정치인의 말을 소개하더라도 넓은 의미의 팩트체크 차원에서 괄호 속에 “공사 구분을 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따위의 해설을 달아주면 좋겠다.유...

    2025.05.06 20:18

  • [강준만의 화이부동]윤석열, ‘보수’를 죽이고 ‘중도’마저 죽이나
    윤석열, ‘보수’를 죽이고 ‘중도’마저 죽이나

    대통령 윤석열은 12·3 비상계엄령 나흘 후인 12월7일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할 것이다.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 국민의힘 의원 김웅은 “한심하다”며 “총기 난사범이 앞으로 다시는 총을 쏘지 않겠다고 말한다고 누가 그걸 믿어주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차피 진심 어린 사과는 기대도 안 했다. 그 정도 책임감은 평생 보여본 적 없는 사람이라”며 “일생 동안 보수만 학살하다 가는구나”라고 말했다.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 적폐 청산 수사를 통해 보수를 죽이더니 대통령이 되고 나선 비상계엄 선포로 보수를 죽이느냐는 비판인 것 같다. “일생 동안 보수만 학살하다 가는구나”라는 표현이 과장법일망정 가슴에 강하게 와닿는 게 있어 다시 음미해보았다. 결과론적일망정 윤석열이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체제에서 가장 치명적인 ‘보수 죽이기’를 했다는 걸 어찌 부인...

    2025.04.08 20:56

  • [강준만의 화이부동]왜 진보는 대기업 정규직만 챙기는가
    왜 진보는 대기업 정규직만 챙기는가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2년 전에 나온 어느 최고급 아파트의 분양 광고 문구다. 이 광고엔 ‘천민자본주의’ ‘물질 만능주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지만, 그런 비판을 한 사람들은 언제나 평등한 세상을 원한다는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미국의 진보적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에릭 호퍼는 “우리는 주로 자신이 우위에 설 희망이 없는 문제에서 평등을 주장한다”고 했다. “누군가가 절대적 평등을 내세우는 분야는 자신이 절실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에 공산주의자란 좌절한 자본주의자라는 것이 드러난다”는 것이다.오스트리아 사회학자 라우라 비스뵈크는 <내 안의 차별주의자: 보통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이란 책에서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등을 원하지 않는다”며 “스스로의 ‘개방성’과 ‘관용’ 점수를 엄청나게 높게 주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렇다고 믿기에 더욱 상대와 나를 구분하고 경계 지...

    2025.03.11 21:20

  • [강준만의 화이부동]유튜브가 집어삼킨 한국정치
    유튜브가 집어삼킨 한국정치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계엄령 사태는 아마도 알고리즘 중독에 의해 촉발된 세계 최초의 내란 사건일 것이다.” 뉴욕타임스(2025년 1월5일)가 인용한 전 민주당 의원 홍성국의 말이다. 정말 그랬을까? 유튜브의 최고 상품 담당자(CPO) 닐 모한은 2020년 3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전체 유튜브 시청 시간의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고 했는데, 윤석열의 유튜브 중독도 바로 그런 경우일까? 혹 윤석열에게 가장 큰, 아니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존재인 부인 김건희가 미친 영향은 없었을까? 달리 말해, 김건희가 바로 알고리즘이 아니었겠느냐는 것이다. 김건희는 2021년 7월부터 12월 초까지 6개월 동안 53회에 걸쳐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는 매체 ‘서울의 소리’ 기자 이명수와 통화를 한 놀라운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총 통화시간이 7시간45분이나 된다. 그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건 우리 모두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다. 김건...

    2025.02.11 20:50

  • [강준만의 화이부동]‘경호 의전’ 보호막에 유폐된 윤석열
    ‘경호 의전’ 보호막에 유폐된 윤석열

    최고 지도자의 경호는 체제와 정권의 속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의 경호를 보라. 경호원들이 김정은의 전용차량을 ‘브이(V)’자로 에워싸고 차량 속도에 맞춰 뛰거나 총기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건 채로 경호하는 모습에선 사실상 전시체제라는 공포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한국도 독재정권 시절엔 대통령 경호에 얽힌 가십들이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건 한결같이 경호 과정에서 일어난 경호원의 폭력과 관련된 살벌한 이야기들이었다. 대통령이 신적 존재라는 걸 암시하려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겐 “꿈에도 소원은 민주화!”라는 결의를 다지게 했을 뿐이다.경호는 ‘권위주의적 의전의 꽃’이다. 윤석열의 의전은 경호 중심이었다. 이른바 ‘입틀막 경호’가 보여주었듯이, 고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이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손제민은 “경호와 권력”(2025년 1월3일자)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호처는 지극히 기능적 업무를 수행하기에 정치 과정에서 독립적 변수가 아니어야...

    2025.01.07 21:03

  • [강준만의 화이부동]윤석열은 왜 그랬을까
    윤석열은 왜 그랬을까

    대통령 윤석열이 저지른 자멸적인 12·3 비상계엄 선포의 진짜 이유를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간 ‘김건희 방탄용’이 가장 많이 거론되었지만, 그건 목표일 뿐 ‘자멸’의 이유를 설명하진 못한다. 윤석열의 성격에서 이유를 찾으려는 분석이 가장 유력한 것 같다.“윤 대통령 특유의 즉흥적 성격이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 (그는) ‘중요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여권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평소에도 ‘확 계엄 해버릴까’ 하는 말을 종종 했다고 한다.”(중앙일보 기자 허진·박태인)“윤 대통령은 이성적이지 않고 극히 감정적이며, 사려 깊지 않고 충동적이다. 인내해서 얻는다는 지혜를 모르고 즉흥적·즉각적으로 반응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감(感)이 거의 없으며,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조선일보 주필 양상훈)한겨레 선임기자 성한용은 12월5일자 칼럼에서 이 두 가지 ...

    2024.12.10 20:49

  • [강준만의 화이부동]왜 윤석열은 자신을 비하할까
    왜 윤석열은 자신을 비하할까

    대통령이 되기 전 윤석열은 반대 진영에서 ‘오만방자’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대통령이 된 후엔 대통령을 향해 오만방자하다고 말하는 게 방자하게 여겨지는 걸 의식해서인지 ‘오만방자’는 많이 사라졌지만, ‘오만’하다는 비판은 여전히 건재했다. 좋게 말하자면, 오만하다는 건 자신감이 흘러 넘친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그의 그런 모습에 반한 유권자들도 적잖이 있었으리라.윤석열이 자신의 캐치프레이즈가 된 ‘공정과 상식’의 실천을 위해 오만했더라면 어땠을까? 그의 인기는 치솟았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집권 후 ‘공정과 상식’을 훼손하는 일을 많이 저질렀으며, 특히 부인 김건희와 관련된 일에선 더욱 그랬다. 그런 의미에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몇 가지 주요 사건을 복기해보자.윤석열은 2021년 11월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윤석열 사전에 ‘내로남불’은 없다”고 선언했다. 나는 한 ...

    2024.11.12 20:24

  • [강준만의 화이부동] 눈치도 없는데 귀마저 닫으면 어떡하나
    눈치도 없는데 귀마저 닫으면 어떡하나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아일랜드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의 말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곧이곧대로 믿을 건 아니다. 강조의 취지를 감안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모든 권력자는 다 실패하고 다 비참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닌가. 늘 예외는 있는 법이다.권력을 쥔 적도 없고 쥘 뜻도 없는 보통사람일지라도 권력에 대해 나름의 평가는 할 수 있다. 적어도 권력의 부패나 타락 가능성을 보는 눈은 권력 내부 또는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매섭다. 권력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거니와 권력의 비위를 맞춰야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대통령 윤석열은 어떤가? 그는 보통사람의 눈 밖에...

    2024.10.15 14:01

  • [강준만의 화이부동]‘배신·변절’을 팔아먹는 매카시즘
    ‘배신·변절’을 팔아먹는 매카시즘

    “우리는 해방정국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좌우익의 갈등이 비극을 낳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좌익 내부의 갈등과 우익 내부의 갈등이 좌우익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했고 더 적의(敵意)에 차 있었으며 잔혹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방정국을 더욱 비극의 길로 몰아갔다는 점이다.”원로 정치학자 신복룡이 최근 출간한 <해방정국의 풍경>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주간조선’에 한국 현대사 관련 글을 연재했는데 “좌우익 모두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해방정국의 언론인이자 중간파 지식인이었던 오기영이 ‘신천지’ 1946년 11월호에 쓴 “경애하는 지도자와 인민에게 호소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났다. 그는 이 글에서 좌우는 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나는 실상 아직 ‘공산당선언’조차 똑똑히 읽어본 일이 없는 사람인데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우익...

    2024.09.10 21:05

  • [강준만의 화이부동]왜 지식인들은 국민의 90%를 외면하는가
    왜 지식인들은 국민의 90%를 외면하는가

    (1) 2019년 10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3%(2233명)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그 비율이 70.7%에 달했다.(2)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광고수익 유튜브 채널은 인구 529명당 1개꼴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5178만명을 수익창출 채널 9만7934개로 나눈 수치다. (3) 2023년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에 의하면 한국 응답자의 53%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며, 46개 조사대상국 평균(30%)보다 23%포인트나 높은 결과였다.(4) 모바일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유튜브 앱의 국내 총사용 시간은 약 19...

    2024.08.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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