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화이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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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준만의 화이부동] 눈치도 없는데 귀마저 닫으면 어떡하나

    눈치도 없는데 귀마저 닫으면 어떡하나

    “권력은 매우 파워풀한 약물이다. 권력을 쥐면 사람의 뇌가 바뀐다.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지 않고,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터널처럼 아주 좁은 시야를 갖게 하며, 자기애에 빠지게 하고, 오만하게 만든다. 권력은 모든 상황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한다.”아일랜드 신경심리학자 이언 로버트슨의 말이다.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곧이곧대로 믿을 건 아니다. 강조의 취지를 감안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모든 권력자는 다 실패하고 다 비참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는 게 아닌가. 늘 예외는 있는 법이다.권력을 쥔 적도 없고 쥘 뜻도 없는 보통사람일지라도 권력에 대해 나름의 평가는 할 수 있다. 적어도 권력의 부패나 타락 가능성을 보는 눈은 권력 내부 또는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날카롭고 매섭다. 권력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거니와 권력의 비위를 맞춰야 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대통령 윤석열은 어떤가? 그는 보통사람의 눈 밖에...
  • [강준만의 화이부동]‘배신·변절’을 팔아먹는 매카시즘

    ‘배신·변절’을 팔아먹는 매카시즘

    “우리는 해방정국의 갈등을 설명하면서 좌우익의 갈등이 비극을 낳았다고 말하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좌익 내부의 갈등과 우익 내부의 갈등이 좌우익 사이의 갈등보다 더 심각했고 더 적의(敵意)에 차 있었으며 잔혹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해방정국을 더욱 비극의 길로 몰아갔다는 점이다.”원로 정치학자 신복룡이 최근 출간한 <해방정국의 풍경>에서 한 말이다. 그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주간조선’에 한국 현대사 관련 글을 연재했는데 “좌우익 모두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순간 해방정국의 언론인이자 중간파 지식인이었던 오기영이 ‘신천지’ 1946년 11월호에 쓴 “경애하는 지도자와 인민에게 호소함”이라는 제목의 글이 생각났다. 그는 이 글에서 좌우는 싸움으로 세월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개탄했다.“나는 실상 아직 ‘공산당선언’조차 똑똑히 읽어본 일이 없는 사람인데 공산주의자라는 말을 우익...
  • [강준만의 화이부동]왜 지식인들은 국민의 90%를 외면하는가

    왜 지식인들은 국민의 90%를 외면하는가

    (1) 2019년 10월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35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의 63%(2233명)가 ‘유튜버에 도전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는 그 비율이 70.7%에 달했다.(2) 유튜브 통계분석 전문업체인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국내 광고수익 유튜브 채널은 인구 529명당 1개꼴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인구 5178만명을 수익창출 채널 9만7934개로 나눈 수치다. (3) 2023년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행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에 의하면 한국 응답자의 53%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9%포인트 증가한 수치이며, 46개 조사대상국 평균(30%)보다 23%포인트나 높은 결과였다.(4) 모바일 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1월 기준 유튜브 앱의 국내 총사용 시간은 약 19...
  • [강준만의 화이부동]배신의 내로남불

    배신의 내로남불

    사랑의 배신만 쓰라린 게 아니다. 기업 조직이나 정치판에서도 배신은 늘 일어나며, 배신을 당한 상처가 남녀관계에서 일어나는 배신의 상처보다는 덜할 것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사랑의 배신으로 인한 상처는 다른 이성을 만나 치유될 수도 있지만, 기업 조직이나 정치판에서 당한 배신으로 인해 아예 인간에 대한 환멸을 느낀다면, 이건 치유되기도 어렵다.“개는 절대 거짓말 안 하죠. 배신할 줄도 모르죠.” 삼성그룹 회장 이건희가 1989년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개 키우면서 얻은 철학 같은 게 있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1994년 문화방송 기자였던 박영선이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박근혜와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기’ 인터뷰를 마치고 서울의 한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중 하루 일과를 물었다. 박근혜는 “TV 프로그램 중 동물의 왕국을 즐겨본다”고 했고, 그 이유에 대해 “동물은 배신하지 않으니까요”라고 답했다고 한다.배신은 악덕이지만, 무작정 배신을 비난하면서 배신...
  • [강준만의 화이부동] 아부의 저주

    아부의 저주

    “아부의 친구는 자기만족이고 그 시녀는 자기기만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마키아벨리가 <군주론>(1513)에서 한 말이다. 그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부를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인다면 군주는 아부의 먹이가 되고 만다. 궁정에 아부꾼이 가득하다면 매우 위험한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 사람이란 자신의 일에 몰입해서 만족하게 되면, 그것에 미혹되어 해충 같은 아부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그래도 꼭 아부를 해야겠다면, 이탈리아 외교관이자 작가인 발다사레 카스티글리오네가 르네상스 시대의 궁정 처세서 중 최고로 꼽히는 <조신론>(1528)에서 제시한 다음 원칙을 따르는 게 좋겠다. “아부를 하려거든 우아하게 하라. 진짜 재주는 기술적으로 눈에 띄지 않게 하는 거라고 말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그렇게 하는 걸 자연스럽게 숨기는 일이다.”하긴 아부를 비판했던 마키아벨리도 ‘우아한 아부’엔 능한 인물이었다. 미국 언론인 리처드 스텐걸의 <...
  • [강준만의 화이부동]한동훈은 왜 그랬을까

    한동훈은 왜 그랬을까

    2023년 12월26일 법무부 장관 한동훈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취임했다. 2024년 1월8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으로 영입된 김경율은 KBS와 SBS 라디오에 연이어 출연해 “3·4선 의원도 알고 있고, 대통령실도 알고 있고, 전직 장관도 알고 있음에도 여섯 글자(김건희 리스크)를 지금 말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윤석열 정권이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의 핵심을 건드렸다. 그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70% 찬성 여론이 결국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그 자체라기보다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며 “그렇다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납득할 만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했다. 이즈음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갈등이 벌어지고 있었다. 1월11일 김건희 팬클럽인 ‘건승코리아’(구 건사랑) 운영진은 중앙당에 한동훈 팬카페인 ‘위드후니’의 김건희 비방 및 김건희 특검법 찬성 활동 등에 대한 제재를 요청했다. 전날 위드후니 운영...
  • [강준만의 화이부동] 이준석의 ‘윤석열 죽이기’

    이준석의 ‘윤석열 죽이기’

    “‘가장 젊은 선거구’라는 특징 하나 보고 화성을에 뛰어든 이준석 대표의 도전은 실패가 예정된 객기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선거 운동 초기 1위를 달린 공영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20%포인트 이상이었다. 한 달여 만에 이 격차를 따라잡은 비결은 두고두고 들여다볼 만한 연구 대상이다.”한국일보 기자 송용창이 총선 직후 칼럼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준석의 지역맞춤형 공약, 주민밀착형 행보, 정치에 대한 열정을 높게 평가했는데, 이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 칼럼은 성공의 정치적 맥락은 다루지 않았기에 그걸 좀 보완해보자. 내 주장은 이준석의 당선은 8할이 대통령 윤석열 덕분이었으며, 이는 현 한국 정치의 작동방식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하다는 것이다.다른 기사에서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3040 국민의힘 낙선자’들이 여당 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건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윤석열의 국정 운영이다. “저 같은 피라미나 한동훈 위원장이 아무리 물질...
  • [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윤석열 타도’를 외치는가?

    왜 ‘윤석열 타도’를 외치는가?

    ‘윤석열 퇴진’ ‘윤석열 해고’ ‘윤석열 탄핵’ ‘윤석열 검찰독재 정권타도’ ‘윤석열 정권 타도’ ‘윤석열 타도’ 등등.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외쳐진 정치 구호들일 게다. 대통령 윤석열이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민주화 이전에 자주 듣거나 생각했던 ‘타도’라는 단어를 역주행 유행을 시킨 원인 제공자라는 점에서 말이다. 타도의 국어사전 정의는 “어떤 대상이나 세력을 쳐서 거꾸러뜨림”이다.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야권과 야권 지지자들은 출범한 지 만 2년도 안 된 정권 또는 대통령을 쳐서 거꾸러뜨리겠다는 걸까? 이들의 주요 주장을 살펴보자.“‘2기 촛불정부를 누가 만드느냐’ 했을 때 지금 이재명 말고는 누가 만들겠어요. 괜히 돌려가면서 말할 필요가 없어요. 까놓고 얘기하면 2기 촛불정부의 조기 수립이라는 이야기는 윤석열을 빨리 끌어내리고 이재명을 대안으로 다음 정부를 빨리 만들자는 얘기거든요.”3월14일 서울대 명예교수 백낙청이 오마이T...
  • [강준만의 화이부동]“박용진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민주당”을 위해

    “박용진도 공천 걱정하지 않는 민주당”을 위해

    “민주당은 (…) 박용진 같은 ‘우수의원’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최하위 점수를 주는 등 ‘비명 제거’에 나섬으로써 대선 논쟁이 애당초 쇄신이 아니라 이재명의 향후 도전자 제거를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경향신문 손호철 칼럼) “박용진이 ‘하위 10%’라니, 누가 납득하겠는가. (…) 이재명 대표는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 생각해달라’고 했다.(…) ‘박용진’을 ‘정봉주’로 환골탈태하는 것이 민주당의 지향인가.”(한겨레 권태호 칼럼)지난 22일 아침 신문을 받아들고 이 두 칼럼을 읽으면서 픽 웃음이 나왔다. 물론 나는 이 두 칼럼의 내용에 100% 동의한다. 그렇다면 분노해야 마땅할 일에 왜 웃음이 나오는가?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파동’은 사실상 ‘공천 코미디’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해자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의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이 코미디의 묘미는 추악한 각자도생이 전혀 불필요한 상황에...
  • [강준만의 화이부동] 왜 정치는 증오·혐오에 미쳐 돌아가나

    왜 정치는 증오·혐오에 미쳐 돌아가나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정치권력을 갖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계다. 다른 하나는 더럽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치 근처에 얼씬거려선 안 된다고 믿으며, 그런 믿음을 실천하는 세계다. 둘 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게 양분된 세계가 우리 현실이다.윌 로저스라는 미국 코미디언이 오래전 그렇게 양분된 세계의 핵심을 건드리는 한마디를 남겼다. “선거에서 최고의 사람이 선출되기를 바라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사람은 출마를 하지 않는다.” 영국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의 <권력의 심리학>이란 책은 바로 이런 문제를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그는 자신을 정치학자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대개 이런 질문을 던진다고 했다. “왜 그렇게 끔찍한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걸까요?”우리는 이런 종류의 질문에 대해 이미 예비된 답을 갖고 있다. “구조와 상황이 문제다. 아무리 선량한 사람일지라도 정치판에 들어가면 타락하기 쉽다.” 개인보다는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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