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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시민 위한 정책이다
대입경쟁 완화 열쇠는 서울대 학벌을 공유하는 신박한 입학제도가 아닌 재정투입 통한 교육품질 상향평준화에 있다 서울대 못지않은 대학이 여러 개 늘어나는 것은 나라에 좋은 일이다 지역 거점대학 수준 올라 지역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진학하게 되면 서울 학생은 상대적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 편해진다‘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서울 학생·학부모를 위한 정책이기도 한 것이다나는 한국에서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라면 필연적으로 진보적이 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가장 심각한 교육문제는 과열경쟁인데, 보수는 경쟁을 자연스럽거나 불가피한 것, 심지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저명한 사회생물학자에게 한국의 교육경쟁에 대해 질문하면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다’는 요지의 대답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교육경쟁에 대한 보수의 입장이기도 하다.진보는 교... -
아무도 장기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 사회를 위협하는 장기적 문제가 세 가지 있다고 생각한다. 전쟁, 기후, 인구다내가 청년층을 중시한 이유는, 그들이 미래 인구구조의 피해자일 뿐만 아니라 출생률을 높여 인구구조의 악화를 저지할 주체라는 이유에서다요컨대 사회운동 아닌 컨설팅을 한 셈이다. 컨설팅도 사회운동 못잖게 관점의 전환을 제안한다. 그러지 않고선 위기가 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한국에서 ‘학교’를 개혁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기 쉽다. 특히 공립학교는 고도로 불안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교사는 전보 주기가 5년이다. 즉 학교의 교사진은 매년 평균 20%씩 교체된다. 교장 임기는 4년이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평균 33개월이 되면 떠난다. 교사와 교장이 비상한 노력을 통해 의미 있는 교육적 전통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해도, 3년만 지나면 첫해 구성원의 절반도 남지 않으며 교장도 바뀐다. 5년이 지나면 아무도 안 남는다. 연간 퇴사율이 20%나 되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역량을 축적하고 발전시키... -
펨코와 일베 사이
1980년대 학생운동권 트라우마가 ‘광주’라면 이대남 트라우마는‘유죄 추정’이다 또 인터넷 통해 사상 퍼져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삼일한’은 일베에선 수시로 등장하지만 펨코선 볼 수 없다 이들의 반페미니즘은 전통적 여성혐오보다 무임승차자에 대한 혐오에 가깝다 펨코가 진보로 진화할 가능성도 희박하고펙트체크도 없이 비판하지만그들끼리 학습과 토론도 '일상화'"쓰레기"라고만 치부해선 안돼지난 총선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유난히 ‘튀는’ 집단이 보인다. 50대 이하 연령층에서 여당이 완패했는데, 단 하나의 예외가 존재한다. 20대 이하 남성, 이른바 ‘이대남’이다. 이대남의 지역구 지지율을 보면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섰다(47.9% 대 46.4%). 개혁신당, 녹색정의당, 새로운미래를 합산해 보수 대 진보를 비교해봐도 보수가 우세했다(49.4% 대 47.7%). 양대 정당의 위성정당 및 조국혁신당을... -
국민연금 개혁, 진보의 ‘평등’ 개념을 혁신해야
한국의 국민연금으로 인한 세대 간의 불평등은 기후위기로 인한 세대 간의 불평등보다는 훨씬 단순한 구조다진보가 미래세대 착취를 예방하는 최소한의 의무로, 이 불평등을 바로잡긴 어렵지 않다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결정되고 나면 곧바로 ‘선제적 재정투입’과 ‘수익률 제고방안’을 결정해야 한다흔히들 보수 혹은 우파가 ‘자유’를 좀 더 중시한다면, 진보 또는 좌파는 ‘평등’을 좀 더 중시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두고 일어나는 지금의 논의를 보고 있자면 한국의 진보 또는 좌파의 평등 개념에 중대한 결함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계층 간 평등’에 치중하고 ‘세대 간 평등’을 경시하는 것이다.한국에서 진보적 세대 담론은 2007년 나온 <88만원 세대>에서 시작하여 2022년 나온 <그런 세대는 없다>로 한 주기를 마쳤다. <88만원 세대>에서 촉발된 세대론은 뜻밖에 보수 언론에 적극 전용되었다. ‘86’으로 ...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불길한 공약
이재명 대표의전 국민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은찬성보다 반대가 많다조국 대표의 사회연대임금제 공약은이루기도 어렵고효과도 작다결국 두 대표의 관심이 세대 내 불평등에 국한세대 간 불평등을 간과하는 것이 아쉽다또 두 대표가 국민연금 개혁 등에 대해 아무런 발언 안 하는 것은 또 하나의 불길한 조짐이다나는 이번 총선에 투표하지 못했다. 박사과정을 밟느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는데, 국외부재자 신고 기간을 깜빡 놓친 것이다. 나에게 투표할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도 ‘지민비조’(지역구는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를 선택했을 것 같다. 총선 결과는 내 기대치에 근접하게 나왔다.하지만 이번 총선 기간에 나온 두 당의 공약들을 보고는 불길한 예감을 피할 길이 없다. 처음 나를 놀라게 한 공약은 3월24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 -
선진국과 비교해 본 한국의 갈라파고스 대입제도
‘한줄 세우기’나 ‘고교서 입시 교육’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등 한국 대입을 둘러싼 미신의 상당 부분은 미국을 출처로 한 것이다미국 외의 많은 선진국에서 성적순 선발을 하고, 대입시험이 논술형인 유럽 국가에선 고교에서 입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한국은 미국에서 유래한 미신을 믿으면서도, 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상대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실로 갈라파고스라 할 수 있다선진국 대입제도의 핵심은 대입시험과 내신성적이다. 대입시험은 동일한 문항으로 평가하므로 학생들의 실력이 편차 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대입시험만 활용하고 내신성적은 활용하지 않는 나라들이 있다. 핀란드, 영국, 일본이 대표적이다. 한국에 널리 퍼져 있는 ‘내신을 반영해야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주장을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프랑스도 오랫동안 대입시험(바칼로레아)만 활용했다. 그러다 2021년 내신성적을 10% 반영하도록 바꿨다. 과거에도 내신성적을 반영하려다가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는... -
의대 정원, ‘좋빠가’에 맡길 것인가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R&D 예산 삭감 등을연상시킨다이른바 사이다 정책으로 인기를 높이려는 태도가 엿보인다그런데 이것은 자칫하면 사회적 토론을 통해 상호 이해도를 높이고 대안을 공동으로 모색하는 과정을 봉쇄할 수 있다이번 기회에 의대 정원에 한정 말고 폭넓은 사회적 공론화를 시도해봐야 한다부디 공론화 장이 마련되고 이 과정에 의사들도 적극 참여하길 촉구한다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릴 계획을 밝히자, 진보 성향 커뮤니티들의 반응은 ‘팝콘각’이라는 게 주류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의대 정원을 늘리려다가 의사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혀 무산되어서 열받았었는데, 이제 윤석열 정부가 증원을 폭압적으로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니 팝콘이나 먹으며 재미있게 싸움구경을 하자는 것이다.나는 정책의 기본 방향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정책의 추진 방식에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일단 증원의 규모가 예상보다 크... -
정시의 종말
2028학년도 수능 개편안은 2018년의 되치기다. 수능을 불구화하고 정시를 수시화하려 한다대중의 학종 혐오와 수능 선호는 그들이 가장 염원하는 ‘경쟁의 완화’를 일으키지 못한 무능한 엘리트에 대한 반감의 표출이를 ‘비교육적 반동’이나 ‘고소득층의 이해관계’로 간주하는 것은 안이하고 게으른 해석이다수능에서 이과 수학이 사라진다. 지난해 12월 말 발표한 2028학년도 수능 확정안에서 심화수학을 빼버리고 문·이과 공통수학만 남겨둔 것이다. 수능에서 과학·사회 선택과목을 없애고 통합과학·통합사회(고1 과정)만 남기는 방안 또한 확정되었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하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대입시험은 주로 고교 후반에 배운 것을 중심으로 출제되고, 선택과목이 많다. 그런데 한국 수능의 경우 이과 수학은 없어지고, 과학·사회는 고1 과정만 남는다. 선택과목은 제2외국어만 남고 사라진다. 이제 수능은 불구가 되었다.수능 개편안에 대한 교육부의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 -
친명과 친문에게
대선평가 부재한 가운데변명이 슬그머니 나타나부동산 정책의 김수현과정책실장이던 장하성구렁이가 담 넘어가듯일방적인 변명만 해민주당이 재집권해도제2의 김수현·장하성이나오지 말란 법 없다지금 민주당 분란은명분 없는 권력다툼에서크게 벗어나지 않는다정당개혁은 결국 주류가정신 차리는 수밖에 없다그런데 다들총선에 눈이 멀어 있다나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기본적으로 불건전한 타협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하고 나서 평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1997년 대선 이래로 민주당은 대선을 치르고 나면 이기든 지든 공식적으로 평가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백서 형태로 발표했다. 그런데 유독 지난 대선만은 예외였다. 민주당의 역사에서 오점이자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대선 평가를 하자는 주장이 당내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놀랍게도 비... -
대입 ‘3차 대전’을 예고하는 수능 개편안
한국은 대학 간 격차가 크고 ‘경쟁의 자기장’이 강하다. 이런 환경선 난도·복합도가 높을수록 부담과 사교육이 는다대학과 장관이 연합하여 복합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학생들 입장에선 철인5종 경기가 철인10종 경기로 대체되는 셈이다‘정시는 곧 수능 100%’라는 사회적 합의의 전제를 구렁이 담 넘어가듯 훼손할 게 아니라, 철학을 드러내며 사회적 토론 제기해야 한다지난 10월10일 발표된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에는 내가 ‘예상 가능했던 부분’과 ‘예상 불가능했던 부분’이 섞여 있었다. 일단 예상 가능했던 부분을 살펴보자. 일각에서는 수능에 논·서술형 문항이 도입될 것이라고 내다봤으나, 나의 예상대로 개편안에서 빠졌다. 논·서술형 도입의 걸림돌은 사교육이다. 한국 학생들에게 논·서술형은 객관식보다 어렵게 느껴지고, 더 많은 ‘개별 지도’를 요구한다. 따라서 논·서술형 시행은 사교육업계에 대형 호재다.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대입시험은 객관식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