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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에 과학 한 스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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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생선구이는 멀리서 강하게
    생선구이는 멀리서 강하게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저는 항상 불 조절이라고 말합니다. 요리의 품질을 결정하는 맛과 향, 그리고 식감은 식재료에 전달되는 열에너지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삶거나 튀기는 방식에 비해 굽는 요리는 제게 여전히 어렵기만 합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죠. 특히 생선구이가 그러한데요, 그래서 웬만하면 직접 조리하기보다는 전문 요리점을 찾는 편입니다.어느 날 맛있는 생선구이의 비결을 묻는 저에게 단골집 사장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멀리서 강하게 구워야 해요.” 처음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강하게 구울 거면 왜 굳이 멀리서?’요리에는 가급적 강한 열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식재료의 화학반응이 활발해지면서 맛과 향 성분들이 풍부하게 생성되죠. 그리고 식감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생깁니다. 겉 부분은 수분의 빠른 배출과 단백질의 구조 변화로 바삭한 식감을 갖게 되고, 이것이 일종의 보호막 역할을 하면서 내...

    2026.04.12 20:04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식에서 요리로
    식에서 요리로

    앞서 다른 기고문에서 ‘식(食)’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때 이런 문장을 소개했었죠.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 본래는 건강한 식습관을 강조하기 위한 문장이었지만, 최근에는 ‘식’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사용됩니다.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세포입니다. 인간의 경우는 70㎏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약 36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죠. 그런데 이 세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화되거나 병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명이 다한 세포는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가 되죠. 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물질과 에너지가 필요한데, 우리가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먹는 것, 즉 ‘식’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인류는 오랜 진화 과정에서 여기에 덧붙여 또 다른 의미들을 부여했습니다.18세기 프랑스의 법률가이자 미식평론가인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것을 먹는지 내게 말해준다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당...

    2026.03.15 19:47

  • [요리에 과학 한 스푼]법랑냄비와 따뜻한 수프
    법랑냄비와 따뜻한 수프

    오늘 아침은 제법 쌀쌀합니다. 이런 날은 따뜻한 수프가 제격일 것 같아 달콤한 단호박 수프, 잘 구운 빵, 그리고 계란프라이를 준비하려 합니다. 먼저 수프를 끓일 냄비를 찾기 위해 주방 선반을 열자 안쪽 깊숙한 곳에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 하나가 눈에 띕니다. ‘그래 수프는 법랑냄비에 끓여야지!’법랑이란 금속 표면에 유리질 유약을 바르고 900도 정도로 구워서 만든 제품을 말합니다. 이 유약은 유리의 주성분이기도 한 이산화규소 등을 물에 풀어 현탁액으로 만들고, 여기에 이산화규소의 용융점을 낮추어 균질하게 유리질 피막이 형성되도록 도움을 주는 소량의 금속 원소들을 첨가한 것입니다. 참고로 이러한 기술은 기원전 2000년경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를 호로(琺瑯)라 불렀는데, 우리가 그 한자를 차용하면서 법랑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법랑을 만드는 이유는 두 재료가 갖는 장점을 결합하기 위함입니다. 우선 금속은 원하는 모양으로 성...

    2026.02.08 20:09

  • [요리에 과학 한 스푼]갓 구운 피자가 맛있다
    갓 구운 피자가 맛있다

    집 건너편에 피자가게가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치즈가 듬뿍 올려진 미국식 피자부터, 이탈리아 정통의 마르게리타 피자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하와이안 피자입니다. 하와이안 피자는 기본 토핑인 토마토소스, 모차렐라 치즈와 함께 새콤달콤한 파인애플을 아주 풍성하게 올린 피자이죠. 그런데 이 피자의 고향은 그 이름처럼 하와이가 아닙니다.캐나다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그리스계 이민자 샘 파노풀로스는 자신만의 고유한 피자를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여러 가지 레시피를 시도하던 중 새콤달콤한 과일소스를 곁들인 중국식 돼지고기 요리에 영감을 받아, 1962년 파인애플 통조림을 토핑 재료로 사용한 피자를 처음 도입했다고 합니다. 당시 하와이산 파인애플 통조림은 캐나다에서 막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하와이안 피자는 하와이에서 탄생한 피자가 아니라 하와이산 파인애플을 사용한 피자란 뜻이...

    2026.01.11 20:07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요리가 맛있어야 하는 이유
    요리가 맛있어야 하는 이유

    지금으로부터 약 3만년 전, 한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오랫동안 보관해오던 소중한 물건을 건넵니다. 한 손으로도 움켜쥘 수 있을 정도로 작게 만든 조각상인데요. 그런데 그 모양이 조금 특이합니다. 커다란 엉덩이와 두꺼운 허리 둘레. 인류학자들은 이 조각상에 풍요를 기원하는 주술적 의미가 있다고 추정합니다.당시는 현재보다 평균기온이 10도 낮아 극심한 추위에 시달리던 때였습니다. 300만년 전쯤 시작된 마지막 빙하기 중에서도 기온이 가장 낮은 빙기에 해당했죠. 이런 극심한 추위에 그처럼 풍만한 몸매를 유지하기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아니 생존 자체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멀리 떠나는 딸에게 조각상을 주며 부디 잘 살기를 기원했을지도 모릅니다.사람들은 이 조각상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라고 부릅니다. 빌렌도르프는 1908년 이 조각상이 발견된 오스트리아의 지역명이고, 비너스는 이 조각상이 당시 기준으로는 미의 상징이었을 것이란 추정에 따라 붙인 명칭입...

    2025.12.11 20:03

  • [요리에 과학 한 스푼]누에고치와 면
    누에고치와 면

    예전에 한 섬유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새로운 합성섬유를 개발하는 일을 담당했었죠. 나일론, 폴리에스터 등으로 대표되는 합성섬유의 원리는 천연섬유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작은 분자들이 결합되어 커다란 고분자를 형성하고, 이 고분자들이 한 방향으로 배열하며 섬유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죠. 다만 합성섬유는 이를 화학적 그리고 물리적 공정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대표적인 천연섬유로 실크라고도 불리는 견섬유가 있습니다. 나방의 일종인 누에가 입을 통해 기다랗게 배출한 물질인데요, 누에는 이 물질로 자신을 둘러싸 누에고치가 됩니다. 누에가 배출하는 이 물질의 정체는 기다란 단백질 고분자들입니다. 그리고 이 고분자들이 좁은 틈을 통해 배출되는 과정에서 한 방향으로 정렬하고 밀착되면 섬유의 형태가 됩니다.합성섬유는 이러한 자연의 방식을 모방해 만들어집니다. 액상으로 만든 합성 고분자 물질을 노즐이라 불리는 아주 좁은 틈을 통해 강하게 밀어내...

    2025.11.13 21:3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간짜장을 바로 볶는 이유
    간짜장을 바로 볶는 이유

    인천에서 강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순간 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습니다. 예전에 이곳 차이나타운에서 먹은 맛있는 짜장면이 떠올랐던 것이죠. 저처럼 바쁜 도시 서민에게 짜장면만 한 요리가 또 없습니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주문하면 금세 나오기 때문이죠.짜장면은 중국 산둥 지방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했습니다. 밀가루와 콩을 숙성시켜 만든 검은색 장을 볶은 후 면 위에 부어 먹는 요리였죠.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서 서민 요리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두 가지 중요한 변화를 겪게 됩니다. 먼저 장을 만들 때 캐러멜 색소를 첨가했습니다. 그러면 오랫동안 숙성시키지 않아도 검은색을 낼 수 있고 달콤함 또한 가미됩니다. 이렇게 만든 것을 춘장이라 부릅니다.또 다른 변화는 전분물을 사용한 것입니다. 짜장 소스는 먼저 춘장을 충분한 양의 기름에 볶다가 돼지고기, 양파, 양배추 등을 넣고 더 볶아 만드는데 이때 중간중간 전분물, 즉 전분을 물에 푼 것을 투입해...

    2025.10.16 20:23

  • [요리에 과학 한 스푼]국수와 파스타
    국수와 파스타

    유럽 출장 중에 하루는 동료들과 파스타를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국수와 유럽 파스타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특히 식감의 차이가 주제였습니다.국수와 파스타에 공통으로 사용되는 밀가루는 매우 특이한 식재료입니다. 단순히 물을 첨가해서는 물과 잘 섞이지 않지만, 물리적인 힘을 가해 반죽하면 물과 균일하게 섞인 상태가 되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밀가루에 포함된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라는 두 종류의 단백질 때문입니다.이 두 단백질은 반죽 과정에서 서로 섞이면서 결합하는데 그러면 마치 그물과도 같은 망상구조를 형성합니다. 참고로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섞여 있는 상태를 글루텐이라 부르기도 합니다.글루텐의 망상구조는 그 형태적 특성으로 인해 외부 힘에 저항하는 탄력성을 갖는데, 밀가루 반죽의 쫄깃함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한편 이와 더불어 보습성이라는 성질 또한 갖습니다. 마치 물고기들이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반죽 내부로 ...

    2025.09.18 20:06

  • [요리에 과학 한 스푼]식품 유통의 혁신, 냉장고
    식품 유통의 혁신, 냉장고

    식품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면 온도와 수분이 중요합니다. 부패의 원인이 되는 미생물은 보통 5∼70도에서 활발히 활동하기 때문에 보관 온도를 4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미생물이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수분을 줄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를 위해 건조나 염장을 하기도 하지만, 냉동을 해도 미생물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수분이 감소하기 때문에 부패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가장 오래된 냉장 수단은 빙고(氷庫), 즉 얼음창고입니다. 문헌상으로는 기원전 18세기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겨울철 강의 얼음을 잘라 보관했다가 필요하면 꺼내 사용했다고 합니다.오늘날과 같은 냉장 방식은 스코틀랜드의 화학자 윌리엄 컬런이 처음 고안했습니다. 그는 액체가 기체 상태로 되기 위해서는 주위의 열을 흡수해야만 한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몸에 물을 바르면 물이 증발하면서 시원해지는 원리를 이용하기로 한 것이지요...

    2025.08.21 21:16

  • [요리에 과학 한 스푼]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
    당신이 먹는 것이 ‘당신’

    ‘먹는 행위(食)’와 관련해 “You are what you eat”라는 말이 있습니다. 직역해보면 ‘당신은 당신이 먹는 것이다’인데, 우리 몸을 구성하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 기본적으로 식(食)을 통해 얻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말은 1930년대 유명 라디오 진행자이자 건강식품 전문가였던 빅터 린들라가 인용해 널리 알려졌다고 하는데요, 건강을 위해서는 올바른 음식 섭취가 중요하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습니다.모든 생명체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는 세포입니다. 인간의 경우는 약 30조개의 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죠. 그런데 이 세포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노화가 진행됩니다. 다시 말해 그 수명이 유한한 것인데요, 수명이 다한 세포는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가 진행됩니다. 그래야만 생명이 계속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죠.2021년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우리 몸의 세포들은 그 교체 주기가 평균 약 80일입니다. 80일이 지...

    2025.07.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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