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요리에 과학 한 스푼
  • 전체 기사 66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액체인가 고체인가
    액체인가 고체인가

    예전에 작은 텃밭을 가꾼 적이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비료도 주고 잡초도 뽑고 물도 주면서 정성스럽게 가꾸었죠. 하지만 이내 곧 귀찮은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재미있는 취미에서 지겨운 노동이 된 것입니다. 그래도 한 해 정도는 농사를 잘 지어서 꽤 괜찮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는데, 중간에 포기할 뻔한 저를 그래도 밭으로 부른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텃밭 옆의 한 작은 음식점. 그곳의 도토리묵 무침은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는데, 저는 그걸 먹는 재미로 텃밭에 나갔던 것입니다. 오늘은 그때를 회상하며 도토리묵을 한번 만들어 볼까 합니다. 만드는 방법은 매우 간단합니다. 도토리 가루와 물을 적당한 비율로 섞어 반죽한 후 끓이면 매우 걸쭉한 상태가 되는데 이를 그릇에 부어 식히면 도토리묵이 완성되죠. 도토리묵은 대부분이 물이어서 말랑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체처럼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수분이 많아 먹기 수월하면서도 잘 상하지 않으니 예로부터 먼 길 떠나는 나그네에게 ...

    2022.04.01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맛있는 무거움
    맛있는 무거움

    모처럼 야외로 나들이를 왔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곳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합니다. 기분전환도 했으니 이번 나들이의 또 다른 목적인 별미를 맛볼 차례입니다. 예약을 해두길 잘했습니다. 도로변 작은 식당의 마당에 놓인 커다란 무쇠솥에서 이미 요리가 진행 중입니다. 오늘의 메뉴는 닭백숙입니다. 추운 겨울 에너지를 보충하는 데 이만한 것이 또 없죠.각종 약재를 넣어 건강한 기운이 듬뿍 담긴 백숙에 닭육수로 끓여낸 누룽지죽, 거기에 더해 각종 반찬들이 한상 가득 차려집니다. 요리를 음미하며 주인장의 솜씨에 찬사를 보내다 문득 잊고 있던 또 다른 공헌자가 생각났습니다. 육중한 몸집을 자랑하는 바로 저 무쇠솥입니다.요리가 맛있어지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열입니다. 열이 가해지면 단단했던 식재료의 조직이 부드러워지고, 여러 가지 반응이 일어나며 기존의 식재료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맛과 향 성분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열이 강할수록 이러한...

    2022.03.04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장어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각자 하는 일도 다르지만 모두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모임의 만찬 요리는 제가 제안을 했는데요, 얼마 전 장어에 관한 짧은 글을 쓰다가 그만 장어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장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흔히 민물장어라고도 부르는 뱀장어입니다. 뱀장어는 주로 민물에서 생활하지만,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기도 하죠. 그런데 이 뱀장어는 알을 낳기 위해 아주 먼 바다로 긴 여정을 떠납니다. 알을 낳으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정반대입니다. 장어의 일생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어찌 그리 먼 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그 새끼들은 또 어떻게 그 먼 바다를 헤엄쳐 되돌아오는지 여전히 비밀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왜 그토록 힘든 여행을 해야만 하는 걸까요? 장어의 비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장어가 다 구워졌습니다. 노릇노릇 구워진 장어를 소스에 찍어 입에...

    2022.02.04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잘 얼려야 맛도 좋다
    잘 얼려야 맛도 좋다

    굴튀김을 만들기 위해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굴을 꺼내 해동시켰습니다. 지난주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굴로 요리를 하고 조금 남겨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굴튀김의 맛이 영 별로입니다. 냉동된 재료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일반적으로 냉동식품은 식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냉동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인데요, 더 정확히는 식물이나 동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파괴됩니다.물은 특이하게도 얼어서 고체가 되면 부피가 팽창합니다. 다른 물질들은 액체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 것과는 정반대이죠. 10% 정도 부피팽창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 등이 파괴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파괴된 식재료는 식감도 식감이지만, 해동과정에서 내부의 수분과 함께 여러 맛성분 또한 밖으로 빠져나오니 좋은 맛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냉동식품을 멀리할 수도 없습니다. 보관과 운송이 ...

    2022.01.07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부드러움이 좋은 이유
    부드러움이 좋은 이유

    유명한 돈가스 맛집을 방문했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히레가스를 주문했는데 요리의 겉모습만 봐서는 아직까지 그리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그런데 돈가스를 한입 베어물자 왜 맛집이라 불리는지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속살의 부드러움이 남달랐기 때문이죠.돈가스에 사용하는 돼지고기는 사전작업이 필요합니다. 뾰족하게 돌기가 있는 망치 비슷한 도구로 고기를 두드리는 것인데요. 그렇게 하면 고기의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간단해 보이는 일이지만 돈가스의 품질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그런데 이 집 돈가스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합니다. 주인에게 그 비법을 물어보니 수육을 만드는 방식을 응용했다고 합니다. 고기를 미리 삶거나 쪄서 부드럽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돼지고기 특유의 기름진 맛을 잃지 않은 것이 놀랍습니다. 하지만 물론 그 비법까지는 알려주지 않네요. 나중에 제가 한 번 연구해봐야 하겠습니다.우리가 무언가를 먹었을...

    2021.12.10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잘 섞음의 원리
    잘 섞음의 원리

    요리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아마도 ‘섞음’일 것입니다. 여러 식재료들을 알맞게 준비하고 잘 섞어주면서 최상의 맛을 끌어내는 것이 바로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식재료가 고체라면 서로 섞는 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액체 상태인 경우라면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합니다. 과학에서는 ‘Likes dissolve likes’라는 말이 있습니다. 번역해보면 ‘비슷한 것들은 비슷한 것들을 녹인다’ 정도가 되겠네요. 액체에 다른 어떤 것을 녹일 때 서로 비슷한 성질이어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잘 녹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과학자들이 서로 비슷한 것들을 분류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친수성과 친유성입니다. 친수성이란 물과 친한 성질, 친유성은 기름과 친한 성질인데요. 다시 말해 물에 잘 녹는 물질과 기름에 잘 녹는 물질로 구분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금이 물에는 잘 녹지만 기름에는 잘 녹지 않는 이유는 소금이 친수성 물질이기 때문입니다. ...

    2021.11.12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천연 주스가 더 맛없는 이유
    천연 주스가 더 맛없는 이유

    화장실 가기가 힘들다는 아내를 위해 직접 과일 주스를 만들었습니다. 오렌지, 자몽, 키위 등 신선한 과일을 준비하고 물을 조금 첨가한 후 믹서기로 가는 단순한 방식인데요. 즙만 짜내는 것보다는 변비에 효과가 더 좋습니다.이왕 하는 김에 아들 것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시중에 파는 주스처럼 건더기는 걸러내고 즙만 담았죠. 그런데 아들 표정이 영 좋지 않습니다. 과일 주스맛이 아니라고 하네요. 좋은 과일만 엄선한 아빠표 주스보다 편의점 주스가 더 주스답다고 생각하는가 봅니다.사실 가공 주스가 더 진짜 같은 것은 바로 향 때문인데요, 보통은 천연 과일을 연상케 하는 합성 착향료를 사용합니다. 산성 물질과 알코올을 반응시키면 에스터라 불리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이 가운데 과일 향을 내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를 잘 활용하면 감쪽같이 과일의 향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아니 훨씬 더 강화할 수도 있죠.향이 풍부해지면 맛도 좋아집니다. 실제 우리가 맛이라 느끼는 감각은 대부분...

    2021.10.15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양념장의 또 다른 비밀
    양념장의 또 다른 비밀

    보기만 해도 얼큰한 해물탕 한상이 차려졌습니다. 바지락, 꽃게, 새우, 가리비, 전복 등등, 바로 내가 해산물 대표라 자랑이라도 하듯 커다란 냄비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고춧가루, 고추장, 된장, 마늘, 생강에 주인장의 특별한 비법 몇 가지가 더해져 만들어졌을 양념장 때문인지 요리는 진한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모든 요리가 그러하듯 탕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것 또한 우선은 신선한 식재료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양념도 빼놓을 수 없죠. 양념은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상으로 이끌어내고 때로는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장만의 맛깔난 솜씨는 대부분 여기서 결정됩니다.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요.그런데 과학자 입장에서 보면 해물탕이 맛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식재료에 열이 가해지면 맛이 더 좋아지는데, 식재료를 구성하는 성분들이 열에 의해 분해되면서 소화흡수가 잘되는 상태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몸에도 유익하기 때문에 우...

    2021.09.17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빛으로 편리하게 익히자
    빛으로 편리하게 익히자

    오늘 요리는 햄버거 스테이크입니다. 잘 다져진 돼지고기, 소고기, 양파 그리고 계란물과 빵가루를 섞고 치대어 패티를 만듭니다. 공기를 충분히 제거해 주어야 구울 때 부서지지 않습니다.저는 두툼한 패티를 선호합니다. 육즙이 풍부한 속살과 바삭하게 잘 구워진 표면이 조화를 이루죠. 하지만 조리하는 과정에서 매우 신경을 써야 합니다. 두툼한 안쪽까지 열이 골고루 전달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너무 오래 가열하다 보면 표면이 타 버릴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안쪽이 제대로 익었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으니 언제 불을 꺼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만약 안쪽을 미리 살짝 익혀놓는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표면을 바삭하게 잘 굽는 데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래서 다양한 방법이 응용되는데, 오븐에 살짝 굽기도 하고, 뜨거운 증기로 미리 찌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간편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자레인지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전자레인지에서 안쪽까지 살...

    2021.08.20 03:00

  • [요리에 과학 한 스푼] 물 부으면 되살아나는 식재료
    물 부으면 되살아나는 식재료

    오늘은 아이에게 돈가스를 만들어주려 합니다. 돼지 등심을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고 밀가루, 계란, 빵가루를 차례로 입혀 기름에 튀겨냅니다. 이제 연한 된장국을 만들 차례입니다. 그런데 냉장고에 보관된 채소의 상태가 영 좋지 않습니다. 쓰고 남은 것을 보관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하지만 대비책은 있습니다. 동결건조된 채소를 따로 보관해 두고 있으니까요.동결건조란 수분을 함유한 식재료를 얼린 후 건조하는 가공법을 말합니다. 원래는 혈액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방법으로 1930년대 개발되었다고 하는데, 이후 식품산업에서도 응용된 것입니다. 건조 식품은 미생물에 의한 부패가 지연되어 보관성이 좋아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동결건조는 여기에 더해 원상 회복력 또한 우수합니다. 물이 첨가되면 식재료 본연의 색과 향, 그리고 식감을 꽤 만족스러울 정도로 되살릴 수 있습니다.그런데 물이야 당연히 증발하지만, 얼음과 같은 고체도 증발할까요? 고체가 증발하는 경우는 우...

    2021.07.23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