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철의 나락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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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김종철은 이렇게 말했다

    김종철은 이렇게 말했다

    25일은 ‘녹색평론’을 창간한 김종철 선생의 3번째 기일이었다. 마침 요즘 방사능 오염수 투기 논란이 뜨거울 때라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후에 선생이 쓴 글들을 다시 찾아보았다. “정부와 핵산업 관련자들은 언제나 방사능 피해를 축소하고 은폐한다. …방사성 물질이 대기와 바닷물에서 희석되면 아무 걱정할 것 없다는 설명은 과학적이라기보다 다분히 정치적”이다. 오염수 논쟁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과학적’이란 말이 ‘정치적’으로 들리는 건 일본과 한국 정부에 대한 불신 탓이다. 자연의 질서와 현상은 ‘객관적’이지만 그것을 탐구하는 과학은 객관적일 수 없는 사람과 기관이 수행한다. 과학적 검증에 신뢰가 중요한 까닭이다. 문제의 당사자인 일본 정부나 핵발전 진흥본부 격인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애초에 객관적인 과학적 검증을 할 자격이 없다.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오염수 문제를 방관해 오더니 갑자기 일본에 허수아비 ‘시찰단’을 보냈다. 그리고 이제는 오염수에 대한 의문과 비판을 괴...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환경부 장관과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

    환경부 장관과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

    지난 22일 생물다양성의날을 맞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한겨레’에 글을 기고했다. 한 장관은 “최초의 생물다양성 지킴이 ‘목도령’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보존을 강조했다. 말이야 백번 맞는 이 말은 그러나 올해 환경부 장관으로서 자신의 행보를 조금이라도 성찰했다면 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하다. 성찰 능력이 없는 ‘일차원적 인간’ ‘자발적 복종’의 인간이 아니라면 그렇게 처신하고 이렇게 말할 수는 없다. 한 장관은 생물다양성 감소가 “먹이사슬의 붕괴” “야생동물 매개 질병의 확산” “생물자원의 상실” 같은 중대한 피해를 낳는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면 자연은 그 결과를 그대로 인간에게 돌려준다. 모든 것이 서로 깊이 연결된 그물망의 세계에서 인간이 개발의 이름으로 행하는 자연의 변형이 가져올 영향을 인간은 제대로 알 수 없다. 우리가 자연 앞에서 겸손해야 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한 장관은 생물다양성의 터전인 자연을 어떻게...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시장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시장이 우리를 구할 수 있을까?

    지난달 유엔 세계기상기구(WMO)가 공개한 ‘2022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를 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웠다. 1970년 이후 빙하 두께는 30m가량 줄었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최근 10년 동안 2배 빨라졌다. 모두 지구온난화로 일어난 결과인데,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5도 높아졌다. 기상이변도 심해져 지난해 동아프리카는 가뭄으로, 파키스탄은 대홍수로, 유럽과 중국은 폭염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2021년 기준 23억명이 식량위기를 겪었다. 이제 우리는 이런 놀라운 사실이 울리는 경고에 놀라지 않는다. 위기가 일상이 되었는지 기존 삶의 방식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개발’은 여전히 힘이 세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사회간접자본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준을 총 사업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가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로, 철도, 항만 건설 같은 ‘선심성 개발사업’...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온실가스 감축과 노동시간 단축

    온실가스 감축과 노동시간 단축

    꽃도 덥다고 한다. 수도권 대학에서 ‘중간고사’라는 꽃말을 가진 벚꽃이 올해는 중간고사를 한참 앞두고 활짝 폈다. 지난달 20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58차 총회는 ‘제6차 종합보고서’를, 다음날 우리나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저쪽은 엄중하고 긴급했고, 우리는 안이하고 느긋했다. IPCC는 보고서에서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평균 온도가 1.09도 높아졌고 현재 각국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모두 실행해도 2040년 이전에 1.5도 상승을 전망하고 인류의 미래가 향후 10년간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렸다고 경고했다. 탄녹위 기본계획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라는 기존의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치상으로 유지했을 뿐 부실하기 짝이 없다. 탄녹위는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를 14.5%에서 11.4%로 줄이고, 줄어든 감...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야만과 무지의 시대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야만과 무지의 시대

    레이첼 카슨은 살충제의 위험을 고발한 <침묵의 봄>으로 널리 알려졌지만, 실은 평생 바다를 연구하고 사랑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생태사상가였다. 카슨은 수려한 문체로 해박한 바다의 지식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를 둘러싼 바다> <바다의 가장자리>에 담아냈다. 1963년 한 심포지엄의 개막 연설에서 카슨은 바다가 온갖 유독 폐기물을 던져버리는 “쓰레기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개탄하며 “방사성폐기물을 바다에 투척하는 행위”를 가장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로 꼽았다. 이후 1972년 해양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런던협약)과 이 협약에 대한 ‘1996년 의정서’로 방사성 물질의 해양 투기도 전면 금지되었다. 그러나 올봄이나 여름, 우리는 핵발전소 오염수의 바다 투기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카슨의 우려가 재현되려는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거르면 62개 핵종을 기준치 이하로 처리할 수 있고 거르지 못하는 ...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한 옛날 모세가 이집트에 살고 있을 때 이야기. 어느 날 모세는 이집트 사람 하나가 자기 동족을 때리는 걸 보고 그를 때려죽였다. 그리고 이집트 인근 ‘미디안’으로 달아나 남의 양 떼를 쳐주며 살았다. 한번은 양 떼를 치던 모세가 불 속에서도 타지 않는 떨기나무를 보게 되었다. 하도 놀라워 가까이 보려고 다가갔더니 이런 말이 들려왔다.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그 떨기나무가 있는 곳은 모세가 양 떼를 치던 곳과 ‘다른’ 땅이었다. 그곳은 거룩한 땅, 곧 하느님께 따로 ‘떼어 놓은’ 곳으로 거기에 들어가려면 의식을 거쳐야 했다.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고대 세계는 온갖 ‘신’이 거주하는 거룩한 곳으로 가득했고 자연은 생명의 원천인 ‘어머니’로 공경받았다. 근대에 들어서자 상황이 급변했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를 거쳐 데카르트에 이르러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진 균질한 기하학적 공간으로 변했다. 세계의 수많은 거...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새해, 소소한 상을 차려보자

    새해, 소소한 상을 차려보자

    지난해 10월 초, 서강대학교 구내의 예수회 공동체에서 성북구 길음동의 한 수녀원으로 이사했다. 대학가에서 16년을 살다가 주택가로 옮겼으니 내겐 꽤 큰 변화다. 새로운 곳에 쪼그만 주방이 하나 있다. 주방을 보며, 이참에 요리를 좀 해볼까 생각했다. 소소한 상을 차려 사람을 부르고 담소하며 함께 먹는 모습을 그려보니 괜찮아 보인다. 지난해로 문을 연 지 5년이 지난 ‘비정규 노동자의 집 꿀잠’. 거기 들어서면 바로 카페 겸 식당 그리고 주방이다. 꿀잠에선 끼니때는 물론, 수시로 주방에서 뭔가를 만들어 식당에서 함께 먹고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밥을 함께 먹으며 처음 보는 사람들은 자연스레 서로 아는 사이가 되고 지칠 대로 지친 사람은 힘을 얻는다. 위험한 노동, 부당한 노동으로 자식과 남편을 잃은 유족들도 꿀잠의 밥심으로 긴 싸움을 이겨냈다.어설픈 상이지만 오붓한 행복1990년대 후반, 미국 보스턴의 예수회 공동체에 4년 정도 살면서 공부할 때, 돌아가며 저녁...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는 무한 책임이 아니라 ‘사법적 책임’과 유가족의 ‘보상받을 권리’를 말한다. 책임은 대법원 판결까지 미뤄지고 생명은 돈으로 환산된다. 그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버티기 힘들면 ‘죄송한 마음’이라는 주어 없는 말로 넘어가고, 합리적인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로, 상식적인 물음에는 ‘언급이 부적절하다’로 비켜간다. 그들은 위로 갈수록 더 무책임하고 더 뻔뻔하다. 그들은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진다며 도로 위의 명백한 위험은 외면한다.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매년 700명에 이르고, 화물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야 겨우 생활비를 건진다.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적용하는 현재의 안전운임제는 과속·과적·과로를 방지하여 도로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제도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6월 파업을 중단하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를 합의한 후 아...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모순의 현실에서 벗어날 때

    모순의 현실에서 벗어날 때

    지난달 17일 경향신문 10면 상단에 “SPC 빵공장 노동자 끼임사 … 1주 전 비슷한 사고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같은 면 바로 아래에는 “기재부 ‘형사처벌’ 빼자 중대재해법 힘빼기 노골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모순의 현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SPC 계열사 SPL에서의 사망사고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18일 밀양 한국화이바에서 추락으로, 19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지게차에 깔려, 20일 DL이앤씨 경기도 광주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추락으로, 21일 SGC이테크건설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추락으로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DL이앤씨의 사망사고는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일하다 죽고 죽고 또 죽는 참혹한 현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엄격히 적용하고 개정한다면 강화하는 게 마땅하지만,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입맛대로 경영책임자의 처벌 폭과 수위를 크게 낮추자는 법·시행령 개정 의견을 노동고용부에 전달했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교육경쟁에 반대하다

    교육경쟁에 반대하다

    지난달 하순 기획재정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자유시장 경제의 핵심 개념인 ‘자유경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며 교육부에 시정 의견서를 전달했다. 학생들이 “경제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길러야 한다는 이유라지만,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교육부도 경제부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이 일조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기재부 관료들과 현 정권이 자유경쟁을 얼마나 신봉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 규제 완화와 성과 중심의 경쟁 체제를 주장해온 인물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그렇다. ‘자유경쟁’은 자유와 경쟁을 구체화한다. 자유는 경쟁할 자유, 배타적 자기실현의 권리다. 경쟁은 자유로운 경쟁, 제약 없는 싸움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수십 번 반복한 자유가 “승자독식”이 아니라 ‘연대’를 동반한 자유라 해도 여기서 그건 좋은 말일 뿐이다. 자유경쟁은 연대를 밀어낸다.흔히, 경쟁은 인간의 불가피한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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