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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철의 나락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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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은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에는 무한 책임이 아니라 ‘사법적 책임’과 유가족의 ‘보상받을 권리’를 말한다. 책임은 대법원 판결까지 미뤄지고 생명은 돈으로 환산된다. 그들은 사과하지 않는다. 버티기 힘들면 ‘죄송한 마음’이라는 주어 없는 말로 넘어가고, 합리적인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로, 상식적인 물음에는 ‘언급이 부적절하다’로 비켜간다. 그들은 위로 갈수록 더 무책임하고 더 뻔뻔하다. 그들은 국민 안전에 무한 책임을 진다며 도로 위의 명백한 위험은 외면한다. 화물차 사고 사망자가 매년 700명에 이르고, 화물노동자는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야 겨우 생활비를 건진다.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적용하는 현재의 안전운임제는 과속·과적·과로를 방지하여 도로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자는 제도다. 그러나 그들은 지난 6월 파업을 중단하는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를 합의한 후 아...

    2022.12.05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모순의 현실에서 벗어날 때
    모순의 현실에서 벗어날 때

    지난달 17일 경향신문 10면 상단에 “SPC 빵공장 노동자 끼임사 … 1주 전 비슷한 사고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같은 면 바로 아래에는 “기재부 ‘형사처벌’ 빼자 중대재해법 힘빼기 노골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모순의 현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SPC 계열사 SPL에서의 사망사고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18일 밀양 한국화이바에서 추락으로, 19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지게차에 깔려, 20일 DL이앤씨 경기도 광주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추락으로, 21일 SGC이테크건설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추락으로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DL이앤씨의 사망사고는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일하다 죽고 죽고 또 죽는 참혹한 현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엄격히 적용하고 개정한다면 강화하는 게 마땅하지만,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기업의 입맛대로 경영책임자의 처벌 폭과 수위를 크게 낮추자는 법·시행령 개정 의견을 노동고용부에 전달했다. 이렇게 되면, 애초에 ...

    2022.11.07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교육경쟁에 반대하다
    교육경쟁에 반대하다

    지난달 하순 기획재정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자유시장 경제의 핵심 개념인 ‘자유경쟁’이라는 표현”이 빠졌다며 교육부에 시정 의견서를 전달했다. 학생들이 “경제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길러야 한다는 이유라지만,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교육부도 경제부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이 일조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기재부 관료들과 현 정권이 자유경쟁을 얼마나 신봉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 규제 완화와 성과 중심의 경쟁 체제를 주장해온 인물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그렇다. ‘자유경쟁’은 자유와 경쟁을 구체화한다. 자유는 경쟁할 자유, 배타적 자기실현의 권리다. 경쟁은 자유로운 경쟁, 제약 없는 싸움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수십 번 반복한 자유가 “승자독식”이 아니라 ‘연대’를 동반한 자유라 해도 여기서 그건 좋은 말일 뿐이다. 자유경쟁은 연대를 밀어낸다.흔히, 경쟁은 인간의 불가피한 본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경쟁은...

    2022.10.10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가을로 접어들며 무더위가 가니까 지내기는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가뭄과 호우 때나 반짝하는 기후에 관한 관심도 함께 가버릴까 걱정이다. 올해도 세계 곳곳이 혹독한 기후 재난에 시달렸다. 유럽과 중국은 가뭄, 파키스탄은 홍수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한국도 기상 관측 사상 최대라는 비가 서울과 중부 지방을 덮쳤다. 모두 ‘유례가 없는’ 규모였고, 이 불길한 수식어는 해마다 강도를 높여 등장할 것 같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대립 같은 국제적 분쟁과 갈등이 가뜩이나 지지부진한 기후위기의 국제적 공조를 어렵게 한다. 국내 상황은 더 암울하다. 지난 정부에서는 탄소중립 ‘선언’이니 탄소중립위원회 ‘발족’이니 하며 담론은 있었는데, 지금 정부에서는 아예 담론조차 실종됐다. 핵발전 확충 명분이 필요할 때만 기후는 위기가 된다. 기후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모습은 지난 호우로 일가족 3명이 숨진 반지하 집 바깥에서 우산을 쓰고 쪼그려 앉아 있는 대통령을 닮았다. ...

    2022.09.05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법과 원칙? 법의 원칙!
    법과 원칙? 법의 원칙!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 대우조선해양 파업으로 조선업 하청노동자들의 척박한 노동 현실이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현재 총 10만여 조선업 노동자의 70%가량이 하청노동자이며 임금은 20~30년 경력에도 월 200만원 정도로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다.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대비 임금이 30% 넘게 줄었다니 파업 때 요구한 30% 임금 인상은 그간의 물가 인상은 포함하지도 않은, 임금의 원상회복 요구였다. 조선소 일은 고강도 고위험 노동이다. 재해율과 사망률이 제조업 평균의 2배가 넘는 데다 201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현장에서 숨진 88명 중 77%가 하청노동자였다. 주기적으로 불경기가 닥치면 임금 삭감과 대량 해고도 하청노동자를 겨눈다. 이 고약한 현실의 뿌리는 다단계 하청 구조다.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원청은 겹겹이 쌓아놓은 하청 뒤에 숨는다. 실질적 사용자이지만 법률상 책임이 없다며 모르쇠로 잡아뗀다. 우리나라 사업장 곳곳에서 벌어지는 불공정과 몰상...

    2022.08.08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멈춤의 미학
    멈춤의 미학

    올여름 20일가량 대구와 전주에 있는 수녀원에서 ‘피정’을 도와주며 지냈다. ‘피속추정(避俗追靜)’에서 나온 피정은 번잡을 피해 고요를 추구하는 기도의 시간이다. 가톨릭 수도자는 매년 ‘8일 피정’을 한다. 침묵하며 일상을 ‘멈춤’으로써 삶에서 세상의 소음과 먼지를 벗겨 낸다. 마음을 맑게 하고 눈을 밝게 하여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을 살핀다. 원하는 앞날을 그리고 삶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여 세상으로 돌아간다. 효율과 경쟁 위주의 현대 사회는 멈춤에 익숙하지도 호의적이지도 않다. 멈춤은 퇴보이고 기껏해야 정체일 뿐이다. 방학이라는 멈춤의 때가 있는 학교도 이젠 별로 다르지 않다. 대학은 방학과 함께 계절학기가 시작된다. 대학에서 안식년은 언제부턴가 연구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렇게 멈춤을 없애면서 대학의 속도는 빨라졌고 방향 감각은 무뎌졌다.히브리어로 ‘안식’의 어원적 의미는 ‘멈춤’이다. 성서의 안식일은 이렛날에 일을 멈추고 지난 엿새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함께 ...

    2022.07.11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하나뿐인 지구, 우리 모두의 집
    하나뿐인 지구, 우리 모두의 집

    올봄 새소리 듣는 재미에 들려 요즘은 아침에 깨면 창밖의 새소리부터 들린다. 이른 아침 새소리에 하루를 여는 생기가 넘친다. 새는 잘 모르지만, 박새와 지빠귀 종류의 새소리 같다. 재잘대는 소리를 좇아 뜰의 나무들을 살펴보는데 운이 좋으면 가지에 앉아 있는 새를 보기도 한다. 손바닥만 한 새가 부리를 여닫으며 지저귀는 모습은 앙증맞지만, 소리를 내느라 온몸을 불룩거리는 걸 보면 숙연한 느낌도 든다. 새들도 밤에는 어디선가 잠을 자느라 조용하다가 새벽이 되면 다시 지저귄다. 비가 오면 어디선가 비를 피하느라 조용하다가 비가 그치면 다시 날개를 편다. 관심을 가지고 새를 보니 뜰의 나무가 새가 사는 ‘집’으로 보이기 시작한다.자연의 집 흔들면 인간 집도 흔들 올해는 ‘세계 환경의날’ 50주년이고, 이번 주제는 50년 전과 같은 ‘하나뿐인 지구’다. 모든 생명체는 지구라는 하나의 집에 살고 있고 이 집이 망가지면 달리 갈 곳이 없다고 일러주는 듯하다. 사람이 그렇듯, 몸을 ...

    2022.06.13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탈핵, 탈석탄’을 염원하는 생명·평화 순례
    ‘탈핵, 탈석탄’을 염원하는 생명·평화 순례

    5년 만에 ‘탈원전’에서 ‘원전 확대’로 핵발전 정책이 180도 변했다. 전력의 안정적·경제적인 수급과 기후위기 대응이 주된 명분이다. 그러나 정권과 정책이 변한다고 진실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다. 핵발전은 정권에 상관없이 언제나 위험하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가 지금도 여전히 보여주는 비극적 진실이다. 안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핵발전은 ‘통합’이 너무 당연한 것이라 취임사에서 뺐다는 윤석열 대통령이라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핵발전은 불평등과 차별을 키우는 갈등과 분열의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핵발전을 하면 나올 수밖에 없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질인 고준위핵폐기물의 ‘영구처분장’을 원할 지역은 이 땅 어디에도 없다. 정부는 30년 넘게 후보지를 물색해왔지만, 모두 실패했다. ‘화장실 없는 집’, 핵발전소가 딱 그 꼴이다. 그동안 아무 대책도 없이, 아무 문제도 없는 듯 핵발전을 해오다 임시저장소가 거의 차니까 이제 발전소 안에 저장 시설을 만들자고 한...

    2022.05.16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싸움이 아니라 희망을 보고 싶다
    싸움이 아니라 희망을 보고 싶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구호가 ‘공정과 상식’이었다. 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라 선거 전략상 정했다 해도, 이제는 대통령 당선인의 책임감으로 공정과 상식을 근본 원칙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기미는 도통 찾아보기 힘들다. 여전히 원내 제1당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쪽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양쪽 모두 자기가 하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다음은 국민 통합을 약속한 윤 당선인이 마음에 새겨둘 만한 말이다. “통합의 길을 약화시키는 효과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중요한 단어들의 의미를 공허하게 하거나 변질시키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모든 형제들>). 형식적 민주주의가 실질적 민주주의를 압도하는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공허한 말이 돼버렸다. 통합에 꼭 필요한 ‘공정’이 오염되면 권력의 자의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지배 도구로 변질된다. 다행히 상식은 쉽게 공허해지거나 변질되지 않는다. 어떤 것이 상식인지 아닌지는 사람의 ‘공통 감각...

    2022.04.18 03:00

  • [조현철의 나락 한 알] 더불어민주당 회생법
    더불어민주당 회생법

    <신명기>는 히브리 성경에서 ‘모세오경’이라고도 하는 ‘토라’(율법)의 다섯 번째 책이다. 이 책을 보면, 모세는 광야의 40년 여정을 마치고 새 땅에 들어가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율법을 자세히 일깨워준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몹시 걱정스러웠다.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의 풍요가 이스라엘에 위기라는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풍요에 취해 하느님의 가르침을 잊고 멸망의 길로 갈 것이다. 성서학자 월터 브루그만이 말했듯이, “번영은 기억상실”을 가져온다. 그래서 모세는 요르단을 건너려는 이스라엘에 하느님의 율법을 ‘기억하라’고 거듭 말한다. 풍요의 땅에 정착한 이스라엘은 그러나 고난의 땅 광야에서 받은 하느님의 계명을 잊어버린다. 이스라엘은 솔로몬 때 최대의 번영을 누린 후 남북으로 갈라져 북쪽은 아시리아, 남쪽은 바빌론에 멸망한다. 솔로몬의 번영에 멸망이 들어 있었다. 20년 집권을 호언했던 더불어민주당이 10년도 아닌 5년 만에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줬다...

    2022.03.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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