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이선의 인물과 식물
  • 전체 기사 115
  • 마오쩌둥과 매화

    “온 산에 봄꽃이 만발할 때에, 매화는 그 가운데서 웃고 있으리.” 마오쩌둥이 매화를 노래한 ‘영매’라는 시 마지막 구절이다. 송나라 시인 육우가 같은 제목의 시를 썼지만, 마오쩌둥의 시는 내용과 의미가 다르다.이 시를 쓴 시기는 1960년대 초로 마오쩌둥이 혁명을 시작했을 때다. 온 산에 만발한 봄꽃은 그의 추종자들이고, 매화는 마오쩌둥 자신을 의미한다. 그는 혁명가다. 매서운 겨울을 견뎌내며 가장 먼저 꽃을 피운 매화처럼 자신은 봄을 깨운 혁명의 선봉자라는 것이다. 자신의 사상이 들불처럼 번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 마오쩌둥이 그려진다. 그를 정치가로만 알지만, 그는 철학과 문학에 심취했던 사상가이자 시인이기도 했다. 그는 매화에 관한 시를 여러 편 썼다.마오쩌둥은 중국을 통일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지만, 1960년대에 문화대혁명을 일으켜 오랜 전통과 문화를 파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문화대혁명 시기에 수많은 인권 유린과 학살 및 유적과 유물이 ...

    2026.01.05 19:45

  • 초의선사와 차

    추운 날씨에 감기 기운이라도 있으면 따뜻한 차를 마신다. 목이 칼칼하고 한기가 들 땐 생강차를 즐긴다. 은은한 향의 모과차나 상큼한 맛의 유자차도 좋다. 이것저것 전부 차라고 하지만, 수많은 차의 원류는 차(茶)다. 정확히 말하면 차나무(Camellia sinensis)의 어린잎을 따서 만든 것만이 ‘차’다. 유럽에서 흔히 부르는 ‘tee’ ‘tea’ ‘the’ 등의 용어도 원산지인 중국 남부 지역에서 부르던 ‘茶(차)’ 발음에서 유래했다.우리나라 차의 성인으로 알려진 인물은 초의선사다. ‘돌밭의 풀을 엮어 한 몸을 가린’ 초의라는 법명은 스승 완호 스님이 지어주었다. 그가 머물던 일지암이라는 명칭은 ‘뱁새가 제 몸을 깃들이는 데는 나뭇가지 하나면 충분하다’는 당나라 은자 한산의 시에서 빌린 것으로 소박한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초의가 차를 접하게 된 것은 정약용 덕분이다. 다산이 강진에 유배돼 왔을 때, 선지식을 찾아 헤매던 초의는 다산을 만나 학문뿐 아니라 차에 깊이...

    2025.12.22 20:04

  • 루이 14세와 송로버섯

    진귀한 음식은 그 맛보다도 ‘진귀함’에 더 방점이 있다. 세계 3대 진미라 일컫는 송로버섯, 철갑상어알, 거위간이 대표적이다. 미식가는 아니지만, 왠지 궁금해서 한 번씩 맛보았다. 각각의 독특한 향이 있어, 첫맛에 특유의 냄새가 퍼지며 재료의 출처가 그대로 드러난다. 거위간 생산 과정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매우 충격적이었다. 컨베이어벨트에 묶인 거위의 목에 깔때기를 넣고 강제로 고지방 곡물을 집어넣는다. 그러면 간이 붓고 지방간이 형성되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식탁에 올려야 하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송로버섯은 자연친화적이라고 해야 할까.‘흙 속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송로버섯에는 두 종류가 있다. 검은 송로버섯은 프랑스에서, 흰 송로버섯은 이탈리아에서 주로 생산된다. 2021년에는 이탈리아의 송로버섯 채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송로버섯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의 <박물지>에 ‘자...

    2025.12.08 19:55

  • 신경준과 국화

    초봄부터 앞다퉈 얼굴을 들이밀던 수많은 꽃이 찬 바람과 함께 모두 움츠러들었다. 이럴 때 슬그머니 명함을 내미는 꽃이 국화다. 최근 경기도부터 제주도까지 국화 축제가 열렸다. 하나의 꽃을 주제로 거의 동시에 전국적으로 열리는 축제는 드문데, 꽃이 귀한 가을철이라 국화의 진가가 드러난다. 겨울이 다가올 때까지 꽃을 피우지 않고 기다리는 국화의 속내는 무엇일까.국화의 진심을 알려준 사람은 신경준이다. 여암(旅庵)이라는 호가 말해주듯, 그는 전국의 유명한 산을 몇달씩 유람하고, 산에 오르면 반드시 정상에 올라 굽이도는 산천을 감상했다. 그 경험으로 한반도의 산과 강을 분류한 <산수고>, 전국 도로망을 총망라해 정리한 <도로고> 등을 저술했으며, 훈민정음의 음운을 도해한 <훈민정음운해>를 편찬했다. 그는 또한 백두대간을 체계화한 <산경표>의 저자로도 추정된다.그의 할아버지 신선영은 낙향해 순창 읍내에 정자를 짓고 연못을 만들며 온갖 ...

    2025.11.24 19:44

  • 에디트 피아프와 장미

    “이제는 아무도 팝이나 로큰롤, 재즈를 듣지 않는다. 세계인이 지금 뭘 듣는지 아는가? 모두 K팝을 듣는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한 말이다. K팝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이제 그 지평을 넓혀 애니메이션까지 번져나갔다. 시대별 음악 장르와 열풍은 다양하게 변모한다. 이전엔 유럽과 미국의 팝 음악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60년 이상 구대륙과 신대륙에서 주도하던 팝의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하다니. 과거를 회상하면 격세지감이다.유럽의 대중음악은 한때 샹송과 칸초네로 대표되었는데, 샹송의 전설은 단연 에디트 피아프였다. 지금도 프랑스에서는 국민가수로 손꼽힌다. 자그마한 몸으로 노래 부르는 그를 참새에 비유해 ‘피아프’라고 부르던 것이 예명이 되었다. 서커스 단원 아버지와 거리의 가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치열한 삶을 살았다.처절하고 굴곡진 경험이 노래와 창법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드라마틱한 삶을 풍부한 표현력...

    2025.11.10 21:07

  • 서태후와 배추

    대만 국립고궁박물관에는 놀라운 작품들이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조상아투화인물투구’와 ‘육형석’ 그리고 ‘취옥백채’였다. 순회 전시가 많아 이 세 작품을 한꺼번에 보기 힘든데 운이 좋았다. “어떻게 이걸?” 조상아투화인물투구를 보는 순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크기가 사과만 한 원형 상아를 겹겹이 조각해 총 18겹의 얇고 움직이는 공 형태로 만들고, 그 속에 다시 각종 문양과 인물을 조각해 넣었다. 섬세함과 정교함은 공예의 한계를 넘어선다. 칼끝 한번 삐끗하면 모든 것이 허사인 일에 매달려 오랫동안 초긴장 상태였을 장인을 생각하면, 머리칼이 쭈뼛 서고 가슴이 서늘해진다.촉촉하고 육즙이 풍부해 보이는 육형석 앞에서는 침이 고였다. 팔각 향이 솔솔 풍기는 듯하다. 어쩌면 그리 동파육과 똑같을까. 일명 ‘옥배추’라 불리는 취옥백채는 또 어떤가. 비취옥의 색깔과 형태를 절묘하게 활용해 싱싱한 배추를 조각하고 배춧잎 끝에는 여치와 메뚜기까지 앉혔다.황가의 혼...

    2025.10.27 19:51

  • 김환기와 마로니에

    “코리아는 예술의 노다지올시다. 우리 민족뿐 아니라 이제 전 세계의 예술은 그 주제가 우리 코리아에 있단 말이오.” 1953년 파리에 있던 건축가 김중업에게 보낸 김환기의 편지글이다. 이미 70여년 전에 그는 K컬처의 미래를 예상했던 것일까.북악산 기슭 자하문에 자리 잡은 환기미술관에 들어서면, 그 유명한 무한반복 점화 시리즈의 대형 작품이 공간을 압도한다. 마치 로마의 판테온 천장으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러다 다시 보면 부엉이 눈이 커다랗게 확대되며 내게 다가오는 듯도 하다. 그의 전면 점화 작품을 보고 있으면 신의 입자가 떠오른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입자로 해석한 그는 시공간을 초월해 저 먼 우주로 향하고 있다. ‘종신형 죄수’가 되어 오만가지 생각을 점으로 표현한 작품은 삼라만상이었다가, 또 심연이 되었다가, 때로는 블랙홀이 되어 관람객을 빨아들인다.우주를 품은 대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인 김향안과의 살가운 사랑이나 소소한 일상을 느낄 수 있...

    2025.10.13 21:06

  • 김조순과 단풍나무

    ‘왕실의 근친이나 신하가 강력한 권세를 잡고 온갖 정사를 마음대로 하는 정치’를 세도정치라 한다. 조선 후기에 정조의 총애를 받고 순조의 장인이 되었던 김조순은 세도정치의 대명사로 입에 오르내린다. 그런데 그의 문집 <풍고집>을 읽어보면, 그 흔한 충효 등 ‘지당한 말씀’보다 삶의 희로애락과 자연에 대한 사유, 친구들과의 우정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 등이 주로 담겨 있다. 정치와 이념의 색깔을 뺀 담박하고 솔직한 문예 취향의 단상이 대부분이다. 오랫동안 권력과 세도의 중심에 있던 인물로서는 의외의 속내다.그는 나이 마흔 전후에 삼청동에 별서인 옥호정을 조성했다. 현재 청와대 인근 국무총리 공관 뒤편인데, 한양 한복판에 그만큼 넓은 부지의 별서도 드물다. 원래 기거하던 집은 지금의 안국역 근처였다. 옥호정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삼청동 계곡에 자리 잡아 당시에도 매우 호젓하고 특별한 장소였다. 그곳에서 그는 홀로 풍광을 즐기거나 가까운 벗들과 연회나 시회를 열기도 했...

    2025.09.22 21:05

  • 모차르트와 버즘나무

    로마는 역사의 도시, 파리는 예술의 도시라면 빈은 음악의 도시다. 베토벤·슈베르트·슈트라우스·하이든 등 수많은 세계적 음악가의 활동 무대가 빈이었다. 모차르트도 그중 한 명이다.잘츠부르크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5세부터 작곡을 하고 6세에 쇤브룬 궁전에서 피아노 연주를 뽐내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에게 총애받던 음악 신동이었다.어린 시절에는 가족과 함께 유럽의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바흐 등 저명한 음악가를 만나 영감을 얻었다. 20대 중반에 빈에 정착한 모차르트는 여러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 빈대학의 식물학 교수이자 쇤브룬 궁전의 정원을 관리했던 야퀸의 가족은 그의 음악 여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야퀸은 오스트리아 식물학 발전에 크나큰 업적을 남겼고, 나중에는 빈대학의 총장을 역임했다.빈대학 식물원 원장이기도 했던 야퀸의 집은 많은 예술인이 모이는 문화 중심지였고, 거기서 매주 가정 음악회도 열렸다. 야퀸의 아들 고트프리트와 딸 프란치스카는 모차르트에...

    2025.09.08 21:00

  • 요제프 필라테스와 담배

    한때 국궁을 배워볼까 했다. 주위에서 코어 근육 단련에도 도움이 되고, 나이 들어서 하기 좋은 운동이라고도 했다.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가 함께 활쏘기를 하는 대사례가 떠올랐다. 품위 있는 운동을 찾기 쉽지 않은데, 국궁은 어쩐지 고급스러워 보였다. 집 근처에 고종이 세운 황학정도 있어 마음이 끌렸다. 그러다 우연히 아내 권유로 필라테스를 먼저 시작했다. 국궁 시작 전 기초체력을 다져보자는 심산이었다.필라테스는 여러모로 내게 맞는 운동이다. 동작이 격렬하지 않고 완만한데, 호흡과 동작에 신경 쓰면서 온몸을 뒤틀다 보면 한겨울에도 이마에 땀이 맺힌다. 유사한 동작이 반복되는 다른 운동과는 달리 수많은 동작과 기구 활용으로 몸 전체를 단련시키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것도 장점이다.필라테스 창시자는 독일 출신 요제프 필라테스다. 필라테스가 운동 명칭인 줄 알았는데 사람 이름이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질병을 앓았던 그는 다양한 ...

    2025.08.25 21:41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