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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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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김구와 함께 해방의 염원을 간직한 숲
    김구와 함께 해방의 염원을 간직한 숲

    민족 해방에 몸 바친 선열을 헤아리게 되는 즈음이다. 역사는 사람 이름으로만 남지 않는다. 사람 떠난 자리에서 집도 길도 바뀌게 마련이지만, 나무는 남아 사람살이의 기억을 오래 전한다.경북 김천 월곡리에는 민족 해방운동의 기억을 품은 숲이 있다. 지례초등학교 부항분교장 앞 개울을 따라 줄지어 선 열 그루의 크고 작은 느티나무가 이룬 숲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나무는 나무높이가 20m 가까이 되고, 오래된 나무는 300년쯤 된 것으로 보인다. 100년 남짓 된 나무도 섞여 있다. 긴 세월을 지나며 한 그루씩 심고 키우며 이룬 마을숲이다. 곁의 개울 물소리에 어우러진 숲 풍경은 아늑하고 삽상하다.1900년, 김창수라는 이름의 청년이 이 마을을 찾았다. 그는 마을 부호였던 성태영의 집에 머무르면서 산에 올라 나물을 캐고 물가에서 물고기를 바라보며 고금의 역사를 논했다고 <백범일지>에 적었다. 그 물가가 바로 이 느티나무숲 곁을 흐르는 개울가다. 이곳에서 성태...

    2026.08.17 20:07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아이들 머리 위에 펼쳐진 초록 지붕
    아이들 머리 위에 펼쳐진 초록 지붕

    충남 서산 운산초등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거대한 초록 지붕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덩굴줄기들이 서로 감기고 포개진 채 시렁을 타고 사방으로 뻗어 이룬 그늘이다. 동서로 10m, 남북으로 15m, 넓이로는 150㎡에 이른다. 한 그루의 덩굴식물이 지은 그늘이 웬만한 초등학교 교실 세 칸에 이를 만큼 넓다.‘서산 용장리 등’이다. 흔히 ‘등나무’라고 부르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추천명은 ‘등’이다. 덩굴식물과 목본식물을 구별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하지만 ‘경주 오류리 등나무’ ‘서울 삼청동 등나무’ ‘부산 범어사 등나무 군락’과 같은 천연기념물에는 여전히 ‘등나무’라는 이름을 쓴다.산림청이 지정한 보호수 가운데 ‘등’은 한 그루밖에 없다. 보호수로 지정한 2016년에 추정한 수령 150년쯤 되는 ‘서산 용장리 등’의 실체는 가까이 다가서서 얽히고설킨 덩굴줄기에서 느낄 수 있다. 여러 줄기가 비틀리고 꼬이며 이룬 둘레는 측정이 불가능하다. 하나의 줄기를 측정하는 여느 나무의...

    2026.08.03 19:59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죽은 줄기 곁에서 살아온 1500년
    죽은 줄기 곁에서 살아온 1500년

    강원 삼척시 도계읍 늑구리의 산꼭대기에 오래된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높이 20m 남짓 되는 이 은행나무는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1500년 된 나무라고 하지만, 그만큼 크지도 않고 생김새도 반듯하지 않다.나무줄기는 오래전에 썩어 사라졌다. 줄기가 있던 자리 둘레에 몇백년은 됐음직한 새로운 줄기가 굵게 자랐고, 그 곁으로 그보다 젊은 줄기, 다시 그 옆으로 어린줄기가 수직으로 솟아오르며 몸피를 키웠다. 하나의 뿌리에서 솟아난 여러 세대의 줄기가 모여 한 그루를 이룬 것이다.원래의 줄기를 대신한 이 줄기들은 은행나무에서 잘 발달하는 맹아지다. 큰 줄기 곁에 솟아난 맹아지는 저절로 스러지는 경우가 많지만, 줄기가 없는 빈자리에서는 세월의 켜를 겹겹이 쌓으며 애초의 줄기만큼 굵어지기도 한다.삼척 늑구리 은행나무는 옛 줄기가 쇠하고 무너지는 동안에도 새로 솟아난 맹아지를 키우며 긴 세월을 모질게 살아남았다. 나무에 새겨진 1500년 세월은 세대를 교체하며 ...

    2026.07.20 20:1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장마의 들녘을 붙드는 나무
    장마의 들녘을 붙드는 나무

    장마철이다. 간단없이 이어지는 장맛비는 둑을 무너뜨리고 들판을 삼키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이즈음 어김없이 떠오르는 나무가 왕버들이다. 물가에 뿌리를 내리는 왕버들은 강물의 범람을 막고, 촘촘하게 뻗는 뿌리로는 강둑의 흙을 지켜낸다.왕버들의 나뭇가지는 수양버들처럼 늘어지지 않고, 높고 넓게 펼치며 물가에 큰 그늘을 이루어서 개울가 정자나무로 맞춤하다. 습한 물가에서 자라다 보니 줄기 안쪽이 썩어 구멍이 생기기 쉬운데, 그 구멍으로 날벌레와 설치류가 들어갔다가 나오지 못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구멍 안에 쌓인 벌레와 설치류의 사체에서 나오는 인(燐) 성분은 푸른 빛을 뿜어내는데, 옛사람들은 이를 도깨비불이라고 하고 왕버들을 ‘도깨비나무’라고 부르기도 했다.전북 김제시 봉남면 종덕리 개울가에는 크고 오래된 왕버들이 있다. 19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왕버들은 나이 약 300년, 높이 11m, 가슴높이줄기둘레 8.8m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왕버들을 대표하는 큰 나...

    2026.07.06 20: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뿌리가 지킨 둑, 그늘이 된 유산
    뿌리가 지킨 둑, 그늘이 된 유산

    물과 해의 고을이라 불리는 전남 담양에는 한낮의 뙤약볕이 틈입하지 못하는 큰 숲이 있다.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 둑길을 따라 이어지는 ‘담양 관방제림’이다.한여름에도 관방제림 안으로 들어서면 서늘하고 맑은 숲의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걸 느낄 수 있다. 여느 천연기념물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며 평상에 누워 낮잠을 청하거나 맨발로 흙길을 밟는 일상의 쉼터로 활용된다는 점에서도 특별한 숲이라 할 만하다.약 2㎞에 이르는 관방제림을 이루는 나무 종류는 나뭇가지를 넓게 펼쳐서 남부지방에서 정자나무로 많이 심어 키우는 푸조나무 100여그루가 중심이다. 그 밖에 팽나무, 벚나무, 음나무, 개서어나무, 갈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 420여그루가 숲을 이뤘다.오래된 아름다운 숲으로의 가치도 높지만, 여기에는 나무와 숲의 실용적 가치까지 담겨 있어 더 특별하다. 예전에 관방제림 곁으로 흐르는 담양천은 홍수가 범람해 농토를 휩쓸고 인명을 앗아가던 절망의 물길이었다. 담양에 부...

    2026.06.22 20:28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개항의 그늘 지켜낸 양버즘나무
    개항의 그늘 지켜낸 양버즘나무

    도시의 가로수 가운데 흔하게 마주치는 나무는 양버즘나무다. 플라타너스로 더 많이 불리는 양버즘나무는 그늘을 넓게 펼칠 뿐 아니라 잎 표면의 미세한 솜털이 미세먼지와 매연, 공해 물질을 흡착해 공기를 정화하는 능력도 뛰어나 가로수로는 더없이 좋다.세계 곳곳에서 이 나무를 가로수로 널리 심는 이유다. 기원전 4세기 무렵 그리스에서도 가로수로 플라타너스 종류를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올 정도로 도시 풍광에 제격이다.인천 송학동 ‘자유공원’ 언덕의 양버즘나무는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심은 양버즘나무 가운데 한 그루다. 나무 높이 30.5m, 가슴높이 줄기둘레 4.7m에 이르는 이 나무는 2015년 보호수 지정 당시 국립산림과학원의 감정 결과, 1884년 무렵에 심은 것으로 추정됐다.인천 송학동 양버즘나무가 뿌리내리고 살아온 응봉산 자락은 개항장 제물포의 역사를 간직한 인문학적 공간이다. 1883년 개항 뒤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서해가 내려다보이는 풍광 좋은 언덕에 집...

    2026.06.08 19:55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근대 교육사를 증거하는 백합나무
    근대 교육사를 증거하는 백합나무

    강원 춘천시 교동, 시청 별관 앞마당 한가운데에 서 있는 백합나무가 지난 3월 강원특별자치도에 의해 보호수로 지정됐다. 높이 20m, 가슴 높이 줄기 둘레 2.5m쯤 되는 나무는 대략 110년간 이 자리를 지켜왔다.북아메리카 동부 숲에서 자라던 백합나무를 들여와 심어 키운 게 1920년대 초인 것을 바탕으로 하면,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들어온 백합나무 가운데 한 그루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백합나무는 목백합이라고도 불렸고, 꽃송이와 나뭇잎 모양이 튤립 꽃을 닮아서 ‘튤립나무’로도 불렸다.최근에는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이 나무의 추천명을 백합나무로 정했다. 규모로 보아도 우리나라의 백합나무 가운데 가장 크지만, 그보다는 외국의 나무를 우리나라에 들여와 키운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연자원이다.춘천 교동의 백합나무가 서 있는 자리는 오래전부터 이 땅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의 수런거림을 품은 ‘학교의 나무’였다. 1910년 춘천농업학교가 이 자...

    2026.05.25 20:07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1400년 고독 속에 일군 경이로움
    1400년 고독 속에 일군 경이로움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나무 가운데 가장 오래된 나무로는 ‘정선 두위봉 주목’을 먼저 꼽는다. 물론 더 오래됐다고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나무들도 꽤 있지만 공식적으로 나이를 확인한 나무로는 가장 오래됐다.정선 두위봉 북사면 1340m 고지에 이뤄진 주목 군락지의 비조목이라 할 만한 이 나무가 살아온 세월은 1400년이다. 서기 600년 즈음, 태백산을 넘어 강원도 정선 지역에서 절터를 톺아가던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새싹을 내밀어 지금까지 꼿꼿하게 자리를 지켜온 큰 나무다.정선 두위봉 주목은 긴 세월 동안 사람의 눈에 띄지 않았다. 나무의 가치가 알려진 건 1990년 후반 산림청 동부지방산림관리청에 의해서였다. 산림청 임업연구원은 이 주목의 나이를 정밀 조사했고, 2002년 국가유산청에서는 이 나무를 바로 곁에 있는 두 그루의 주목과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세 그루 중 가장 오래된 나무는 가운데 서 있는 나무인데, 다른 두 그루의 주목도...

    2026.05.11 20:03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오래된 절집 지켜온 큰 모과나무
    오래된 절집 지켜온 큰 모과나무

    중국이 원산지인 모과나무는 삼국시대 때 우리나라에 들여와 오랫동안 심어 키운 나무이지만, 모과나무 노거수를 마주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1981년 우리나라 최초로 군립공원에 지정된 강천산 군립공원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오르면 오래된 절집 강천사 바로 앞 개울가 언덕에서 크고 오래된 모과나무를 만날 수 있다.나무 높이 20m, 가슴높이줄기 둘레 3.1m에 이르는 이 나무는 모과나무 가운데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청주 연제리 모과나무’의 크기를 압도할 만큼 당당하다. 300년쯤 이 자리를 지켜온 나무는 1998년에 전북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됐다.나무는 땅 위 50㎝ 부근에서 두 줄기로 갈라졌는데, 한 줄기는 1.3m 지점에서 다시 두 갈래로 나뉘고, 다른 줄기는 1m 지점에서 여섯 갈래로 힘차게 갈라지며 하늘 향해 솟구쳐 올랐다. 자유분방하게 뻗어 오른 풍성한 나뭇가지들이 이뤄낸 수형은 여느 큰 나무 못지않게 아름답다.‘순창 강천사 ...

    2026.04.27 19:53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천년을 이어온 사람살이의 향기
    천년을 이어온 사람살이의 향기

    충남 부여 성흥산에는 백제 동성왕 시절 쌓아 올린 가림성 옛터가 있고, 그 가장자리에 하늘을 우러러 당당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가림성 느티나무’다. 오래도록 ‘성흥산성 느티나무’라 불리다 최근 성의 본래 이름인 ‘가림성’을 확인하며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천연기념물인 이 나무는 나무 높이 22m, 가슴 높이 줄기 둘레 5.4m의 규모로 자랐는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다른 느티나무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전체 풍광도 장관이지만, 땅 위로 솟아오른 뿌리가 빚어낸 기묘한 형상은 더없이 신비롭다.나무 나이를 400년으로 추정하는 이 나무에는 귀한 사람살이의 향기가 담겨 있다. 고려 개국공신 유금필 장군이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 자라났다는 전설에 담긴 이야기다. 1100년 전 인물인 유금필 장군의 지팡이와 지금의 나무 사이에는 70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설은 과학적 사실이 아니라 삶과 가치의 메타포다.고려 개국 초기에 이 ...

    2026.04.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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