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해방에 몸 바친 선열을 헤아리게 되는 즈음이다. 역사는 사람 이름으로만 남지 않는다. 사람 떠난 자리에서 집도 길도 바뀌게 마련이지만, 나무는 남아 사람살이의 기억을 오래 전한다.경북 김천 월곡리에는 민족 해방운동의 기억을 품은 숲이 있다. 지례초등학교 부항분교장 앞 개울을 따라 줄지어 선 열 그루의 크고 작은 느티나무가 이룬 숲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나무는 나무높이가 20m 가까이 되고, 오래된 나무는 300년쯤 된 것으로 보인다. 100년 남짓 된 나무도 섞여 있다. 긴 세월을 지나며 한 그루씩 심고 키우며 이룬 마을숲이다. 곁의 개울 물소리에 어우러진 숲 풍경은 아늑하고 삽상하다.1900년, 김창수라는 이름의 청년이 이 마을을 찾았다. 그는 마을 부호였던 성태영의 집에 머무르면서 산에 올라 나물을 캐고 물가에서 물고기를 바라보며 고금의 역사를 논했다고 <백범일지>에 적었다. 그 물가가 바로 이 느티나무숲 곁을 흐르는 개울가다. 이곳에서 성태...
2026.08.17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