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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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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영풍 단촌리의 변천사 품은 느티나무
    영풍 단촌리의 변천사 품은 느티나무

    설 명절을 앞둔 농촌 마을은 생명의 기운을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이 즈음, 대개의 농촌 마을은 사람살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며 당산제를 채비한다. 손길은 잦지만 번거롭지 않다. 절차와 과정이 모두 경건해야 하기 때문이다.당산제는 하늘과 사람을 잇는 큰 나무 앞에서 사람들이 소망을 표현하는 농경문화의 대표적 의식이다.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으로 여기는 까닭에 봄 기운 다가오는 이 즈음이 안성맞춤이다.경북 영주시 안정면 단촌리 저술마을에서도 사람들은 논 한가운데 서 있는 듬직한 느티나무 앞에서 당산제를 지낸다. 700년 넘게 살아온 이 나무를 사람들은 마을 사람살이를 보살피는 수호목으로 여겨왔다. 나무 높이 16.5m, 가슴 높이 줄기 둘레 10m에 이르는 위용이 일품이다. 굵은 줄기에서 뿜어나오는 풍채는 마을 수호목답게 위풍당당하다.저술마을의 당산제는 정월대보름에 치러진다. 신망 있는 어른을 제관으로 정한 마을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경건하게 유지한...

    2026.02.09 20:1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도시의 숨결을 기억하는 나무
    도시의 숨결을 기억하는 나무

    청라지구의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인천 서구 신현동의 좁은 골목 안쪽으로 들어서면 초록의 빈터가 나타나고, 뜻밖에 웅장한 회화나무 한 그루를 만나게 된다. 천연기념물인 ‘인천 신현동 회화나무’다.500년쯤 살아온 이 나무는 나무높이 22m,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5.6m나 되는 거목이다. 사방으로 펼친 나뭇가지에는 회화나무 특유의 기품이 담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화나무의 하나이지만, 주변 건물에 눌려 위용은 온전히 드러나지 않는다.오래전 이 자리는 사람들이 농사로 살림을 잇던 곳이었다. 그러나 농부들이 모두 떠난 지금 나무가 서 있는 자리의 풍경은 옛 모습을 떠올리기 어렵게 바뀌었다. 상전벽해다. 수시로 드나드는 도시 사람살이가 그렇듯 농경문화의 흔적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무만이 옛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너른 논밭 한가운데에서 풍요를 지켜주는 수호신이었던 이 나무를 바라보며 옛사람들은 농사의 풍흉을 예측했다. 한여름 우윳빛 꽃이 나무의 위...

    2026.01.26 19:56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추사의 필법 닮은 순백의 기품
    추사의 필법 닮은 순백의 기품

    옛 선비들에게 나무를 심는 행위는 단순히 주변을 가꾸는 일을 넘어, 자신의 철학과 삶의 궤적을 심는 의례였다. 학자가 심은 나무에 학문적 신념이 깃들 듯, 충남 예산 용궁리 추사고택 뒷동산의 ‘예산 용궁리 백송’에는 추사 김정희의 삶에 얽힌 인문학적 서사가 담겨 있다.중국 원산의 백송은 번식과 자람이 까다로워 우리 땅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나무다. 우리나라의 오래된 백송은 중국을 오가던 선비들이 기념비적으로 심은 게 대부분이다. 이 나무 역시 김정희가 24세의 청년 시절, 연경(지금의 베이징)에 다녀오며 가져와 심은 것이다. 추사에게 백송은 각별한 나무였다. 그는 어린 시절을 증조부 김한신이 영조의 사위가 되어 살던 서울 통의동의 월성위궁에서 보냈는데, 바로 그 집 앞에 크고 아름다운 백송이 있었다. 추사가 백송을 가문의 상징으로 여기게 된 계기다. 청년이 되어 연경에서 마주한 백송은 추사에게 고향과 학문을 잇는 매개였다.귀국길에 어린 백송 한 그루를 가져와 고조...

    2026.01.12 19:59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적요 속에 피어날 암향을 기원하며
    적요 속에 피어날 암향을 기원하며

    “젊은 것보다 늙은 것을, 살진 것보다 마른 것을, 번거로운 것보다 희귀한 것을” 더 귀하게 여기는 나무가 있다. 화려한 빛깔로 세상을 현혹하기보다 청초한 생김새와 그윽한 향기로 음전하게 제자리를 지키는 매실나무다. 돌아온 날들을 차분히 되돌아보게 되는 세밑에 문득 떠오르는 나무다. 옛 선비들은 매실나무의 꽃, 매화에서 세속을 떠나 조용히 살아가는 은사(隱士)의 이미지를 보았다. 추위를 견디며 고매한 기품을 잃지 않는 지조를 닮은 때문이지 싶다. 선비들이 매화 향기를 일러 ‘암향(暗香)’, 곧 ‘숨은 채 피어나는 향기’라 칭송한 이유다. 번잡한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고요 속에 침잠할 때 비로소 배어나는 내면의 품격이자 절제의 미학이다. 암향의 깊이를 담은 대표적인 나무로 전남 순천 조계산 선암사의 매실나무를 꼽을 수 있다. 천년고찰 선암사 경내에는 20여그루의 매실나무가 흩어져 자라는데, 그중 백미는 원통전 뒤편에 홀로 선 큰 나무다. 무우전과 팔상전 곁의 홍매와 함께...

    2025.12.29 21:05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공존과 존중으로 이룬 명품 풍경
    공존과 존중으로 이룬 명품 풍경

    충청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아산 공세리성당 자리는 조선 성종 때인 1478년 부근의 40개 마을에서 농사지은 곡식을 한양으로 옮기기 위해 갈무리해두는 창고가 있던 곳이다. ‘공세(貢稅)곶창’이라는 이름의 창고였다. ‘공세리’라는 마을 이름은 거기서 유래했다. 곡식 창고를 더 굳건히 지키기 위해 성곽처럼 방어시설까지 세웠다고 한다.세월이 흐르며 조운 제도가 약화되자 창고의 쓰임새는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1865년 공세곶창은 폐지됐다. 그로부터 약 30년 동안 큰 나무들이 지키던 텅 빈 터에 성당이 들어섰다. 목조 건물이던 성당을 지금의 벽돌 성당으로 바꾸어 짓는 대공사를 주도한 건 나중에 부임한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에밀 드비즈 신부였다. 1922년 완공한 지금의 건물이다. 그때 성당에서 3m쯤 떨어진 자리에는 마을에서 당산제를 지내던 ‘당산나무’가 있었다. 서구 종교와 부딪칠 수 있는 토착 신앙의 상징인 당산나무를 드비즈 신부는 성당 한가운데로 옮기는 대공사를 감행...

    2025.12.15 20:3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경쟁 대신 선택한 ‘아름다운 공존’
    경쟁 대신 선택한 ‘아름다운 공존’

    예로부터 탱자나무는 산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웠다. 그러나 정원 한가운데에 조경수로 키우는 특별한 경우도 있다. 경북 문경 대하리, 장수황씨 종택 앞마당의 탱자나무가 그런 나무다.1593년쯤 이 집을 처음 지은 황시간(1558~1642)은 마당 한쪽에 연못을 파고 그 둘레에 여러 종류의 나무를 심었다. 그로부터 400년 세월이 지나면서 다른 나무들은 모두 스러지고 탱자나무만 홀로 살아남았다. 종택의 후손들은 이 탱자나무를 가문의 상징으로 여기며 대를 이어 정성껏 지켜왔다.한눈에도 생김새가 범상치 않은 이 나무는 높이가 6m를 넘고, 사방으로 펼친 나뭇가지는 10m를 훌쩍 넘는다. 천연기념물인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와 강화도의 두 그루 탱자나무가 모두 나무 높이 4m 남짓에 불과한 걸 감안하면 실로 압도적인 규모다.놀라운 것은 완벽한 한 그루처럼 보이는 이 나무가 두 그루라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누구라도 한 그루로 착각하기 쉽지만 가까이 다가서서 줄기 쪽을 살...

    2025.12.01 19:5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의병의 함성 깨운 ‘북을 거는 나무’
    의병의 함성 깨운 ‘북을 거는 나무’

    의병의 고장, 경남 의령 유곡면 세간리에는 ‘현고수(懸鼓樹)’라는 나무가 있다. 홍의장군 곽재우의 고향 마을 어귀에 서 있는 느티나무다. 사람 키를 조금 넘는 자리에서 직각으로 꺾인 독특한 생김새의 줄기를 마주하면 누구라도 뭔가를 걸면 좋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임진왜란이 터지자, 이 땅을 지키자는 큰 뜻 하나로 선비 곽재우는 붓을 내려놓고 의병을 일으켰다. 전투 경험이 없는 의병을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신호가 필요했다. 의병장 곽재우는 그때 마당 가장자리에 서 있는 이 나무에 북을 걸었다. 훈련 집합 신호도, 적군을 향한 출정 신호도 이 나무에 건 북으로 알렸다. ‘북을 거는 나무’라는 뜻의 ‘현고수’라는 이름은 그렇게 지어졌다.대부분의 노거수가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되는 것과 달리, 이 나무는 오랫동안 ‘문화재자료’로 분류됐다. 생물자원 가운데에는 흔치 않은 사례다. 북을 걸었다는 사실을 넘어, 풍전등화의 위기를 이겨내려 한 백성들의 절박함이 깃...

    2025.11.17 21:27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정부인의 기품으로 살아남아
    정부인의 기품으로 살아남아

    민족의 소나무 ‘정이품송’이 서 있는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에서 남쪽으로 고갯길을 넘어 7㎞ 남짓 지나면 장안면 서원리가 나온다. 마을을 감도는 개울을 따라 난 호젓한 도로 곁에는 근사한 기품의 소나무가 있다.천연기념물인 ‘보은 서원리 소나무’다. 뿌리 근처 둘레 5m, 높이 15.2m로 서 있는 이 나무는 줄기가 둘로 갈라지며 사방으로 넓게 나뭇가지를 펼쳤다. 무엇보다 사방으로 고르게 넓게 펼친 나무 생김새가 아름답다는 게 이 나무의 특징이다.600년 넘게 살아온 것으로 짐작되는 이 나무를 사람들은 ‘정부인송(貞夫人松)’이라고 부른다. 누가 언제 붙인 이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래전부터 그렇게 불러왔다. 외줄기로 곧게 뻗어 ‘남성적’으로 인식되는 정이품송과 달리, 두 갈래로 나뉘며 너른 품을 지닌 이 나무를 ‘여성적’이라 본 것이다.‘정부인송’이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회자한 것은 얄궂게도 정이품송의 영화가 쇠락하면서부터였다. 정이품송은 1980년대 초의 솔...

    2025.11.03 19:56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사람을 살리기 위해 심은 나무
    사람을 살리기 위해 심은 나무

    농경문화 시절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나무를 심었다. 아기의 탄생을 축원할 때도, 선비의 입신출세를 축하할 때도, 가문의 화평을 기원할 때도 나무를 심었다. 또 병마에 시달리며 쓰러져가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도 나무를 심었다.경북 구미시 선산읍 신기리, 낙동강이 굽어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송당정사(松堂精舍)’에는 병든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심어 키운 한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다. 뿌리에서부터 여러 갈래의 줄기로 나뉘며 아름다운 생김새를 이룬 나무는 나무 높이 10m의 큰 나무가 됐다. 이 모과나무에는 의술을 펼친 실천성리학자, 박영(朴英·1471~1540)의 실천과 철학이 담겨 있다.양녕대군의 외손이기도 한 박영은 21세에 무과에 급제하며 벼슬살이를 시작했다. 하지만 무인으로 사는 삶에 만족하지 못한 그는 3년 만에 벼슬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와 학문 탐구에 몰두했다.백성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야말로 학문의 사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자연스레 의술, 즉...

    2025.10.20 22:38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부부의 연을 맺은 1300년
    부부의 연을 맺은 1300년

    옛사람들은 나무와 사람의 생명을 다르게 여기지 않았다. 사람에게 어미가 있으면 아비가 있어야 하듯, 나무에도 할배나무가 있으면 할매나무가 있어야 했다. 인천 영종도의 용궁사에 서 있는 느티나무 두 그루도 그처럼 사람의 뜻에 따라 ‘할배·할매’의 인연으로 1300년을 해로했다.신라 문무왕 10년(670)에 원효대사가 ‘백운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전하는 이 절집은 조선 철종 5년(1854)에 흥선대원군이 중건하며 ‘용궁사’라는 이름을 얻었다. 대원군이 손수 남긴 것으로 전하는 편액이 걸린 요사채 곁에 선 느티나무가 할배나무이고, 큰법당 마당에 서 있는 나무가 할매나무다.두 그루 모두 속이 텅 비어 나이테는 헤아릴 수 없지만, 사람들은 절집 창건 때에 심은 나무라고 짐작해 나무 나이를 1300년으로 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하면 ‘인천 영종도 용궁사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느티나무라 할 수 있다.할배나무는 곧게 솟은 줄기가 우직한 기상을 ...

    2025.09.29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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