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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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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사람살이 교훈 위해 심은 향나무
    사람살이 교훈 위해 심은 향나무

    돌아가신 어버이를 기억하기 위해 심어 키운 나무가 있다. 신비로운 생김새만으로도 눈길을 끄는 ‘연기 봉산동 향나무’(세종시 조치원읍)다.나무 위쪽으로 삐죽 내민 가지까지 합쳐봐야 고작 3m밖에 안 되는 낮은 키의 이 향나무가 보여주는 경이로움은 옆으로 넓게 드리운 나뭇가지 아래쪽에 있다.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 맨 아래에서부터 비틀리며 솟아오른 나뭇가지는 그 자체로 용틀임을 연상하게 하며 사방으로 11m 넘게 펼쳤다. 나무 높이의 4배 가까운 폭이다.사방으로 뻗은 나뭇가지는 하늘을 가렸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나뭇가지를 뻗었기에 허리를 굽히고 그 아래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나무는 긴 세월에 걸쳐 빈자리를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가지를 뻗었다.신비롭고 수려한 생김새는 나무 홀로 빚은 자연적 아름다움이 아니다. 후손들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신성하게 여기며 지켜온 결과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가 건강하게 잘 자라면 마을이 평...

    2023.01.31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마방의 흔적 지켜온 국내 최고의 밤나무
    마방의 흔적 지켜온 국내 최고의 밤나무

    한 그루의 큰 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집에서 태어나 그 나무를 바라보며 살던 사람이 그곳을 떠났다. 강원 평창 방림면의 산골마을 운교리 지방도로변 낮은 동산에 서 있는 밤나무와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길손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식당집 주인장 이야기다. 밤나무 가운데 유일하게 2008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평창 운교리 밤나무’. 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뒤에 식당 건물을 헐어내자 주변 풍광은 휑뎅그렁해졌다.50대 중반이던 식당의 여자 주인장은 쪽창으로 밤나무가 내다뵈는 방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밤나무집’으로 더 잘 알려졌던 이 집은 나그네가 하룻밤 쉬어가던 주막이자 말들을 쉬게 하는 마방이었다.지금은 한적한 산골이 됐지만, 조선시대에는 이 마을이 영동과 영서를 잇는 교통의 요지여서 항상 상인과 나그네로 붐볐다고 한다. 마을에는 운교역창(雲橋驛倉)도 있었다고 한다.운교리를 중심으로 평창 지역은 <세종실록지리지>에 밤의 특산지로 기록했을...

    2023.01.10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폐허가 된 절터를 지키는 나무
    폐허가 된 절터를 지키는 나무

    사람이 떠나도 나무는 남는다. 처음 뿌리내린 곳에서 사람보다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 나무의 운명이다. 가뭇없이 사라진 사람살이의 터전에서 옛사람의 자취를 찾는 데에 나무를 기준점으로 삼는 건 그래서다.원주 부론면에는 오래전에 마을 살림살이의 중심이었던 큰 절집 법천사(法泉寺)의 이름을 따 ‘법천리’라 부르는 마을이 있다. 마을의 중심은 휑뎅그렁하게 남은 폐허의 절터다. 절터 한편에 옛 스님의 탑비가 남아 있긴 하지만, 사람살이의 다른 흔적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거짓말처럼 사라진 절집의 내력을 알고 있는 건 오로지 한 그루의 늙은 느티나무뿐이다.폐사지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느티나무의 몸통에는 그가 살아온 긴 세월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 있다. 줄기 안쪽은 썩어 문드러졌다. 세월의 풍진을 켜켜이 쌓은 나이테도 따라서 사라지고 겨우 껍질만으로 살아남았다. 버티고 서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자신의 안쪽을 텅 비워낸 채 살아야 했던 나무의 질긴 생명력이 안쓰럽다...

    2022.12.27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크리스마스 즈음 돋보이는 호랑가시나무
    크리스마스 즈음 돋보이는 호랑가시나무

    겨울 채비를 마치고 거개의 나무들이 적막에 드는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유난스레 돋보이는 나무가 있다. 호랑가시나무다. 상록성의 초록 잎 사이의 빨간 열매가 도드라지는 호랑가시나무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등장하는 대표적인 ‘겨울나무’ 혹은 ‘크리스마스 나무’다.잎 가장자리의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 해서 호랑가시나무라고 이름 붙인 나무인데, 일부 지방에서는 얼기설기 엮은 가지로 호랑이가 등을 긁을 때 쓸 만하다 해서, 호랑이등긁개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서양에서는 예수의 가시면류관을 만든 나무라고도 하고, 예수의 이마에 박힌 가시를 뽑아내다가 자신의 여린 몸이 찢겨 피를 흘리며 죽어간 작은 새 ‘로빈’이 좋아하는 먹이여서 예수의 수난과 함께 기억하며 성탄 장식에 썼다고도 한다.크리스마스가 서양에서 비롯한 축제여서 축제 장식에 쓰는 호랑가시나무를 서양의 나무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이기도 하다. 전북 부안 지방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

    2022.12.13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마지막 주막을 지켜온 회화나무
    마지막 주막을 지켜온 회화나무

    1300리 낙동강 줄기가 스쳐지나는 예천 강변에는 이 땅의 마지막 주막으로 불리는 ‘삼강주막’이 있다. 주모라는 이름의 여인이 지켜온 명실상부한 주막이다. 낙동강 내성천 금천에서 흘러나오는 세 강물이 하나로 만나는 자리여서 삼강(三江)이라 불리는 예천군 풍양면 삼강리다.강 위로 삼강교라는 육중한 다리가 놓이고 옛 나루터의 흔적은 사라졌지만, 50년 전까지만 해도 삼강나루터는 영남과 한양을 잇는 번화한 나루터였고, 나루터 주막은 영남 지역 보부상들에게 최고의 쉼터였다.2005년에 주모 유옥연 노인이 돌아가신 뒤, 사람들의 기억을 모아 옛 보부상의 숙소와 주막을 재현하고 경상북도 민속문화재로 지정한 이 주막거리를 생생하게 살아서 지켜온 나무가 있다. 산림청 보호수로 지정된 ‘예천 삼강리 회화나무’다.250년쯤 된 이 회화나무는 높이 25m, 가슴높이 줄기둘레 5m의 큰 나무로, 7개의 굵은 줄기와 큰 가지를 넓게 펼치며 회화나무의 전형적인 수형을 갖추었다. ...

    2022.11.29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사람 발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나무
    사람 발소리를 들으며 자라는 나무

    나무들이 붉거나 노랗게 물들었던 잎들을 내려놓는 조락의 계절이다. 겨울나기 채비를 마쳤다는 신호다. 이제 씨앗을 품은 열매를 튼실하게 키우는 데에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겨울잠에 들어야 한다.낙엽을 마치면 나무의 열매가 눈에 들어올 차례다. 어미를 떠나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가기 위해 열매는 사람에게 혹은 초식동물의 눈에 들어야 한다. 잎 떨군 나뭇가지 위에 남은 빨간 까치밥이 눈에 띄는 것도 그래서다. 더불어 맛도 좋아야 한다. 맛이 제대로 들어야 사람이든 새든 짐승이든 찾아와 그의 씨앗을 옮겨줄 것이다.거의 500년 동안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며 단맛을 키우며 살아온 감나무가 있다. 대개의 감나무가 200년 넘게 살기 힘든 사정을 감안하면 무척 오래된 나무다. 경남 의령 정곡면 백곡리 마을 앞 논 가장자리에 우뚝 서 있는 이 감나무는 높이 28m에 가슴높이 줄기둘레도 5m 가까이 될 정도로 굵다.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감나무 가운...

    2022.11.15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정성으로 살려낸 방학동 은행나무
    정성으로 살려낸 방학동 은행나무

    한 그루의 나무에 넓은 땅을 내어주는 게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는 서울 도심에서 이례적으로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살아가는 600년 된 큰 은행나무가 있다.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다. 하늘 향해 25m까지 솟아오른 나무는 지름 20m가 넘는 원형 공간의 땅을 홀로 차지했다.이 나무는 명성황후가 임오군란을 피해 여주로 떠날 때 치성을 올린 나무라고도 하고, 조선 후기 경복궁 증축 때 징목(徵木) 대상에 선정되어 베어내야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대원군에게 간청하여 살아남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대감 나무’라는 별명은 그래서 붙여졌다.장대한 위용의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라는 점에서도 보존 가치가 높지만, 정작 더 특별한 건 사람들의 극진한 배려를 받으며 살아남았다는 점이다.사람 중심의 번거로운 도시에서 살면서 ‘서울 방학동 은행나무’는 죽음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나무 곁으로 빌라와 아파트를 비롯한 살림집 등의 건물이 들어선 때문이었다....

    2022.11.01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백성의 삶 배려한 선비의 나무
    백성의 삶 배려한 선비의 나무

    나무는 매오로시 사람살이를 고스란히 담는다. 비단이 재산의 척도이던 시절, 누에의 먹이인 뽕잎을 얻기 위해 키운 뽕나무도 그런 나무이건만 세월 흐르며 뽕나무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뽕나무 가운데에 가장 크고 아름다운 나무는 단연 강원 정선군청 앞에 서 있는 한 쌍의 뽕나무다나무를 심은 사람은 단종 때에 호조참판을 지내던 제주 고씨 중시조 고순창이다. 단종 폐위와 함께 낙향한 그는 살림집을 짓고 대문 앞에 한 쌍의 뽕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회화나무처럼 학문과 권력 혹은 부의 상징으로 여겨온 나무들과 달리 남녀상열지사의 상징이거나 나무 이름 때문에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인 뽕나무를 선택했다.그가 새로 살림터를 잡은 정선 지역은 고려 때부터 ‘상마십리(桑麻十里)’라고 표현할 정도로 뽕나무를 많이 키운 고장이다. 국부(國富)의 바탕인 비단을 키워내는 고장이었다는 이야기다. 벼슬은 내려놓았지만, 백성의 살림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선비 고순창은 백성...

    2022.10.18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제사장 단군의 제사 터 지키는 나무
    제사장 단군의 제사 터 지키는 나무

    하늘이 처음 열린 날을 기리기 위해 단군은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제단을 쌓고 제를 올렸다. 사람이 보금자리를 틀 수 있도록 세상을 열어준 하늘에 감사의 뜻을 전하는 제사이자 축제다.하늘과 사람이 어우러진 제사 터를 지키는 건 한 그루의 소사나무다. 기록이 없어서 누가 일부러 심어 키운 것인지, 지나는 새들이 씨앗을 물어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제단을 아름답고 풍성하게 꾸미기 위해 자리를 신중히 골라 심은 것처럼 참성단 돌축대 위에 우뚝 서 있는 소사나무 풍광은 볼수록 절묘하다.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의 산기슭에 자생하는 소사나무는 강화도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토종나무다.흙 한 줌 없는 돌 틈에 뿌리 내리고 150년을 살아온 참성단 소사나무는 나무높이 4.8m, 뿌리 부근 둘레 3m의 융융한 나무다. 사방으로 고르게 뻗은 나뭇가지는 동서 방향으로 7m, 남북 방향으로 6m를 펼쳤다.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소사나무 가운데에는 가장 큰 나무...

    2022.10.04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정삼품 벼슬 받은 천년 은행나무
    정삼품 벼슬 받은 천년 은행나무

    큰비와 태풍이 남긴 상처가 깊은 탓에 가을을 기다리는 마음을 재우치게 된다. 사람의 성마름과 다르게 나무들은 천천히 가을을 채비한다. 단풍이야 아직 이르지만, 잎 위의 짙은 초록은 서서히 힘을 내려놓는 게 눈에 들어오는 즈음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붉고 노란 단풍이 짙어지며 가을로 화려해지리라.노란 단풍으로 아름다운 은행나무 가운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는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다. 무엇보다 규모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가장 큰 몇 그루의 은행나무 가운데 한 그루다. 높이가 무려 42m에 이르고, 가슴 높이 줄기 둘레는 14m나 된다. 평균적인 아파트 14층 높이와 어른 8~10명이 둘러서야 겨우 나무 둘레에서 손을 맞잡을 수 있을 만큼 큰 나무다.‘양평 용문사 은행나무’는 벼슬을 얻은 나무이기도 하다. 세조로부터 정이품 벼슬을 하사받았다는 충북 보은 속리의 정이품송보다 이른 세종 대에 ‘당상관’이라는 벼슬을 받은 나무다. 나무를 처...

    2022.09.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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