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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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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큰 나무의 태풍 대비 전략
    큰 나무의 태풍 대비 전략

    태풍은 벼락과 함께 들녘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큰 나무의 생존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몰려오는 큰 바람을 막을 수도, 피해 달아날 수도 없다. 버텨야 한다. 해마다 이즈음이면 태풍을 못 이겨 부러지거나 뿌리째 뽑힌 큰 나무 소식을 마주치게 된다.키가 크고 곧게 자라는 나무들은 바람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오랜 세월에 걸쳐 자신의 몸을 바꾸어 왔다. 흔히 뿌리 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높이 솟아오른 키 큰 나무들로서는 그저 깊이 내린 뿌리만으로 큰 바람을 버티는 건 불가능하다. 오히려 깊게 내려야 할 뿌리를 옆으로 넓게 뻗는 게 바람을 버티는 데 더 효과적이다.우리나라에 100년쯤 전에 들여와 심어 키우는 낙우송이 그런 대표적인 나무다. 바람 아니라 해도 낙우송은 워낙 높이 솟아오르며 자라기 때문에 그저 깊은 뿌리만으로 지탱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보다는 뿌리를 옆으로 넓게 뻗는 게 높이 솟은 제 몸체를 버티는 데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2022.09.06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2억5000만원 들인 팽나무의 이사
    2억5000만원 들인 팽나무의 이사

    마을의 살림살이가 그때 창졸간에 무너앉았다. 부산 가덕도 바닷가, 평화롭게 살아가던 율리마을에서 벌어진 10여년 전의 사건이다. 갯벌에 지천으로 널린 조개를 캐며 이어가던 마을의 풍요는 산산조각났다. 갯벌이 갈아엎어지고, ‘가덕도 일주도로’라는 자동차전용도로가 놓이게 됐다. 먹고사는 일이 묘연해졌다.돌아보면 지치고 힘들던 때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때마다 사람들의 고단한 마음을 붙잡아준 건 ‘할배, 할매’라는 이름으로 500년 동안 사람살이를 지켜준 팽나무 한 쌍(사진)이었다.나무에 얹혀진 마을의 역사는 이제 마을을 관통하는 큰 도로를 따라 산산이 부서져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 온몸으로 공사장을 막은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떻게든 나무를 지켜야 했다. 마을의 생명줄이었던 샘을 갈아엎는 일까지도 참을 수 있었지만 할배·할매나무가 쓰러지는 건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러나 현대화의 급속한 물결을 막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공사를 주관하는 쪽에서는 효과적인 완...

    2022.08.23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70년 만에 꽃 피운 물푸레나무
    70년 만에 꽃 피운 물푸레나무

    북유럽 신화에서 세상을 연 건 한 그루의 나무였다. 땅 깊은 곳에서 한 그루의 나무가 기지개를 켜고 하늘을 들어올리며 세상이 열렸다. 이른바 우주목 신화다. 이그드라실이라고 불리던 이 물푸레나무는 최고의 신 ‘오딘’이 사람을 만드는 재료로도 쓰였다. 라그나로크 전쟁을 치른 오딘은 이그드라실의 가지 하나를 잘라내 사람을 지었다. 결국 신화에서 물푸레나무는 세상을 열고 생명을 지은 최고의 나무다.물푸레나무는 농경문화권에서는 매우 중요한 나무다. 목재가 단단한 데다 질기기까지 해서 농기구의 재료로는 최상급이었다. 적당히 자라면 모두 베어내 써야 했던 까닭에 크고 오래된 나무는 찾아보기 어렵다.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물푸레나무를 찾아낸 건 경기 화성시 전곡리의 마을숲에서였다. 나무높이 20m에 350년 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물푸레나무다. 마을 당산나무이자 정자나무였던 이 나무는 한국전쟁 때 마을이 소개되자, 정자나무로서의 쓰임새를 잃었으며, 사람이 찾지...

    2022.08.09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여름에 아름다운 병산서원 배롱나무
    여름에 아름다운 병산서원 배롱나무

    배롱나무의 계절, 붉은 여름이다. 여름에 백일 넘게 붉은 꽃을 피워서 ‘백일홍나무’라고 부르다가 배롱나무라는 남다른 이름을 얻은 이 나무는 햇살 뜨거운 여름이면 가지 끝에서 고깔 모양의 붉은 꽃차례를 피운다. 주름투성이의 꽃잎 6장 안쪽에 40개의 수술이 돋는데, 가장자리에 자리한 6개의 노란 수술이 유난히 길어서 아름답다. 대개는 붉은빛이지만, 흰색 꽃을 피우는 나무도 있어 따로 흰배롱나무라고 부른다.중부지방에서도 키울 수는 있지만, 따뜻한 기후를 좋아하는 나무여서 월동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남부지방에서는 정원수로 흔히 심어 키우는 나무다.우리나라의 배롱나무를 대표할 만한 나무 가운데 하나로 ‘안동 병산서원 배롱나무’를 꼽을 수 있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을 배향한 안동 병산서원은 1978년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했고, 2019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됐다.서원 입구에서부터 붉게 꽃이 핀 여러 그루의 배롱나무를 만나게 되지만, ...

    2022.07.26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신비로운 흰색 얼룩의 소나무
    신비로운 흰색 얼룩의 소나무

    나무의 생명에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태풍과 벼락이다. 들녘에 홀로 서서 비바람, 눈보라와 맞서야 하는 나무로서 피할 수 없는 위협 요인이다. 해마다 태풍과 벼락이 빈번하게 찾아오는 여름이면, 곳곳에서 큰 나무들이 쓰러지는 사태를 맞이하는 건 하릴없는 노릇이다.이태 전 태풍 ‘마이삭’으로 나뭇가지의 절반이 찢겨나간 ‘이천 신대리 백송’도 그랬다. 우르르 쏟아져 쌓인 나뭇가지 잔해들은 이 나무가 수명을 다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울 만큼 참혹했다.1976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천 신대리 백송’(사진)은 우리 땅에 살아 있는 백송을 대표할 만큼 아름다운 나무였다. 200여년 전 전라감사를 지낸 민정식이 자신의 선조인 민달용의 묘지 앞에 심은 이 나무는 조선 후기 여흥(지금의 여주)민씨 일가가 누렸던 세도의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인문학적 자연자원이기도 하다.흰색을 바탕으로 밝은 회색의 얼룩무늬가 신비로운 백송은 중국에서 들어온 나무...

    2022.07.12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호랑이 주눅들게 한 큰 나무
    호랑이 주눅들게 한 큰 나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는 충남 금산군의 요광리를 둘러싼 서대산 기슭에도 호랑이가 살았던 모양이다. 숲속의 호랑이가 이 마을을 어슬렁거리던 중에 낮잠 자는 농부를 찾고 다가서려 했다. 그런데 사람 곁에 호랑이가 대적하기에는 너무나 큰 ‘무엇’이 있었다. 덤벼들 엄두가 나지 않은 호랑이는 하릴없이 숲으로 돌아갔다. 백수의 제왕을 주눅 들게 한 건 ‘금산 요광리 은행나무’였다.천년 전부터 이 자리에서 살아온 나무는 율곡 이이의 글에도 등장할 만큼 널리 알려진 나무다. 높이 24m, 줄기둘레 13m에 이르는 이 나무는 긴 세월 동안 굵은 줄기 안쪽이 썩어 외과수술 처리로 보존했다.수려한 생김새를 갖췄지만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불균형하게 보인다. 큰 나뭇가지가 찢겨나가서다. 100년 전에 큰 바람으로 부러진 남쪽의 가지는 길이가 30m에 이를 만큼 컸는데 이 가지로 마을 사람 모두가 3년 동안 쓸 밥상을 만들었다. 또 80년 전에 찢겨나간 40m 길이의 동북쪽...

    2022.06.28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사람살이의 안위 지켜온 나무
    사람살이의 안위 지켜온 나무

    탱자나무는 예로부터 산울타리로 많이 심어 키웠다. 탱자나무 가지에서 돋아나는 억센 가시가 외부와의 차단에 효과적인 때문이다. 사납게 돋치는 가시가 무성한 까닭에 바깥출입을 엄격히 금지해야 할 죄인을 가두는 데에도 탱자나무는 이용됐다. 이른바 위리안치(圍籬安置)다. 탱자나무 가시가 무성한 울타리로 싸인 집 안에 죄인을 가두는 형벌이다. 특히 역모에 해당하는 중죄를 지은 죄인에 대한 형벌이었다.그러나 모든 나무가 그렇듯, 옛사람들은 한 가지 쓰임새로만 나무를 심지 않았다. ‘상주 이안리 탱자나무’는 마을 골목 안쪽의 길가 공터에 서 있다. 사람의 왕래가 잦은 조붓한 골목이라면 탱자나무 가시가 오가는 사람들을 성가시게 한다는 이유에서 베어낼 가능성이 높다. 탱자나무가 살아남기에 유리한 자리는 아니다. 사람살이를 불편하게 하면서 사람의 마을에서 나무가 오래 살아남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이 탱자나무는 그 자리를 220년째 지키며 살아남았다.산울타리로 심어 키우...

    2022.06.14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서울 도심의 사람살이 향기
    서울 도심의 사람살이 향기

    나무가 처한 사정보다 늘 사람의 사정을 앞세우는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살이의 향기를 오래 간직하고 수굿이 살아남은 측백나무가 있다. 강서구 화곡동 마을 쉼터를 지키고 서 있는 나무다. 쉼터는 600㎡가량의 옹색한 공간이지만, ‘측백나무가 반겨주는 지정 보호수 마을 마당’이라는 근사한 표지판이 나무의 존재감을 남다르게 한다.다닥다닥 이어지는 다세대주택 건물들 사이에 마련한 쉼터로 이어지는 조붓한 골목은 ‘곰달래길’ 구간의 일부로, 예전에 ‘용암길’로 불리던 길이다. 길 이름에 든 ‘용암(龍巖)’은 이곳에서 마을 살림살이를 지혜롭게 이끌어온 선조 김팽수(金彭壽)의 아호다. 영해도호부사를 지낸 그는 성품이 후덕하고 행동거지가 분명하여 ‘도덕군자’로 불렸다. 그는 늙마에 조상의 음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원주김씨의 시조인 김거공(金巨公)의 탄생일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고 후손의 번창을 기원했다. 바로 ‘서울 화곡동 측백나무’다. 더불어 그는 이때의 사정을 ‘식수기(植樹記)’로 상...

    2022.05.31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봉화 우구치리 철쭉
    봉화 우구치리 철쭉

    여느 봄꽃에 비해 긴 시간에 걸쳐 화려한 꽃을 피우는 철쭉은 사람살이 곁에서 살아온 낮은 키의 나무다. 그런 철쭉의 생육 사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쭉은 뜻밖에도 사람의 마을과 떨어진 숲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자리 잡은 경북 봉화군 우구치리 옥석산 정상 조금 못 미친 숲에 있는 ‘봉화 우구치리 철쭉’이 그 주인공이다. 사람살이를 피해 깊은 숲에서 돌보는 이 없이 긴 세월을 도도하게 살아온 우리나라 최고령 철쭉이다. 그의 존재를 아는 사람들은 흔히 ‘오백오십년 철쭉’이라고 부른다. 이례적으로 오래된 철쭉임을 강조한 이름이다.나무를 만나려면 진달래 군락이 터널을 이룬 숲길로 이어진 2㎞ 남짓의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야 한다. 나무로 가는 길에는 이정표도 있고, 나무 곁에 세운 보호수 입간판과 나무 주변의 철제 울타리가 가지런해서 나무를 찾는 데에 어려움은 없다.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그렇듯 규모 또한 명실상부하게 우리...

    2022.05.17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배고파 죽은 넋 위로한 이팝나무
    배고파 죽은 넋 위로한 이팝나무

    이팝나무 꽃이 하르르 피어났다. 하얀 쌀밥을 소복이 담은 ‘고봉밥’을 떠올릴 만한 꽃을 피워서 ‘이팝나무’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 토종 나무의 향긋한 꽃이다. 입하 즈음에 피어나 보름 넘게 은은한 향을 피우며 오래 머무르는 꽃이어서 예로부터 선조들이 좋아해 왔다.이팝나무는 수십 년 전만 해도 중부지방에서는 키우기 어려울 정도로 따뜻한 기후를 좋아한 나무였으나 이제는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도 흔히 심어 키우는 나무가 됐다. 아름다운 꽃에 담긴 기후변화의 신호는 사뭇 이 땅의 참담한 사정을 떠올리게 한다.크고 건강하게 잘 자란 이팝나무 노거수를 보려면 그래서 남부지방으로 가야 한다. ‘순천 평중리 이팝나무’는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나무로 꼽힌다. 높이 18m에 가슴높이 줄기둘레가 5m에 이르며, 나이는 400년을 너끈히 넘는 큰 나무다. 무엇보다 이팝나무를 대표할 만한 전형적인 수형을 갖추었다는 점이 돋보인다.‘순천 평중리 이팝나무’는 마을 앞 논 가장...

    2022.05.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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