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 전체 기사 115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시인 묵객의 숨결 스민 소나무
    시인 묵객의 숨결 스민 소나무

    물러갈 듯했던 무더위가 다시 기승이다. 개울가에서 동무들과 어울려 천렵하던 개구쟁이 시절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큰 나무가 있다. 경남 함양군 휴천면 목현리 개울가의 반송이다. 부챗살처럼 갈라져 솟아오른 줄기가 아홉 개로 나뉘어서 ‘구송(九松)’이라고 부르는 ‘함양 목현리 반송’이다.이 나무는 나무 높이 15m, 나뭇가지가 펼쳐나간 폭은 사방으로 15m 정도 되며, 나무 나이는 300년 정도로 짐작된다. 여느 소나무에 비하면 큰 나무라 할 수 없어도 반송 중에서는 큰 편인 데다 나뭇가지 펼침이 더없이 아름답다.나무를 심은 사람이 정확히 전해진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나무다. 조선 시대에 훈장을 지내던 정대영(鄭大永·1838~1903)이 이 나무를 심은 선조다. 그의 후손들은 150년 전쯤 정대영이 어디에선가 이 반송을 구해 옮겨 심었다고 한다. 그때 정대영은 나무가 서 있는 개울 풍경을 흡족해하며 이 자리를 ‘구송대’ 또는 ‘구송정’이...

    2025.08.18 19:53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독립군 나무’를 돌아보아야 할 이유
    ‘독립군 나무’를 돌아보아야 할 이유

    충북 영동군 학산면 박계리 마을 어귀에는 ‘독립군 나무’라는 비장한 이름으로 불리는 늙은 느티나무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연락 거점이었던 역사를 간직한 까닭에 붙은 이름이다. 나무 나이 370년, 나무 높이 20m의 이 나무는 생물학적 잣대로만 보면 평범한 느티나무 노거수일 뿐이다. 뿌리에서 올라온 줄기가 둘로 갈라진 생김새가 조금 별나게 보일 뿐 특별히 아름다운 것도, 주변 경관이 빼어난 것도 아니다.이 나무의 진정한 가치는 겉모습이 아니라 나무에 스며든 사회문화적, 역사적 사연에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 지역은 서울과 남부지방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전국의 독립운동가들을 연합하기 위해 꼭 필요한 교두보였던 것이다. 자연히 일본 순사의 감시는 삼엄했고, 독립운동가들이 이 지역을 통과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했다. 이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박계리 사람들은 기지를 발휘했다.멀리서도 훤히 바라다보이는 마을 어귀의 큰 나무를 신호로 삼은 것이다...

    2025.08.04 20:58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임금의 아버지가 탐낸 소나무
    임금의 아버지가 탐낸 소나무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풍치 좋은 별서(別墅·농장이나 들이 있는 부근에 한적하게 따로 지은 집)를 탐냈다. 조선 후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1898)의 이야기다. 그가 탐낸 별서는 철종 때 영의정을 지낸 김흥근(1796~1870)의 ‘삼계동정사(三溪洞精舍)’였다.김흥근에게 팔 것을 여러 차례 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 대원군은 아들 고종과 함께 이 별서를 찾아 하룻밤 묵었다. 임금이 묵은 집에 신하가 살 수 없다는 당시의 예법을 이용하려는 ‘꼼수’였다. 결국 삼계동정사를 거저 얻게 된 이하응은 ‘바위 언덕 위에 놓였다’ 해서 별서의 이름을 ‘석파정(石坡亭)’으로 바꾸었으며, 자신의 호도 ‘석파’로 고쳤다.이하응이 그토록 탐냈을 만큼 풍광이 절경인 건 지금도 매한가지다. 인왕산과 북악산을 배경으로 자리 잡은 석파정 자체의 풍치도 훌륭하지만, 석파정에서 훤히 내다보이는 서울의 풍광도 절경이다. 이하응 사후 소유자가 몇차례 바뀐 끝에 지...

    2025.07.21 21:06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여름, 물가의 나무에서 위로를 얻다
    여름, 물가의 나무에서 위로를 얻다

    봄에는 장맛비처럼 비가 퍼붓더니, 정작 장마철에는 ‘먼지잼’이라 할 만큼의 가는 빗방울만 뿌리며 지나가는 듯하다. 장마철을 유난히 기다려온 나무가 있다. 물을 좋아하는 버드나무 종류가 그렇다. 이 가운데 우리의 토종 나무인 왕버들이 있다.왕버들 중에서 어린 가지와 잎자루에 부드러운 털이 돋아나는 종류를 ‘털왕버들’이라고 따로 분류하는데, 왕버들과의 미세한 차이를 알아보기란 쉽지 않다. 개체수가 많지 않아 귀하게 여기는 털왕버들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이 서울 근교에서 발견해 등록한 우리 토종 나무다.천연기념물로 지정한 털왕버들로는 경북 청도군 각북면 덕촌리 개울 가장자리 둑에 서 있는 나무가 유일하다. 둑 위에서 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 흙을 고정해 홍수로부터 마을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해온 고마운 나무다.나무 나이 200년, 나무 높이 15m, 가슴높이 줄기 둘레 4.6m에 이르는 ‘청도 덕촌리 털왕버들’은 거대한 나무가 아니다. 털...

    2025.07.07 20:05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살아있는 신화,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
    살아있는 신화,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

    충남 태안의 고즈넉한 고찰 흥주사에는 절집의 온 역사를 담고 서 있는 큰 나무가 있다. 나무 높이 20m, 둘레 8.5m의 거대한 ‘태안 흥주사 은행나무’다. 절집의 창건 설화에서부터 수많은 사람의 염원을 끌어안으며 스스로 신화가 된 나무다.고려시대인 900년 전 한 노승이 부처를 모실 터를 찾던 중 백화산 기슭에 이르러 꿈결에 “네가 누운 곳은 매우 상서로운 곳”이라는 산신령의 계시를 받았다. 놀라 깨어난 노승은 그 자리가 부처를 모실 좋은 자리임을 알아챘다.노승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그 자리에 꽂아 표시하고 절집 건축에 나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놀랍게도 그 지팡이는 점점 자라나며 파릇한 은행잎을 피워냈다. 그리고 이즈음 다시 스님의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아이 없는 여인이 이 나무에 정성을 올리면 자식을 얻을 것”이라는 예언을 남겼다.스님의 지팡이에서 태어난 은행나무가 아이를 낳게 해준다는 소문은 널리 퍼졌다. 아이를 낳기 원하는 아낙들의 발길이 잦...

    2025.06.23 20:51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천성 이겨내고 나라를 지킨 나무
    천성 이겨내고 나라를 지킨 나무

    나라 위해 몸 바친 희생의 역사는 사람에게만 새겨진 것이 아니다. 말 없는 생명들도 겨레에 닥친 모진 세월을 함께 견뎌왔다. 제 본성마저 거스르며 나라 지키는 파수꾼이 된 나무가 있다. 강화 갑곶리 탱자나무다.강화도는 예로부터 외적의 침입에 대비해 임금이 피난처로 선택한 천혜의 요새였다. 여러 피난 경험 끝에 조선의 조정은 강화도에 돈대와 외성 등 방어시설을 설치했다. 그러나 흙으로 쌓은 성벽은 비바람에 무너앉기 일쑤였다. 이에 영조 때에 강화유수 원경하의 제안에 따라 탱자나무 울타리를 성벽에 심기로 했다. 땅속 깊이 뻗은 뿌리가 성벽을 튼튼히 지켜낼 뿐 아니라, 날카롭고 억센 가시는 철조망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국가의 부름을 받은 탱자나무는 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나 추운 섬마을에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그때 심어졌던 탱자나무 대부분은 강화도의 혹독한 기후를 견디지 못하고 스러졌다. 갑곶돈대 언덕에 심어진 탱자나무는 모진 바닷바람 다 이겨내고 위풍당...

    2025.06.09 20:42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백성의 고된 삶 위로하는 나무
    백성의 고된 삶 위로하는 나무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에는 백성의 고된 삶을 위로하기 위해 한 관리가 심고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키운 크고 아름다운 나무가 있다. 이름까지 아예 ‘위민정(慰民亭)’이라고 불리는 특별한 푸조나무다.나무 나이 500년을 헤아리는 이 푸조나무는 조선 영조 때 이 고을의 도호부사를 지낸 전천상(田天祥·1705~1751)이 ‘고된 노동에 지친 백성을 위로’하기 위해 심은 나무다. 농사일에 지친 백성이 잠시라도 나무가 드리우는 싱그러운 그늘에 들어 편히 쉬게 하려는 뜻이었다.하동 지역의 대표적 자연유산인 ‘하동 송림’을 처음 조성한 인물이기도 한 전천상은 백성의 살림살이를 가장 가까이에서 몸소 느끼고 그 불편을 더 빠르게 해소하고자 애썼던 너그러운 관리로 칭송받았다.그가 심은 이 나무는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이제 높이 25m, 가슴높이 줄기 둘레 4.5m의 큰 나무가 됐다. 특히 사방으로 고르게 펼친 나뭇가지가 이룬 수형이 ...

    2025.05.26 20:42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어머니 향한 천년의 그늘
    어머니 향한 천년의 그늘

    전남 장흥군 옥당리 당동마을에는 ‘효자송(孝子松)’으로 불리는 특별한 나무가 있다. ‘장흥 옥당리 효자송’이라는 이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큰 나무다.곰솔은 바닷가에서 자라기에 해송(海松), 줄기가 검은빛이어서 흑송(黑松)이라고 불러왔으며, 우리말로는 ‘검은 소나무’ ‘검은솔’이라고 부르다가 ‘곰솔’로 바뀐 우리 소나무의 한 종류다. 바닷가에서 자라는 나무이지만, 사람의 정성만 담기면 내륙에서도 자랄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내륙의 곰솔은 특별한 사연을 간직했기 십상이다.150년쯤 전, 이 마을에는 효성이 지극한 세 청년, 장흥 위씨의 위윤조, 수원 백씨의 백기충, 영광 정씨의 정창주가 살았다. 세 청년은 한여름 뙤약볕 아래 밭에서 일하는 어머니들을 위해 그늘을 지어드리겠다는 생각으로 제가끔 한 그루씩의 나무를 심었다.위윤조(1836~미상)는 곰솔을, 백기충은 감나무를, 정창주는 소태나무를 심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세 그루의 나무를 처음부터 ‘효...

    2025.05.12 20:21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천연 교실이 되어 사람을 키워온 나무
    천연 교실이 되어 사람을 키워온 나무

    전남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한재초등학교는 ‘느티나무 학교’라 해도 될 만큼 한 그루의 느티나무로 널리 알려졌다.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 건물보다 높지거니 우뚝 선 큰 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담양 대치리 느티나무’다. 생김새 하나만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이 나무는 600년이 조금 더 된 것으로 짐작되는데, 가슴높이 줄기 둘레 9m에 높이가 34m나 된다. 나무 높이로는 우리나라의 모든 느티나무를 통틀어 가장 크다.1920년 개교한 한재초등학교는 100년 넘게 아이들을 키워온 이 지역의 대표적인 초등학교다. 이 학교는 한국전쟁 때 불에 타 모든 건물이 무너졌다. 그래도 학교 수업은 멈출 수 없었지만,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때 불에 타버린 학교 건물 곁의 이 느티나무 그늘은 임시 교실로 더없이 안성맞춤이었다. 학급마다 느티나무 그늘을 차지하려는 통에 그때의 선생님들은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자리...

    2025.04.28 20:32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전설에 담긴 자연주의 철학
    전설에 담긴 자연주의 철학

    옛사람들은 사람살이에서 당장 실현해야 할 가치를 흥미로운 이야기에 담아 삶의 철학을 구현했다. 우리의 오래된 나무에 전해오는 갖가지 전설들도 속내에는 당시 사람살이에서 꼭 필요한 가치를 담았다.나무에 해코지를 하면 천벌을 받는다든가, 나무줄기에 천년 묵은 구렁이가 산다는 이야기를 비롯해 나라에 흉한 일이 벌어질 때면 나무가 울음소리를 낸다는 전설들이 모두 그렇다.경북 상주 상현리 반송에 얽힌 전설에는 자연주의 철학이 또렷이 담겨 있다. 500년쯤 된 이 나무는 나무높이 16.5m로, 반송 가운데에는 큰 규모에 속한다. 게다가 동서 방향으로 24m, 남북으로는 25m까지 고르게 퍼진 나뭇가지가 이뤄낸 수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반송이라 할 만큼 빼어나다.이 나무에는 나뭇가지를 꺾으면 천벌을 받는다는 흔한 전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경고성 엄포’까지 담겼다. 즉 이 나무의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잎을 따는 것은 물론이고, 바닥에 저절로 떨어진 잎을 주...

    2025.04.14 21:24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