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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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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이 땅의 여름을 상징하는 나무
    이 땅의 여름을 상징하는 나무

    날씨가 무더워져 공부의 고삐가 풀릴 즈음이면 나뭇가지 끝에서 우윳빛으로 조롱조롱 피어나는 꽃이 있다. 조선시대의 학동들은 이 꽃을 보고 과거시험 채비를 재우쳤다. 회화나무 꽃이다. 조선의 학동들에게 이 꽃은 여름 지나 가을에 열리는 과거 응시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신호였다.나뭇가지를 거침없이 펼치되, 모난 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넉넉한 품을 갖춘 회화나무는 성장한 선비의 생김새를 닮았다 해서 ‘선비나무’ 혹은 ‘학자수’라 불러왔다. 중국에서도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기며 ‘출세목’이라고 부른다. 옛 선비들은 집을 옮겨갈 때에도 이삿짐 목록에 회화나무를 담았다고 할 정도로 아꼈으며, 일부러 눈에 잘 띄는 안마당에 심어 지체 높은 가문임을 알리는 상징으로 이용하기도 했다.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충남 당진시 송산면 삼월리 회화나무도 그런 나무다. 이 나무는 조선 중종 때 좌의정을 지낸 용재공(容齋公) 이행(李荇·1478~1534)이 중종 12년(1517)에 이 ...

    2024.06.10 20:34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한국서 가장 오래된 히말라야시다
    한국서 가장 오래된 히말라야시다

    충북 영동군 영동산업과학고등학교 교정에는 특별한 나무 한 그루가 학교의 상징목으로 서 있다. ‘영동농업전수학교’로 1936년 개교한 이 학교가 1944년 4년제 갑종으로 승격한 계기를 기념해 심은 ‘개잎갈나무’다.‘히말라야시다’로 많이 불리는 개잎갈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도 그즈음이다. 농업이 전공이던 학교였기에 그때로선 낯선 개잎갈나무를 학교 상징목으로 선택하고 널리 알리는 데 선구적으로 나선 것이다.히말라야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여서 히말라야시다라고 부르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정한 우리말 이름은 ‘개잎갈나무’다. 잎갈나무와 생김새는 닮았어도 분류학적으로 다른 나무여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개잎갈나무는 생김새가 아름다운 데다 빠르게 큰 나무로 자라 풍치를 좋게 하는 나무여서 세계 3대 조경수로 꼽힌다. 우리나라 전국의 기후에서 잘 자랄 뿐 아니라, 공해에 견디는 힘이 강해 도시 가로수나 아파트 조경수로 많이 심어 키우는 나무다.‘영동 부...

    2024.05.27 20:15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스승께 예를 갖추고 선 곱향나무
    스승께 예를 갖추고 선 곱향나무

    스승과 제자의 예를 증거하며 서 있는 나무가 있다. 전남 순천 조계산 송광사에 딸린 암자, 천자암 경내에 서 있는 한 쌍의 근사한 이 나무는 ‘순천 송광사 천자암 쌍향수(곱향나무)’라는 다소 긴 이름으로 국가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국가자연유산 고유 명칭으로 괄호 속에 표기한 식물 종류인 곱향나무는 잎의 생김새에서 향나무와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눈에 띌 만큼의 차이는 아니어서 식물 분류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정확히 구별하는 게 쉽지 않다.70㎝의 간격을 두고 닮은꼴로 자라난 한 쌍의 곱향나무는 얼핏 한 그루로 보인다. 나무 높이 12m의 크기도 생김새도 꼭 닮아 쌍둥이 향나무라는 뜻에서 오랫동안 쌍향수라고 불러왔다.가장 눈에 띄게 들어오는 것은 이 곱향나무의 독특한 줄기 모습이다. 두 마리 용이 하늘로 오르기 위해 똬리를 풀며 용틀임하는 듯 배배 꼬인 모습은 경이롭다. 한때 이 나무줄기에 손을 대고 살짝 흔들면 극락에 든다는 전설이 전해졌지만, 나무가 쇠약...

    2024.05.13 20:08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지리산 구름 위로 우뚝 솟은 소나무
    지리산 구름 위로 우뚝 솟은 소나무

    ‘구름도 누워 쉬는 마을’이어서 ‘와운(臥雲)’이라 불리는 지리산 뱀사골 마을 동산 마루에는 구름 위로 우뚝 솟은 소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을 모두 해야 서른 명 남짓인 이 마을은 2015년에 지리산국립공원 마을 가운데 맨 처음 ‘명품마을’로 지정된 곳이다.와운마을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430여년 전에 영광정씨와 김녕김씨 일가가 전란을 피해 찾아와 보금자리를 일구며 시작된 마을이라고 전하는데, 그때 이미 큰 소나무가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한다.해발 800m에 자리잡은 명품마을의 기품을 지켜주는 것은 단연 이 명품 소나무다. 지리산 명선봉에서 영원령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위에서 마을을 거느리고 서 있는 이 소나무는 2000년에 ‘지리산 천년송’이라는 이름의 국가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할매송’이라 부르고 여기에서 열대여섯 걸음쯤 위쪽에 서 있는 또 한 그루의 소나무를 ‘할배송’이라 부르며 두 그루를 한 몸처럼 여긴...

    2024.04.29 20:32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서당의 어린 학동이 심은 나무
    서당의 어린 학동이 심은 나무

    서당에서 글공부하던 어린 학동이 심고,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지켜온 큰 나무가 있다. ‘서산 송곡서원 향나무’라는 이름의 한 쌍의 향나무다. 미끈한 나무줄기의 생김새에서부터 구불구불한 가지펼침까지 향나무 특유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근사한 나무다.‘서원목’이라는 이름으로 우뚝 서 있는 나무 안쪽에는 ‘송곡서원’이라는 소박한 건축물이 자리 잡고 있지만, 나무가 처음 뿌리내리던 시절에는 서원 대신 작은 서당이 있었고, 그 서당에 다니던 학동이 이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600년쯤 전에 있었던 이야기다.나무를 심은 것으로 알려진 학동은 조선 단종 때의 선비 류윤(柳潤·?~1476)이다. 관련 기록이 안 남아 어린 시절의 류윤과 이 지역의 연관성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모의 벼슬살이가 이 지역에서 이어졌거나 일가친척이 서산에 살았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서원 건립은 류윤이 죽고 200년쯤 흐른 1694년(숙종 20년)이다. 서원 뒤편으로 소나무가 울창한 계곡...

    2024.04.15 20:4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평범한 농촌 마을 ‘자존감 상징’
    평범한 농촌 마을 ‘자존감 상징’

    특별한 이름으로 불리는 큰 나무들이 있다. 정이품 벼슬을 받아서 ‘정이품송’이라 불리는 나무를 비롯해 임금이 하사한 한 쌍의 소나무여서 ‘쌍군송’, 밭일하는 어머니의 휴식을 위해 심은 나무여서 ‘효자송’ 등이 그런 경우다.천년고찰 직지사가 자리 잡은 경북 김천 향천리에는 ‘직지문인송(直指文人松)’이라는 이름의 소나무가 있다. 300년 전에 해주정씨의 선조가 심었다는 이 나무는 마을 뒷동산 언덕 마루에 서서 사람살이를 지켜주는 신목(神木)이다.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정월 초사흗날에 나무 앞에서 동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해왔다.나무 높이 11m, 줄기 둘레 5m인 이 나무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소원을 모두 이루게 해주는 신령스러운 나무로 널리 알려졌다. 이 같은 소문 때문에 멀리에서도 자식을 낳기 원하는 아녀자들이나, 과거 급제를 기원하는 학동 가족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일제강점기에는 나무 근처에 신사(神社)가 설치돼 있었고, 일제 침...

    2024.04.01 20:08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더럽혀진 귀 씻어낸 최치원의 지팡이
    더럽혀진 귀 씻어낸 최치원의 지팡이

    신라시대의 최치원(崔致遠·857~?)은 번거로운 속세를 떠나 해인사에 은거했지만, 세상사로부터 귀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해인사에서의 은둔 생활을 접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가기로 했다.화개천을 따라 걷던 그는 개울가의 너럭바위에 이르러 계곡 사이로 내다보이는 지리산 깊은 골짜기를 은거지로 선택했다. 그러고는 온갖 지저분한 말들에 시달리며 더러워진 귀를 개울물에 깨끗이 씻어냈다.따르던 시종들을 물리치며 그는 짚고 온 지팡이를 개울가에 꽂으며 “이 지팡이가 큰 나무로 자라나면 나도 살아 있는 것이고, 나무가 죽으면 나도 죽은 것으로 알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화개장터와 쌍계사 벚꽃길을 지나면 가락국 김수로왕의 일곱 왕자가 성불(成佛)했다는 전설을 품은 칠불사(七佛寺) 오르는 길과, 대성동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뉘는 삼거리가 나온다. 여기가 최치원이 세속과 이별례를 치른 곳이다.그가 귀를 씻었다는 너럭바위를 사람들은 ‘세이암(洗耳岩)’이라고...

    2024.03.18 20:19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경쟁 상대 품는 나무의 협동 전략
    경쟁 상대 품는 나무의 협동 전략

    얼핏 보아 평화롭기만 해 보이는 나무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살 수 있다. 주어진 공간에서 햇빛을 잘 받고, 땅에서 물과 양분을 확보하려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곁의 나무보다 높이 올라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야 하고 나뭇가지를 펼칠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그러나 승부가 나지 않을 만큼 경쟁이 이어지면 나무는 경쟁의 원리를 내려놓고 ‘협동’을 선택한다. 나무가 보여주는 협동의 결과가 ‘연리(連理)’ 현상이다. 나뭇가지가 서로 붙었다면 연리지, 줄기가 붙었으면 연리목, 땅속의 뿌리가 붙은 경우라면 연리근이라고 부른다.곁에 있는 나무와 한 몸을 이루는 것이다. 분명히 서로 다른 두 그루의 나무였건만 연리를 이룬 뒤에는 하나의 나무에서 빨아들인 물을 상대 나무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자신이 광합성을 통해 만든 양분까지도 나눠주며 살아간다. 완벽한 협동이고 공생이다.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 한가운데 자리 잡고 서 있는 ‘비자나무 연리목’(사진)은 처음에 ...

    2024.03.04 19:52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오래된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 무늬
    오래된 나무에 담긴 사람살이 무늬

    소수서원을 지나 영주 부석사로 향하는 길에서 단산면사무소를 만나게 된다. 면사무소 앞에서 우회전하여 남쪽으로 고갯길을 3㎞쯤 넘어가면 한가로운 농촌 마을에 이른다.마을에 닿았음을 알게 하는 건 마을 어귀의 낮은 언덕에 서 있는 큰 나무 한 그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영풍 병산리 갈참나무’다. ‘영풍’은 영주와 풍기를 합쳐 만든 지명으로 이 나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1982년에는 공식적으로 쓰이던 행정구역 이름이다. 그러나 1995년에 영풍군이 영주시로 통폐합되면서 쓰지 않게 됐지만, 천연기념물의 이름은 바꾸지 않는 게 원칙이어서, 다소 낯선 지명이 남아 있는 것이다.‘영풍 병산리 갈참나무’의 나무높이는 14m가 채 되지 않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도 겨우 3m를 넘는 규모여서 천연기념물급의 나무들에 비하면 작은 편이다. 이 갈참나무의 가치는 규모보다 수려한 생김새에 있다.너른 들을 거느리고 뒤쪽으로는 마을 살림살이를 품고 서 있는 나무는 전형적...

    2024.02.19 20:06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용틀임하듯 솟아오른 소나무
    용틀임하듯 솟아오른 소나무

    용의 해, 갑진년 설날이 코앞이다. 전설의 짐승 용은 옛 신화와 전설에 상서로운 짐승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손꼽는 소나무 가운데에도 용의 이름을 딴 나무가 있다.경상남도 합천군 묘산면 깊은 산골의 나곡마을 어귀에 서 있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그렇다. ‘합천 화양리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인데, 오래전부터 ‘구룡목’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렸다. 나무의 줄기 껍질이 거북의 등껍질처럼 규칙적으로 갈라졌다 해서 거북을 뜻하는 ‘구(龜)’와 용이 꿈틀거리며 하늘로 오르는 형상을 했다 해서 ‘용(龍)’을 붙여 부른 별명이다.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지켜주는 수호목인 이 소나무는 500년쯤 이 자리를 지켜오는 동안 18m 높이까지 자랐고, 가슴높이 줄기둘레는 6m까지 몸피를 키웠다. 낮은 지붕의 살림집만 몇채 있는 풍경의 중심에 서 있어 실제보다 크고 우람해 보인다.여느 소나무에 비해 돋보이는 건, 규모와 연륜 때...

    2024.02.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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