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더워져 공부의 고삐가 풀릴 즈음이면 나뭇가지 끝에서 우윳빛으로 조롱조롱 피어나는 꽃이 있다. 조선시대의 학동들은 이 꽃을 보고 과거시험 채비를 재우쳤다. 회화나무 꽃이다. 조선의 학동들에게 이 꽃은 여름 지나 가을에 열리는 과거 응시의 시간이 다가왔다는 신호였다.나뭇가지를 거침없이 펼치되, 모난 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넉넉한 품을 갖춘 회화나무는 성장한 선비의 생김새를 닮았다 해서 ‘선비나무’ 혹은 ‘학자수’라 불러왔다. 중국에서도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기며 ‘출세목’이라고 부른다. 옛 선비들은 집을 옮겨갈 때에도 이삿짐 목록에 회화나무를 담았다고 할 정도로 아꼈으며, 일부러 눈에 잘 띄는 안마당에 심어 지체 높은 가문임을 알리는 상징으로 이용하기도 했다.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충남 당진시 송산면 삼월리 회화나무도 그런 나무다. 이 나무는 조선 중종 때 좌의정을 지낸 용재공(容齋公) 이행(李荇·1478~1534)이 중종 12년(1517)에 이 ...
2024.06.10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