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도 나무는 남는다. 세월이 흐르면 한때 번성했던 절집이라 해도 터만 남기고 가뭇없이 사라진다. 홀로 사람살이의 무늬를 지키는 건 오직 큰 나무뿐이다.문헌 기록조차 따로 남지 않아 내력을 알기 어려운 충북 진천 보련산 자락의 ‘연곡리 절터’도 그렇다. 전각은 물론이고, 절집 이름조차 사라진 폐허의 터다. 그나마 10세기에 세워진 ‘진천 연곡리 석비’가 남아 있어서 고려 전기에 번창했던 절집으로 짐작할 수는 있지만 이 석비조차 명문이 없는 백비(白碑)여서 절집 내력의 실마리는 찾을 수 없다.폐허의 절터에 다시 절집을 일으켜 세우기로 한 건 1991년부터였다. 절집 자리를 궁리하던 그때의 기준은 무엇보다 한 그루의 오래된 나무였으리라. 사람의 기억이 사라진 절터를 지켜온 유일한 생명체인 까닭이다.‘진천 보탑사 느티나무’는 2003년에 불사를 마친 새 절집 ‘보탑사’의 풍광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절집에 들어서려면 나무 곁의 돌계단을 오르며 자연스레 나...
2024.01.22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