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 전체 기사 13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선조의 뜻 어린 최고의 상수리나무
    선조의 뜻 어린 최고의 상수리나무

    참나뭇과 가운데 그 열매인 도토리의 맛이 가장 좋다고 알려진 게 상수리나무다. 상수리나무는 굴참나무, 갈참나무 등 참나뭇과에 속하는 여느 나무와 마찬가지로 전국 어디에서나 잘 자라지만, 오래된 큰 나무를 찾기가 쉽지 않다.2023년 현재 산림청 지정 보호수 약 1만2000건 가운데 상수리나무는 80건이 채 안 되고, 천연기념물이나 지방기념물로 지정한 문화재급의 나무는 한 그루도 없다.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참나뭇과의 나무를 땔감으로 베어내 쓰도록 권장한 조선시대의 소나무 보호정책에 따른 결과다.규모는 물론이고 인문학적 가치에서도 돋보이는 상수리나무로는 ‘충주 덕련리 상수리나무’(사진)가 있다. 나무 나이 300년, 높이 23m, 줄기 둘레 2.7m의 이 나무는 규모만으로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나무를 심은 사람과 유래가 정확히 알려졌으며, 그 뜻을 후손들이 지켜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충주 덕련리 상수리나무’는 이 마을 출신의 선비, 이교면(李...

    2023.06.20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전쟁의 참상 기억하는 ‘평화의 나무’
    전쟁의 참상 기억하는 ‘평화의 나무’

    ‘호국보훈의달’이면 떠오르는 ‘작지만 큰 나무’가 있다. 한국전쟁을 거치며 남과 북으로 나뉜 한 민족이 서로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학살을 벌인 참극의 현장인 대전 중촌동 ‘대전감옥터’ 한쪽에 홀로 서 있는 왕버들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했던 그때, 이 마을의 ‘대전감옥’을 지키던 남쪽의 군인들은 감옥에 투옥했던 좌익 인사들을 죄 없는 양민과 함께 무참히 학살하고 남쪽으로 떠났다. 무려 1800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대전 산내골 학살사건’이다. 이어 한·미 합동작전에 따른 인천상륙이 성공하자, 대전감옥을 점령했던 북쪽 군인들은 퇴각을 서두르며 수감했던 우익 인사를 학살해 앙갚음했다.학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대부분 저세상으로 떠났지만 그의 후손들이 살아 있는 이 마을에서는 여전히 좌와 우의 분열 현상이 극심한 분위기다. 심지어 한국전쟁 관련 기념식조차 따로 치른다. 대전감옥은 헐어냈지만, 참극의 기억은 결코 잊히지 않았다는 증거다.마을 사람들은 비극의 ...

    2023.06.06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경관적 가치 품은 최고의 느릅나무
    경관적 가치 품은 최고의 느릅나무

    느티나무만큼 우리 민족의 삶에 깊이 스며든 나무는 없다. 산림청 보호수 1만1000여건 가운데 느티나무는 무려 6100여건이나 된다. 느티나무는 시무나무·비술나무·느릅나무와 함께 느릅나뭇과에 속한다. 당연히 느릅나무가 이들의 대표적인 나무다. 하지만 느릅나무 노거수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심지어 국가 지정 자연유산이나 지방기념물이 한 그루도 없다.1982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삼척 하장면 느릅나무’가 있기는 했는데, 나무 주변에 졸참나무·단풍나무·음나무 등 다른 나무가 군락을 이루면서 수세가 위축된 느릅나무의 존재감은 미약해졌다. 결국 2012년에 천연기념물 명칭을 ‘삼척 갈전리 당숲’으로 고친 바람에 느릅나무 천연기념물은 한 그루도 없는 상황이 됐다.‘단양 향산리 느릅나무’(사진)는 국가 자연유산으로서의 느릅나무가 한 그루도 없는 현재 상황에서 더 소중히 지켜야 할 나무로 돋보인다. 높이 27m, 줄기둘레 7.7m의 이 느릅나무는 나뭇가지를 동서로 30m,...

    2023.05.23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헤어진 아들 그리워하며 심은 나무
    헤어진 아들 그리워하며 심은 나무

    세상살이 부질없이 변해도 가족을 향한 애틋함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오래된 가족 이야기일수록 애틋함이 더 깊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게다가 효(孝)를 사회 이데올로기로 여기며 살던 옛 시대로부터 전하는 이야기는 더욱 그럴 수밖에.경남 거창 남상면 무촌리 감악산 연수사(演水寺)에는 어머니와 아들의 애틋한 그리움을 담고 서 있는 은행나무가 있다. 600년 넘게 살아온 ‘거창 연수사 은행나무’(사진)는 높이 38m, 가슴높이 줄기둘레 7m, 사방으로 펼친 나뭇가지 펼침폭은 20m를 넘는다. 나무 높이가 38m라면 우리나라에 살아 있는 모든 은행나무를 통틀어 높이에 있어서 가장 큰 몇 그루의 나무에 꼽힌다.긴 세월 동안 온갖 풍상을 겪었지만, 나무에는 별다른 상처도 없다. 줄기 바깥쪽에 바짝 붙은 채 모여난 가늣한 몇 개의 맹아지(萌芽枝)는 굵은 줄기의 나무를 더 웅대하게 돋워준다. 중심 줄기에는 세월의 풍진을 증거하기라도 하려는 듯 짙푸른 이끼가 무성하게 돋아오르며...

    2023.05.09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탄신일쯤 꽃 피우는 ‘이순신 나무’
    탄신일쯤 꽃 피우는 ‘이순신 나무’

    꽃이 피고 지는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수상스러운 봄, 대개의 경우 ‘충무공 탄신일’(4월28일) 즈음에 자잘한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식물분류학의 이름은 ‘왕후박나무’이지만, 아예 ‘이순신 나무’(사진)라고 부르는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가 그 나무다.경남 남해군 창선면 대벽리 단항마을 앞 바닷가에 서 있는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는 용왕이 마을 어부에게 보내준 선물이다. 옛날 이 마을의 늙은 어부가 잡은 물고기의 배 속에 든 씨앗을 심어 키운 나무여서 그렇게 여겨왔다. 해마다 음력 3월10일이면 나무 앞에 모여 어부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용왕제’를 올리는 건 당연한 순서였다.11개로 갈라진 굵은 줄기가 8.6m 높이까지 솟아오른 이 나무는 가지를 동서로 21.2m, 남북으로 18.3m까지 펼쳤다. 보는 이를 압도하는 크고 아름다운 나무다. ‘이순신 나무’라는 별명이 붙은 건 정유재란(1597)의 마지막 전투였던 노량해전 때 이순신 장군이 이 마을...

    2023.04.25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조국 해방을 위해 백범이 심은 나무
    조국 해방을 위해 백범이 심은 나무

    1898년 인천감옥 탈옥에 성공한 열혈청년 김창수는 이름을 ‘김구’로 바꾸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끝에 중국으로 건너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심으로 조국광복 투쟁을 이어갔다. 신고의 세월을 보내던 김구는 침략의 무리가 이 땅에서 물러가자 조국에 돌아왔다.미완의 해방을 완성하기 위해 대중 활동을 시작한 김구는 중국에 가기 전에 3년 동안 원종(圓宗)이라는 법명으로 승려 생활을 했던 공주 마곡사를 찾았다. 절집에서 하루 머무른 뒤 그는 조국의 완전한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절집 마당에 나무를 심었다. 지나온 일들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는 마음을 다지며 무궁화 한 그루와 향나무 한 그루를 절집 마당에 심었다고 그는 <백범일지>에 기록했다.그가 심은 무궁화는 이제 찾아볼 수 없지만, 그때 심은 향나무가 아직 마곡사 경내에 잘 살아남았다. 이른바 ‘백범 향나무’(사진)다. 사람의 뜻을 하늘까지 전하는 상서로운 향을 가진 나무라는 이유에서 선조들이 아끼며 키워...

    2023.04.11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사라진 절집의 자취 지켜온 큰 나무
    사라진 절집의 자취 지켜온 큰 나무

    사람 떠난 자리에 나무가 남는다. 아름다운 남도의 섬, 진도를 대표하는 노거수인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도 그렇다. 가뭇없이 사라진 사람살이의 흔적을 지우고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이룬 보금자리 한 귀퉁이를 버티고 서 있는 큰 나무다.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도 상만리 비자나무(사진)’ 곁에는 구암사라는 절집이 있지만, 이 역시 새로 지은 절집이다. 구암사라는 이름은 절집 뒷산에 ‘비둘기 바위’ 혹은 한자로 ‘구암(鳩巖)’으로 부르는 큰 바위가 있어서 붙였고, 이 자리는 흔히 ‘상만사 터’라고 부른다. 마을 이름인 ‘상만리’에 기대어 ‘상만사’라는 절집이 있었을 것으로 본 때문이다. 이름조차 알기 어려울 만큼 오래전에 사라진 절터라는 이야기다.오래된 흔적이라 해야 절집 앞마당에 있는 오층석탑이 유일하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석탑은 통일신라시대의 양식을 가졌지만, 실제 조성은 고려 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석탑의 연원을 바탕으로 고려...

    2023.03.28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역사의 자취 아로새겨진 자연유산
    역사의 자취 아로새겨진 자연유산

    충북 제천 송학면 무도리 서문마을에 들어서려면 먼저 마을 동쪽을 둘러싼 낮은 산을 바라보아야 한다. 고려 패망의 역사를 담은 왕박산(王朴山)이다. 이곳으로 피신한 고려 왕족은 성을 박씨(朴氏)로 고치고 은둔했다. 왕족이 박씨로 성을 갈았다 해서 왕박씨, 그 뒷산을 왕박산이라고 불렀다. 남효온(南孝溫, 1454~1492)의 <추강냉화(秋江冷話)>에 전하는 이야기다.고려 패망과 조선 건국의 역사가 어른거리는 마을 어귀에는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다. 나무나이 600년, 나무높이 13m, 가슴높이줄기둘레 4.6m의 큰 나무다. 오랜 연륜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돋보이는 나무다. 제천시의 큰 나무 가운데에 첫손에 꼽는 대표 노거수다.오래전부터 마을의 서낭당나무이자 정자나무로 살아온 ‘제천 무도리 소나무(사진)’에서의 서낭제는 여전히 이어진다. 아쉽게도 문헌이나 구전 기록이 없어, 나무와 관련한 고려 왕족의 직접적인 사연은 확인할 수 없...

    2023.03.14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천년고찰을 지킨 천년의 숲
    천년고찰을 지킨 천년의 숲

    동백나무 꽃 피는 시기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제주도,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 지역에서는 12월이면 피어나지만, 이제 겨우 꽃봉오리를 꿈틀거리며 피어날 채비를 마친 곳이 많다. 아무래도 우거진 동백나무숲에 들어 동백꽃의 진수를 느끼려면 삼월 중순이 지나야 한다.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백나무숲으로는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사진)’을 첫손에 꼽을 만하다. 백련사는 원묘(圓妙)국사 요세(了世·1163~1245)가 이끌었던 고려 후기의 신앙운동 결사체인 백련결사로부터 시작한 천년고찰이다.천년의 세월을 거치며 절집은 숱한 풍진을 겪었지만, 절집 뒷산의 동백나무숲은 훼손되지 않고 의연하게 남았다. ‘강진 백련사 동백나무숲’은 백련사 사적비에도 아름다운 숲이라고 기록돼 있으며, 조선시대 문인들이 최고의 숲으로 예찬한 시문(詩文)도 여럿 찾아볼 수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진 숲이다. 이 숲이 특별한 건 사람의 출입이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동백꽃의 처연한 낙화를...

    2023.02.28 03:00

  • [고규홍의 큰 나무 이야기] 명마를 추모하며 꽂아둔 채찍
    명마를 추모하며 꽂아둔 채찍

    경북 청송 안덕면 명당리에는 임진왜란 때 왜적을 용맹하게 물리친 임씨 성의 명장이 있었다. 승마의 달인이었던 그가 타는 말은 천리 만리를 달리고도 지치지 않는 명마로, 거침없이 전쟁터를 달리며 왜적들 사이를 누볐다. 말을 타고 달리는 임 장군의 모습이 하도 강렬해서 왜적들은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꽁무니를 뺐다고 한다.그러나 장군의 말도 전쟁 중에 왜적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임 장군은 말의 무덤을 짓고, 용맹한 말의 죽음을 애통해했다. 이 무덤을 사람들은 ‘마능지’라고 불렀다. 장군은 또 말 무덤인 마능지 앞에 말과의 소통을 이어주던 채찍을 꽂으며 말의 죽음을 추모했다. 놀랍게도 그 채찍이 얼마 뒤에 살아나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됐다.지금의 청송 안덕파출소 앞마당에 서 있는 ‘청송 명당리 말채나무’가 그 나무다. 마을 사람들은 백성의 안위를 위해 목숨 바쳐 싸운 임 장군과 그의 말을 떠올리며 이 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삼고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동제를 올...

    2023.02.14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