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거리두기]‘규범’을 파괴하는 ‘사실’의 힘](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7/09/l_2024071001000283800028402.jpg)
도덕은 실종되고 적나라한 현실만이 지배한다. 인간이 행동하거나 판단할 때 마땅히 따르고 지켜야 할 기준과 도리를 통상 규범이라고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온갖 종류의 갈등을 겪지만 그래도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합의가 오랫동안 존재했었다. 사람들이 종종 ‘양심’ 또는 ‘상식’이라 부르는 행동 기준은 설령 현재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과 다를지라도 우리가 따라야 할 이상과 당위로 여겨졌다. 당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이상주의자’가 되고 사실을 중시하면 ‘현실주의자’가 되기도 하지만, 사실과 당위 사이에는 일종의 생산적 긴장 관계가 존재한다. 현실을 무시한 당위는 공허하게 들리고, 당위를 배제한 현실은 맹목적이기 때문이다. 이상은 우리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구체적 현실 속에서 이상을 실현할 힘을 발견해야 한다. 도덕과 규범이 사라졌다는 것은 우리가 현실의 사실적 힘에 완전히 예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4.07.09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