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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의 거리두기
  • 전체 기사 58
  • [이진우의 거리두기] ‘깨어 있음’에서 깨어나기
    ‘깨어 있음’에서 깨어나기

    “웃기고 있네.” 얼마 전 대통령실 대상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나눈 필담의 내용이다.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타이밍에 내뱉은 ‘잘못된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공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이 그렇고, 전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이태원 참사에 관한 질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이 그렇다. 한마디로 적절치 못한 단어였다. 김은혜 수석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하였지만, 야당은 국회 모독이라고 과장된 공세를 이어가고 여당은 이들을 퇴장시킨 주호영 운영위원장의 처사에 대한 불만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하는 꼴이 정말 웃기고 있다. 때로는 의도치 않게 던진 말 한마디가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웃기고 있네’는 정말 우리 국민이 정치와 정치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입만 열면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하는 짓은 자신이 속해 있는 당파의 이익에...

    2022.11.16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자본주의가 ‘조용히’ 마비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조용히’ 마비되고 있다

    우리 문 앞에서 서성인다고 여겨졌던 무시무시한 손님이 어느새 조용히 들어와 우리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이 손님의 정체를 모르면 유령이고, 정체는 알지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면 위험이다. 자본주의를 철저하게 해부하고 비판한 마르크스는 이 손님을 공산주의라는 유령으로 묘사한다. 공산주의에 기반한 중국마저 국가 자본주의를 도입한 마당에 누구도 공산주의라는 유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정작 우리가 두려워하는 이 손님은 바로 ‘자본주의의 위기’다. 자본주의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1세기의 시대적 문제로 불리는 극단적인 ‘사회 불평등’과 ‘기후 변화’는 현재의 자본주의 시스템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만연하고 있다. 잘못된 것은 분명한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모를 때 위기는 위험이 된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결코 ‘방 안의 코끼리’가 아니다. ‘방 안의 코끼리’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그 누구도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는 커다란 문제...

    2022.10.19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제3의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제3의 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하고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3의 세력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극한 대립의 광경은 정말 짜증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치적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진영만 달라졌을 뿐 똑같이 적폐 청산을 부르짖는 정치인들을 제일 먼저 쓸어버려야 한다는 극단적인 말도 곳곳에서 들린다. 그런데 사회 영역 가운데 정치가 제일 후진적이라고 소리 높여 비난하다가도 곧 그런 정치인을 뽑은 것이 바로 우리 국민이라는 사실에 자괴감이 든다. 선거를 통해 정권이 ‘평화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정치제도는 분명 민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거가 끝나면 정치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극단적 양당제는 다분히 폭력적이고 비민주적이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기는커녕 심각하게 왜곡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저급한 정치의식도 아니고 우리의 국민성도 아니다. 정치 문화를 타락시키고 정치는 본래 정쟁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극단적인 ...

    2022.09.21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장로정치, ‘나이’가 권력이 될 때
    장로정치, ‘나이’가 권력이 될 때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한국사회의 부와 성장을 상징하는 강남은 물에 잠기고, 물가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오르고 금융시장은 불안정하다. 우리를 에워싼 국제 환경은 더욱 녹록지 않다. 기후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 중국과 미국의 충돌은 어느 때보다 국가의 정치력을 요구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인 것처럼 보인다. 정권이 새롭게 바뀌었음에도 ‘새로움’을 느끼기는커녕 짜증이 날 정도로 구태의연하다면, 우리 정치가 민주화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늙어 ‘장로(長老)정치’(gerontocracy)가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장로정치란 글자 그대로 대부분의 성인 인구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지도자가 통치하는 과두정치의 한 형태이다. 물론 ‘장로’는 단순히 나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나이를 먹어가면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덕과 능력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대사회에서는 나이가 든 노인은 경험과 지혜를 의미하였다. ‘장로는 통치하고, 청년...

    2022.08.24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다발성 위기’의 대통령
    ‘다발성 위기’의 대통령

    국민이 조마조마하다. 여러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몰려오고 있는데 이를 헤쳐나갈 선장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퍼펙트 스톰은 본래 개별적으로는 위협적이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재해 현상을 일컫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2000년도 동명의 영화는 퍼펙트 스톰을 인상적으로 재현한다. 부진한 어획 때문에 선주에게 조롱받는 선장, 발달하고 있는 열대성 폭풍의 경시, 만선 후 제빙기의 고장, 바람으로 인한 라디오 안테나의 파손, 허리케인이 다른 기상 전선과 충돌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가진 폭풍의 형성. 이 모든 것이 결합하여 어선은 대서양의 깊은 곳으로 침몰한다.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않고. 이 영화는 허구가 아니라 하나의 실화이다. 퍼펙트 스톰은 여러 가지 일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발생하는 매우 나쁜 사건이다. 이러한 일들은 이례적이기는 하지...

    2022.07.27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적폐 청산의 부메랑 효과
    적폐 청산의 부메랑 효과

    달콤한 복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보복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다. 케케묵은 진부한 정치적 프레임의 영원한 회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방향과 그 정책 담당자들이 바뀌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전 정부의 비리와 부패가 드러나면 사법체계 안에서 수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새로운 정권은 언제나 과거 정부를 부패 정권으로 낙인찍으면서 적폐 청산을 개혁의 도구로 삼으려는 반면, 과거 정권 세력은 이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설령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적폐 청산’이라 하더라도 정파에 따라 ‘정치 보복’으로 읽히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 보복’은 오히려 위기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야당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레임처럼 들린다....

    2022.06.29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중국의 무엇이 두려운가
    중국의 무엇이 두려운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남겨놓은 숙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국’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의 동참을 바라는 미국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기로 확정함으로써 한·미동맹은 단순한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 기술 등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통적 도식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분명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너무나 복합적이어서 전문가들에게도 전망은커녕 분석조차 간단치 않다. 나의 관심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두려움’이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경고가 심리적으로 먹혀든 것일까? 사람들은 중국의...

    2022.06.01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사과’가 사라졌다
    ‘사과’가 사라졌다

    ‘사과’가 사라졌다. 범죄소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말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다. 이쯤 되면 기후변화로 사과 경작지가 점점 더 북상하는 현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농작물 재배지역이 북상하여 대구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과가 사라졌다.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북부 온대 과수인 사과가 대구를 떠난 이유는 더위 탓이다. 사과가 특정 지역에서 사라지는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이상 현상이라면,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과(謝過)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징후이다. 우리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과를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과하고, 거짓말했다고 사과하고, 복잡한 전철 안에서 발을 밟았다고 사과하고, 하다못해 어느 코미디언의 말처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다. 괴테는 일찍이 <파우스트>에서 ...

    2022.05.04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사회 통합 위한 ‘진보 우파’를 기대한다
    사회 통합 위한 ‘진보 우파’를 기대한다

    정권은 바뀌지만, 세상은 아직 변할 것 같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시대적 전환기에 윤석열 정부가 곧 출범한다. 오랫동안 지속된 코로나 전염병에 이어 전쟁이 터져서인지 시절이 어수선하다. 봄꽃이라도 화사하게 피면 마음이 가벼워지련만, 올해는 봄꽃 소식도 늦다. 춘래불사춘이라 하였던가.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요즘 정국이 꼭 이와 같다. 선거가 끝나면 일단 새로운 정부가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희망하며 지켜보는 것이 통상의 관례였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건만, 순항하는 데 필요한 훈풍은 불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절망적 두려움의 어두운 그림자가 희망의 빛을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현직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와 인수위원회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례없는 신구 권력 간 갈등은 새로운 정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보수 우파’가 정권을 잡았다는 것은 민...

    2022.04.06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유라시아주의를 경계한다
    유라시아주의를 경계한다

    “깨어나 보니 다른 세계였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히 시대 전환의 기호가 될 것이다. 시대 전환은 그 이전의 세계와 그 이후의 세계가 극명하게 갈라질 때 우리가 즐겨 입에 올리는 용어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변화와 전환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이 용어가 식상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이제까지 익숙했던 많은 것과 결별해야 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우크라이나 위기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고백한 것처럼 많은 사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에 소문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인들과 외교 전문가들은 너무 순진했던 것인가? 그들은 ‘냉전 2.0’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은 했지만, 지금 우리는 ‘실제 전쟁’을 목도하고 있다. 2...

    2022.03.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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