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이진우의 거리두기
  • 전체 기사 63
  • [이진우의 거리두기] 적폐 청산의 부메랑 효과
    적폐 청산의 부메랑 효과

    달콤한 복수의 계절이 돌아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는 언제나 적폐 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보복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는다. 케케묵은 진부한 정치적 프레임의 영원한 회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방향과 그 정책 담당자들이 바뀌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전 정부의 비리와 부패가 드러나면 사법체계 안에서 수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새로운 정권은 언제나 과거 정부를 부패 정권으로 낙인찍으면서 적폐 청산을 개혁의 도구로 삼으려는 반면, 과거 정권 세력은 이를 정치 보복으로 받아들인다는 데 있다. 설령 법에 따라 정당하게 이루어지는 ‘적폐 청산’이라 하더라도 정파에 따라 ‘정치 보복’으로 읽히는 것이다. 새롭게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정치 보복을 한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정치 보복’은 오히려 위기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강한 야당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낸 프레임처럼 들린다....

    2022.06.29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중국의 무엇이 두려운가
    중국의 무엇이 두려운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이 남겨놓은 숙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중국’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바로 세워 통합과 번영의 시대를 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과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의 동참을 바라는 미국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 추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출범 멤버로 참여하기로 확정함으로써 한·미동맹은 단순한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 기술 등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대되는 모습을 보인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전통적 도식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는 분명 윤석열 정부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문제는 너무나 복합적이어서 전문가들에게도 전망은커녕 분석조차 간단치 않다. 나의 관심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두려움’이다.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중국 정부의 경고가 심리적으로 먹혀든 것일까? 사람들은 중국의...

    2022.06.01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사과’가 사라졌다
    ‘사과’가 사라졌다

    ‘사과’가 사라졌다. 범죄소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말로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이다. 이쯤 되면 기후변화로 사과 경작지가 점점 더 북상하는 현상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농작물 재배지역이 북상하여 대구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사과가 사라졌다. 서늘한 지역에서 잘 자라는 북부 온대 과수인 사과가 대구를 떠난 이유는 더위 탓이다. 사과가 특정 지역에서 사라지는 것이 기후변화에 따른 생태계의 이상 현상이라면, 인간의 사회적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사과(謝過)가 사라지고 있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무엇인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징후이다. 우리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과를 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해 사과하고, 거짓말했다고 사과하고, 복잡한 전철 안에서 발을 밟았다고 사과하고, 하다못해 어느 코미디언의 말처럼 “못생겨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한다. 괴테는 일찍이 <파우스트>에서 ...

    2022.05.04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사회 통합 위한 ‘진보 우파’를 기대한다
    사회 통합 위한 ‘진보 우파’를 기대한다

    정권은 바뀌지만, 세상은 아직 변할 것 같지 않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시대적 전환기에 윤석열 정부가 곧 출범한다. 오랫동안 지속된 코로나 전염병에 이어 전쟁이 터져서인지 시절이 어수선하다. 봄꽃이라도 화사하게 피면 마음이 가벼워지련만, 올해는 봄꽃 소식도 늦다. 춘래불사춘이라 하였던가.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은 추운 날씨가 계속 이어진다. 요즘 정국이 꼭 이와 같다. 선거가 끝나면 일단 새로운 정부가 우리 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희망하며 지켜보는 것이 통상의 관례였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건만, 순항하는 데 필요한 훈풍은 불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절망적 두려움의 어두운 그림자가 희망의 빛을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다. 현직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청와대와 인수위원회 사이에서 벌어지는 유례없는 신구 권력 간 갈등은 새로운 정부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보수 우파’가 정권을 잡았다는 것은 민...

    2022.04.06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 유라시아주의를 경계한다
    유라시아주의를 경계한다

    “깨어나 보니 다른 세계였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분명히 시대 전환의 기호가 될 것이다. 시대 전환은 그 이전의 세계와 그 이후의 세계가 극명하게 갈라질 때 우리가 즐겨 입에 올리는 용어다. 모든 것이 너무 빨리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변화와 전환을 너무 자주 듣다 보니 이 용어가 식상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이제까지 익숙했던 많은 것과 결별해야 할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우크라이나 위기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고백한 것처럼 많은 사람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는 심각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였기 때문에 소문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인들과 외교 전문가들은 너무 순진했던 것인가? 그들은 ‘냉전 2.0’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견은 했지만, 지금 우리는 ‘실제 전쟁’을 목도하고 있다. 2...

    2022.03.09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생각 없는’ 중도층의 생각
    ‘생각 없는’ 중도층의 생각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중원에서는 서로 중도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싸움이 치열하다. 두 진영으로 나뉘어 적대적으로 대립할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중도층이 갑자기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두 정당의 세력이 비슷하여 백중세를 이룰 때는 중도층이 그 승패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 외에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극단적 팬덤 정치가 점차 힘을 잃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판세를 가늠할 수 없는 혼미한 지금의 상황이 정치인들에게는 불안하고 불편한 시간일 수 있지만, 그것은 어쩌면 거꾸로 건강한 민주주의의 중간 허리인 중도층을 복원할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다. 그런데 각 정당이 중도층의 표를 갈구하면서도 역설적으로 중도층을 폄훼하는 경향이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은 표를 얻기 위해 중도층으로 확장하거나 적어도 그런 모습을 보이려 하지만,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한 것처럼 이번 대선은 조마조마한 초박빙의 ‘진영 ...

    2022.02.09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대분열인가, 대포용인가
    대분열인가, 대포용인가

    암울하였던 한 해가 지나가고 희망찬 새해가 밝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답답하고 침울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해를 맞는 마음이 여전히 무겁고 암울하다.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예방접종과 방역패스, 그리고 반복되는 접촉 제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팬데믹은 여전히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홍수와 산불은 기후변화 문제의 긴박함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목표와 전략이 나라마다 너무 다르다는 사실만 겉으로 드러냈을 뿐이다. 서방 세계의 최대 강국인 미국은 조 바이든이 집권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분열되어 있고, 미국 제국과 중국 제국의 대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우리는 새해의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새로운 희망을 얘기해야 할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어디에서도 희망의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서로 대립하는 양당의 대선 후보 중 누구도 우리가 협력하면 어떤 ...

    2022.01.05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분노’라는 정치적 자원
    ‘분노’라는 정치적 자원

    촛불 시위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이제 서서히 끝나고 있다. 3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2022년 대선의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재창출을 원하는 집권 여당과 정권 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야당의 샅바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민주주의 제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평화적 정권 교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유권자들의 지지이다. 한 표라도 더 많이 받은 정당이 승리하는 선거 제도에서 양당이 국민의 관심과 주목을 받기 위해 짜내는 전략과 쏟아붓는 노력이 처절해 보인다.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당이나 빼앗기지 않으려는 정당 모두 상황이나 정세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자원을 동원한다. 우리는 권력을 획득하고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자원을 흔히 ‘정치적 자원’이라고 부른다. 정치 자금과 같은 경제적 힘, 사람들을 동원하고 조직할 수 있는 네트워킹의 힘,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념 및 정책과 같은 전통적 자원들은 여전히 중요하다. 하...

    2021.12.08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탄소중립’ 때문에 숲이 사라졌다
    ‘탄소중립’ 때문에 숲이 사라졌다

    어느 날 갑자기 숲이 사라졌다. 아름드리는 아니어도 족히 몇십 년은 된 참나무로 제법 빽빽하였던 숲이 며칠 동안 전기톱의 굉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없어졌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 벌거숭이 민둥산이 처연하게 드러났다. 어떤 동네 사람은 망연자실할 나에게 햇볕이 일찍 들어 좋은 점도 있겠지요 하고 농담을 건네지만, 사라진 것은 숲만이 아니었다. 이따금 앞마당까지 내려오던 고라니는 어디론가 자취를 감췄고, 다람쥐와 청설모도 사라지고, 종종 들러 인사를 건넸던 이름 모를 새들의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는다. 텃밭에 출몰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던 뱀이 나타나지 않으니 좋겠다는 농담에 헛헛한 웃음만 나온다. 숲이 사라지면 생명도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왜 숲의 아름다운 나무들을 모두 베어버린 것일까? 무슨 영문인지 잘 몰라서 얼떨한 나에게 동네 이장이 건넨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이 모든 사달이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 전략’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수령 30...

    2021.11.10 03:00

  • [이진우의 거리두기]엘리트 카르텔의 ‘합법적 부패’
    엘리트 카르텔의 ‘합법적 부패’

    “나는 미래를 보았다. 그것은 현재와 매우 흡사하다. 단지 더 오래갈 뿐이다.” 지금 대선 정국을 장악하고 있는 대장동 개발사건을 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세계 각국의 부패 문제를 비교 연구한 미국의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은 자신의 대표적인 저서 <부패의 증후군(Syndroms of Corruption)>을 이 인용문으로 시작한다. 많은 사람이 민주화를 통해 부정부패는 종식될 것이라 기대했지만, 정치적 부패는 매우 교묘한 방식으로 재생산된다. 어떤 사람이 정권을 잡더라도 부패는 현재처럼 아주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에 미래가 두려워진다.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의혹은 이제 수많은 게이트를 만들어내며 한국사회의 민낯을 폭로하는 하나의 ‘사건’으로 발전하고 있다. ‘화천대유’라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자산관리회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성남의뜰’의 지분 1%를 갖고 577억원의 배당금을, 자회사인 ‘천화동인’은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6%의 지분으...

    2021.10.13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