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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 창]노동부와 기후부는 레드팀을 자임하라
    노동부와 기후부는 레드팀을 자임하라

    정부가 반도체·데이터센터·피지컬 AI(인공지능)를 축으로 한 이른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발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지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당장 대통령이 정치권력으로 ‘기업의 팔을 비튼다’는 비판이 나왔다. 모양새를 보면 일견 타당한 지적 같지만 나는 그래도 메가프로젝트 추진을 큰 틀에서 지지하기로 했다. 국가 경쟁력 지속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방향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많은 이해관계가 부딪치는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려면 정권의 권력 행사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다만 걱정은 남아 있다. 방향이 아니라 ‘속도’ 때문이다. 5년마다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한계가 있어 그렇겠지만 정부와 여당은 유독 이 사안에서 속도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메가프로젝트 민관 합동 제2차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아예 “속도전을 넘...

    12시간 전

  • [에디터의 창]AI라는 델포이 신전
    AI라는 델포이 신전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을 때 상상은 최악으로 치닫고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뿜어낸다. 그래서 인간은 어떻게든 현재와 미래를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재단하려 한다.인공지능(AI)은 그런 인간에게 21세기의 델포이 신전이 되고 있다. 그리스 사람들이 신탁에서 미래의 방향을 찾고자 했듯이, 우리는 AI의 반짝이는 프롬프트에 질문한다. 차이가 있다면 델포이의 무녀가 내리는 모호한 신탁을 해석하고 사유하는 것은 받아든 이의 몫이었다는 점이다. 반면 AI가 내놓는 답은 무자비할 정도로 빠르고 매끈하기 이를 데 없다. 정연한 논리와 완벽한 문장은 비판적 사고를 내려놓으라는 세이렌의 노래처럼도 들린다. 인간이 자신의 무력감을 극복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본능은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이상화’하는 쪽으로 기울기 쉽다.프랑스의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러는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을 약이자 독인 ‘파르마콘’(Pharmakon)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기...

    2026.08.06 20:18

  • [에디터의 창]‘실용의 리더십’,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너머
    ‘실용의 리더십’,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 너머

    요며칠 전 경북의 한 두메산골 대나무밭 아래 한옥 마루에 누웠다. 이젠 길냥이 발길마저 끊어져가는 곳. 문득 대학 시절 방학 때 내려와선 아버지께 핏대 높여 대들던 추억들이 땀방울처럼 솟아난다. ‘9시 뉴스’를 볼 때면 종종 정치 얘기로 빠져들었다. 답도 없는 의견대립이 이어지곤 했다. 그 시절 어른들의 보수성은 요사이 수구당 ‘짝퉁 먹물들’의 것과는 결이 다르다. 갓 뽑아온 무처럼, 뿌리 깊이 삶이 묻어난 경험칙이었다. 논쟁이 익어가다가 끝내 부친은 “마, 느그가 보릿고개를 아나”라곤 하셨다. 이는 곧 대화의 종착점을 가리켰다.불과 수십년 전 초봄이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배고픔을 달랬다던 얘기가 뒤따랐다. 딱 보리 이삭이 패기 전, 끼니를 때우지 못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그 설움을 달래준 나라님에 대한 기억은 뼛속 깊이 새겨지기 마련이다. 거기에다 대고 세상 물정 모르는 자식이 “민주주의” “인권”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댔으니… 쌀밥이냐, 보리밥이냐를 가르는 백척간두 위...

    2026.07.30 20:01

  • [에디터의 창]‘전 국토를 실리콘밸리로 만들고 싶다’는 감수성
    ‘전 국토를 실리콘밸리로 만들고 싶다’는 감수성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에는 금융투자에 형법 246조(도박죄)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주식투자에 도박 성격이 있지만, 기업의 투자금 조달이라는 순기능 때문에 도박죄 처벌 예외로 한 것이다. 그러니 주식시장은 국가가 허락한 도박장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처럼 그 말이 실감나는 때가 없다.정부는 판을 키우려 작정한 것 같다.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은 데 이어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를 허가한 것이 단적이다. 그 결과 위험을 떠안고 빚을 내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너무 많아졌다.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함께 추진하는 용인 반도체 산단 및 3대 메가프로젝트는 일부 기업에 자원과 국토 이용 권리를 몰아준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의 도박장 성격을 더 강화할 우려가 크다.모든 투자를 죄악시하자는 건 아니다. 어떤 상품과 서비스가 더 생산될 필요가 있다고 보는 판단을 누가, 어떻게 내리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그 주체는, 흩어져 있는 데다 정보가 제약된 개인투자자도,...

    2026.07.23 20:02

  • [에디터의 창]도그마와 과대망상이 지배하는 검찰개혁
    도그마와 과대망상이 지배하는 검찰개혁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초읽기에 몰렸다. 범여권은 지난해 10월 법무부 산하 검찰청을 폐지해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행정안전부 산하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했다. 오는 10월1일 준비기간이 끝나고 중수청·공소청은 10월2일부터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핵심 법률인 형사소송법 개정 작업은 막판 난항을 겪고 있다. 당장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더라도 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실무에 관한 절차와 규칙을 새롭게 마련하려면 시간이 모자라는데 여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둘러싸고 자중지란에 빠졌다.검찰 수사권을 제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필요도 없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봐주기 수사, 대선 시절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한 집요한 수사 등 지난 정권 검찰의 행태는 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보여줬다.‘보완수사권’ 자...

    2026.07.16 19:58

  • [에디터의 창]일베 혐오놀이 그 후 10년
    일베 혐오놀이 그 후 10년

    “밥 먹었노?”부산살이 30년을 끝내고 갓 상경했을 때 3대가 사대문 안에서 살고 있다는 한 남산골샌님은 아침인사를 장난삼아 이렇게 건네곤 했다. 딴에는 살갑게 쓴 경상도 사투리였겠지만, 경상도말 어법에는 맞지 않는 문장. 나는 곧바로 ‘문법교정’에 들어갔다. “우리는 ‘밥 먹었노’라고 안 한다. ‘밥 먹었나’다.”경상도 사투리는 ‘~나’와 ‘~노’, 두 가지 의문형 종결어미가 있다. ‘예’나 ‘아니요’의 답을 요구하는 질문은 ‘~나’로 끝난다. 그래서 ‘밥 먹었냐’는 ‘밥 먹었나’가 된다. 반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등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때는 ‘~노’로 끝맺음한다. ‘무슨 밥을 먹었느냐’는 ‘뭐 먹었노’가 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무섭냐’는 ‘무섭나’가 되고, ‘왜 무섭냐’는 ‘왜 무섭노’가 된다.‘밥 먹었노’와 ‘밥 먹었나’의 차이는 평서문, 감탄사까지 ‘노’를 붙여 극우 성향의 일베에서 시작돼 노무현 대...

    2026.07.09 20:19

  • [에디터의 창]탈모보다 먼저 보장해야 할 것들
    탈모보다 먼저 보장해야 할 것들

    지금보다 더 가난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들어오는 돈보다 더 많이 써버리면 재산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러니 쓰는 돈을 섬세하게 관리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것은 재정을 유지하는 기본이다.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많은 나라가 부러워하는 제도이다. 일정 부분 의사들의 희생에 기반한 제도라 비판과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보고 있다. 당연히 앞으로도 쭉 지속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한다. 그중에 기본은 위에서 이야기한 ‘지출관리’다.한정된 재원으로 전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건강보험 지출에서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어떤 질환을 보장할 것인가, 어떤 치료에 재정을 투입할 것인가는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얼마나 직접 관련되는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그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유전성 탈모 치료제의 건강보험 급여화 논의를 보고 있으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탈모치료제 급여화 추진에 논란 건보재정...

    2026.07.02 20:06

  • [에디터의 창]예술인 ‘참여소득’을 도입하자
    예술인 ‘참여소득’을 도입하자

    신산업동력이 안갯속인 한국 경제에 K컬처는 든든한 빛이다. 정부는 문화산업 매출을 2030년까지 40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첨단산업을 키우려면 기초과학 투자가 필요하듯, 문화예술산업을 키우려면 순수예술 투자가 필수적이다. 디자인·영상·게임 등 고부가가치 문화산업의 원천지식으로 삼을 수 있도록 혁신적 예술의 토양을 가꾸는 것이다. 예술인의 창작 여건 개선에 대한 접근 방식이 기존의 시혜적 관점을 넘어 사회적 가치투자로 대전환이 필요한 이유다.문화 선진국들은 예술인들의 노동가치를 인정하고 창작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여러 지원책을 두고 있다. 예로, 문화예술 종사자가 100만명인 프랑스는 ‘앵테르미탕’ 제도를 운영 중이다. 12개월간 507시간 이상 노동을 증빙하면 공연·영상 예술가 및 기술자에게 실업급여를 지급한다. 독일은 1983년 ‘예술인 사회보험’(KSK)을 도입했다. 예술인이 50%, 국가가 20%, 고용기업이 30%의 보험료를 부담하는 사회연대 방식이다. 오늘날...

    2026.06.25 20:19

  • [에디터의 창]전도사 젠슨 황이 만드는 환각
    전도사 젠슨 황이 만드는 환각

    초등학생 막내가 6·3 지방선거 전에 공보물을 함께 보다가 말했다. “‘AI 교육 대전환’을 내건 후보는 뽑지 않으면 좋겠다”고. 몇달 전 아이는 그림을 몇초 만에 생성해내는 AI 프로그램을 접하고 분노한 적이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앉아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공들여 그린 그림에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다. 아이는 SNS나 스마트폰을 즐겨 쓴다. 하지만 AI로 인해 삶의 큰 즐거움을 빼앗겼다고 느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을 위해 AI를 만들었느냐”고 물었다.최근 미국 대학 졸업식 풍경을 보며 내 아이가 느낀 분노와 좌절감이 겹쳐졌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가 지난달 한 대학 졸업식에서 학생들의 구직 불안을 이해한다면서도 AI가 바꿀 미래에 적응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자 야유가 쏟아졌다. 빅머신 레코드의 CEO 스콧 보르체타가 다른 대학 졸업식에서 “음반 산업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 순간에도 AI가 음반을 다시 쓰고 있다”고 말하자 역시 학생들의 야유가 나왔다. ...

    2026.06.18 20:01

  • [에디터의 창]또 눈 뜨고 제 발등 찍으랴
    또 눈 뜨고 제 발등 찍으랴

    그들의 아침은 예상 밖에 그리 초라하게 밝아왔다. 만약 유권자의 욕구에 더 솔직했더라면, ‘혹시나’ 하고 기대하던 이들마저 ‘역시나’ 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였을 텐데. 이번 6·3 서울시장 선거 얘기다. 여러 평론가들의 고담준론이 펼쳐지지만, 내 눈엔 승패를 가른 건 결국 집값이다.이재명 정부가 주가를 뻥튀기해줘도 가장 큰 고갯마루인 집 문제를 넘어서긴 어렵다. 며칠 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또한 여당의 패인을 부동산이라고 찍었는데 적확하다. 심지어 “정원오 후보가 안 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문제에 이 대통령이 너무 말을 많이 한 것”이라고 직격했다. 투기세력을 겨냥한 잇단 ‘사이다 SNS’가 청량감은 줬지만 타격감은 못 줬다.서울 부동산 시장은 강남 3구 등 일부만 새 발의 피만큼 주춤했을 뿐, 다른 구는 신고가 행진을 이어간다. 한쪽을 누르니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효과다. 더구나 대출 규제로 강북 등을 중심으로 15억원까지 이른바 ‘키 맞추기’도 펼쳐졌다...

    2026.06.1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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