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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 창] 공감 제로, 그리고 재난의 ‘데자뷔’
    공감 제로, 그리고 재난의 ‘데자뷔’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상관없었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걷고 또 걸었다.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목소리를 냈다. 생업을 접은 지도 오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년여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하루아침에 희생된 생때같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이태원특별법이 사고 발생 후 15개월 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특별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2022년 10월29일 밤을 떠올렸다. 늦은 시간 느닷없는 재난경보로 시작된 그날의 기억은 전대미문의 참사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충격과 함께 슬픔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런 생각들이 분노의 감정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국가는 그때 없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지만 맥없이 손을 놓았...

    2024.01.11 20:07

  • [에디터의 창]‘어이없다’는 대통령이 어이없다
    ‘어이없다’는 대통령이 어이없다

    일본 도쿄 한복판인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는 ‘영토·주권 전시관’이 있다. 독도, 센카쿠열도, 쿠릴 4개 섬이 자국 영토라고 선전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20년 1월 확장·재개관했다. 당시 기자는 개관 첫날 그곳을 찾았다. 전시관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로 가득했다. 독도를 자기 땅으로 표시한 일본 지도가 걸려 있고, 독도관 입구에는 ‘1953년부터 한국의 불법 점거’라고 써 있었다.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판도가 아니라고 밝힌 ‘태정관 지령’(1877년)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60대 일본 남성은 “한국은 반성하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그로부터 4년 후,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비슷한 심정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국방부가 발간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지역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에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교재에 수록된 한반도 지도에 하나같이 독도가 빠졌고, 양국 간 영토·역사 ...

    2024.01.04 16:57

  • [에디터의 창] “윤 대통령님, 아직도 RE100을 모르시나요?”
    “윤 대통령님, 아직도 RE100을 모르시나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국정의 운영 방향과 우선순위가 담긴 정부 예산안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였으나 ‘기후’ ‘탄소중립’이란 용어는 한마디도 없었다.윤석열 정부의 ‘환경 무시 정책’은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후인 11월7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180도 바꿨다. 같은 달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었다. 이미 4년 전부터 예고한 정책이었고 지난해부터 시행하려던 단속을 1년 미룬 터였다. 환경부는 그러나 시행을 2주 앞두고 “단속을 또 미루겠다”고 말을 바꿨다. 더불어 비닐봉지 사용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종이컵은 규제품목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환경단체는 물론 업체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정부 어느 부처의 책임자도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시민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겠다...

    2023.12.28 22:15

  • [에디터의 창] 윤 대통령과 이준석, 누가 군만두만 먹게 될까
    윤 대통령과 이준석, 누가 군만두만 먹게 될까

    정치인들은 국가와 민족, 미래를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가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민주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에게도 개인적 욕망은 있었을 터이나, 역풍을 감내하며 기득권과 맞섰기에 사후에도 높이 평가받는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들은 그럴싸한 명분 뒤편에 개인적 욕망을 숨기게 마련이다. 부(富)를 얻거나, 명예를 얻거나, 혹은 둘 다 원하거나.욕망의 정치를 나쁜 것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다. 능력 있고, 생각 똑바른 정치인의 출세욕은 국가와 민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정치인 자신의 비틀린 욕망을 발산하는 도구로 정치의 장을 활용할 때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복수, 한풀이 등이 정치를 지배하는 경우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분풀이는 또 다른 분풀이를 낳는다. 굳이 복수정치를 말하는 것은 현재 여권 풍경이...

    2023.12.21 15:50

  • [에디터의 창] 에너지정책도 ‘엑스포 유치’처럼 실패할 텐가
    에너지정책도 ‘엑스포 유치’처럼 실패할 텐가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심’ 김기현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까지 해외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충격이 크긴 큰 모양이다. 정부·여당이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을 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유치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개편하면서 유치전에 가세한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33년 만에 삭감하면서도 대외원조(ODA) 예산은 45%나 늘렸다. 제3세계 표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정상외교에는 올해 책정된 249억원에 예비비 329억원을 더해 578억원을 썼다.기업도 총동원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기업인들은 180여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1600차례가 넘는다고 ...

    2023.12.14 20:45

  • [에디터의 창] 소통 부재와 집단사고
    소통 부재와 집단사고

    1961년 4월 J F 케네디 대통령은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 붕괴를 위한 작전을 승인했다. 쿠바인 망명자 1500여명을 중심으로 병력을 편성해 쿠바를 침공, 카스트로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계획이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마이애미 군사기지에서 이들을 훈련시켜 게릴라전에 투입하고 공중지원을 통해 피그스만을 건너 공격하기로 했다. 케네디는 게릴라가 상륙하면 쿠바 내부에서 호응이 있을 것이란 CIA의 보고를 철석같이 믿었다. 결과는 실패였다. 망명자 부대는 해안에 상륙하자마자 곧바로 발견돼 맹렬한 반격을 받고 궤멸됐다. 쿠바 내 호응은 없었다. ‘피그스만 침공’은 미국 역사상 가장 처참한 실패 사례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당시 케네디의 참모들은 뛰어난 지성과 검증된 능력을 가진 쟁쟁한 인물들이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천재이자 미 공군의 ‘시스템 분석 귀재’로 불린 로버트 맥너마라가 국방장관, 록펠러재단 이사장 출신의 딘 러스크가 국무장관이었다. 34세에 하버드대 문리대학...

    2023.12.07 23:59

  • [에디터의 창] 나사 빠진 극장형 정치
    나사 빠진 극장형 정치

    일본에 ‘극장형 정치’라는 게 있다. 정치를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연출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잡아끄는 수법이다. 이를 잘 써먹은 정치인으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꼽힌다. 그는 거의 매일 TV에 나와 정치쟁점을 단순하게 설명하고, 선악 구도를 짜 자신을 투사처럼 보이게 했다. 외신 인터뷰 중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부르는 등 퍼포먼스에도 능했다. 고이즈미의 정치적 제자인 아베 신조 전 총리도 못지않았다. 일왕 교체나 도쿄 올림픽 개최 등 각종 이벤트를 정권 부양에 활용했다. ‘하고 있는 느낌’을 연출하는 데도 뛰어났다.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던 그가 돌연 ‘전제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공언하던 걸 기억한다. 극장형 정치는 기존 정치구조를 뛰어넘어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다.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성의 있는 설명은 뒷전이다. 근본 문제 해결을 미뤄 국가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일본 국민이 고이즈미의 극장형 정치에 열광하는 사이 ...

    2023.11.30 21:10

  • [에디터의 창] 가짜뉴스 나비효과와 부메랑
    가짜뉴스 나비효과와 부메랑

    ‘나비효과’. 단순하게 표현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서 만든 바람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처음의 방향과 파장이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 용어를 꺼낸 이유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언행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방송통신 정책을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그는 지난 8월28일 취임식에서 공영방송 구조개혁과 가짜뉴스 척결을 선언하는 ‘날갯짓’을 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가짜뉴스 척결에 대해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유통되는 가짜뉴스와 이로 인한 선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 요소”라며 “엄단하겠다”고 했다. 실세 기관장의 한마디에 방통위는 9월6일 ‘가짜뉴스 근절 TF’를 가동해 가짜뉴스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후속 조치를 내놨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근거나 기준이 없다. 사회적 합의도 없다. 특히 방통위는 언론사가 출고한 기사에 대한 판단...

    2023.11.23 20:26

  • [에디터의 창] 이런 식의 투명한 정부는 달갑지 않다
    이런 식의 투명한 정부는 달갑지 않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2월의 일이다.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후임으로 현명관 마사회장이 내정됐다는 기사가 조선일보 1면에 실렸다. 기자들은 오전 내내 진위 여부를 물었지만 청와대 수석도 비서관들도 입을 닫았다. 청와대의 침묵을 언론이 긍정의 사인으로 해석하려던 차에 ‘현명관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점심 무렵부터 나왔고, 그날 오후 1시쯤 이병기 국정원장이 비서실장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후일 사석에서 ‘우리도 몰랐다’고 실토했다. 박근혜 정부의 폐쇄적 국정운영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지만 대통령 주변 취재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수정부든 진보정부든 대통령이 관여하는 인사 취재는 어렵다. 역대 정부에서 개각을 앞두고 흘러나오는 특정 인사 내정설은 틀리는 일이 많았다. 반대편에서 역정보를 흘리기도 했지만, 정부에서 후보자들을 흘려 평판조회를 한 뒤 부적절한 인사들은 걸러내는 경우도 많았다. 이...

    2023.11.16 20:44

  • [에디터의 창] 경제도 특수부식으로
    경제도 특수부식으로

    금융감독원의 힘이 이렇게 세진 줄은 미처 몰랐다.금융제도를 만들고 금융회사들을 감독하는 곳을 금융당국이라고 부른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있다. 금융위는 공무원 조직이고, 금감원은 민간 기구다. 금융위는 정책을 담당하고, 금감원은 현장을 감독한다. 업무 범위를 놓고 갈등을 벌일 때도 있지만, 힘은 금융위가 세다는 게 상식이라고 여겼다. 금융위가 금감원의 예산과 인사 등에 대한 심의와 승인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아니었다. 지난 5일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할 때 두 금융당국 수장의 표정을 보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표정은 어두웠고, 이복현 금감원장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금융위는 위기 상황도 아닌데 공매도를 금지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대로 얼마 전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이 원장은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고, 결국 이를 관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2023.11.09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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