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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 창]대한민국의 척추, 헌재는 증명하라
    대한민국의 척추, 헌재는 증명하라

    최근 가수 나훈아의 작심 발언들은 흥미로웠다. 그는 고별 콘서트에서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면서 “오른쪽도 별로 잘한 것이 없다”고 했다. “별 단 장군들이 줄줄이 잡혀가고 있는데 어떤 군인은 질질 짜고 있다”고도 했다. 나훈아의 발언에 깔린 맥락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겠지만, 나는 그가 거침없이 이 같은 발언을 내뱉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했다. 만약 지난해 12월3일 밤 위헌적인 비상계엄이 성공했더라면 지금쯤 그는 남태령 지하벙커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포박돼 있었을지도 모른다. 포고령 1호 4항은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이다. 국민의힘이 16일 이른바 ‘카카오톡 검열 금지법’을 발의한 것도 흥미로웠다. 민주당에서 카카오톡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퍼나르는 일반인도 내란 선동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힌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했다. 민주당의 주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짜정보...

    2025.01.16 21:00

  • [에디터의 창]항복하라! ‘김건희 유니버스’의 빌런군단
    항복하라! ‘김건희 유니버스’의 빌런군단

    이 이야기는 영화가 아니라 현실, 아니 영화 같은 현실이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악당이다. 이들의 언행은 조폭영화의 주먹들보다 막장스러우며, 이들의 만행은 공포영화의 사건들보다 기괴하다. 할리우드 상업영화에서 흔히 보는 것처럼 악당이 개과천선했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현실이다. 이들은 더 악한 빌런군단으로 흑화했고, 급기야 내란을 시도해 대한민국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빌런군단의 얼굴마담은 윤석열이다. 특징은 국정과 주정의 혼동이다. 시도 때도 없는 어퍼컷과 욕설 그리고 광기, 1시간이면 혼자 59분을 떠드는 대화법은 그만의 장기다. 숙취로 제때 출근 못하는 날엔 빈 차를 위장 출근시키는 비기도 지녔다. 가까운 측근들은 관저로 불러 폭탄주를 나누고, 적당히 관리하는 우호세력들에겐 이따금 체리 따봉을 보낸다. 윤석열의 가장 큰 특징은 무도함이다. 덩치만큼이나 비대한 자아, ‘짐은 국가’라는 과대망상에도 빠져 있다. 자신을 비판하면 “반국가세력”이고, ...

    2025.01.09 21:12

  • [에디터의 창]실은 ‘민란’이 먼저였어야 했다
    실은 ‘민란’이 먼저였어야 했다

    그의 숨은 사실상 멎었다. CPR(심폐소생술)로 되살릴 만한 상태를 넘었다. 워낙 죄가 명명백백해서다. 한 법조인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 사태를 두고 촌철살인 같은 비유를 날렸다. “CCTV 앞에서 ‘공연음란죄’를 범한 거랑 마찬가지다.”윤 대통령이든, 헌법재판관이든 막판에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고, 몽니를 부린들 결말을 되돌릴 순 없다. 만에 하나라도 뒤집힌다면, 들불이 헌법재판소 철문을 달궈 녹여낼 것이다. ‘87년 체제’의 산물인 헌재의 존재 가치까지 따져들 수밖에 없다. 역사는 본디 물결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둬라, 제발!이번 사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되뇌게 한다. 곧 “지도자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될 때 위험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딱 그 짝이다. 나라님이 비판의 대상이 아닌, 조롱거리로 전락한 순간 정치생명은 끝이다.박근혜는 왜 탄핵이 됐을까 의아해하는 이들이 요사이 많다. 실은 최순실씨 때문만이 아니다. 지난달 뒤늦게나마 ...

    2024.12.26 21:26

  • [에디터의 창]민주주의의 배신자들
    민주주의의 배신자들

    계엄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 윤석열은 직무가 정지됐지만, 아직 파면당하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권력자를 제어해야 할 집권여당은 그를 보호하고 있다. 민심은 안중에도 없다.윤석열은 지난 14일 탄핵안 가결 직후 담화에서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라를 분열시키고 혼란을 가중시키더라도 버티겠다는 것이다. 자신으로 인한 국정 혼란과 국민 불안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국정지도자 자격이 없는 이런 인물은 영구 파면이 정답이라는 게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다만 그 과정은 지난할 것이다. 윤석열은 다양한 트집을 잡으면서 정치생명 연장을 노릴 것이다. 이미 헌법재판소가 보낸 탄핵 관련 서류 수취를 거부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도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를 옹호하겠다는 뜻을 노골화하고 있다. 공석인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추진에 반대하고, “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보인 행태는...

    2024.12.19 20:46

  • [에디터의 창]파묘된 쿠데타의 망령
    파묘된 쿠데타의 망령

    10년 전쯤이다. 경제부 기자 시절 YS(김영삼)의 가신과 차를 한잔한 적이 있다. 그가 대뜸 물었다. “박 기자는 어르신을 어떻게 생각하노?” 나는 YS를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경제를 망친 건 용서 못합니다. 전 IMF세대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그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건 진짜 할 말이 없소. 근데 이건 기억해주세요.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청산. 그건 어르신이 아니었으면 못했습니다.”금융실명제는 인정하겠는데, 하나회 청산이 뭐 그리 대단하냐고 나는 다시 물었다.“두고 보세요. 이제는 절대 쿠데타는 못 일어납니다. 정국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군대는 휴전선만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게 경제를 살리는 겁니다.”경제부 기자의 눈으로 주변국들을 둘러봤더니 그의 말은 꽤나 설득력이 있었다. 실제 한국은 그간 많은 정치적 격변을 겪었지만 군은 튼튼히 국가 안보만 책임졌다. 내부가 아무리 시끄러워도 군의 중립은 확고했다. 그러는 동...

    2024.12.12 20:35

  • [에디터의 창]윤석열과 그 잔당들의 죄, 국민에게 고함
    윤석열과 그 잔당들의 죄, 국민에게 고함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윤석열과 그 잔당들의 죄를 고합니다. 지금까지 윤석열은 취임 이후 국회가 의결한 법안에 대해 25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1번의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에 전혀 유례없던 상황입니다.윤석열은 자신과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스캔들과 의혹을 덮기 위해 수차례 특별검사법을 거부하고, 국회 개원식에 불참하는 등 정치와 국회를 마비시켰습니다. 새해 예산 처리에 앞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국회 시정연설에도 불참하는 등 대통령으로서 본질적 기능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석열은 급기야 민주화 이후 45년 만에 반헌법적 비상계엄을 선포해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국정은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윤석열은 국정과 주정을 구분하지 못했습니다. 정권 실세는 윤석열과 관저에서 얼마나 술을 자주 마셨느냐로 결정됐다는 말이 공공연히...

    2024.12.05 20:37

  • [에디터의 창]로테와의 ‘극단적 이별’은 이르다
    로테와의 ‘극단적 이별’은 이르다

    로테는 과연 베르테르의 마음을 알아주긴 했을까. 그저 혼자서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흠뻑 빠져들었던” 걸까.2016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정원에 괴테상이 세워졌다. 신격호 창업주(1922~2020)가 일본 유학 시절 읽은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자전적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샤를로테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는 건 널리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지난주 말 즈음해서 또 나돈 ‘유동성 위기설’로 홍역을 치렀다. 이를 롯데월드타워와 연결지어 ‘마천루의 저주’라고 일컫는 이들까지 보인다.며칠 전 이런 지라시가 롯데를 뒤흔들었다. ‘차입금 29조9000억원으로 그룹 유동성 위기’ ‘직원 50% 이상 감원 예상’ 따위다. 나아가 ‘12월 모라토리엄 선언’ ‘제2 대우그룹 공중분해’까지 갖다붙였다.롯데는 터무니없다고 펄쩍 뛴다. 급기야 지난 18일 “루머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한 데 이어 21일 롯데그룹은 “총자산 139조원에 즉...

    2024.11.21 20:11

  • [에디터의 창]“내 백성이? 아니, 왜?”
    “내 백성이? 아니, 왜?”

    영화 <전,란>에서 차승원이 연기한 임금 선조는 나라나 백성보다 자신의 안위와 권력 유지에만 몰두하는 인물이다. 왜군이 쳐들어오자 도성을 버리고, 백성이 죽든 말든 나루터를 불태운다. 왕권이 위협받을까봐 의병장 김자령을 역모로 몰아 죽이고, 민생이 도탄에 빠져 있는데 궁의 재건에만 집착한다. 어리석고 무능한 데다 음흉하기까지 하다.영화 속 ‘분노 유발자’ 선조를 보며 오늘날을 떠올리게 된다. “다스리는 자들의 고달픈 숙명”을 말하는 선조에게서 힘든 상황들이 ‘업보’라는 권력자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그이는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도 했다. 백성들이 궁에 불을 질렀다는 소식을 들은 선조가 “내 백성이? 아니, 왜?”라고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성난 민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권력자가 어디 선조뿐이겠나.이런 생각을 필자만 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한 친한동훈계 인사는 “선조가 도망갔을 때 분조를 만들어 지켰던 광해군처럼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분조’(分朝...

    2024.11.14 20:10

  • [에디터의 창]삼성이 무너진다면
    삼성이 무너진다면

    2016년 어느 날 한 시민단체로부터 북콘서트 사회를 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책 제목이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라고 했다. 저자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다. 2016년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D램 반도체를 동시에 석권한 때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는 과연 10년 뒤 생존할 수 있을까”라고 물었지만 콘서트를 진행한 나도, 객석에 앉은 독자들도 ‘삼성의 몰락’이라는 단어가 현실감 있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당시 박 교수는 삼성의 최대 약점으로 지배구조를 들었다. 8년이 지난 지금. ‘삼성의 몰락’은 더 이상 이상하지 않다. AI 시대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에 이어 메모리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600억원으로 SK하이닉스(7조300억원)에 추월당했다.내부 전언을 들어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의 위기는 2016년 즈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의사결정이 눈에 띄게 느려졌고, 혁신...

    2024.11.07 19:53

  • [에디터의 창]강시정권인가, 각시정권인가
    강시정권인가, 각시정권인가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악재는 악재로 덮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정난맥은 극에 달했다. 3류 정치 브로커라는 명태균씨는 대통령 부부의 치부를 연일 들춘다. 권위 잃은 대통령의 메시지는 헛웃음을 낳는다. 대통령이 그나마 성과로 내세웠던 체코 원자력발전소 건설사업 계약은 절차가 보류됐다. 급기야 대통령의 공천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통화 육성까지 공개됐다. 내세울 성과는 없고, 방어해야 할 쟁점들은 날마다 쌓여간다. 이 정도면 통치불능 지경이다. 지지율 20%짜리 대통령에게 비상구는 없다. 화불단행(禍不單行·재앙이 겹쳐 옴)이라고, 비극의 덩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처지를 모른 채 권력을 쥔 듯 행동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 특별감찰관을 모두 거부한 것이 그 증거다. 정치적으로 죽은 대통령이 아직 숨은 붙어 있는 집권여당 대표에게 군림하려는 것은 자신의 처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뒤늦게 제2부속실을 설치한다고 했는...

    2024.10.31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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