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에디터의 창
  • 전체 기사 197
  • [에디터의 창]내란 1년, ‘민주주의 외양간’을 고칠 시간
    내란 1년, ‘민주주의 외양간’을 고칠 시간

    불법계엄 1년이 지나서야 윤석열 등 내란 세력에 대한 1심 재판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특검은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의 혐의를 받는 한덕수에 대해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내년 1월21일 법원의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김용현, 노상원, 조지호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들에 대한 선고도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제1야당 국민의힘 지도부는 아직도 윤석열을 옹호한다. “우리가 윤석열”이라며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도 줄줄이 기각됐다. 구속기한 시간 계산이란 기발한 방법으로 윤석열을 풀어준 판사 등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팽배하다. 하지만 더디고 덜컹거려도 쿠데타 세력 청산은 막을 수 없는 시대의 대세다. 111일이나 걸렸지만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파면했고 법원은 그를 다시 감옥에 가뒀다.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윤석열 무리의 내란 획책 전모는 속속 드러났다. 지금 같아서는 국민의힘은 내란 정당이...

    2025.12.04 22:02

  • [에디터의 창]그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27일 새벽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이날 네이버는 메인화면을 우주로 바꾸고 누리호 발사를 생중계했다. 실시간 속보를 전한 관련 기사에는 성공을 축하하는 댓글이 가득했다. 오늘 아침 SNS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선 불기둥이 고흥 앞바다를 환하게 밝히며 하늘로 날아오르다 점이 되는 장면이 선명했다. 한 달 전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강남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을 나눴다. 패권 전쟁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신문 지면에는 인공지능(AI), 소형모듈원자로(SMR), 양자컴퓨터, 웹3 관련 보도가 쏟아진다. 비로소 정신없이 굴러가는 현안에 낀 기분이다. 이게 정상이다.1년 전 불법 비상계엄 이후 대한민국은 홀로 딴 세상에 살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글로벌 무역질서를 마구 흔들고, 빅테크는 새로운 버전의 생성형 AI를 쏟아내는데 우리는 외딴섬에서...

    2025.11.27 21:50

  • [에디터의 창]서울은 시민의 것이다
    서울은 시민의 것이다

    걷기를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 걷는 맛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주말에는 서울 주변 둘레길을 찾지만, 주중 점심에는 틈날 때마다 서울 시내를 걷는다. 청계천도 있지만 종로·을지로 등 오래된 거리를 더 선호한다. 서울극장·단성사·피카디리·대한극장 등 단관 극장 시절 개봉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종로에서 을지로, 충무로까지 이어지는 길은 옛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좋다. 을지로3가에서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은 단풍이 많아 가을에 걷기 적합한 것 같다. 경제·문화 선진국에 오른 한국의 오늘을 상징하듯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고층 빌딩 뒤편의 옛 거리들은 도시의 여백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세운상가도 즐겨 찾는다. 외형은 낡았지만, 내부엔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다. 전자부품 상점들과 카페·서점 등이 무질서한 듯 무심한 듯 섞여 있다.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등의 3층을 잇는 1㎞의 공중보행로는 짧은 산책코스로 지인들에게 추천했다. 철거를 앞둔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

    2025.11.20 19:58

  • [에디터의 창]‘K방산’ 쓰지 맙시다
    ‘K방산’ 쓰지 맙시다

    여성과 남성이 장갑차 위에 올라가 바이올린과 기타를 연주한다. 아일랜드 춤곡 ‘Haste to the Wedding’(결혼식에 종종걸음으로)의 선율이 퍼진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보안요원이 제지하지만 연주는 5분가량 이어진다. 그 옆에선 여성 3명이 “전쟁장사 중단하라”고 외친다.2022년 9월 일산 킨텍스 대한민국방위산업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들은 ‘위력(威力)’을 행사해 무기전시회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 4월15일 대법원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 “음악은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상징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비폭력적 수단”이며 “국가 방위산업에 관한 사항은 공적 관심사”이므로 “감시와 비판을 위한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이 사회가 더 이상 12·3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할 때, 나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 판결에도 주목했다. 하지만 순진한 기대였다. ‘군대 남성성’을 체화한 내란 수괴가 감...

    2025.11.13 21:33

  • [에디터의 창]‘집벌’ 난제 앞에 선 어느 삼수생
    ‘집벌’ 난제 앞에 선 어느 삼수생

    당신은 과연 몇 급지입니까? 온라인에는 주거 계급도가 나돌아다닌다. 이른바 서울시나 경기도 ‘급지 분석’이다.강남·서초구는 1급, 동작·강동구 6급, 금천·강북·도봉구 10급…. 한눈에 들어오게 서울 25개 구나 경기 시·군을 1~10급으로 갈라치기 해놓았다. 경기도는 과천·판교 1급, 고양·김포는 6급 등으로 칼질을 그어놨다.참으로 작위적인 데다, 천박하기 그지없는 분류다. 한편으론 현실의 격차를 얼추 반영한 것이어서 씁쓸하다.“이제는 ‘학벌’보다 ‘집벌’이다. 점수보다 평수로 신분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작금의 세태를 압축하는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의 지적이다. 하필 ‘부자 옹호당’이라 비판받아온 국민의힘 부동산정책 정상화 특별위원회의 지난달 28일 청년간담회에서 한 말이다.한국 사회를 주무르는 대표선수들은 몇 급지에 위치할까. 일례로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경우를 보자. 2013년 강남 개포주공 1단지를 8억5000만원에 샀는데, 재건축 후 지금...

    2025.11.06 22:02

  • [에디터의 창]양자역학과 평행우주로 날아간 공직자 윤리
    양자역학과 평행우주로 날아간 공직자 윤리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같은 당 소속인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의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에 대해 한 말이다. 최 의원을 비판하는 사람들, 특히 야당 의원들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말인 듯하다. 부적절한 언행에 대한 비판에 ‘네가 그럴 자격이 있느냐’고 대응한 셈이다. 비판할 자격을 따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본인의 허물이 덮이진 않는다.최 의원의 대응은 더 실망스럽다.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에서 딸 결혼식을 치르고, 카드 결제 기능이 담긴 모바일 청첩장까지 뿌렸다. 사후에 돌려줬다지만 피감기관과 과방위 관련 대기업 관계자들로부터 100만원 축의금도 받았다. 공직자 윤리에 반할 뿐 아니라 법 위반 소지도 있다. 딸 결혼 축의금 반환을 보좌관에게 시킨 것도 갑질에 가깝다. 그런데도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더니, 노벨 생리의학상과 노무현 정신까지 거론한다. 본인을 향한 비판은 사회적 가치...

    2025.10.30 20:00

  • [에디터의 창]혐중·혐캄보디아, 그 뒤에는 혐한이 온다
    혐중·혐캄보디아, 그 뒤에는 혐한이 온다

    영국 리버풀. 프리미어리그 명문구단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 도시다. 내 기억은 다르다. ‘혐오’의 도시로 남아 있다. 학창 시절 영국에 1년 머문 적이 있다. 당시 리버풀은 “너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아시아인들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이 많을 때였다. 봉변을 당할 수 있다며 밤에는 홀로 다니지 말라는 권고가 한국 학생들 사이에 공유됐다. 리버풀은 1900년대 초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항만도시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글로벌 무역구조가 바뀌고 컨테이너선이 보급되면서 리버풀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됐다. 1970년 수만명의 항만노동자와 조선소, 창고업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1981년에는 폭동까지 일어났다.이들은 자신들의 실패를 한국인 등에게 돌렸다. 노동자를 쥐어짠 저임금, 광범위한 정부의 수출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아시아 개도국이 불공정 경쟁을 한다고 봤다. 이는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한국인 노동자 구금 사태 당시 당국에 신고한 공화당원 토리 브래...

    2025.10.23 19:47

  • [에디터의 창]영화가 음악으로 빛날 때
    영화가 음악으로 빛날 때

    영화를 볼 때마다 어떤 작곡가가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맡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익숙한 이름을 크레디트에서 보면 일말의 기대를 하게 된다. 좋은 OST가 영화 완성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음악 사용을 절제하거나 때론 배제하는 감독들도 있지만 기왕이면 적절히 쓰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잘 쓰인 OST는 관객의 감동을 끌어올리고, 관객을 더 슬프게 하며, 관객의 심장박동을 더 빠르게 뛰게 만든다고 믿는다. 오래된 영화의 스토리는 가물가물하지만 음악만은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실제 좋은 OST들은 영화의 생명력을 뛰어넘는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들이 대표적이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미션> <시네마천국> 등의 감미로운 멜로디는 누구에게나 익숙하다. 수십년 전 만들어졌지만, 지금껏 광고음악으로 쓰이고 클래식으로도 편곡돼 연주된다. ‘와우와우와~ 왕왕왕’이라는 대목으로 유...

    2025.10.16 20:17

  • [에디터의 창]AI 성장론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AI 성장론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청년들과 만나 “모든 문제의 원천은 기회의 부족이고, 기회의 부족은 저성장으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뉴욕 방문에서 그는 월가의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록 회장을 만나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유치를 논의했다. 추석 전엔 오픈AI CEO를 삼성, SK 총수들과 함께 만난 뒤 AI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규제를 허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AI 산업 발전을 위해 “SK와 삼성이 운용하는 (반도체) 공장을 2배 정도 새로 지어야” 하며 “천문학적 재원도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이 대통령이 줄어드는 기회에 대한 책임을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지겠다고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다만 그가 저성장 경제를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보고, AI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의 문제는 짚어야 한다. 대통령실 직제상 기후환경에너지비서관을 AI미래기획수석 아래에 두고, 농림축산비서관을 경제성장수석 밑에 둔 데서 그의 우선순위...

    2025.10.09 20:57

  • [에디터의 창] 도널드의 발버둥, ‘제국의 쇠락’을 실토하다
    도널드의 발버둥, ‘제국의 쇠락’을 실토하다

    37년 전 이맘때 펼쳐진 서울 올림픽의 어느 희한한 광경이 요사이 불현듯 떠올랐다. 때는 1988년 9월28일 잠실체육관 농구경기장. 남자농구 준결승전에서 마침내 미국과 소련이 맞붙었다. 82 대 76으로 소련의 승리.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었다. 마치 사전에 짜기라도 한 듯, 소련기까지 든 관중은 ‘적국’ 소련을 더 응원했다. 미국 선수들 플레이에는 야유도 퍼부었다. 냉전에 길들여져온 한국민들에겐 가히 ‘집단적 충격’이었다.관중이 ‘반미’로 돌변한 이유가 뭘까. 미국의 고압적 자세에 대한 묵은 불만 위에 한국 시장 개방 압박 등의 정치·경제적 백그라운드가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서울 올림픽은 수십년 얼어붙은 친미·반소 냉전 구도에 균열을 가져온 극적 이벤트가 되고 말았다.도널드 트럼프 치하의 조지아 구금 사태는 관세협상을 노린 도발이겠지만, 분명히 ‘도’를 넘었다. 일제 때나 나왔을 법한 쇠사슬로 손발을 결박한 행태는 집단 트라우마로서 한·미관계 역사에 아로새겨질 것...

    2025.10.02 21:31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