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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창]고통을 들여다본다는 것
    고통을 들여다본다는 것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두고 백가쟁명으로 쏟아진 분석 중 공통의 단어 하나를 추리면 ‘고통’이다. 번역가 정은귀는 “한강은 응시하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 시선이 머문 곳이 제주 4·3사건과 5·18민주화운동 희생자들, 가부장제 억압과 폭력에 놓인 여성들 고통이다.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사장 정인섭이 지난 15일 환경노동위 국감장에서 환한 웃음을 지으면서 셀카를 찍었다는 기사를 읽을 때 떠오른 단어도 고통이다. 사망 노동자들과 동료, 유족들의 고통 말이다. 올해만 5명의 원·하청 노동자가 거제사업장에서 죽었다.“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소년이 온다> 중) 같은 문장은 한국의 여러 참사, 노동 현장 곳곳에도 적용할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권위를 더한 한강이 한국 곳곳 사람들의 고통을 문학의 힘으로 널리 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사회 부문 기자들이 어제도 오늘도 기록한 도처의...

    2024.10.24 19:21

  • [에디터의 창]‘5만전자’와 십상시, 그리고 뉴삼성의 딜레마
    ‘5만전자’와 십상시, 그리고 뉴삼성의 딜레마

    2009년 늦가을 마침내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해 삼성의 혼쭐을 빼놨다. 2010년엔 지펠 냉장고가 돌연 폭발해 사상 최대 21만대 리콜에 나섰다. 그즈음 반도체공장 산재를 다룬 ‘반올림’ 갈등도 불거졌다. 2년여 만에 다시 삼성을 맡았을 때는 불산가스 누출로 하청노동자가 숨졌다. 또 2년여 만에 돌아온 2016년엔 갤럭시노트7 폭발까지….모두 삼성 출입기자로서 겪은 일들이다. 돌이켜보니 삼성이랑 참 ‘연’이 질기다. 사실 삼성에 ‘위기’ 아니었던 적이 없다.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성패를 갈랐을 뿐.이건희 회장 생전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연말에 사면복권을 단행했다. 곧 ‘떡값검사’ 뇌물공여 X파일 사건 등으로 물러난 이 회장의 경영복귀 신호였다. 시민사회의 비판이 들끓었다. 다만 난 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그의 복귀는 일면 타당하다는 메시지를 냉정히 담았다. 이유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아니다. 바로 아이폰 3GS다.직전까지 LG 초콜릿폰과 함께 ...

    2024.10.17 21:15

  • [에디터의 창] 사람이 문제지, ‘용산’이 무슨 죄냐
    사람이 문제지, ‘용산’이 무슨 죄냐

    가수 자이언티는 ‘양화대교’(2014년)에서 넉넉지 못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고 노래했다. 김건희 여사는 마포대교에서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며 자살예방을 위한 추가적인 개선을 지시했다. ‘센터 욕심’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걸까. 애꿎은 건 ‘9·10 마포대교 시찰’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국민의힘 공천 및 전당대회 개입 의혹 등 “김건희 세 글자로 해가 뜨고 지는 날”(허은아 개혁신당 대표)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김 여사의 마포대교 사진은 ‘올해의 사진’이 될지도 모르겠다.‘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다음달이 돼야 딱 절반’이라길래 이 정권의 레거시(유산)는 무엇이 될까 생각해봤다. ‘바이든-날리면’, ‘59분 다변’과 격노, 먹방과 술…. 윤 대통령 개인 특성에서 비롯된 이미지가 우선 떠오르지만, 이대로 남은 임기를 보낸다면 마포대교 같은 ‘장소’가 레거시로 남을 수도 있다. 유력한 장소는 용산 대통령실·관저다. 소통과 ...

    2024.10.10 17:28

  • [에디터의 창]피크 용산, 대통령의 가을
    피크 용산, 대통령의 가을

    끝날 것 같지 않은 여름이었다. 10월이 되자마자 찬 바람이 훅 불어온다. 너무 오랜만의 찬 기운 때문일까. 살짝 닭살이 돋는다. 주섬주섬 옷깃을 여미는데 문득 드는 생각. ‘아, 곧 한 해가 가겠구나! 참, 패딩은 어디 뒀더라?’세상의 더위는 완연히 꺾였지만 용산의 권력은 여전히 뜨겁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대해 24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저녁에는 한동훈 대표를 제외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하면서 재표결 표 단속에 나섰다. 같은 날 검찰은 김 여사가 명품가방을 수수한 데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준 사람은 끝까지 뇌물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끝내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다.윤 대통령은 2022년 5월10일 취임했다. 5년 임기를 일수로 계산하면 1826일이다. 지난 2일은 취임 876일이 되던 날이었다. 임기의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임기 5년의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힘이 가장 ...

    2024.10.03 20:35

  • [에디터의 창]누구든 ‘치빠’만 잘하면 됩니까
    누구든 ‘치빠’만 잘하면 됩니까

    “잘하는 사람은 치빠를 잘합니다.”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를 위한 이런 훈수들이 적잖다. “초기에 들어가 반짝 상승 때 털어야 한다”는 돌직구도 보인다. 우리 동네 한 카레집은 수완이 좋다. 알바생 말을 들어보니, 젊은 주인은 가게에 잘 나타나지도 않는다. 일은 거의 다 알바들 몫이다. 그런 가게를 몇개 굴리는 모양이다. 어떤 이는 파리바게뜨, 본죽 같은 체인점을 동시에 3~4개씩 총 20개 정도 운영한다고 한다. 그러다 권리금을 대부분 2배 받고 넘긴다고 자랑한다.그러나 대다수 현실은? 그 반대다. 집 근처에 유명한 베이커리집이 당분간 쉰다며 ‘영업중지’ 공고문을 붙였다. 옆에 제법 인기 있는 돈가스집은 아예 문을 닫고 말았다. 요즘 심한 곳은 한 집 건너 두 집에 폐업 딱지가 붙었다. 오죽하면 그나마 나은 자영업은 인테리어업이란 말까지 들릴까 싶다.자영업 위기가 심상찮다. 항간에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는데 괜한 곡소리가 아니다...

    2024.09.19 20:51

  • [에디터의 창]흰 수건을 던질 때가 됐다
    흰 수건을 던질 때가 됐다

    아무리 여론에 둔감한 윤석열 대통령이라도 지금쯤 눈치챘을 것이다. 자신이 망토를 두르지 않았음을. 그러나 깨달음은 너무 늦게 왔다. 주변을 둘러봐도 망토는커녕 나뭇잎 한 장 찾을 수 없다. 바닥으로 추락한 지지율, 느슨해진 국정 장악력을 회복할 길은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창피함과 당황스러움을 감내하기보다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정신승리를 택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스스로를 개혁 완성을 위해 험한 길도 마다 않는 지도자로 포장한 듯하다. 윤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사회 내부에 암약하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나라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것이 정신승리의 징후다. 최근엔 ‘반대한민국세력’이라는 알쏭달쏭한 말까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나 반대한민국세력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이나 세력들을 지칭한 것일 터다. 짐작건대 온갖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맞서 묵묵히 국정수행을 하는 자신을 불순한 세력들이 흔들고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일 것이다. ‘숭고한 지도자’ 서...

    2024.09.12 22:02

  • [에디터의 창]대통령의 집은 어디인가
    대통령의 집은 어디인가

    답답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국정브리핑·기자회견 뒤 참모들과 평가회의를 하면서 전반적으로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후련함도 보였다고 한다. 앞으로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를 자주 갖겠다고 했다고도 전해졌다. 미국 대선에 등장한 ‘weird(이상한)’와 ‘creepy(기괴한)’는 이때 쓰는 모양이다.국정브리핑·기자회견이 국민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게 언론 대부분의 평가다. 국정브리핑은 자화자찬으로 채워졌고, 기자회견은 동문서답이 주를 이뤘다. 미흡함을 인정하고, 고충도 털어놓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 자리가 누구한테는 더부룩한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 ‘여명808’이었던 모양이다. 최근 국민 절반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던데, 이번 일로 더 갑갑해진 국민 속은 누가 풀어주나.이상하고 기괴한 것은 그뿐만 아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의료 현장에...

    2024.09.05 21:07

  • [에디터의 창]예산안에 풍기는 인텔의 향기
    예산안에 풍기는 인텔의 향기

    얼마 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를 들렀다. 실리콘밸리에 온 이상 ‘반도체의 왕’ 인텔을 안 볼 수 있나. 가이드를 자처한 지인에게 인텔 본사에 위치한 인텔박물관에 가보자고 했다.“거기는 안 가봐도 돼요. 요즘은 사람들이 안 가요.”빅테크에서 수십년을 근무하다 몇달 전 퇴사한 그는 정색을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반도체 왕국은 이제 거기에 없습니다.” ‘인텔 인사이드’의 신화가 실리콘밸리에서 빠르게 지워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기준 인텔의 주가는 주당 19달러, 시가총액은 837억달러다. 2000년 닷컴버블 당시 주가는 75달러, 시총은 5000억달러였다. 올 초 미국 정부는 반도체 부활을 꿈꾸며 인텔에 26조원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추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인텔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감소했고, 순손실은 2조원을 넘어섰다. CPU의 아성은 AMD에 의해 금이 가고 있고, 파운드리는 TSMC와 삼성전자의 벽에 꽉 막혀 있다. “인...

    2024.08.29 20:11

  • [에디터의 창]‘대통령님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태극기의 반성
    ‘대통령님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태극기의 반성

    우리는 태극기세력입니다. 고백건대 윤석열 대통령님을 오랫동안 가짜 보수라고 생각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는 등 보수진영을 초토화시킨 대통령님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부딪친 것은 약속대련으로 봤습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와 결별한 것으로 꾸미고 국민의힘에 위장취업해 보수의 남은 뿌리마저 뽑으려 한다는 것이 우리 쪽 다수의 의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의 말씀과 인사 등을 보면서 대통령님이야말로 진정한 태극기임을 알게 됐습니다. 그동안 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사실 총선 때도 대통령님을 의심했습니다. 태극기 독자세력화 차원에서 신당도 만들어봤습니다. 대통령님이 총선 참패 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총리를 추천해달라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많은 태극기들이 등을 돌리려 했습니다. 좌파세력과 국정을 논하다니요. 그러나 대통령님이 즉각 야당에 대한 헛된 기대를 접고 국정을 제 궤도...

    2024.08.22 20:11

  • [에디터의 창]‘반지하방의 추억’ 그리고 공급폭탄
    ‘반지하방의 추억’ 그리고 공급폭탄

    창밖으로 행인의 발목만 보인 적이 있는가.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집은 사실 경기 고양의 세트장인 데다, 행인 얼굴이라도 보이니 차라리 낫다. 문득 대학생 때 살던 반지하방이 떠올랐다. 돌이켜보니, 언덕배기 빌라 반지하 맞은편 단칸방에는 애 하나 딸린 신혼부부도 살았다. 물 내리는 손잡이 달린 구식 화장실은 심지어 공용이었다. 한번은 위층 배관이 터졌는지,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라때’는 그랬다. 요즘 세상에 이런 데서 애 낳고 살라 하면 다들 고무신 거꾸로 신을지도 모르겠다. 저출생 해결을 향한 제1차 관문은 역시 집이다.과연 집이 얼마나 부족할까. 집값이 꿈틀대자 세간에 공급을 놓고 말들이 많다. 국내 주택보급률은 진작에 100%를 넘었다. 이른바 ‘살고 싶은 곳’에 ‘괜찮은 집’이 모자라다는 게 갈등의 본질이다.이번 ‘8·8 공급대책’은 8만가구의 아파트를 신규 택지에 짓고, 11만가구는 비아파트, 즉 빌라 등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아...

    2024.08.08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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