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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 창]147달러의 추억과 ‘말통 패닉’을 넘어
    147달러의 추억과 ‘말통 패닉’을 넘어

    요 며칠 사이 화물운송인들 사이에 작은 소란이 일었다. ‘요소수 말통’이란 물건 때문이다. 화물운송인들이 주로 쓰는 20ℓ짜리 요소수 플라스틱 통인데, ‘생산금지’설이 한 촉매가 됐다. 갈등은 이 말통의 원료인 나프타 생산이 잘 안되니, 결국 요소수 가격도 오를 것이란 걱정에서 비롯했다. 이에 “유언비어 퍼뜨리는 거냐” “호들갑 떠는 애들 탓에 가격 뛴다”는 날 선 댓글들이 꼬리를 물었다.소비자들이 중동 사태로 무척 예민해져 있다. 2021년 문재인 정부 때 요소수 대란이 떠올라서다. 당시 중국산 요소수 수급 문제가 불거졌지만, 과도한 공포심이 값을 2~3배 이상 밀어올렸다. 특히 디젤승용차는 10ℓ 요소수로 1만㎞ 정도 운행이 가능해 1년에 2~3번만 넣으면 된다. 반면 1주일에도 몇통씩 써야 하는 화물차주들이 진짜 걱정이었다. 실력없던 정부가 소비층을 세심히 나눠 ‘각개격파’를 하지 못한 탓에 ‘패닉바잉’을 부추긴 꼴이다. 일반인들은 알 필요도 없는 화학원료 용어가...

    2026.03.26 20:07

  • [에디터의 창]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지방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은 서울시장, 경기지사 같은 광역단체장이나 포항시장, 목포시장, 서울 중구청장 같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맞춰지고 지방의회 선거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편이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지방의회는 지방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장치다. 그 수도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기준 광역의원 872명, 기초의원 2988명으로 상당하다. 기초의원 선거는 선거구만 1000개가 넘는다.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올해로 9회째를 맞고 있지만 지방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의회의 대표성, 다양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지방의회의 90% 이상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점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872석 중 862석을 거대양당이 가져갔다. 소수정당 당선자는 정의당 2명, 진보당 3명이 전부다. 기초의원 2988석 중 2819석을 거대양당이 차지했다.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

    2026.03.19 20:07

  • [에디터의 창]K팝 어디에도 혐오는 없다
    K팝 어디에도 혐오는 없다

    기적 같은 7-2 승리로 한국의 WBC 8강행이 확정된 날, 문보경 선수 사진을 자신의 SNS 스레드에 올린 A씨는 악플 테러를 당했다. 문보경 선수가 마지막 타석에서 고의로 삼진을 당한 것 아니냐며 대만인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몰려와 험담을 퍼부은 것이다. 당황한 그는 “왜 나한테 그러느냐”고 반박했지만 악플은 줄어들지 않았다. 곧 한국 누리꾼들이 참전했고, 댓글은 ‘혐한’과 ‘혐대만’의 대결로 바뀌었다. 일본, 중국, 동남아, 남미 등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도 가세하며 그의 SNS는 난장판이 됐다.이달 초 SNS에는 한국을 동남아 국가들이 ‘이지메’하는 밈들이 퍼졌다. 해시태그로는 시블링스(SEAblings)라는 단어가 붙었다. 시블링스는 동남아(SouthEast Asia)와 형제자매(siblings)를 합친 신조어로 동남아 형제자매라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인도네시아 대학생 시위 때 필리핀, 태국 등의 지지자들이 배달앱인 그랩을 통해 먹을 것을 보...

    2026.03.12 20:11

  • [에디터의 창]단종의 밥상,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단종의 밥상,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

    장항준 감독이 방송에서 보여준 유쾌한 입담과 인간미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은 웃음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명랑만화 같아, 감독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2023년 작품 <리바운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잘 만든 상업영화라고 생각했다. 다만 그는 ‘흥행감독’도 아니었고, ‘거장’은 더더욱 아니었다.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를 제외하면 뚜렷한 흥행작도 없었으며, 작품들에 대한 호불호도 갈렸다. 그래서 그가 비운의 왕 단종의 생애 마지막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내놓았을 때도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한 달 만에 ‘천만영화’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평단의 반응이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었지만, 흥행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등 OTT 범람으로 200만~300만의 관객을 모으기도 벅찬 영화계와 극장의 어려운 사정 등...

    2026.03.05 19:58

  • [에디터의 창]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데이터센터 모라토리엄

    ‘인공지능(AI) 붐’의 물리적 실체를 꼽자면 AI 데이터센터일 것이다. 데이터센터는 텍스트, 이미지, 코드 등을 저장·처리하는 시설로 데이터 외에도 광물(반도체), 전기, 물 등이 모이는 결절점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빚을 져가며 가장 많이 투자하는 것이 데이터센터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업이 최근 경기를 부양했다고 할 정도다.한국도 AI 데이터센터 진흥 특별법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가 발의한 관련 법안은 6개인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정책금융, 보조금, 세제혜택, 전력·용수·부지 확보를 지원하고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을 국가와 지자체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당도 다른 목소리는 대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분명히 다른 목소리는 존재한다. 박채연 경향신문 기자의 2월19일 보도(“수도권 인구 밀집 지역 데이터센터 설립 철회하라”…센터 우후죽순에 커지는 주민 반발)를 보면, 서울 금천구 독산동 AI 데이터...

    2026.02.26 20:03

  • [에디터의 창]‘아마도’ 다음은 없다. 이번엔 진짜, 진짜 끝이다
    ‘아마도’ 다음은 없다. 이번엔 진짜, 진짜 끝이다

    아마도 대학 3학년 때로 기억한다. 친구들은 고시공부나 학생회 활동에 여념이 없을 즈음, 난 지적 허영심이나 채우려 중앙도서관 서고를 헤매곤 했다. 어느 날 이 책, 저 책 들추다가 먼지투성이에 빛바랜 얇은 고전 하나와 마주했다. 문고판 크기에 세로줄 쓰기였다. 장 자크 루소(1712~1778)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1755). 제목부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했다. 루소는 빈 땅에 누군가 울타리를 치고 ‘내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소유 개념이 생겨나 불평등이 커졌다고 봤다.“훔친 땅에서는 누구도 불법이 아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그래미 시상식에서 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도널드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색출을 겨냥한 수상 소감으로 좌중을 들썩이게 했다. 미국은 인디언의 땅을 훔친 곳이며, 트럼프나 백인들의 전유물이 아니란 뉘앙스다.토지공개념은 그 사상적 뿌리가 깊다. 더불어민주당 집안싸움에 이를 “사회주의, 공산주의”라고 비난하는 자까지 나왔으니 개탄...

    2026.02.19 19:50

  • [에디터의 창]당원 주권이란 이름의 팬덤 동원 정치
    당원 주권이란 이름의 팬덤 동원 정치

    “1인1표가 시행됨으로써 당내 계파가 해체될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20 대 1에서 1 대 1로 조정하는 1인1표제가 통과되자 한 말이다. “당원이 공천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계파를 형성해서 공천에 대한 이익이나 기득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당원은 계파와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합리적인 선택만 하는 절대적 존재란 말인가. 집권 1년도 안 돼 계파 간 권력투쟁이 본격화한 민주당 현실에 비춰보면 궤변에 가깝다.소위 당원 주권론이 유행이다. 정 대표는 권리당원 권한 강화 당헌·당규 개정안을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밀어붙였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추진하면서도 전 당원 투표를 거론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한 후 전 당원 투표 카드를 꺼내 당내 반발을 진압했다. 자신 있으면 직을 걸고 당원 투표로 승부를 가르자고 위협했다.당원 주권이란 표현부터 부적절하다. 주권은 국가 의사를 결정하는 최고이자 절대적인 ...

    2026.02.12 20:01

  • [에디터의 창]새벽배송을 시켰더니 악마가 왔다
    새벽배송을 시켰더니 악마가 왔다

    2019년 미국 연수 1년간 체험한 ‘아마존’은 신세계였다. 배송에 일주일은 너끈히 걸리던 한적한 시골마을도 아마존프라임에 가입하면 2~3일 만에 상품이 척척 배달됐다. 반품정책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사유가 뭐든 포장해 동네 우체국에 내려놓으면 모든 상품이 반품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영화 <기생충>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유통의 천국답다는 생각을 했다.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귀국하고 보니 우리나라에는 쿠팡이 있었다. 2주의 격리 기간 동안 쿠팡 덕을 많이 봤다. 무엇이든 신속하게 배달됐고, 반품도 쉬웠다. 와우멤버십에 가입하면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아마존과 너무나 닮은 꼴이길래 창업자가 누군가 찾아봤더니 김범석이라는 한국계 미국인이라고 했다. 보나마나 아마존을 베껴온 것이겠지만 아무렴 어떠냐, 우리나라에도 쓸 만한 e커머스 하나가 생겼구나 싶었다.그래서일 거다. 쿠팡이 갖은 구설에 올라...

    2026.02.05 20:00

  • [에디터의 창]착한 사람, 좋은 사람…안성기라는 품격
    착한 사람, 좋은 사람…안성기라는 품격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안성기 배우가 1993년 12월 당시 다섯 살 아들에게 남겼다는 편지에 눈물을 찔끔했다.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이라면 바로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평생 사생활 논란 한 번 없었던, 늘 한결같았던 그 다운 말이라고 심상하게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착한 사람’이란 말은 마음에 꽂혔다.착한 사람이라는 말이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 세상이다. 착한 사람 하면 무능하고, 무력하고, 심심한 사람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많은 어른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덕담을 건넨다. 좀 더 현실적인 사람이라면 ‘부자가 되라’거나 ‘공부 잘해라’를 말할지 모른다. 그런데 착한 사람이라니…<기쁜 우리 젊은 날>(1987) 속 주인공...

    2026.01.29 20:02

  • [에디터의 창]그럼에도 사형엔 반대한다
    그럼에도 사형엔 반대한다

    내란 우두머리죄 피고인 윤석열이 구속 취소로 풀려나 구치소 밖으로 나오며 웃었을 때, 나는 내 안에 숨은 살의(殺意)를 확인하고 놀랐다. 살면서 잘 느껴보지 못했던 격한 감정이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나오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특별검사가 윤석열에게 사형을 구형하고, 그의 얼굴에 비친 헛웃음을 보면서는 또 다른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윤석열은 자신의 ‘메시지성 계엄’ 궤변에 검사가 ‘상징적 사형 구형’으로 패러디한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전두환에 이어 30년 만에 같은 법정에서 되풀이된 전직 대통령 사형 구형이라는 역사적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인과응보 아니겠느냐’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형 구형을 축하하며 ‘사형 선고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를 사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법리적으로는 검사의 사형 구형이 정당화될 수 있다. 형법에 사형이 형벌로 규정돼 있고, 내란 우두머...

    2026.01.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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