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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 창]바이든 사퇴와 윤 대통령의 선택
    바이든 사퇴와 윤 대통령의 선택

    미국 대선 구도를 극적으로 바꾼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는 정치 지도자의 자질과 책임의식, 권력의 속성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남겼다.대선 후보 첫 TV토론 후 불거진 ‘고령 리스크’로 당 안팎의 압박을 받다가 재선을 포기하기까지 25일간은 바이든에게 당혹과 분노, 고심과 결단의 시간이었을 테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투표일을 100일 남짓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바이든은 3수 끝에 대통령에 오르는 등 50년 넘게 정치인으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인물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막을 수 있는 건 4년 전 그를 제압한 자신밖에 없다는 사명감이 강했다고 한다. 그런 만큼 자신의 정체성과 경력을 부정하는 선택을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 이번 사퇴극은 폐쇄적이고 자기도취적인 권력의 속성도 함께 드러내 보였다. 바이든은 재선 포기 압력이 갈수록 커지는데도 최측근이나 가족의 의견에만 의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선 포기...

    2024.08.01 20:49

  • [에디터의 창]누가 리더를 죽였나
    누가 리더를 죽였나

    장마 속 출근길. 붐비고 꿉꿉한 지하철에서 한 학생이 멘 백팩에 붙어 있는 작은 문구 하나가 눈을 사로잡았다. ‘각계각층의 지도자 양성학교.’ 개인의 출세나 영달보다는 조국과 인류의 번영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인재를 선발하겠다며 설립한 강원도 소재 A학교 소개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는 지도자를 ‘집단의 통일을 유지하고 성원이 행동하는 데 있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한다. 지도자를 영어로 바꾼 표현이 리더다.한국 사회에서 리더가 사라졌다는 한탄이 나온 지 오래됐다. 믿고 존경해 따를 만한 리더 같은 리더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은 한국 사회를 이끌 리더를 뽑는 선거였다기보다 나쁜 리더를 뽑지 않기 위한 선거에 가까웠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선거, 누가 돼도 강한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자괴감까지 느낄 필요는 없다. 리더가 사라진 것은 한국뿐만이 아니다. 당장 미국만 해도 대선에서 인물난을 겪...

    2024.07.25 20:45

  • [에디터의 창]윤석열과 한동훈, 누가 더 큰 배신자인가
    윤석열과 한동훈, 누가 더 큰 배신자인가

    되짚어보면 윤석열 정치의 출발이 배신이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공정과 상식’ 이미지를 얻고, 그 덕에 대통령까지 됐다.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배신이었지만 당시엔 권력에 굴하지 않은 정의와 용기로 포장됐고, 그의 부족한 정치적 자질과 정책적 역량, 성마른 성격은 가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집권 이후 자신에게 권력을 안겨준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내다버렸다. 자신과 아내 보호에만 급급하는 지극히 사적인 행보는 결기로 포장됐던 검찰총장 윤석열의 행동들이 정치적 계산에 따른 배신임을 보여준다. 배신자일수록 배신을 두려워한다. 배신 경험자로서 배신에 대한 촉이 남다르고, 배신이 초래한 참혹한 결과를 지켜봤기 때문일 것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때의 측근’ 한동훈 후보에 대해 유별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배신 경험자로서 본능이 발동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다른 사람의 배신을 탓하기에 앞서 ...

    2024.07.18 20:38

  • [에디터의 창]종부세 폐지론과 패닉바잉 그리고 ‘악어의 눈물’
    종부세 폐지론과 패닉바잉 그리고 ‘악어의 눈물’

    2022년 1월24일 한겨울, 경기 성남의 상대원시장 골목이 한 중년 남성의 뜨거운 눈물로 달궈졌다. 유튜브 생중계로 보던 이의 눈시울마저 붉어질 뻔했다. 그렇다. 이재명 대선 후보에겐 서민 심금을 울리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선거 막판 구구절절한 연설에 완전 ‘잼며든’ 많은 이들이 지지자가 됐다.“여덟 가족이 반지하방 한곳에서 살았습니다. 이 골목에서 아버지의 리어카를 밀면서, 학교 가는 여학생들을 피해서 저 구석으로 숨었습니다. (중략) 제가 하는 모든 일은 우리 서민들의 삶과 이재명의 참혹한 삶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흉금을 터놓은 말은 안타깝게도 시장통을 넘지 못했다. 결과는 우리가 아는 대로다. 왜 그랬을까. 결국 그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서민을 앞세워 총선에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느닷없이 종합부동산세를 없애자는 얘기를 내놓고 했다. 무슨 자신감일까, 어떤 복안이 있을까, 벌써 대선 주판을 튕기는 걸까.문재인 정부 때 한 달이...

    2024.07.04 20:51

  • [에디터의 창]가시로 막고 막대로 치려 해도
    가시로 막고 막대로 치려 해도

    자신에게 불리한 일은 숨기거나 뭉개는 게 권력의 속성이다. 반면 유리하다 싶은 일은 떠벌리거나 부풀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정브리핑’은 그런 속성을 그대로 보여줬다. 주무 부서도 파악 못했고, 시작 8분 전에야 공지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 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발표 내용을 보면 석유와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구조가 확인됐다는 수준이다. 아프리카 정상들과 연쇄 회담이 예정돼 있던 윤 대통령이 굳이 나서서 브리핑 할 일이었나 싶다. 게다가 호주 석유개발회사가 이 사업을 ‘가망 없다’고 결론 낸 사실이 알려지고,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액트지오의 신뢰성에 의구심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잇따랐다. 결국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이슈를 부풀리려 했다는 의심이 짙다. 상시화하고 있는 레임덕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국면 전환용 카드’라는...

    2024.06.27 20:38

  • [에디터의 창]정부는 오답을 쓰고 있다
    정부는 오답을 쓰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료노조)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의협)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는 의협에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진료거부와 집단휴진을 전면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전날 의료노조는 의사 최고연봉이 6억원이 넘는다는 내용도 공개했다(하지만 6억원대를 받는 의사는 지방의 특수목적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의사였다). 이를 보도한 기사의 댓글에는 의사에 대한 혐오글로 가득했다.그런데 이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나. 1년 전 건설산업노조(건설노조)가 처한 상황이 떠오른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해 4월11일 30대 건설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설현장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근절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118개 건설회사가 타워크레인 월례비, 노조 전임비로 3년간 1686억원을 지급했다고 했다. 당시 정부와 건설사는 타워크레인 월례비, 불법채용 등을 내세우며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몰아세웠다. 이를 보도한 ...

    2024.06.20 20:55

  • [에디터의 창] 윤석열 정권의 공모자들에게
    윤석열 정권의 공모자들에게

    당신들은 권력 곳곳에 여러 이름으로 존재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국민의힘 윤핵관, 검찰·감사원 등 사정기관 관계자, 혹은 공영방송 고위 간부 등으로 불린다. 호칭과 역할은 제각각이지만, 대통령 주변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벌거벗은 임금님에게 망토를 걸쳐주기는커녕 ‘멋있다’를 외쳤다는 원죄도 나눠 가졌다. 대통령의 격노만 잘 버티면 떨어질 떡고물을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여, 현재의 국정난맥 책임은 대통령과 당신들이 함께 져야 한다.당신들이 험한 민심에 눈감은 채 대통령 기 살리기에만 온 힘을 다하는 것도 당연하다. 권력을 잃었을 때 닥쳐올 공허감과 막막함, 대통령 주변에서 그간 저지른 잘못된 행동들에 대한 뒷감당이 두려워서일 것이다. 총선 참패, 압도적인 특검 찬성 여론 등으로 인해 궁지에 몰린 대통령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지켜내려는 것도 충성심 때문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당신들의 안위와 관계됐기 때문일 터다.대통령 부인의...

    2024.06.13 15:59

  • [에디터의 창]윤 대통령, 잘못 드러누웠다
    윤 대통령, 잘못 드러누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는 ‘노빠꾸’로 요약된다. 무조건 직진이다. 축구로 치면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대선 홍보 영상에서 했던 “좋아, 빠르게 가(좋빠가)”는 그의 국정운영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그 출발점이 ‘검사 윤석열’임을 모르는 이 없을 것이다. 2013년 10월 국회의 검찰 국정감사에서 했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발언은 그가 ‘별의 순간’을 잡은 동력이 됐다. 부당한 외압에 물러서지 않는 검사 이미지는 정치적 자산이 별반 없던 그가 빼들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카드였다. 대선 유세 과정에서 팔뚝을 휘둘러 어퍼컷을 날리거나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건 것은 다 이 같은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전략이었을 게다. 그러나 ‘대통령 윤석열’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갔다. 그의 집권 2년은 ‘검사 윤석열’ 이미지에 가려진 밑천들이 하나둘씩 드러난 시간이었다. 결단력이나 뚝심으로 포장됐던 리더십은 무데뽀와 독선과 불통으로 나타났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은 ‘이권...

    2024.05.24 06:00

  • [에디터의 창]금투세 폐지, 좀비가 살아났다
    금투세 폐지, 좀비가 살아났다

    “감세는 머릿속에 한 번 박히면 끝까지 지워지지 않는 최악의 좀비 아이디어다.”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보면서 폴 크루그먼의 이 같은 주장이 떠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금투세를 폐지하지 않으면 우리 증시에서 엄청난 자금이 이탈하고, 1400만 개인투자자에게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낙수효과론이다.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은 낙수효과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부유층에 세금을 물리면 경제 전반에 해악을 입히고, 고소득층에 세금을 낮추면 경제성장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절대 죽지 않는 좀비 아이디어”라고 단언했다.금투세는 주식으로 5000만원 이상 수익을 내면 과세한다는 게 핵심이다. 투자자의 1%가 부담하는 전형적인 부자세금이다. 하지만 정부는 낙수효과를 근거로 개미투자자도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부자세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결론부터 말하자. 금투세...

    2024.05.16 20:48

  • [에디터의 창]윤 대통령, 불행한 퇴장을 향한 빌드업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 불행한 퇴장을 향한 빌드업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개월 즈음 ‘두 달 남은 듯 두 달 지난 윤석열 정부’라는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어퍼컷 세리머니에 대해 이야기한 적 있다. 국정을 만만히 보다가는 남는 것은 임기 말 윤 대통령 본인의 늘어난 몸무게밖에 없을 것이며, 자기관리에 실패한 흘러간 복서의 모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당시 칼럼은 크게 틀리지 않은 듯하다. 집권 2년을 맞은 윤 대통령은 덩치만 컸을 뿐 기초체력과 실력은 형편없는 복서임이 드러났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등을 보였고, 엑스포 유치 실패로 다리가 풀렸으며, 총선 참패로 그로기 상태가 됐다.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현실을 외면한다.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궤멸적 패배를 당한 것은 ‘더는 못 봐주겠다. 너희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는 민심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지만, 대통령이 총선 민의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고 있음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확인됐다. 여론이 압도적으로 찬성하는 김건희·채 상병 특검은...

    2024.05.09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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