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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디터의 창]감별의 쓴맛, 감당할 준비 됐나
    감별의 쓴맛, 감당할 준비 됐나

    정치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로부터 나라와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검사·판사 등 법조인 출신, 군 출신, 관료 출신, 민주화운동으로 감옥에 다녀온 운동권 출신들도 예외가 없었다. 화법은 달랐을지언정 모두 공익과 자기희생을 말했다. 기자 역시 일부 정치인들의 진심을 믿었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좋은 정치인으로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여의도를 보면서 정치에 품었던 열정과 기대가 부질없었음을 깨닫는다. 공인의식은 간데없고, 사리사욕에 매몰된 정치인들만 득실거린다. 몇몇 사람들이 의원이 된 후 나쁘게 변해가는 과정도 봤다. 열정은 개인적 욕심으로, 한때의 겸손은 특권의식으로 바뀌었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국민 무서워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혐오를 불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문을 보면서 여의도가 더 싫어졌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과정은 의혹투성이고, 결과는 편파적이다. ...

    2024.02.29 20:09

  • [에디터의 창] 높아지는 탄소장벽에 엉뚱한 정책들
    높아지는 탄소장벽에 엉뚱한 정책들

    세상의 변화 속도가 정말 빠르다. 며칠 전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영상생성 인공지능(AI) 모델 ‘소라’를 공개했다. 사용자가 머릿속에 떠오른 내용을 글로 쓰기만 하면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 시스템이다. 영상 업계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소라가 만든 거리 풍경, 주인과 장난치는 동물의 모습이 카메라로 촬영한 듯 생생하다. 앞으로 영상 업계에 미칠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승리한 때가 2016년이다. 언젠가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10년도 지나지 않아 그런 날이 왔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적응을 요구하는 것은 AI뿐만이 아니다. 기후변화와 탄소중립 역시 마찬가지다. 비용을 치러야 하는 순간이 벌써 찾아왔다.유럽연합(EU)으로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제품군을 수출하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의무 보고 마감 시한이 임박했다...

    2024.02.22 20:14

  • [에디터의 창] 이번에도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이번에도 부끄러움은 우리 몫인가

    예로부터 명절이나 뜻깊은 행사,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면 정성을 담아 선물을 건넸다. 설이나 추석에 아이들에게 빔을 해 입혔고, 동문수학하는 벗이 학문에 정진하길 바라며 붓이나 벼루를 선물하기도 했다. 임금은 가죽으로 만든 갖옷을 신하들에게 하사해 노고와 충성을 치하했다. 주는 사람은 고마움을 전하고, 받는 이 역시 물질적 가치보다 선물에 담긴 진심에 감사를 느꼈다. 그에 더해 주고받는 이들 사이에 공유되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금상첨화였다.선물 하나 때문에 나라가 온통 난리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 문제가 여론을 들쑤셔놓았다. 지난해 11월 한 인터넷 매체가 공개한 동영상에는 김 여사가 2022년 9월 자신의 사무실에서 재미동포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 핸드백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김 여사는 “이런 걸 자꾸 왜 사오느냐”면서도 선물은 거절하지 않았다. 목사의 주장에 따르면 약 10차례 김 여사에게 면담 요청을 했...

    2024.02.15 20:23

  • [에디터의 창] 언론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무지와 편견
    언론개혁에 대한 정치권의 무지와 편견

    2019년 9월 무렵 전국언론노동조합 조사단의 일원으로 영국·프랑스·독일·벨기에를 방문해 각국 정부의 언론정책과 언론노조의 동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동아시아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해 초 열차를 이용해 중국 단둥을 통과하는 ‘정보’를 보도하지 않은 사례를 얘기했다. 그는 “당시 북한 지도자가 탄 열차가 중국 단둥을 통과했다는 정보가 들어왔다”면서 “하지만 취재기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을 경우에는 복수의 유력 취재원이 같은 말을 한다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보도하지 않는다는 자체 제작 가이드라인(BBC Editorial Guidelines)을 준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덧붙여 “속보 경쟁에서 다소 뒤처지는 일도 있겠지만 대신 BBC 보도만큼은 정확하다는 신뢰를 쌓는 게 더 값진 자산”이라고 말했다.BBC 가이드라인은 전 세계 언론인들에게 공정보도의 중요한 잣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필자도 당시 BBC노조로부...

    2024.02.01 20:09

  • [에디터의 창]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

    올해는 전 세계 76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실시되는 ‘슈퍼 선거의 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40%가 투표권을 행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가 경제를 휘두르는 ‘폴리코노미(Policonomy·politics+economy)’ 현상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월 총선을 치르는 한국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정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로 이름 붙였다. 업무보고를 주제별로 묶고, 일반 국민도 참여하는 형태로 실시한다. 각 부처 수장이 대통령에게 비공개 업무보고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던 틀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지난 4일 시작해 10여 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정부는 이번 민생토론회 시리즈를 통해 ‘검토만 하는 정부’가 아닌,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문제도 ‘즉각 해결하는 정부’를 지향하고자 한다”며 “특히 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장으로 각 민생토론회를 꾸려갈 것”이라고 했다. 민생토론회에는 윤...

    2024.01.18 17:13

  • [에디터의 창] 공감 제로, 그리고 재난의 ‘데자뷔’
    공감 제로, 그리고 재난의 ‘데자뷔’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상관없었다.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걷고 또 걸었다. 삼보일배와 오체투지, 1인 시위 등을 이어가며 목소리를 냈다. 생업을 접은 지도 오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1년여간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해 모든 걸 바쳤다. 하루아침에 희생된 생때같은 아이들을 생각하면 단 한순간도 멈출 수 없었다. 이태원특별법이 사고 발생 후 15개월 만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유가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특별법이 통과되는 것을 보면서 2022년 10월29일 밤을 떠올렸다. 늦은 시간 느닷없는 재난경보로 시작된 그날의 기억은 전대미문의 참사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충격과 함께 슬픔이 밀려왔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이런 생각들이 분노의 감정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책임을 지닌 국가는 그때 없었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였지만 맥없이 손을 놓았...

    2024.01.11 20:07

  • [에디터의 창]‘어이없다’는 대통령이 어이없다
    ‘어이없다’는 대통령이 어이없다

    일본 도쿄 한복판인 지요다구 가스미가세키에는 ‘영토·주권 전시관’이 있다. 독도, 센카쿠열도, 쿠릴 4개 섬이 자국 영토라고 선전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20년 1월 확장·재개관했다. 당시 기자는 개관 첫날 그곳을 찾았다. 전시관은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로 가득했다. 독도를 자기 땅으로 표시한 일본 지도가 걸려 있고, 독도관 입구에는 ‘1953년부터 한국의 불법 점거’라고 써 있었다.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판도가 아니라고 밝힌 ‘태정관 지령’(1877년) 등은 찾아볼 수 없었다. 60대 일본 남성은 “한국은 반성하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그로부터 4년 후, 윤석열 정부의 행태에 비슷한 심정을 느끼게 될 줄 몰랐다. 국방부가 발간한 장병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일본과 영토분쟁 중인 지역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독도를 국제 분쟁지역으로 만들려는 일본에 먹잇감을 던져준 셈이다.교재에 수록된 한반도 지도에 하나같이 독도가 빠졌고, 양국 간 영토·역사 ...

    2024.01.04 16:57

  • [에디터의 창] “윤 대통령님, 아직도 RE100을 모르시나요?”
    “윤 대통령님, 아직도 RE100을 모르시나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3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국정의 운영 방향과 우선순위가 담긴 정부 예산안을 대통령이 직접 설명하는 자리였으나 ‘기후’ ‘탄소중립’이란 용어는 한마디도 없었다.윤석열 정부의 ‘환경 무시 정책’은 곧바로 체감할 수 있었다. 불과 일주일 후인 11월7일, 환경부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정책을 180도 바꿨다. 같은 달 24일부터 플라스틱 빨대를 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물릴 예정이었다. 이미 4년 전부터 예고한 정책이었고 지난해부터 시행하려던 단속을 1년 미룬 터였다. 환경부는 그러나 시행을 2주 앞두고 “단속을 또 미루겠다”고 말을 바꿨다. 더불어 비닐봉지 사용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하고 종이컵은 규제품목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환경단체는 물론 업체들이 크게 반발했지만 정부 어느 부처의 책임자도 올해가 며칠 남지 않은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시민들이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자발적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쓰지 않겠다...

    2023.12.28 22:15

  • [에디터의 창] 윤 대통령과 이준석, 누가 군만두만 먹게 될까
    윤 대통령과 이준석, 누가 군만두만 먹게 될까

    정치인들은 국가와 민족, 미래를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고 말한다. 가령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 화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고 김근태 전 의원의 민주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에게도 개인적 욕망은 있었을 터이나, 역풍을 감내하며 기득권과 맞섰기에 사후에도 높이 평가받는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인들은 그럴싸한 명분 뒤편에 개인적 욕망을 숨기게 마련이다. 부(富)를 얻거나, 명예를 얻거나, 혹은 둘 다 원하거나.욕망의 정치를 나쁜 것이라고 폄하할 일은 아니다. 능력 있고, 생각 똑바른 정치인의 출세욕은 국가와 민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욕망은 인간을 움직이는 힘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정치인 자신의 비틀린 욕망을 발산하는 도구로 정치의 장을 활용할 때 문제가 생긴다. 예컨대 복수, 한풀이 등이 정치를 지배하는 경우다.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고, 분풀이는 또 다른 분풀이를 낳는다. 굳이 복수정치를 말하는 것은 현재 여권 풍경이...

    2023.12.21 15:50

  • [에디터의 창] 에너지정책도 ‘엑스포 유치’처럼 실패할 텐가
    에너지정책도 ‘엑스포 유치’처럼 실패할 텐가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심’ 김기현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까지 해외 일정을 최소화하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의 충격이 크긴 큰 모양이다. 정부·여당이 뭔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발버둥치는 것을 보면 말이다.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을 보면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지난해 7월 유치위원회를 민관 합동으로 개편하면서 유치전에 가세한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많은 자원을 쏟아부었다. 내년 연구개발(R&D) 예산을 33년 만에 삭감하면서도 대외원조(ODA) 예산은 45%나 늘렸다. 제3세계 표를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정상외교에는 올해 책정된 249억원에 예비비 329억원을 더해 578억원을 썼다.기업도 총동원됐다. 지난 1년 반 동안 기업인들은 180여개국의 정상과 장관 등 고위급 인사 3000여명을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 개최한 회의만 1600차례가 넘는다고 ...

    2023.12.1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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