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구 300만명의 도시에서 태어나 1000만명의 도시에서 공부했고 100만명의 도시에서 아이를 기르며 일하다 5만명의 농촌으로 이주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첫날 우리 집 어린이는 “이제 뛰어도 돼? 소리 질러도 돼?” 물으며 집 안을 달렸다. 그때 떠나지 않고 전세 살던 아파트를 샀으면 벌써 몇억원을 벌었을 거라 타박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팔아도 서울 전셋집조차 구하기 어려울 가격의 집에 살지만 재테크가 이주의 이유는 아니었으니 그 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자산은 줄었지만 이주한 뒤 우리 가족의 시공간은 넓어졌고, 적당히 한산한 거리의 여유 있는 속도가 표준이 되었다. 고개를 들면 아파트가 아니라 낮은 산이 이어지고, 가끔 집 앞에서 고라니와 뱀을 만나기도 한다. 한층 느려지고 넓어진 시공간은 감정과 생각에 여유를 줬다.뛰어다니던 네 살 어린이는 이제 중학생 청소년이 되었고 이곳을 고향으로 여긴다. 아직은 도시를 동경하지 않고 친구들과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2023.11.20 2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