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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 전체 기사 57
  • [하승우의 풀뿌리] 좋은 삶과 메가도시
    좋은 삶과 메가도시

    나는 인구 300만명의 도시에서 태어나 1000만명의 도시에서 공부했고 100만명의 도시에서 아이를 기르며 일하다 5만명의 농촌으로 이주했다.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첫날 우리 집 어린이는 “이제 뛰어도 돼? 소리 질러도 돼?” 물으며 집 안을 달렸다. 그때 떠나지 않고 전세 살던 아파트를 샀으면 벌써 몇억원을 벌었을 거라 타박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팔아도 서울 전셋집조차 구하기 어려울 가격의 집에 살지만 재테크가 이주의 이유는 아니었으니 그 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자산은 줄었지만 이주한 뒤 우리 가족의 시공간은 넓어졌고, 적당히 한산한 거리의 여유 있는 속도가 표준이 되었다. 고개를 들면 아파트가 아니라 낮은 산이 이어지고, 가끔 집 앞에서 고라니와 뱀을 만나기도 한다. 한층 느려지고 넓어진 시공간은 감정과 생각에 여유를 줬다.뛰어다니던 네 살 어린이는 이제 중학생 청소년이 되었고 이곳을 고향으로 여긴다. 아직은 도시를 동경하지 않고 친구들과 여유 있게 살 수 있는...

    2023.11.20 20:34

  • [하승우의 풀뿌리] 금융사기 피해를 개인이 책임져야 할까
    금융사기 피해를 개인이 책임져야 할까

    지난 추석 때 가족들이 모인 김에 집안일에 쓸 모임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연구소 계좌로 이용하던 인터넷은행에 계좌를 하나 더 만들고, 두 명에게 계좌번호를 공유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모르는 사람에게서 3만원이 입금되더니 다음날엔 또 다른 입금자명으로 50만원이 입금되고 두 시간 뒤에는 전기통신 금융사기 이용계좌로 신고돼 지급정지가 되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일요일이라 다음날 아침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더니 메시지는 사실이고, 은행은 내게 다른 은행 출금도 제한될 것이라 ‘통보’했다. 영문을 알 수 없으나 나도 피해자인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결정될 수 있냐고 주장했지만, 은행은 보이스피싱 범죄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은행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계좌가 해킹되었을 거라 말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다른 해킹 피해가 없는데 계좌번호는 어떻게 유출되었을까?거대한 족쇄가 된 인터넷은행 편리함이때부터 4년 전부터 사용해온 연구소 계좌도 이용정지돼 회원들의 회...

    2023.10.23 20:39

  • [하승우의 풀뿌리] 소설 ‘1984’를 닮아가는 한국 현실
    소설 ‘1984’를 닮아가는 한국 현실

    지난 5일 참여연대는 21대 국회가 규명해야 할 10대 과제를 발표했다. ‘대통령실의 해병대 수사 축소·외압 의혹 진상규명’, ‘관저 이전 의혹 진상규명 및 대통령실 투명성 검증’, ‘감사원·사무총장 권한 남용 진상규명’, ‘대통령 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후속 조치 점검’, ‘일본 핵 오염수 투기 중단 요구 계획’, ‘캠프 데이비드 선언 검증·국회 동의 요구’, ‘누더기가 된 전세사기 지원대책 점검’,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 책임규명·재발 방지 대책 마련’, ‘삼성물산 불법 합병으로 인한 정부와 국민연금의 손해배상 책임 추궁’ 등이다. 국회가 풀어야 할 정치의 숙제들이 엄청나게 쌓여 있다.그러나 여당과 야당으로 쪼개져서 자신들이 국정을 감시하고 조사하는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망각해온 국회가 제 몫을 할 수 있을까? 168석이나 되는 의석을 가지고도 행정부에 끌려다니는 더불어민주당이 여소야대라는 판세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

    2023.09.18 20:28

  • [하승우의 풀뿌리] 지방의 실패는 누가 책임지나
    지방의 실패는 누가 책임지나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났다. 이제 그 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들을 진지하게 따져봐야 할 텐데, 명심해야 할 것은 이런 실패가 처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파행을 거듭했던 전라남도의 포뮬러1(F1) 경기, 1000억원대의 소송에 휘말린 경상남도의 마산로봇랜드, 수천억원을 들였지만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상북도의 3대 문화권(유교·가야·신라)사업, 채권시장을 뒤흔들었던 강원도의 레고랜드 등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 왜 지방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대형사업을 벌이지 못해 안달일까? 임기 내 대표사업을 만들려는 정치인들의 욕심, 끊임없이 기획서를 들이미는 기업들의 이해관계, 무사안일하지만 승진은 하고 싶은 관료들, 뭐라도 해야 돈이 돈다며 여론을 주도하는 지역토호들, 별 이득 없이 들러리만 서는 지역주민들, 이들이 뒤섞여서 계속 실패작들을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비슷하게 벌어지는 일들이지만 비수도권의 경우는 강도가 조금 더 세다.국회예산정책...

    2023.08.21 20:15

  • [하승우의 풀뿌리] 누구를 위한 관료제인가
    누구를 위한 관료제인가

    국가공무원법 제1조는 공무원이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행정의 민주적이며 능률적인 운영’을 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실제로 공무원이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 믿는 시민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공무원이 자기 자신이나 소수의 이익에 봉사하며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일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더 많다. 왜 그럴까?한국 관료제의 잘못된 경로 얼마 전까지 여러 사람들과 ‘한국의 관료주의’라는 주제로 공부모임을 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행정조직의 변화와 관료조직의 특징을 다룬 여러 논문과 자료들을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고민을 나눴다. 공부를 할수록 그동안 선출직 공무원(정치인)에 대한 관심만큼 경력직 공무원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과 선거제도의 개혁이 더디지만 행정의 개혁은 더욱더 어렵다는 점을 깨달았다.관료제의 잘못된 첫 단추는 일제강점기 때 끼워졌다. 통치의 효율성을 위해 운영되었던 계급제식 행정운영과 의법(依法) 전통이 관료제의 골격을 만들...

    2023.07.25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낭만이 사라진 2023년의 지방의회
    낭만이 사라진 2023년의 지방의회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의 악역들 중 한 명은 외상센터 지원예산을 결정하는 도의원이다. 이 도의원은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이 병원에서 죽자 예산을 빌미로 협박하고, 이후 사고현장과 병원에서도 구급대원과 의료진을 괴롭히는 악역을 맡았다. 그리고 외상센터보다 관광지 건설사업을 추진해서 자신의 정치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까지 드러내 비난을 받았다. 실제 현실로 따지면 이런 역할은 도의원이 아니라 도지사의 몫이다. 건설사업의 추진과 예산편성에 관한 권한은 지방의원이 아니라 단체장의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방의원이 그런 과정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드라마의 배경인 강원도의회만 봐도 도의원 총원이 49명이라 한 명의 영향력이 강하기 어렵다. 물론 지방의회에 이런 악역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동네 의회 방청기얼마 전 동네 사람들과 함께 지방의회 회의를 방청했다. 회의 방청은 지방자치법에서 보장된 주민의 권리임에도 실제로 지방의회를 찾아가는 사람들은...

    2023.06.27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정치개혁에 필요한 건 선거제도만이 아니다
    정치개혁에 필요한 건 선거제도만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여러 지역에서 시민들을 만났다. 기후위기시대 시민의 역할을 논하는 자리부터 시민권, 청소년 정치학교까지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주제는 각기 달랐지만 토론과 뒤풀이 시간에는 어김없이 현실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실망감과 무기력감이 토로됐다. 정치의 변화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민들은 지쳐가고 있다.이미 법정시한 넘긴 선거구 획정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일 13개월 전에 선거구획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2022년 8월부터 국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 활동했지만 이미 법정시한을 넘겼다. 이번이 특별한 경우도 아니다. 지난 20대·21대 총선 때도 국회가 법정기한을 지키지 않았으니.그래도 예전보다는 상황이 좋다. 2019년의 선거제도 논의가 여야 간의 폭력까지 불렀다면, 이번에는 정개특위가 세 가지 안의 결의안에 합의했고, 19년 만에 열린 국회 전원위원회가 이 안을 논의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

    2023.05.30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정말 쌀이 문제인가
    정말 쌀이 문제인가

    지난주에 언제까지 밥심으로 살 거냐고 묻는 다른 신문의 칼럼을 읽었다. 그 칼럼은 논에서 메탄가스가 발생하고 그 양이 항공산업에 맞먹으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쌀 생산을 줄이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쌀 소비량이 줄어드니 생산량도 줄어야 하는데 그 조절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수매해서 쌀 생산이 줄지 않는다는 얘기도 덧붙였다.쌀은 언제나 넉넉할 거라는 착각 기후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걱정하는 듯한 느낌을 그 칼럼에서 받았지만 일단 쌀에 집중해 보자. 마치 쌀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처럼 얘기되지만 2021년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농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이고, 농업 부문 중 벼농사 비중이 30% 정도이다. 그러니 벼농사가 전체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정도로 볼 수 있다. 반면에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부문은 에너지로 전체의 86.9%를 차지한다. 정말 기후변화가 걱정되었다면 에너지 부문의 감축을 얘기해야 하는데 그보다는 ...

    2023.05.02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꿀벌은 정말 실종된 걸까
    꿀벌은 정말 실종된 걸까

    작년부터 꿀벌 실종에 관한 기사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작년 3월에는 꿀벌이 70억마리 이상 사라졌다는 보도가 줄을 이었고, 올해에도 꿀벌 실종이라는 키워드로 기사를 검색하면 매우 많은 양을 볼 수 있다. 작년에 이어 양봉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들도 많다.꿀벌이 줄어도 큰 피해 없다는 정부 우리 동네에서도 양봉농가의 72%가 피해를 입었고, 개체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는 농가도 나왔다. 꿀벌의 수가 줄어들면서 과채류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꽃가루를 매개할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2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양봉 꿀벌 개체 감소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나, 정부는 피해의 조기 회복과 재발 방지에 적극 노력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농식품부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방제 적기인 7월에 방제에 미흡했던 것이 주원인이었다”며 “일각에서 피해 원인으로 추정하는 기후변화는...

    2023.04.04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무능을 적대로 감춰온 정치
    무능을 적대로 감춰온 정치

    이태원 참사에서 형제자매를 잃은 유가족 10인의 공동호소문 영상을 우연히 접했다. 당황스럽게도 그 호소문은 소로의 시민불복종에 실린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회운동에서나 나올 법한 말을 사고에 희생당한 유가족의 입에서 들으니 놀라웠다. 어쩌다 유가족이 불복종을 말하게 되었을까? 유가족의 의도는 일방적으로 애도와 망각을 강요하는 정부에 맞서겠다는 것이겠지만 내 느낌으로는 더 깊은 부분을 건드렸다.누가 시민사회를 파국으로 몰아가나 공동호소문은 사고의 책임을 대통령과 행정안전부 장관, 서울시장에게 일단 묻고 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국민을 대리하지도, 국민의 역할을 하지도 않는 공무원들에게도 책임을 묻고 있다. 진실과 정의에 자신을 바칠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등장하리란 기대는 호소문에서 보이지 않는다.사실 세월호 참사 때 이미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던져졌다. 한국의 정치는 이 질문에 대한...

    2023.03.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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