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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의 풀뿌리
  • 전체 기사 57
  • [하승우의 풀뿌리] 법은 공정한가
    법은 공정한가

    금강유역에 위치한 충청북도 옥천군에는 상수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면적이 전체 면적의 83.8%나 된다. 이렇게 상수도보전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은 상수도 확보와 수질 개선을 위해 개발이 금지되어 주민들이 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한다. 이를 규정한 법이 ‘금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의아한 것은 주민의 권리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법이 보상이 아니라 주민지원이란 표현을 쓴다는 점이다. 이 법에서 보상이란 단어는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에만 사용되고 일상적인 침해에 대한 보상은 지원으로 표현된다. 만약 서울에서 이런 재산권 침해가 일어났다면 보상이란 말이 반드시 등장했을 것이지만 강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허용되지 않았다.정부가 수질을 관리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주민들의 권리를 존중하며 서로 논의하며 동의를 구하는 건 어려웠을까? 더구나 금강수계법은 허가 없이 개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엄한 벌칙까지 규정하고 있다....

    2023.02.07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거꾸로 가는 한국의 공공교통정책
    거꾸로 가는 한국의 공공교통정책

    10년 전 지방으로 이주를 준비할 때 많은 사람들이 운전면허를 딸 것을 권했다. 강연이나 교육 때문에 여러 곳을 많이 돌아다니는 편인데 수도권이나 광역시를 벗어나면 어디건 대중교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생태계를 생각해서 나라도 자가용을 운전하지 않겠다는 고집이 잠깐 흔들리긴 했지만 좀 둘러 가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자고 다짐했다. 이주를 하니 지역 내를 다니는 버스가 있지만 노선이 적고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다녔다. 시외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해서 자가용으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가 대중교통으로는 보통 두세 시간이 걸렸다. 이것도 환승 시간이 맞는 운 좋은 경우의 이야기이고 운이 나쁘면 네다섯 시간도 각오해야 했다.시외버스 노선 대부분 폐지나 감축 코로나19 이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아예 시외버스 노선이 사라지는 경우가 속출했다. 우리 지역만 봐도 코로나19 이전에는 동서울이나 인천, 대전, 청주 등으로 오가는 버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

    2023.01.03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전임자 흔적 지우기와 생각하지 않는 관료제
    전임자 흔적 지우기와 생각하지 않는 관료제

    윤석열 정부는 임기를 시작하며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국정운영 비전으로 내세웠는데, 용산 집무실 이전과 전임 정부의 뒤를 캐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집권 초반임에도 고정 지지층 30%에 머무는 지지율은 시민들과 공유하는 비전이 없음을 뜻한다.행정 혼란은 누구의 책임인가 안타깝게도 동행·매력 특별시를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도 비슷하다. 보궐선거에 당선되어 임기를 먼저 시작했음에도 새로운 비전보다는 전임 시장의 핵심사업들을 없애고 시민단체들을 비난하느라 초반의 에너지를 다 쓰고 있다. 서울시는 오랫동안 운영되어온 마을공동체나 도시혁신과 관련된 사업들을 다른 대안 없이 종료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관련 센터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갑작스레 직장을 잃었고, 이런저런 사업에 참여하던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이런 행태가 이전에 없었던 특별한 일은 아니다. 보통 선출직 공직자들이 교체되면 전임자들의 성과는 ...

    2022.12.06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민주주의의 자리
    민주주의의 자리

    얼마 전 동네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했다.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왔나 둘러보는데 군수가 눈에 들어왔다. 오, 군수도 토론회에 참여하는구나,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간단한 인사말이 끝나고 토론회가 시작할 무렵 군수는 자리에서 일어섰고, 자리를 뜨는 군수 때문에 참석자들은 미리 사진을 찍으러 우르르 무대 앞으로 나와야 했다. 무슨 바쁜 일정이 있었나 싶어 군청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찾아보니 토론회 참석은 공식 일정이 아니었고 다음 일정은 몇 시간 뒤였다. 식량위기 시대에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할 방법을 찾는 중요한 토론회가 왜 공식일정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공식일정이 아님에도 참석한 것을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뒷일정이 나중인데도 먼저 자리를 뜬 걸 질타해야 할까. 왜 우리는 이런 풍경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현장을 방문할 뿐 지키지 않는 정치토론회나 행사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국회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시작하기 전에 ...

    2022.11.08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공무원은 그곳에 살지 않는다
    공무원은 그곳에 살지 않는다

    지난달 읍에서 좀 떨어진 면에서 민주주의에 관해 강연을 했다. 같은 군이지만 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곳이라 평소에는 왕래가 없던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교육이주를 한 분들이 마을의 이런저런 일을 도맡으며 활동하고 계셨다. 조금은 심심한 민주주의 이야기를 하고 같이 식사를 했다. 행사를 준비한 쪽이 김밥과 샌드위치를 준비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셨다. 면에는 김밥집이 없고 빵집도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빠지는 면에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케이크라도 하나 사려면 읍내로 차를 운전해 나와야 한다. 약국이나 병원이 없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배달앱이나 지도로 10분 내에 먹을거리나 편의시설을 찾는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그곳에 살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도시와는 다른 환경, 다른 분위기에서 쫓기듯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들보다 일자리, 교통, 교육 때문에 빠져나가는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2022.10.11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역대급의 정치
    역대급의 정치

    힌남노라 불린 초대형 태풍이 지나갔다. 큰 태풍이 아니라도 한창 낟알이 차는 시기여서 벼가 쓰러지면 어쩌나, 수확기가 다 된 과일이 떨어지면 어쩌나, 농부들의 걱정이 컸다. 바람이 잦아든 뒤 읍내를 돌아보니 비가 많이 내리면 넘치던 하천도 큰 탈 없고 무너진 곳도 없었다. 나무가 쓰러져 도로를 막은 곳이 있다는 소식도 있었으나 며칠 동안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피해가 크지 않았다. 그렇지만 태풍의 경로에 있던 남부지방을 생각하면 그 피해가 적었다고 보기 어렵다. 피해의 규모가 다를 뿐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은 심각한 자연재해이고, 그동안 한국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혀온 자연재난도 호우와 태풍이다. 가을태풍이란 말처럼 태풍이 오는 시기가 늦춰지는 것도 수확기 농작물에 피해를 크게 준다. 피해가 적은 태풍은 없다.이번 태풍의 경우 문제는 ‘역대(歷代)급’이라는 표현이었다. 태풍이 지나간 뒤 인터넷에는 기상청을 조롱하고 역대급 호들갑, 사기라며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2022.09.13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이득은 누가 챙기나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이득은 누가 챙기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가 줄어드는 비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인구와 관계인구(이주하지는 않았지만 지역을 방문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를 늘릴 계획을 자율적으로 세우도록 유도하기 위한 기금이다. 지난 7월 행정안전부는 전국 122개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받기 위한 투자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매년 1조원 규모로 편성되는 기금이라 n분의 1로 쪼개면 그리 큰 금액은 아님에도 많은 지자체들이 지원했다. 내가 사는 지역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되어 사업계획을 제출했다. 이런 지원이 지역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길 바라지만 큰 기대는 없다. 관계인구라는 말은 뭔가 어정쩡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의 태도도 애매하다. 이번에 제출된 사업들은 그동안 지자체들이 추진해온 사업들과 얼마나 다를까? 행안부에 따르면 제출된 투자계획들이 문화·관광(28%), 산업·일자리(23%), 주거(20%) 등에 맞춰졌다고 하니 기대감이 잘 생기지 않는다.그리고 지역의 자율성을 존중한다고 하지...

    2022.08.16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권력과 불화하지 않는 풀뿌리?
    권력과 불화하지 않는 풀뿌리?

    칼럼 코너의 제목처럼 나는 2000년대 초반부터 풀뿌리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외쳐 왔다. 식민지와 군사독재를 거친 한국 현대사는 엘리트 중심, 행정 중심의 권력구조를 만들었고, 1997년의 국가부도위기는 분배구조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경쟁과 능력주의의 압박을 받으며 사회의 관계망도 끊어져 변화를 모색하기도 쉽지 않았다. 풀뿌리는 기득권 중심의 사회구조를 무너뜨리고 주요한 결정과정에서 배제되어온 사람들이 경험과 역량을 쌓고 나누며 함께 사회의 주체로 나서자는 전략이었다. 마을이나 공동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하던 시기였지만, 당시에도 풀뿌리라는 말에 대한 거부감은 강했다. 민주주의라는 말조차 거북해하던 행정이 풀뿌리를 언급하기는 어려웠고, 시민들도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무슨 수로 엘리트에 맞서느냐며 회의감을 드러냈다. 시민운동의 위기가 얘기되면서 풀뿌리란 말이 잠깐 등장하긴 했으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노선에 금방 밀려났다.그런데 요즘은 풀뿌리 지역사회, 풀뿌리 기부문화...

    2022.07.19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고유가 시대, 공공교통이 대안이다
    고유가 시대, 공공교통이 대안이다

    기름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아직까지는 체감이 떨어지지만, 곧 교통요금도 오르면 부담이 커질 듯하다. 무궁화호와 같은 일반열차를 타보면 승용차 이용이 쉽지 않을 법한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의 이동권은 누가 보장할까? 가끔 서울을 갈 때 대전역에서 KTX나 SRT로 환승한다. 환승표를 끊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꼈을 불편함이 있다. 코레일앱에서 SRT의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표를 예매하려면 SRT앱을 써야 한다. 회사가 다르니 그렇겠지 생각할 수 있지만 자회사와 모회사 관계인 기차를 이렇게 불편하게 타야 할까.2013년 연말, 정부는 철도 부채를 줄이고 서비스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걸고 노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며 무리하게 주식회사 에스알을 분리했다. 하지만 약간의 가격차이와 기차 색깔, 내부배치 정도를 빼면 달라진 건 별로 없다. 정부는 경쟁체제를 만들어 운영을 혁신하겠다고 했지만 이용자 입장에서는 할인체계도 다르고 불편할 뿐 차...

    2022.06.21 03:00

  • [하승우의 풀뿌리] 무상급식이면 다 된 건가
    무상급식이면 다 된 건가

    우리집 어린이는 학교에 다녀올 때마다 급식 맛이 없다고 푸념한다. 그걸 만드느라 급식실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 줄 아냐고 타박을 주기도 하지만 소통알리미에 올라오는 급식사진을 가끔 보면 그 푸념이 이해되기도 한다. 식재료도 뭔가 부족하고 조리상태도 별로이다. 그런데 이 학교만 그럴까? 어린이가 다니는 충청북도 내 초등학교의 1인 급식단가는 2280원으로 인건비 빼고 쌀과 후식, 양념이 포함된 단가이다. 학교급식은 급식인원과 지역에 따라 차등 지원되고 있는데, 500명 이상 1000명 이하의 농촌 초등학교에 책정된 금액이다. 도시의 경우 같은 규모면 급식단가가 2220원으로 낮아진다. 이것이 2021년보다 3.8% 인상된 금액이라 하지만, 높은 물가인상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인상이다.인근인 대전시의 초등학생 급식단가가 3500원이고, 비교적 낮은 것으로 알려진 강원도의 학교급식 단가도 2830원이다. 비슷한 규모의 경기도 초등학교의 급식단가는 3120원이고, 서울시의...

    2022.05.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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