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 전체 기사 52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깊은 수치와 무기력의 핵심
    깊은 수치와 무기력의 핵심

    한·미·일이 나아가려는핵동맹은 전쟁 위험 높이고 생명터전 불가역적으로 퇴행시켜 이게 수치와 무기력의 핵심일 것 그러나 여기 머물러 있을 순 없다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로 주위 사람들이 깊은 수치심과 무기력을 토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7월 후쿠시마현을 강타했던 바다에게 보복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방사성 물질로 범벅 된 오염수를 지난 8월24일 전격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는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기는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은 실제로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야 심하게 움직이기 마련인지라 방류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던 때와는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그런데 우리를 수치심과 무기력에 빠뜨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바다에 대한 원초적인 감수성이 직격을 당한 탓이 컸을 것이다. 이는 단지 바다에 대한 낭만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우리 삶은 가시적으로는 육지에서 꾸려지는 것만 같지만 사실 바다에 의존하는 바 크다. 단순히 우...

    2023.09.03 20:24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시골 병실에서
    시골 병실에서

    어릴 적 장마철엔 수해 입어도 느닷없는 죽음 ‘들’은 기억 안 나 버리면 버림당한다는 건 진리버리면 도움받을 기회도 사라진다는 상식을 말하는 것이다어머니의 연세 따라 시골 병원에 가는 빈도수가 잦아진다. 그러려니 하는 마음 대신 어떤 마지막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실감도 사실 든다. 다행이라면 동생 내외가 함께 있고 읍내에 단골(?) 병원이 있다는 정도. 지난봄에는 나이 지긋한 의사 선생님과 어머니의 건강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머니의 건강 상태나 병력을 잘 아는 의사 양반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래도 내게 안정감을 주었다. 대부분의 시골 병원이 그렇겠지만 병실에는 죄다 나이 든 노인들뿐이다. 간혹 젊은 사람들도 섞여 있기는 하지만 어떤 분들은 생을 포기하신 것 같은 느낌도 준다. 어머니가 점심을 힘들게 드시는 동안 밥을 안 먹겠다는 다른 노인의 간단한 부탁도 들어줘야 했다.텔레비전에서는 젊은 트로트 가수들의 흥겨운 노래와 중간중...

    2023.08.06 20:36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더 적게 갖는 민주주의
    더 적게 갖는 민주주의

    뭔가 부족하면 자연스럽게 검소해진다는 역설은 우리가 잠깐 망각한 진실이다이제는 더 적게 갖는 민주주의를 깊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출 문제로 여러 웃지 못할 상황을 보고 기가 다 막히는 궤변들을 듣는다. 수산시장에 가서 갑자기 수조의 물을 떠먹는 돌발 행동은 정부와 여당이 이 문제를 하찮게 여기고 있거나 혹은 사태의 본질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연일 막무가내식 억지를 부리거나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백번 양보해서 핵 오염수를 바다에 방출해도 그 피해가 크지 않다고 치자. 그러면 이성적으로 차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 게 없는 것도 문제지만 눈에 띄는 현상은 이 정권 들어서 정권의 실력자들이 너무 자주 화를 낸다는 점이다. 무슨 문화 같다. 아니면 되찾은(?) 권력을 짧게나마 맘껏 누려보고 싶은 집단 무의식인가?후쿠시마 오염수가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2023.07.10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녹색평론과 김종철
    녹색평론과 김종철

    2020년 6월, 김종철 선생의 갑작스러운 타계로 발행이 중단되었던 ‘녹색평론’이 계간지로 변모해 돌아왔다. 1991년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문을 연 ‘녹색평론’은 우리의 지성사에 그리고 실천적 담론의 장에 놀라운 분수령이 되었다. 돌아보면 여러모로 의미심장한데, 현실 사회주의 국가였던 소련이 무너지던 시기와 ‘녹색평론’이 창간되던 시기가 겹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현실 사회주의가 해체의 길로 들어서자 혁명의 포기가 발 빠르게 진행되었고,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우리를 덮쳤던 게 지난 시간의 솔직한 모습이다. 선생은 어느 사석에서 1990년대 우리의 정신은 적잖게 병든 상태였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공통의 꿈이 사라진 상태에서 자라나는 개인의 욕망이 건강할 리 없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그 회색의 시간 속에서 ‘녹색평론’이 울려준 맑은 경종은 우리에게는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경종이 우리 현실을 다른 경로로 ‘제대로’ 안내했...

    2023.06.12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어느 건설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어느 건설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노동절인 지난 5월1일에 분신을 한 건설노동자 양회동씨가 끝내 숨졌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들을 범죄자로 몬 것이 그 핵심 이유였다. 양회동씨는 자신에게 적용된 ‘공갈’이라는 혐의에 심한 모욕감을 느꼈는데, 당연히 그는 공갈범이 아니라 건강한 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였다. 사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자 혐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요구와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한 단체행동을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한 사실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것이 자신들에 대한 추락한 국민적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 술수인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나오미 클라인이 쓴 <자본주의는 어떻게 재난을 먹고 괴물이 되었는가>에는 독재정권의 하수인들이 민주주의 활동가들에게 고문을 가할 때, 자신들의 도덕적 하자를 민주주의 활동가들에게도 회칠하려는 심리적 술책을 사용했다고 지적하는 대목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술책은 우리도 꽤 오래 겪은 일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동자들을 향해 ...

    2023.05.15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불의 시대’를 넘어서
    ‘불의 시대’를 넘어서

    봄 내내 산불이 일어나더니 지난 11일에는 강릉에서 다시 타올랐다. 바람이 이상하게 강하게 분 날이었다. 바람은 종잡을 수가 없었고 내리는 비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점심을 먹으려고 사무실을 나섰다가 아미타브 고시가 쓴 <대혼란의 시대>의 어떤 구절이 떠올랐다. 저자가 델리대학에서 문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던 때 만난 사이클론에 대한 술회였는데, 버스가 뒤집히고 스쿠터들이 나무 위에 걸려 있는 폐허에 대해 아미타브 고시는 “시각적으로 접촉 가능한, 볼 수 있고 보여지는 하나의 종(species)처럼 여겨졌다”고 썼다. 이때의 충격적인 경험이 아마도 자신의 책에 “폭풍우·홍수 같은 기상 이변”이 자주 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괜한 예민함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지난 11일 분 봄날의 돌풍에서 나는 뭔가 섬뜩한 느낌을 받았는데, 강릉에 산불이 났다는 소식을 식당에 앉아서야 알게 됐다. 툭하면 심판을 들먹이고 지옥을 팔아먹는 것은 기독교의 고질이다. 고...

    2023.04.17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청년 노동자여, 연대하라
    청년 노동자여, 연대하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구로공단에 있는 안테나 공장에 첫 출근을 할 때 이야기다. 그때가 1987년 봄이었으니 우리 역사에서 큰 분수령이 있던 때이기도 했다. 오후 5시가 조금 지날 무렵 공장 주임은 내게 철야를 할 수 있겠냐고 물었는데, 차마 못하겠다고 할 수 없었다. 이제 사회 초년병에게 그것을 거절할 배짱도 없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게 거의 강요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침에 출근해서 다음날 아침에 퇴근하게 되었고 나는 그 공장에서 얼마 동안 주야 맞교대를 하며 살았다. 맞교대를 피하고 싶어 다른 공장도 전전했으나 작은 장난감 공장 말고는 맞교대 아닌 데가 없었고, 그게 무슨 운명의 전조였는지 제철소에서 일할 때도 동기들과는 달리 나는 3교대 근무를 하는 부서에 배치되고 말았다. 나중에 새삼 헤아려 보니 맞교대하는 공장에서 일주일에 72시간을 일했던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을 필요에 따라 몰아서 주 6일 기준 69시간까지 일을 몰아서 시킬 수 있...

    2023.03.20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인공지능 시대의 예술

    인공지능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전조는 오래전 나타났다. 인공지능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의 시작은 20세기 초·중반을 훨씬 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실제적 모습이 드러난 것은 아마도 빅데이터라는 개념과 그것의 처리방식을 가능케 한 컴퓨터와 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진 최근이다. 한 가지 추가해야 할 것은 인간의 뇌에 대한 집요한 과학적 탐구다. 철학자 이정우는 그의 저서 <세계철학사 3>에서 뇌과학을 ‘속류 유물론’이라 냉소에 부쳤지만, 그 냉소와는 별개로 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깊은 참고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인공지능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주는 사태에 이르렀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고무적으로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챗GPT나 미드저니에 환호하는 모양새다. 미드저니가 그려주는 그림에 대한 화가들의 반응은 잘 모르겠지만 언어를 다루는 문학인이나 언어를 읽고 쓰는 일에 종사하는 이들은 챗GPT의 등장에...

    2023.02.20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다만 체념에서 구하소서
    다만 체념에서 구하소서

    시간이 해나 달 단위로 분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과 문화가 그러하니 아무리 무심해도 나무토막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새해 결심 같은 것에 그동안 약간 냉소적이었지만, 마냥 청춘이 아니다 보니 이제는 그게 그렇지도 않다. 무엇보다도 주위에서 아픈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가고 나 또한 세밑에 병원에 좀 갈 일이 있어서 새로운 삶의 실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내 삶의 자리와 그동안 쌓은 업 때문에라도 무슨 대단한 새해 계획이란 게 있기 힘들다.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것과 더 욕심이 있다면 체념하는 마음을 갖지 않는 정도이다. 세상은 우리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꿇리고 만들겠다는 듯 언어도단의 사태를 거의 매일 일으킨다. 대통령부터 유튜브 활동이 비즈니스인 극우 인사에 이르기까지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데는 일가견들이 있는 것 같다. 입이야 잠시 닫고 살 수 있지만, 정말 기가 막혀서 체념의 마음이 굳어지면 그거야말로 큰일이다. 지난해 12월30일, 이태원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시...

    2023.01.16 03:00

  • [황규관의 전환의 상상력] 꺾이지 않는 마음
    꺾이지 않는 마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기적적으로 16강에 오른 우리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태극기에 적은 글귀가 화제였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누군가는 ‘꺾이지 않는’보다는 ‘꺾지 않는’이면 어땠을까라고 말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언제나 풍전등화와 같은 것이니 ‘꺾이지 않는’이 더 실감 난다. 확실히 ‘꺾이지 않는’에는 누군가 혹은 무엇이 나를 꺾으려 한다는 현실이 숨어 있다. 그것에 굴하지 않고 처음 마음을 간절히 지키겠다는 것이 ‘꺾이지 않는’에 담겨 있는 것만 같아 뭉클하기도 했다. 이 뭉클함은, 그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꺾으려는 사람들이 여전하다는 것 때문에 드는 감정일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안전운임제의 연장과 확대를 요구한 화물노동자의 파업을 현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마치 영토를 침범한 적군처럼 대한 일이 있었다. 연이어 벌어진 노동시간을 늘리려는 반동적 행태나 장애인들을 대하는 비정한 태도도 마찬가지 예에 해당된다.신동엽·김수영에 공통된 그 마음 사람의...

    2022.12.19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