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베냐민은 ‘역사철학 테제’로 알려진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를 쓰기 위한 메모에 요즘 널리 회자되는 말을 남겼다. “마르크스는 혁명이 세계사의 기관차라고 말했”지만 현실을 보건대 “아마 혁명은 이 기차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이 잡아당기는 비상 브레이크일 것이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이 말의 자세한 뜻을 이해하려면 일단 히틀러와 스탈린이 맺은 독·소 불가침조약이 그 역사적 배경임을 알아야 한다. 베냐민은 파시즘과 사회주의가 손잡은 사건을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고 이에 대한 응전으로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에는 “‘비상상태’가 상례”인데 “진정한 비상사태를 도래시키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억압받는 자들의 전통”에 상례적으로 있어온 ‘비상사태’를 억압하는 자들의 시간을 폭파시키는 개념으로 전유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베냐민의 생각은 단지 독·소 불가침조약으로 돌출된 정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독일의 혁명 세력이 사회민주주의로 퇴행을 거듭해온 역사적...
2022.02.07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