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공동체 출신 김고은 작가가 은둔 고립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너무 희미한 존재들>을 출간했다. 그는 ‘은둔 고립’을 통계에 갇힌 사회현상으로 박제하는 대신, 에두아르 콘의 ‘혼맹’ 개념을 빌려와 존재론적 층위에서 재해석한다. 스스로를 ‘자기’로 인식하지 못하고 세계와의 연결이 끊겨버린, “살아있으나 죽은 것과 다름없는” 상태로 정의한 것이다. 관점을 이렇게 이동시키면 우리는 어떻게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될까?공동체의 다른 청년이 그 책에 열렬히 반응하며 북토크를 열었다. 자신이 그러했듯, ‘혼맹’에 빠졌던 다른 청년들도 이 주제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맨 먼저 입을 뗀 사람은 물류센터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청년이었다. 그는 10여년 전, 가족과 소통이 되지 않아 무작정 집을 나와 고시원 침대에서 천장만 바라보던 순간을 떠올렸다. “내일이 오는 것과 오지 않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매일 눈을 떠야만 하는 이유가...
2026.03.19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