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의 한뼘 양생]몸의 일기를 쓴다](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4/06/20/l_2024062101000570300062831.jpg)
얼마 전 후배가 74세의 딩크족 노부부에 대한 다큐 한 편을 소개했다. 핵심은 ‘느림’이었다. 70대가 되면 ‘후다닥’ 밥을 차리는 게 불가능한 몸이 된다는 것이다. 노년 코하우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나에게 후배는 “그냥 넓은 집에서 친구들과 다 같이 사세요. 70, 80대가 되어서 각자 공간을 갖는 게 의미가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사실 그 프로젝트에서 비용이나 건축법 못지않게 고민이 된 것은 ‘늙은 몸’에 대한 구체성이었다. 건물 안에 엘리베이터가 필요할까? 몇살까지 운전할 수 있을까? 늙은 몸이 도통 가늠되지 않을 때 나는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다시 읽는다.51세 때는 “날렵한 걸음걸이, 유연한 발목, 견고한 무릎, 탄탄한 장딴지, 튼튼한 엉덩이”를 가진 자기 몸에 우쭐한다. 그러나 딱 1년 후에는 논쟁을 하던 중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극도로 낙담한다. 55세에는 검버섯이 돋았고, 59세에는 스스로 가려운 곳을 정확히 찾아 긁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2024.06.20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