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의 한뼘 양생] 우리들의 글쓰기, 자기돌봄과 상호돌봄](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3/01/12/l_2023011201000487000040971.jpg)
인문학 공동체도 추수를 한다. 단 가을이 아니라 겨울에, 나락 대신 에세이로. 농부의 가을걷이가 그러하듯 우리 에세이도 일 년 공부를 정직하게 반영한다. 누군가는 여문 글을, 누군가는 쭉정이를 얻게 된다. 하지만 막판 뒤집기도 언제나 가능한 법이라, 에세이 철이 다가오면 얼굴이 누렇게 뜬 채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뒤늦게 스퍼트를 올리는 학인들로 공동체가 후끈 달아오른다. 하지만 일 년 동안 성실했든 슬렁거렸든, 공부의 마지막 단계, 글쓰기는 예외 없이 어렵다. 우리 중엔 형식을 갖춘 글을 평생 한 번도 안 써봤다는 사람도 있고, 들여쓰기, 문단 나누기 같은 기본 용어조차 낯설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글쓰기의 어려움이 이런 숙련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어려운 것은, 책을 단순히 요약하는 것도 아니고 책과 상관없는 감정을 토로하는 것도 아닌 글, 우리가 읽은 책에서 길어 올린 개념을 통해 삶을 다시 써나가는 글을 짓는 것이다.우리의 방법은 수차례에 걸친 합평...
2023.01.12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