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크고 많다는 뜻의 무진장(無盡藏). 원 출전이 <유마경>으로 부처님의 끝없는 자비심과 공덕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유래하여 중국 남북조 시대에는 가난한 중생들에게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무진장’이라는 구제적 금융기관이 생겨나기도 했다. 우리 공동체에도 그와 유사한, ‘마르지 않는 공동창고, 무진장’이 있다. 시작은 7년 전이었다. 당시 공동체에는 갑작스러운 파산, 실직, 질병 등으로 삶이 취약해진 회원이 여럿 생겼다. 뭔가 공동의 대책이 필요했다. ‘다른 앎’은 ‘다른 밥’으로 나아가야 했다.처음 떠올린 모델은 마이크로크레디트나 신용협동조합 같은 것이었다. 공동의 기금을 마련하여 돈이 필요한 친구들에게 담보나 이자 없이 돈을 대출하면 좋지 않을까? 그런데 논의하면 할수록, 상환 날짜를 꼭 정해야 할까? 대출의 기준과 절차가 꼭 필요할까? 라는 질문이 생겼다. 서로의 처지를 이미 아는데, 급전이 필요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
2023.12.13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