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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한뼘 양생
  • 전체 기사 51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숨

    숨쉬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최근에 확실히 알았다. 축농증이나 비염을 앓고 있는 것도 아닌데 코가 아니라 자꾸 입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운동 코치가 내가 숨을 잘 못 쉰다고, 정확하게 말하면 숨, 특히 날숨이 짧다는 지적을 한 적도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세월호 직후 108배와 명상을 할 때도 나는 내 호흡이 짧고 불안정하다고 생각했었다. 아, 나는 왜 숨쉬기조차 제대로 못하는 것일까?<장자>에 나오는 도를 체득한 사람, 진인(眞人)은 잠을 자도 꿈꾸지 않고, 깨어서도 근심이 없다. 그는 먹을 때는 맛있는 것을 구하지 않고, 대신 숨쉴 때는 깊고 고요했다. 거의 숨쉬기만으로도 생명을 유지한다는 이야기인데, 그럴 수 있는 이유가 보통 사람은 목구멍으로 숨을 쉬지만, 진인은 발뒤꿈치로 숨을 쉬기 때문이다. 나는, 한편으로는 어림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늘 시비 호오에 끌려다니지 않고 완벽한 평정심을 지닌 진인의 상태를 꿈꿨다. 그렇다면, 비슷하게라도...

    2022.11.17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지난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어머니가 먼저 의지를 보이셨고, 이참에 나도 함께 진행했다. 어머니의 경우, 몇년 전엔 아들, 즉 내 남동생이 펄쩍 뛰는 바람에 흐지부지되었는데 이번엔 자식 모두 어머니 노화에 대한 경험치가 함께 쌓인 탓인지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내 아이들이 펄쩍 뛴 것이다. 내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각자 독립해 살고 있던 남매는 서로에게 “엄마를 좀 말려봐”라면서 당황해했고 급기야 그런 결정을 왜 엄마 혼자 내리냐며 항의했다. 어이가 좀 없었다. 얘네들 MZ세대 맞아? 하지만 어디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나는 그냥 “얘들아, 이거 트렌드야”라고 답해버렸다.어디서 끊어 읽어야 하는지도 좀 헷갈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법적 용어이고 근거는 2018년 2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신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해...

    2022.09.22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더 이상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어도
    더 이상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어도

    얼마 전 회전근개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 간 이유는 아침 필사를 계속하던 어느 날부터 등살이 심하게 바르더니 어깨를 거쳐 팔꿈치, 손목까지 저렸기 때문이다. 사실 몇 달 전부터는 티셔츠를 입고 벗을 때마다 오른쪽 어깨와 연결된 팔뚝 윗부분에 ‘찌르르’ 통증이 왔다. 원인을 물었더니 의사의 짧은 답, “퇴행이에요”. 그러면서 팔이 저리는 건 어깨가 아니라 목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내친김에 목 엑스레이도 찍었다. 이번엔 퇴행성 목디스크란다. 노화된 디스크 찌꺼기가 옆으로 삐져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어 통증이 심한 것이라고 했다. 몇 년 전부터 모든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서 임플란트와 잇몸치료를 번갈아 받고 있다. 세월호 3주기 때 3주간 매일 108배를 하다가 무릎이 손상되었다. 작년에는 무지외반증이 생겼고 골감소증 진단도 받았다. 요즘처럼 병원을 자주 간 적이 없고 지금처럼 퇴행이라는 말을 집중적으로 들은 적도 없다. 이제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의 모든...

    2022.08.25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공자님의 잠옷
    공자님의 잠옷

    얼마 전 <논어>를 공부한 친구들의 에세이 발표가 있었다. 그중 한 친구의 글이 인상적이었는데 이유는 주제가 인(仁)도 효(孝)도 군자(君子)도 아닌, 공자님의 잠옷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는 집에서 일상복 차림으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다가 밤에는 그 옷을 입은 채 그냥 잔다고 했다. 심지어 술을 마시거나 너무 피곤한 날엔 퇴근 후 씻지도 않고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버린단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이 어수선해지면서 연초에 세운 그 어떤 ‘아침 루틴’도 공염불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다 <논어>의 “공자님은 주무실 때 반드시 잠옷을 입으셨다”는 문장에서 벼락 맞은 듯, “아, 이게 군자의 도이고 양생의 기술이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는 것이다.공자님의 잠옷 이야기는 <논어>의 ‘향당’ 편에 나온다. 거기에는 공자님의 일상에 대한 자질구레한 에피소드들이 미주알고주알 나열되어 있다. 예를 들면 다홍색과 주황색으로는 평상복을 만들지 않았다거나 더울 때는...

    2022.07.28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숲세권의 공동 주민, 도롱뇽과 나
    숲세권의 공동 주민, 도롱뇽과 나

    요 몇 달 나의 최대 관심은 도롱뇽이었다. 사연은 이러하다. 3년 전 어느 날, 친구들과 일삼아 다니던 동네 산의 그 뻔한 등산로가 좀 지겨워진 우리는 다른 샛길로 접어들었고, 고즈넉한 그 오솔길에서 아주 작은 웅덩이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거기엔 “여기 도롱뇽이 살아요”라고 적힌 팻말이 꽂혀 있었다. 들여다보니 과연 올챙이처럼 생긴 도롱뇽 새끼들이 오글거리고 있었다.특히 올해는 도롱뇽알부터 목격하는 행운을 누리게 되었는데 3월의 웅덩이에는 한천처럼 투명하되 모양은 꼭 순대같이 생긴 타원형 알집이 열 개 가까이 생겨나 있었다. 한동안은 그 속에 점처럼 박혀있던 알들이 타원형이 되고, 또 거기서 머리, 몸, 꼬리의 형태가 생겨나 꼬물거리는 모습을 보는 낙에 살았다. 그리고 5월 초순, 아가미까지 생긴 도롱뇽 새끼들은 드디어 알집을 뚫고 나와 꼬리를 흔들며 힘차게 헤엄치기 시작했다. 야호!!그 후엔 약간 심드렁해졌다. 봄 가뭄이 심했고 밭작물이 타들어 간다고 농부들...

    2022.06.30 03:00

  • [이희경의 한뼘양생] 다이어트, 정답을 못 찾았어요
    다이어트, 정답을 못 찾았어요

    “또 단식이야? 배 안 고파?” 후배에게 기어이 한마디를 했다. 매년 일삼아 단식하더니 이제 매일 하는 간헐적 단식에 돌입했다고 해서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도 아니고 단지 살을 빼기 위한 단식이라니,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후배는 볼멘소리로 항의했다. 뚱뚱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몸무게를 잡아두려는 사람들의 눈물겨운 분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긴 뚱뚱함이 천형처럼 여겨지는 지금 세상에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이어트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이 문제를 탐구해보기로 했다. 일단 난 두 가지 사실에 좀 놀랐다. 하나는 많은 엄마가 딸의 식욕을 통제하고 운동을 강요하면서 자식의 몸매를 관리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또 하나는 이번에 우리와 함께 공부한 열여섯 영주(가명)가 전해준 학교 풍경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미디어가 전파하는 “마르고 탄탄하며 동시에 굴곡이 있는” 몸매를 선망하기 때문에 강박적으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

    2022.06.02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걷기와 부처님의 발바닥
    걷기와 부처님의 발바닥

    걷기가 내 삶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20년쯤 전이었다. 당시 내가 몸담았던 지식인 공동체에서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 함께 밥을 해 먹고는 꼭 떼로 산책에 나섰다. 중간에 제기차기에 열중했던 적도 있고,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중단’ 같은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걷기도 했지만 대개는 동료 연구자들과 온기 어린 대화를 나누며 특별한 목적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어슬렁거리다 돌아왔다. 앎과 삶의 일치를 꿈꾸던 제도 밖 연구공동체의 실존방식이었는데 그것으로부터 공부, 밥, 산책이라는 내 삶의 기본 스타일도 형성되었다.마음이 지옥이어서 무작정 걸었던 때도 있었다. 엄마와 합친 후 나는 독박 부양의 여러 난관에 부딪혔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불평불만과 자기연민의 양극단을 오가는 엄마의 감정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나는 지쳤고 우울했다. 엄마로부터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와 걷고 또 걸었다. 엄마를 버리고 싶다는,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걸...

    2022.05.05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돌봄 네트워크, 우정의 새로운 용법
    돌봄 네트워크, 우정의 새로운 용법

    ‘노라’라는 별명의 공동체 회원이 있다.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 주인공, 자아를 찾아서 집을 박차고 나간 노라를 떠올렸지만, 아니라고 했다. 노라는 ‘놀아라’의 준말이란다. 공부하는 공동체에서 대놓고 놀자고 선동하는 그녀는, 별명만큼 늘 활력 넘치고 유머가 풍부하며 순발력이 좋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은, 공동체 ‘인싸’이다. 그런데 그녀가 덜컥 암에 걸렸다. 임파선 전이가 진행된 삼중양성 침윤성 유방암 3기. 초기 진단한 의사는 “좋지 않다”고 했다. 아무리 암이 흔해진 세상이라지만 이건 날벼락이다. 대학병원 의사는 노라에게 선항암 6회, 이후 수술, 그다음 표적 항암 12회의 치료과정을 제시했다. 1년의 대장정이었다. 연로하신 부모님께는 비밀로 했다. 아이들은 엄마를 걱정하겠지만 자식은 원래 부모에게 무심하다. 이제 남편 하나 남았는데 그렇게 되면 독박 돌봄이다. 우리는 당장 노라 서포터즈를 구성했다. 선항암은, 예상대로 끔찍했다. 책에 쓰여 있...

    2022.04.07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필사하는 새벽
    필사하는 새벽

    6시, 눈을 뜬다. 아직 어둡다. 천천히 일어나 거실로 나가 물을 끓인다. 뜨거운 물 100㎖를 컵에 따르고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같은 양을 그 위에 붓는다.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잠시 물이 섞이길 기다린다. 겨울 기운은 완연히 가셨다. 그래도 공기는 선뜻하다. 천천히 <동의보감>에서 말한 그 음양탕을 마시고 방에 들어와 책을 편다. 오랫동안 읽고 쓰는 일을 해왔고 이제 텍스트의 맥락을 파악하고 핵심을 요약하는 일은 숙련공에 가까워졌지만 읽기의 아름다움과 설렘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지. 나의 읽기는 여전히 도장 깨기의 여정에 머무는 것은 아닐까?얼마 전부터 다른 읽기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조금씩 천천히 읽고 좋은 구절을 또박또박 베껴 쓴다. 요즘 읽는 책은 아메리칸 원주민 출신의 식물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쓴 <향모를 땋으며>이다. 오늘은 ‘감사에 대한 맹세’라는 부분을 읽는다. 지금도 원주민 학교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 대신 감사 ...

    2022.03.10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천 개의 폐경기,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천 개의 폐경기,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몇 년 전 복고열풍을 불러왔던 화제의 드라마 한 장면. 갱년기를 겪고 있던 주인공의 엄마는 매사에 짜증이 나고 우울하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하는 말, “나, 사형선고 받았다. 하느님이 내보고 여자로 그만 살란다. 당신, 이제 내캉 의리로 살아야 하는디 괘않겠나?” 시대착오적으로 보이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도 폐경기는 여성성 상실, 여자로서 끝이라는 식의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그런 낙후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얼굴이 붉어지길래 부끄러우냐고” 묻는 일은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폐경기는 여성호르몬이라 불리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신체적 변화과정일 따름이다. 폐경기 이슈는 수십 년 사이에 가치판단의 영역에서 앎과 의료라는 과학적 영역으로 전환되었다. 안면홍조, 수면장애, 다한증, 과다월경, 우울증 등은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예방 혹은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된다). 그런데 과연 좋아진 일일까? 우리는 또다시 전문가...

    2022.02.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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