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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한뼘 양생
  • [이희경의 한뼘 양생] 필사하는 새벽
    필사하는 새벽

    6시, 눈을 뜬다. 아직 어둡다. 천천히 일어나 거실로 나가 물을 끓인다. 뜨거운 물 100㎖를 컵에 따르고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같은 양을 그 위에 붓는다.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잠시 물이 섞이길 기다린다. 겨울 기운은 완연히 가셨다. 그래도 공기는 선뜻하다. 천천히 <동의보감>에서 말한 그 음양탕을 마시고 방에 들어와 책을 편다. 오랫동안 읽고 쓰는 일을 해왔고 이제 텍스트의 맥락을 파악하고 핵심을 요약하는 일은 숙련공에 가까워졌지만 읽기의 아름다움과 설렘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지. 나의 읽기는 여전히 도장 깨기의 여정에 머무는 것은 아닐까?얼마 전부터 다른 읽기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조금씩 천천히 읽고 좋은 구절을 또박또박 베껴 쓴다. 요즘 읽는 책은 아메리칸 원주민 출신의 식물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쓴 <향모를 땋으며>이다. 오늘은 ‘감사에 대한 맹세’라는 부분을 읽는다. 지금도 원주민 학교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 대신 감사 ...

    2022.03.10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천 개의 폐경기,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천 개의 폐경기,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

    몇 년 전 복고열풍을 불러왔던 화제의 드라마 한 장면. 갱년기를 겪고 있던 주인공의 엄마는 매사에 짜증이 나고 우울하다. 그러다가 남편에게 하는 말, “나, 사형선고 받았다. 하느님이 내보고 여자로 그만 살란다. 당신, 이제 내캉 의리로 살아야 하는디 괘않겠나?” 시대착오적으로 보이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도 폐경기는 여성성 상실, 여자로서 끝이라는 식의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이제 그런 낙후된 이야기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얼굴이 붉어지길래 부끄러우냐고” 묻는 일은 자신의 무지를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다. 폐경기는 여성호르몬이라 불리는 에스트로겐이 감소하면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신체적 변화과정일 따름이다. 폐경기 이슈는 수십 년 사이에 가치판단의 영역에서 앎과 의료라는 과학적 영역으로 전환되었다. 안면홍조, 수면장애, 다한증, 과다월경, 우울증 등은 늦기 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예방 혹은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된다). 그런데 과연 좋아진 일일까? 우리는 또다시 전문가...

    2022.02.10 03:00

  • [이희경의 한뼘 양생] 양생이 필요해
    양생이 필요해

    양생을 인문학공동체의 새로운 비전으로 삼자고 했을 때 친구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스피노자를 1년 동안 강도 높게 읽어보자거나 사서를 원문으로 강독해보자고 했을 때의 호응과는 사뭇 달랐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양생이라는 단어가 낯설다고 했다. 양생이라 하면 시멘트 양생이 먼저 떠오른다나? 믿을 수가 없었다. 주변 청년에게 물어봤다. 양생이라는 단어 아니? 뭐가 떠올라? 돌아오는 대답은, “후학 양생요?”였다. 맙소사! 양생이 낯선 단어가 맞는구나. 조용히 정정해줬다. “음, 후학은 양생(養生)하는 게 아니고 양성(養成)하는 거야.”나아가 양생이라는 단어가 풍기는 뉘앙스도 문제였다. 그것은 넘쳐나는 건강정보, 운동처방들과 진짜 다른 것일까? 그것은 #습관의힘 #행동변화플랫폼 #데일리챌린지 #미라클루틴 #페이백 같은 해시태그와 확실히 구별되는 것일까? 작년에 함께 공부했던 후배는 양생이 신자유주의적 자기계발과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일 년 내내 쏟아냈다. 작지...

    2022.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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