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요양원에 있는 선배를 보러 갔다. 지난해 말 첫 방문 이후 3개월 만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선배 옆으로 바짝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언니~” “언니~” “나, ○○야” “나, ○○야” “○○이 왔어요” “○○이 왔어요” 반향어를 사용하는 것은 지난번과 마찬가지였다.한때 운동권의 대모라고 불렸던 선배가 아들을 데리고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것은 20여년 전이다. 그리고 몇 년 되지 않아 교통사고를 당해 불운하게도 뇌를 크게 다쳤고, 운동기능뿐 아니라 시력, 언어능력, 기억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바보가 되었다”라고 했다.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다고도 했다. 다행히 몇 차례의 큰 수술을 통해 의식이 좀 돌아왔는데 그 이후엔 그녀가 종일 먹을 것만 찾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후 나는 한국으로 돌아온 선배와 가끔 전화 통화를 했다. 그녀의 기억은 과거 어느 시점에 고정되어 있었고 대화는 세 문장 이상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온종일 라디오 ...
2023.04.06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