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의 한뼘 양생] 필사하는 새벽](http://img.khan.co.kr/news/c/300x200/2022/03/10/l_2022031001001179800109001.jpg)
6시, 눈을 뜬다. 아직 어둡다. 천천히 일어나 거실로 나가 물을 끓인다. 뜨거운 물 100㎖를 컵에 따르고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같은 양을 그 위에 붓는다. 창문을 열고 새벽 공기를 마시면서 잠시 물이 섞이길 기다린다. 겨울 기운은 완연히 가셨다. 그래도 공기는 선뜻하다. 천천히 <동의보감>에서 말한 그 음양탕을 마시고 방에 들어와 책을 편다. 오랫동안 읽고 쓰는 일을 해왔고 이제 텍스트의 맥락을 파악하고 핵심을 요약하는 일은 숙련공에 가까워졌지만 읽기의 아름다움과 설렘을 느꼈던 적은 언제인지. 나의 읽기는 여전히 도장 깨기의 여정에 머무는 것은 아닐까?얼마 전부터 다른 읽기를 시작했다. 아침마다 조금씩 천천히 읽고 좋은 구절을 또박또박 베껴 쓴다. 요즘 읽는 책은 아메리칸 원주민 출신의 식물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쓴 <향모를 땋으며>이다. 오늘은 ‘감사에 대한 맹세’라는 부분을 읽는다. 지금도 원주민 학교에서는 국기에 대한 맹세 대신 감사 ...
2022.03.10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