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가 내 삶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것은 20년쯤 전이었다. 당시 내가 몸담았던 지식인 공동체에서는 점심과 저녁, 하루 두 끼 함께 밥을 해 먹고는 꼭 떼로 산책에 나섰다. 중간에 제기차기에 열중했던 적도 있고,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 중단’ 같은 구호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걷기도 했지만 대개는 동료 연구자들과 온기 어린 대화를 나누며 특별한 목적 없이 동네 한 바퀴를 어슬렁거리다 돌아왔다. 앎과 삶의 일치를 꿈꾸던 제도 밖 연구공동체의 실존방식이었는데 그것으로부터 공부, 밥, 산책이라는 내 삶의 기본 스타일도 형성되었다.마음이 지옥이어서 무작정 걸었던 때도 있었다. 엄마와 합친 후 나는 독박 부양의 여러 난관에 부딪혔는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불평불만과 자기연민의 양극단을 오가는 엄마의 감정을 상대하는 일이었다. 나는 지쳤고 우울했다. 엄마로부터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와 걷고 또 걸었다. 엄마를 버리고 싶다는,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그런 생각이 드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많이 걸...
2022.05.05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