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30건의 관련기사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반도체 산업 지원과 국가의 역할

    반도체 산업 지원과 국가의 역할

    며칠 전 후배 교수 부친 빈소에서의 일이다. 조문 후 식사 자리에서 다른 교수 셋과 겸상을 했다. 셋 모두 경제학과 교수인데, 둘은 원래 안면이 있었고 한 명은 처음 인사했다. 문상객으로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내야 했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교수란 직업 특성 탓에 세상 얘기를 해도 대충 전공과 관련된 얘기를 하게 된다. 넷 중 가장 연장자인 나부터 시작했다. 최근 몰두하고 있는 퇴직연금 얘기를 꺼냈다. 형편없는 수익률 문제를 거론하면서 정부의 직무유기를 성토했다. 별반 호응이 없었다.나 혼자 흥분한 게 머쓱해질 무렵 두 번째 연장자인 교수가, 연금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문제는 정말 시급하다면서 주제를 전환했다. 그러자 다른 두 교수가 반색하면서 토론에 뛰어들었다. 나 역시 다른 교수들 의견에 반론을 제기하면서 끼어들었다. 그날 나눈 얘기를 정리하면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A교수: 이건 국가 간 경제 전쟁입니다. 미국, 유럽, 일본, 대만 할 것 없이 모두 ...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인구전략기획부, 어떻게 만들까

    인구전략기획부, 어떻게 만들까

    사흘 전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에 관한 토론회에 다녀왔다. 정부는 인구 감소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전담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부처를 새로 만들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려면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데, 분위기 띄우는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가 토론회다. 이 칼럼은 정부 청탁 없이 순전히 내 의지로 쓰는 것이지만, 어쨌든 칼럼 쓰는 것도 그중 하나이긴 하다.토론의 첫 번째 의제는 과연 필요한가였다. 기존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것이 있고,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등에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들이 있는데, 왜 또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가이다. 이런 경우 가장 안전한 (그리고 멋져 보이는) 토론은, 약간은 냉소적인 말투로 ‘중요한 것은 조직 신설이 아니라 하겠다는 의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금까지 담당 조직과 정책이 없어서 이 지경 되었는가, 조직 새로 만들어도 잘하리라는 보장 없다, 중요한 것은...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세 단어 경제학 : 공짜 점심은 없다

    세 단어 경제학 : 공짜 점심은 없다

    공짜 점심은 없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교훈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까닭 없이 베푸는 호의를 경계하라는 경구로 삼을 수도 있다. 이 말은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선술집에서 술을 한 잔만 마셔도 공짜로 점심을 제공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가한 낮 시간대 손님을 끌기 위한 미끼상품이었겠지만, 주당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는데, 술 한 잔이면 밥까지 해결할 수 있으니 반겼을 법하다. 비록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다시 석 잔으로 이어지긴 했어도 말이다. 효율적인 시장경제의 기본 전제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은 세상사 온갖 분야에 두루 통용되는 격언이지만, 아무래도 경제학에서 가장 널리 쓰인다. 많은 경제학자가, 이 말을 자유주의 경제학의 태두인 프리드먼 교수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 이전부터 쓰였던 말이다. SF 마니아라면 거장 하인라인의 소설 <달은 무자비한 여왕>에서 이 말이 인용됐음을 기억할 수...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퇴직연금에 ‘밑빠진 독상’을

    퇴직연금에 ‘밑빠진 독상’을

    ‘밑빠진 독상’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활동하는 ‘함께하는 시민행동’ 좋은예산센터에서 만든 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예산 낭비 사례에 수여한다. 2000년 8월 ‘하남국제환경박람회’에 처음 수여한 이래, 지금까지 39회 수여하였다.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리는 등 나름 명성을 얻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 다소 주춤했다. 이제 심기일전하여 다시금 활성화하려 한다. 선정 위원회에서는 40회 수상작으로 어떤 사례를 선정할지 논의 중이다. 각자 후보작을 추천했다. 나는 퇴직연금을 추천했다. 이유는 퇴직연금 수익률이 너무 낮아서 가입자들의 손해가 막심하기 때문이다. 작년인 2023년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5.26%였다. 이것만 보면 제법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착각이다. 2023년에는 증시가 워낙 좋았다. 한 해 동안 코스피는 18.7% 상승했다. 퇴직연금 수익률의 3배가 넘는다. 그 덕에 2023년의 국민연금 수익률도 13.5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최근 5년의 ...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장기재정전망이 뭐길래

    장기재정전망이 뭐길래

    얼마 전 감사원은, 2020년 발표된 ‘2020~2060 장기재정전망’에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 전망치를 축소·왜곡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애초 실무팀은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53.0%(당초 검토안) 또는 129.6%(신규 검토안)로 내부 보고하였으나, 홍 전 부총리가 국가채무 급증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 비율을 낮추도록 지시했고 그 결과 81.1%로 줄여서 발표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홍 전 부총리는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재정여건, 예산 편성 프로세스, 국가채무 수준, 국제적 대외관계 등을 모두 감안해 최선의 판단을 하려 했다”고 반박했다.어느 쪽 말이 맞느냐를 가리기에 앞서 대체 장기재정전망이 뭔지부터 알아보자. 국가재정법은 5년마다 향후 40년 이상의 기간에 대한 재정전망, 그러니까 재정지출 및 국가채무 규모 등을 추계해서 발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기재정전망을 의무화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다. 웬만한 ...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불편한 진실 외면 않기: 국민연금 지속 가능성 확보

    연금개혁을 위한 500인 공론화위원회 선택이 이뤄진 지도 제법 지났다.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50%로 높이는 안(대안 1), 보험료율은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안(대안 2) 중에서 선택하도록 한 결과 56.0%가 대안 1을, 42.6%가 대안 2를 각각 택했다. 대안 1이 다수안이 된 것이다.애초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금 이대로 가면 국민연금 재정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전망 때문이었다. 그래서 ‘개혁안’이 되려면, 최소한 재정 안정을 위한 방안이 담겨야 한다. 대안 1을 선호한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원안대로 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하여 절충안(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5%)을 제시하였다. 한편 대안 2를 선호한 여당 측에서는 보험료율 13%에는 동의했지만, 소득대체율은 조금 더 낮은 43%를 제시하였다. 공론화위원회의 선택이 끝났으니 남은 일은 국회가 그 결과를 반영하여 개혁안을 만드는 ...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면: 정책 정당을 위한 제안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면: 정책 정당을 위한 제안

    며칠만 지나면 22대 총선이 끝난다. 말 많고 탈 많은(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며칠 새 또 어떤 황당한 일이 터질지 모른다) 이번 총선을 두고 역대 최악의 선거라고들 한다. 내가 어린 시절의 선거는 공공연히 ‘고무신과 막걸리 선거’라고 불렸고 득표수까지 조작한 부정선거가 4·19혁명의 발단이 되기도 했으니, 이번 선거를 ‘역대’ 최악이라고 하기는 무리겠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투표권을 행사한 1980년대 중반 이후로는, 내 기억으로도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의 비호감이다. 이번 선거를 최악이라 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 행정학자인 나한테는 정책선거는 실종되고 포퓰리즘이 판쳤다는 점이 가장 비호감이다. 선거는 유권자 지지를 확보하여 권력을 획득하는 절차이다. 그러니 유권자가 좋아하는 공약을 내거는 것은 이해한다. 정책선거도 우리 당이 집권하면(혹은 내가 당선되면) 무슨 정책을 하겠노라고 제시하면, 유권자가 자신이 선호하는 공약을 내건 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말...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선거 공약 예산 낭비 막으려면

    선거 공약 예산 낭비 막으려면

    자유주의 경제학의 대부인 밀턴 프리드먼 교수는 돈 쓰는 방식을, 누구의 돈인가와 누구를 위해 쓰는가의 조합에 따라 4가지로 구분했다. 내 돈을 날 위해 쓰는 경우, 내 돈을 남 위해 쓰는 경우, 남의 돈을 날 위해 쓰는 경우, 남의 돈을 남 위해 쓰는 경우이다. 넷 중 어떤 경우가 가장 낭비가 심하겠는가.내 돈을 날 위해 쓸 때, 가령 내가 쓸 물건을 내가 살 때는 꼼꼼히 가격과 품질을 따져보고 가장 큰 효용(만족)을 얻도록 가성비 최고인 것을 선택한다. 내 돈을 남 위해 쓸 때, 가령 회사 동료의 생일 선물을 살 때는 품질도 신경 쓰겠지만 우선은 가격을 더 따진다. 남의 돈을 날 위해 쓸 때, 가령 회사 법인카드로 식사할 땐 일단 한도까지 쓰고 보되 가장 맛있고 좋은 것을 사 먹으려 한다. 마지막으로 남의 돈을 남 위해 쓸 때는, 비록 일상에서 예를 찾기는 어렵지만, 자기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면 비용에도 그다지 신경 안 쓸 것이고 품질도 크게 개의치 않을 것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저출산 해법, 모르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저출산 해법, 모르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려면그에 상응하는 대가 치러야 한다중차대한 저출산 문제통상적 지출 규모의 비용 내에서 해결하려 하니 될 리가 있겠는가배우 오디션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가 과제라면 참가자들은 어떤 상황을 연기할까? 음침한 실험실에서 두 눈 번뜩이며 정체불명의 용액을 옮겨 담는 모습, 머리 박고 현미경 속 세포를 뚫어지게 보는 모습, 실험용 생쥐에게 이런저런 자극을 가하는 모습 등등. 퀴즈쇼에서 ‘과학의 세부 분야 5개를 말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온다면 대부분 물리, 화학, 생물 등을 나열할 것이고 모자라면 컴퓨터학, 전기·전자 등을 더할 것이다. 이 문제에 정치, 행정, 경제 등을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엄연히 사회‘과학’으로 분류되어, 많은 대학에서 이 전공들은 사회과학대학에 소속되어 있다. 비록 과학이라 불리지만 정치, 행정, 경제 등 사회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자연 현상을 다루는 연구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 공무원에게 보내는 갈채

    공무원에게 보내는 갈채

    런던시청 공무원 윌리엄스는 수십년간 반복적인 일상을 이어왔다. 아침마다 같은 시간에 열차를 타고 출근하여, 종일 책상에 앉아 서류를 검토한 후, 정해진 시간에 퇴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스는 의사에게서 6개월 남짓의 시한부 인생임을 통보받는다. 난생처음 무단결근하고 인근 휴양지로 떠난 그는 합석한 무명작가의 제안으로 술집에 가고 스트립쇼도 보지만 공허한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방황을 이어가던 윌리엄스는 우연히 퇴직한 부하직원 마거릿을 만나고, 그녀와 함께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술집도 가게 된다. 밝고 긍정적인 마거릿은 처음의 식사 제안에 흔쾌히 응했으나 계속되는 이전 직장상사의 추근거림(?)이 곤혹스럽다. 불편해하는 마거릿에게 윌리엄스는 자신이 시한부 인생이라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그녀의 밝고 쾌활함이 너무 부럽다고, 젊은 시절 자신의 꿈은 지금 같은 삶이 아니었노라고 회한에 젖은 고백을 한다. 마거릿과의 대화 끝에 “기억났어요,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느...
123
Today`s HOT
연말 시즌, 바쁜 우체국 물류 센터 홍수로 인해 임시 대피소 마련한 말레이시아 3-2로 우승한 미네소타 와일드 하키 팀 스위스 농부들의 시위
폭스바겐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10년 전 불에 탄 러시아 시인의 흉상, 복원 작업을 시작하다.
마이애미 비치에서 선보인 아트 전시회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는 아프가니스탄 적십자 병원
미국의 어느 화창한 날 일상의 모습 홍수로 침수된 말레이시아 상황 볼리비아 연례 크리스마스 퍼레이드 네팔 장애인의 날 기념 집회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