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80주년 경향신문


경향신문

기획·연재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 전체 기사 5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닦아서 말할 줄 아는 어른들
    닦아서 말할 줄 아는 어른들

    흔히 쌍둥이들은 태중에서부터 이어진 영혼의 연결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속설이 있다. 실제로 쌍둥이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관찰한 결과, 과연 그런 영적 연결이 존재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적어도 둘 사이에만 통하는 말은 있었음을 본 바 있다. 쌍둥이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마주보고 서로의 옹알이를 흉내냈고, 그 소리를 주고받으며 같이 놀 줄 알았다. 이 아이들의 소위 ‘쌍둥이 말’은 아이들이 좀 더 자라 세상의 언어를 분명하게 구사하게 되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여전히 몇몇 단어는 저들만이 아는 서로 간의 비밀로 남아 있다.인간은 음성 언어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이지만, 처음부터 가능한 것은 아니다. 갓 태어난 아기는 말은커녕 분명한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의미 없는 단음절 소리를 반복하는 옹알이조차도 백일잔치를 할 즈음은 되어야 가능할 정도로 음성을 조합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태어날 때는 단...

    2022.09.29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플랜 B는 가능성으로 남을 때가 더 좋다
    플랜 B는 가능성으로 남을 때가 더 좋다

    미래를 계획할 때, 당신은 하나의 계획을 세우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가, 아니면 다양한 전략을 짜서 전방위적으로 대응하는가? 플랜 A의 형태를 선호하는지, 플랜 B도 염두에 두는지를 묻는 말이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는 플랜 A를 ‘모든 일이 예상대로 된다면, 누군가가 하려고 하는 것들 혹은 모든 일들’, 플랜 B를 ‘플랜 A가 성공하지 못했을 때 그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라고 풀어놓은 바 있다. 대개 삶은 변수들로 가득 차 있기에, 대개의 미래전략서나 자기계발서에서는 플랜 B를 염두에 두라고 조언하곤 한다. 플랜 B는 작게는 야외 데이트 계획을 세운 날 비가 왔을 때 대신 갈 수 있는 실내 데이트 장소를 물색하는 것부터, 국제 관계가 틀어졌을 때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해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것에 이르기까지 방법도, 규모도, 대응 방식도 다양하다. 규모 면에서만 본다면, 지구공학이야말로 전 지구적인 플랜 B라 일컫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지...

    2022.09.01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때가 되어야 한다
    때가 되어야 한다

    부모에게 있어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은 심적으로도 실질적으로도 커다란 분기점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날, 잠든 아이의 침대 맡에 앉아 부쩍 자란 손과 발을 가만가만 만져보며, 순간 울컥했다. 그 조그맣던 아이가 이만큼 커서 벌써 학교를 갈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고, 이제 부모의 품을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출발점에 선 것이 대견스러웠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앞섰다. 아직 어려 보이기만 하는 아이가 낯선 곳에서 앞가림은 잘할 수 있을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그리고 우리 사회 특유의 경쟁적 학습 시스템하에서 크게 방황하지 않을 수 있을지. 대견함과 불안함의 조합은 불면증을 부른다. 결국 그날은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아이가 학교에 입학하자 현실적 문제가 닥쳐왔다. 유치원의 하교 시간은 오후 3시, 종일반 신청을 하면 오후7시까지였다. 워킹맘인 내게는 힘들지만, 아슬아슬하게 생활을 꾸려갈 정도는 되었다. 하지만 초등학교는 달랐다. ...

    2022.08.04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조건의 일반화
    조건의 일반화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외부 자극을 인식하고 그에 대해 적절한 반응을 한다. 어떤 반응들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이다. 뜨거운 것이 닿으면 얼른 손을 떼고, 큰 소리가 나면 도망치며, 음식을 입에 넣으면 침이 나오는 것처럼 말이다. 19세기 말, 러시아의 생리학자 파블로프는 개의 소화 과정을 연구하던 중, 자동 반사인 침흘리기 반사가 아직 먹이를 받지 못한 개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을 목격한다. 알고 보니 이 개는 자신에게 먹이를 주러 오는 연구원의 발걸음 소리를 기억하고, 그 소리에 반응한 것이었다. 파블로프는 흥미가 생겼다. 발걸음 소리는 개의 침 분비 활동과 직접적 관계가 없다. 하지만 그 소리의 주인은 매번 개에게 먹이를 가져다주었기에, 개는 이 소리를 먹이와 연관지어 반응하는 반사 패턴을 형성한 것이다. 그렇다면 먹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자극, 이를테면 특정 멜로디의 벨소리 같은 중립 자극도 먹이와 연관된다면, 개는 같은 반응을 보여줄 것인가? 그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2022.07.07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공존하기 위해선 먼저 만나야 한다
    공존하기 위해선 먼저 만나야 한다

    지금에 와서 뭘 시작하긴 너무 늦은 듯하고, 그렇다고 그냥 멍하니 앉아 있긴 아까운 주말 밤에는 역시 재미있는 드라마가 제격이다.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으니. 그런데 가볍게 시작한 장면이 자못 심각하게 흘러간다. 사랑하는 여자의 언니, 어쩌면 처형이 될지도 모를 그녀를 처음 만난 남자 주인공의 잘생긴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더니, 피하듯 급하게 자리를 뜨고 만다. 언니는 동생에게 말한다. 저 사람은 내가 다운증후군이라 날 싫어하는 거라고, 그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다음 날, 자매를 다시 찾아온 남자는 진정을 담아 고백한다. 다운증후군을 가진 이를 처음 보았기에 당황했을 뿐, 싫어한 것이 아니었다고. 그러니 어떻게 다가가고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알려달라고 말이다.문득 떠오르는 경험이 있다. 휠체어 사용자를 만나 수다를 떨고, 그의 차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도착하면 휠체어를 차에 넣어 줘야지, 다년간 유모차를 접어 본 경험자로서, ...

    2022.06.09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자리바꿈하는 이들이 홈스처럼 생각하길
    자리바꿈하는 이들이 홈스처럼 생각하길

    늘 세상을 꿰뚫어보는 듯한 셜록 홈스의 오만함을 왓슨은 언젠가 깨뜨리고 싶다. 그가 이번에 제시한 문제는 오래된 회중시계다. 홈스는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시계만으로 그 시계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예측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라 예측했지만, 왓슨의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홈스는 시계의 원주인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순식간에 줄줄 읊어댄다. 그것도 왓슨이 홈스가 분명 미리 그에 대한 뒷조사를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의심할 정도로 정확하게 말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홈스는 사전 정보는 전혀 없이, 오로지 시계에 남겨진 흔적들만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추론한 결과를 이야기했을 뿐이다.이 일화는 코넌 도일의 소설 <네 개의 서명>에 등장한 일화다. 셜록 홈스가 세계적 명탐정으로 유명해진 배경에는 관찰된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논리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추론하는 홈스의 독특한 사고방식이 있다. 심리학자 마리아 코니코바는 그의 저서 <생각의 재구...

    2022.05.12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타인과 지인의 사이에서
    타인과 지인의 사이에서

    봄바람이 얼어붙은 땅을 녹인다. 겨우내 잠자던 씨앗은, 지금껏 자신을 감싸고 있던 두꺼운 껍데기를 벗어버린 씨앗은 연둣빛 싹을 내민다. 흙과 물과 햇빛의 도움으로 무럭무럭 자라난 새싹은 다시금 씨앗을 맺는다. 한 아이가 태어난다. 분홍색 잇몸에 앙증맞은 이가 자랄 무렵이 되면, 아이는 젖을 떼고 씨앗을 먹는다. 햇빛과 물과 흙이 빚어낸 씨앗은 그 자신이 그랬듯 아이를 자라게 한 뒤, 훌쩍 자란 몸에서 나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 거름이 된 씨앗은 다시 다른 씨앗을, 세상 모든 씨앗을 키우는 양분이 된다. 씨앗이 품고 있던 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흩어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고 다시 모여, 다른 씨앗으로, 다른 생명으로, 다음 세대로 이어진다. 그렇게 세상만물은 모였다 흩어지면서 끊임없이 이어진다. 자연에서 연결은 가장 근본적인 원리지만, 현대인들의 삶의 모습은 파편적이다. 우리의 먹거리는 그 기원을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곡물은 깨끗하게 도정되어 밀봉되었기에, 어떤...

    2022.04.14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다정함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다정함을 드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들

    1950년대 초, 구소련의 생물학자 드미트리 벨라예프와 그의 제자 류드밀라 트루트는 일명 ‘여우 가축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식육목 개과에 속하는 여우는 야생성이 강해 인간을 잘 따르지 않는다. 이들을 가축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많은 학자들은 가축으로 길들일 수 있는 동물의 조건을 여러 가지 나열했지만, 벨라예프와 트루트가 주목한 조건은 단 한 가지, 인간에 대한 공격성의 정도였다. 야생성이 강한 여우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경계하지만, 개개의 차이는 있어서 어떤 녀석은 더 공격적으로 굴고 다른 녀석은 상대적으로 적개심을 덜 드러내기도 한다. 벨라예프와 트루트는 여우 집단의 구성원 중에서 공격성이 가장 낮은 10%만 따로 선별한 뒤 교배시켜서 새로운 집단을 만들었다. 여우는 1년에 한 번, 봄철에만 짝짓기를 하고 태어난 이듬해면 번식이 가능하다. 매년 연구진은 집단에서 공격성이 낮은 10%를 선발해 번식시키고 그렇게 태어난 세대 중에서 다시 공격성이 낮은 10...

    2022.03.17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공평과 정의로운 행동, 원숭이도? 인간만이?
    공평과 정의로운 행동, 원숭이도? 인간만이?

    미국의 영장류학자 사라 브로스넌은 오지라는 이름의 카푸친 원숭이의 행동 양식을 연구하던 중 흥미로운 사실을 포착한다. 땅콩을 매우 좋아했던 오지는 원하는 만큼의 땅콩을 얻지 못하자, 연구자에게 일종의 ‘딜’을 시도한다. 처음에 오지가 교환의 대가로 제시한 건 마른 사료 조각이었다. 하지만 연구자가 이에 응하지 않자 오지는 결국 오렌지를 가져와 땅콩과 교환하려 한다. 오지는 자신이 원하는 것(땅콩)보다 가치가 낮다고 생각되는 것(사료)으로 시도한 교환이 실패로 끝나자, 이보다 훨씬 더 가치가 높은 것(오렌지)을 제공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연구자는 흥미를 느낀다. 오지는 교환에 있어 공평함의 개념을 아는 듯했다. 오지의 이런 행동은 브로스넌 박사로 하여금 다른 카푸친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이제는 원초적인 공평함의 대명사처럼 알려진 ‘오이와 포도’ 실험을 구상하게 한다.연구진은 여러 마리의 원숭이들에게 돌멩이를 가져오도록 한 뒤, 이들이 가져온 돌멩이...

    2022.02.17 03:00

  • [하리하라의 사이언스 인사이드] 기다리는 타마왈라비, 줄어드는 아이들
    기다리는 타마왈라비, 줄어드는 아이들

    타마왈라비는 오스트레일리아 남쪽에 사는 토끼만 한 유대류다. 유대류의 특성상 타마왈라비 역시 매우 미숙한 상태의 새끼를 낳고 육아낭에서 이들을 오랜 시간 키운다. 그런데 타마왈라비의 생태를 관찰하던 과학자들은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난소를 완전히 제거한 타마왈라비 암컷이 거의 일 년이 지난 후에 새끼를 낳아 육아낭에서 기르는 것이 관찰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난소가 사라져 생식세포조차 만들 수 없는 타마왈라비는 도대체 어떻게 새끼를 낳을 수 있었던 걸까?이는 타마왈라비의 임신 사이클에서 배아 휴면(embryonic diapause)이 일상적이기 때문에 일어난 자연스러운 현상임이 곧 밝혀졌다. 사람의 경우, 일단 수정란이 만들어지면 이후의 과정은 연속적으로 일어난다. 모종의 이유로 임신이 중단되어 유산이 일어날 수는 있지만, 임신의 과정 중 일부를 지연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생물종이 그런 것은 아니며, 타마왈라비를 비롯해 유대류의 30종 이상과 태반 포유류의 95...

    2022.01.20 03:00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