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선 계기, 대외정책 과감히 전환하자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도와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안보·경제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윤 정부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그동안 윤 정부의 대외정책은 가치를 강조하고, 이분법적인 세계관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대외정책은 극히 예외적으로 향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중 전략경쟁 시기 그 비용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크다. 대한민국 대외정책 전통에서 윤석열 정부는 특이하다. 흔히 좌파 정부는 이념이나 가치, 민족 등 형이상학적 어젠다를 강조하는 반면, 우파 정부는 그 허구성을 비판하고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박정희 정부가 대표적이다. 이 정부 주요 핵심 인사들의 뿌리인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부의 이념적 편향을 비판하고, “창조적 재건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한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윤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이 한·미 동맹 위주로 대외정책을 재편한다는 분명한 목표의식에 집착... -
중국 양회와 불안한 한·중관계
2024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정세의 불확실성, 불안정성, 혼돈이 격화되는 해로 보기도 한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정치행사는 3월 초에 1주일 정도 개최되는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양회는 외부인들에게는 중국의 국내 및 대외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창구이며, 국내적으론 중국 지도부의 지향점과 정책을 제시하는 지표가 된다. 양회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총리가 발표하는 정부공작보고와 그 안에 담긴 경제정책의 방향, 양회 중간에 개최하는 중국 외교부장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관련 기자회견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체로 올해 중국의 상황에 대해 낙관적이다. 이는 작년에 국제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중국 피크(peak)론이나 중국 위험론에 대한 중국 측의 대응이기도 하다.스스로도 인정하듯 2023년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국제적으론 세... -
경제가 안보다
국제정치는 급변하고 있다. 안보우위(냉전)-경제우위(탈냉전) 시대는 종언을 고하였고 경제안보(미·중 전략경쟁)의 시대로 전환하였다. 경제안보의 시대란 안보우위 시대이면서도 경제가 안보가 되는 시대이다. 각국은 기존의 경제적 효율성 추구보다는 경쟁력 강화와 안보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및 기술 경쟁은 심화하고 보호주의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 결과 냉전 시기와 같이 국가와 산업정책의 귀환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지정학적 동인의 중요성도 부활하였다. 각국의 핵심 전략인 ‘전략적 자율성’ 강화는 탈중국화로 이해되지만, 역으로 탈미국화의 추세 강화도 의미한다. 가치에 기반한 지정학이 대두되었으나, 세계 어느 국가도 순수 가치에 기반하여 대외정책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정책의 핵심은 미래 생존과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이익과 역량 확보다.2024년은 혼돈, 불확실성, 자기 보호주의 강화가 핵심적인 추세로 보인다. 세계 76개국에서 진행될 각종 선거 흐름은... -
슈퍼 선거의 해에 불안한 한국호
내년은 전 세계적으로 76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슈퍼 선거의 해이다. 한반도 주변 러시아, 일본, 미국에서 차례로 선거가 있고, 한국에서도 총선을 치른다. 국제정치의 최대 변수이자 최대 관심사는 전현직 간의 대결이 예상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이다. 그리고 미·중관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대만 총통 선거(1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선(3월), 인도와 영국의 총선(4월), 유럽연합의 의회 선거(6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9월) 등도 주요 관심사이다. 이 선거 결과는 한국의 외교·안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은 대체로 암울하고 걱정과 근심이 크게 늘어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2023년 한국 외교는 대담한 시도 뒤에 크게 좌절했다. 4월부터 윤석열 정부는 공식·비공식적으로 일련의 과감한 대중국 발언들을 정제하지 못하고 쏟아내면서 각을 세웠다. 미국 국빈방문과 ‘워싱턴 선언’, 한·일관계 개선,... -
조화와 균형의 대외전략을 추구하자
대통령은 외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16개월 동안 13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고 한다. 거의 매달 한 번꼴로 해외 순방을 한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서야 해외 순방의 횟수가 늘어났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들은 국가급의 지도자라기보다는 국내 정파적인 지도자에 머물렀다. 본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도는 크게 낮았고, 국가 장래를 위한 비전과 철학은 미흡했다. 그나마 임기 초반부에는 위세로 권위를 세울 수는 있었겠지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나라는 어지러워지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크게 확대되었다. 국내정치에 지치고, 권위는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해외 순방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음직하다. 국제정세에 밝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발견하고, 극진한 대접에 감동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높은... -
결미통중의 전략을 추진하자
심상찮다. 국제정치에서 전쟁의 띠가 확산되고 있다. 그 띠가 종국에는 한반도까지 확산될 우려가 크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곳이었다. 중간지대 혹은 파쇄지대인 것이다. 지정학 전략의 대가 브레진스키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5대 지역 중 하나로 한반도를 꼽았다. 실제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역내 세력 변동시기마다 전쟁과 수난에서 벗어난 예를 찾기 어렵다. 한국전쟁 역시 냉전으로 인한 유럽에서의 세력충돌이 귀결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제정세에 기민하고,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고, 자강의 투철한 의식을 지녀야 하는 이유다. 현재의 한국은 이를 잊고 사는 것 같다.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니제르 등 아프리카에서의 연이은 쿠데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단절된 사안이 아니다. 미국 패권에 입각한 국제질서 붕괴와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상징한다. 국제정치 용어로는 다극화시대가 급격히 진행 중이다. 준비가 안 되고, 과거 향수에 머물고 있는 우리에게는 지옥... -
십자로에 놓인 대한민국호
대한민국의 운명이 십자로에 놓여 있다. 절벽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보수의 입장에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그 염원을 실현했다고 할 수 있다. 외교안보 영역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한·미 동맹의 강화, 덧붙여 한·미·일 안보협력을 동시에 강화한 정부는 없을 것이다. 정부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경제안보시대에 발맞추어 동맹인 미국과 경제적 연대를 강화하기 위해 대미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노동과 교육현장에서는 정부의 권위를 최대한 세우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수호와 질서 회복을 위해 공권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있다.대한민국은 건국 이후 초유의 외부환경에 직면하고 있다. 생존과 번영의 버팀목이었던 미국이라는 존재가 국제적 위상 하락은 물론이고 국내적인 불안정과 혼란의 문턱에 서 있다. 국제적인 관여 의지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의 기대는 크게 약화되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제시하는 민주주의 대 권... -
디리스킹의 세계와 냉전장화하는 한반도
역사는 예정된 것이 아니라 행위 주체들이 만들어간다. 한반도는 점차 냉전시대로 회기하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양상은 더더욱 강화되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북한 김정은 정권은 유일하게 현 국제정세를 신냉전 상황으로 규정하였다. 북한으로서는 신냉전이 그간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하여 중국과 러시아 같은 강력한 우방을 확보하고, 경제·전략적 지원을 획득할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게 해준다. 북한은 이제 핵미사일 도발을 해도 국제적인 압박에 대한 염려가 없다.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이자 한·미 핵확장 억제정책의 일환으로 미국의 전략핵잠수함이 부산에 입항하자 지난 7월20일 북한 강순남 국방상은 담화문을 통해 이러한 상황은 2022년 9월 공포한 ‘핵무력정책 법령’에 의거하여 핵을 사용할 조건에 해당한다고 대놓고 협박하였다. 북한은 7월27일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계기로 러시아 및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 -
치열한 외교의 시대, 폭풍 속의 한국 외교
한국 외교가 당혹스럽다. 윤석열 외교는 문재인 정부의 대중 굴욕외교와 한·미 동맹에 대한 홀대를 비판하면서 중국에 대해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하는 당당한 외교를 표방하였다. 미·중 전략경쟁의 국면에서, 그간 국내에서 논의되어 오던 대응 전략 중 한·미 동맹을 무엇보다도 우선하는 전략을 추진하였다. 사안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자는 헤징전략론과 미·중 간에 균형을 추구하는 균형외교론을 과감히 폐기하였다.이는 미·중 전략경쟁이 점차 신냉전의 양상을 띠면서 제로섬 게임적인 상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전제를 수용하는 것이다. 중간의 회색지대에 머무는 것은 양측으로부터 방기당할 개연성이 높고, 국익을 추구할 공간은 극히 제약된다는 인식이다. 선택이 불가피하다면 당연히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믿는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시장이기는 하지만, 그 시장을 공략할 기술과 설비는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국내의 강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전쟁 성... -
시험대에 선 윤석열 외교
지난 1년간, 집권 이후 윤석열 정부의 외교 분야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린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 문제에 집착하고, 급변하는 미·중 전략경쟁이라는 국제정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반해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 강화에 올인했다. 미국이 제시하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전적으로 수용했다. ‘역사의 바른 선택’ 혹은 시대정신 위에 서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는 결기도 보여주었다. 굴욕외교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미·일 삼각공조를 완벽하게 복원해 한국 외교를 정상화했다는 칭찬도 받았다.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대받았고, 유럽·중동 등지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희망하는 초대장이 밀려오고 있다. 이 시기가 미·중 간 전략적 협력의 시대였다면 이러한 성과는 더할 나위 없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