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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서 면으로의 대외전략 발상 전환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안보·외교·남북관계 현실은 엄중하다. 그간의 성공 신화는 접고 새로운 대응책을 찾아나서야 한다. 지난 100년간 제국주의의 침략, 동족상잔의 전쟁, 세계 최악의 가난을 겪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세기 하반기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에 성공하면서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무역 역량과 군사력을 갖춘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역사적 성취를 이뤄냈다. K팝과 같이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문화현상도 창조해냈다. 세계가 인정한 강국이 되었다. 위대한 국민들의 노고와 분투가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우리에게 성공을 제공했던 국제질서는 바뀌고, 미·중 전략경쟁 시대가 되었다. 강대국 간 각축시대 속 자국 이기주의의 만연, 북한의 핵무장 완성과 선제 핵공격 독트린의 채택, 세계 공급망의 분화·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생태환경의 위기, 질병, 에너지, 사이버,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 차원의 안보적 도전도 몰려오고 있다. 향후 5년이 미래 50여년의 역사를 좌우할지도... -
급변하는 세계에 한국 외교의 비상을 꿈꾼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 종식 직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의 승리로 인류 역사는 종결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중국의 부상 속도에 크게 놀랐고, 점차 자유주의에 입각한 헤게모니 국제질서에 대한 신념을 잃어갔다. 급기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세계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수사마저도 대외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데올로기적인 대외관계 규정은 자국 보호주의와 실용주의 관점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국제관계 분야에서 냉전의 종식은 자유주의에 대한 과도한 확신과 권위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폄훼 현상을 낳았다. 당시 대표적인 분석 중 하나가 매튜 에반제리스타 교수가 1988년에 쓴 <냉전시대 미·소 군비경쟁에 대한 연구>였다. 체제적인 특성으로 인해, 미국은 혁신적이고 주도적인 연구와 역량 구축이 가능하고, 소련... -
영일만 석유개발과 한국의 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석유개발계획 승인을 발표하였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 20%로 추정되는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 세금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매장이 확인되면 2035년 정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20세기 1차 산업국가였던 노르웨이에서 대규모의 유전이 발견됨으로써, 세계 최상위급의 부유한 국가가 된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산유국의 꿈은 자원도 없이 세계 4강인 주변국들로부터 시달리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이다. 그러나 마냥 흥분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너무 많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다가 실망한 기억이 여전한데, 같은 지역에서 다시 석유 개발을 한다. 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강조되고, 게임체인저가 될 새로운 에너지 자원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왜 화석에너지에 ... -
고독한 깃발만 나부껴!
최근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20%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불통이 종종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외교·안보 분야가 긍정 평가 30% 비율로 높은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총선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은 국정 쇄신을 언급했지만,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분야는 전환이나 인사를 쇄신할 어떠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윤석열 정부는 그간 보수가 염원해 온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그 어느 정부보다 더 제고하였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갈등과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기존 정부들의 대외정책이 지닌 미묘한 금기들을 과감히 깬 것이다. 외교는 폭풍의 바다에서 배를 뒤집을 수도 있고, 쾌속항해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관찰컨대,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외교·안보 분야는 쉬운 영역이자 무시해도 되는 분야로 보인다. 이 분야는 총선이나 대... -
총선 계기, 대외정책 과감히 전환하자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도와 국민들의 미래에 대한 안보·경제적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윤 정부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보다 유연하고 실용적인 대외정책을 추진할 것을 권고한다. 그동안 윤 정부의 대외정책은 가치를 강조하고, 이분법적인 세계관에 기초해 있다. 이러한 대외정책은 극히 예외적으로 향후 지속 가능하지 않고, 미·중 전략경쟁 시기 그 비용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크다. 대한민국 대외정책 전통에서 윤석열 정부는 특이하다. 흔히 좌파 정부는 이념이나 가치, 민족 등 형이상학적 어젠다를 강조하는 반면, 우파 정부는 그 허구성을 비판하고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박정희 정부가 대표적이다. 이 정부 주요 핵심 인사들의 뿌리인 이명박 정부가 이전 정부의 이념적 편향을 비판하고, “창조적 재건을 바탕으로 한 실용주의 외교”를 표방한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윤 정부의 정책입안자들이 한·미 동맹 위주로 대외정책을 재편한다는 분명한 목표의식에 집착... -
중국 양회와 불안한 한·중관계
2024년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 세계 70여개국에서 선거가 치러지고, 정세의 불확실성, 불안정성, 혼돈이 격화되는 해로 보기도 한다.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연례 정치행사는 3월 초에 1주일 정도 개최되는 양회, 즉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다. 양회는 외부인들에게는 중국의 국내 및 대외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창구이며, 국내적으론 중국 지도부의 지향점과 정책을 제시하는 지표가 된다. 양회에서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총리가 발표하는 정부공작보고와 그 안에 담긴 경제정책의 방향, 양회 중간에 개최하는 중국 외교부장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관련 기자회견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체로 올해 중국의 상황에 대해 낙관적이다. 이는 작년에 국제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중국 피크(peak)론이나 중국 위험론에 대한 중국 측의 대응이기도 하다.스스로도 인정하듯 2023년 중국은 국내외적으로 상당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국제적으론 세... -
경제가 안보다
국제정치는 급변하고 있다. 안보우위(냉전)-경제우위(탈냉전) 시대는 종언을 고하였고 경제안보(미·중 전략경쟁)의 시대로 전환하였다. 경제안보의 시대란 안보우위 시대이면서도 경제가 안보가 되는 시대이다. 각국은 기존의 경제적 효율성 추구보다는 경쟁력 강화와 안보를 결합한 새로운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 및 기술 경쟁은 심화하고 보호주의의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 결과 냉전 시기와 같이 국가와 산업정책의 귀환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지정학적 동인의 중요성도 부활하였다. 각국의 핵심 전략인 ‘전략적 자율성’ 강화는 탈중국화로 이해되지만, 역으로 탈미국화의 추세 강화도 의미한다. 가치에 기반한 지정학이 대두되었으나, 세계 어느 국가도 순수 가치에 기반하여 대외정책을 추진하지는 않는다. 정책의 핵심은 미래 생존과 경제발전을 위한 경제이익과 역량 확보다.2024년은 혼돈, 불확실성, 자기 보호주의 강화가 핵심적인 추세로 보인다. 세계 76개국에서 진행될 각종 선거 흐름은... -
슈퍼 선거의 해에 불안한 한국호
내년은 전 세계적으로 76개국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는 슈퍼 선거의 해이다. 한반도 주변 러시아, 일본, 미국에서 차례로 선거가 있고, 한국에서도 총선을 치른다. 국제정치의 최대 변수이자 최대 관심사는 전현직 간의 대결이 예상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11월)이다. 그리고 미·중관계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대만 총통 선거(1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선(3월), 인도와 영국의 총선(4월), 유럽연합의 의회 선거(6월),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9월) 등도 주요 관심사이다. 이 선거 결과는 한국의 외교·안보·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은 대체로 암울하고 걱정과 근심이 크게 늘어나는 한 해가 될 듯하다. 2023년 한국 외교는 대담한 시도 뒤에 크게 좌절했다. 4월부터 윤석열 정부는 공식·비공식적으로 일련의 과감한 대중국 발언들을 정제하지 못하고 쏟아내면서 각을 세웠다. 미국 국빈방문과 ‘워싱턴 선언’, 한·일관계 개선,... -
조화와 균형의 대외전략을 추구하자
대통령은 외유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16개월 동안 13차례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고 한다. 거의 매달 한 번꼴로 해외 순방을 한 것이다. 과거에는 대부분 대통령 임기 후반부에서야 해외 순방의 횟수가 늘어났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거의 모든 대통령들은 국가급의 지도자라기보다는 국내 정파적인 지도자에 머물렀다. 본인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국제정치에 대한 이해도는 크게 낮았고, 국가 장래를 위한 비전과 철학은 미흡했다. 그나마 임기 초반부에는 위세로 권위를 세울 수는 있었겠지만,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나라는 어지러워지고,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크게 확대되었다. 국내정치에 지치고, 권위는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해외 순방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었음직하다. 국제정세에 밝지 못했던 그들이지만,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재발견하고, 극진한 대접에 감동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높은... -
결미통중의 전략을 추진하자
심상찮다. 국제정치에서 전쟁의 띠가 확산되고 있다. 그 띠가 종국에는 한반도까지 확산될 우려가 크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곳이었다. 중간지대 혹은 파쇄지대인 것이다. 지정학 전략의 대가 브레진스키는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5대 지역 중 하나로 한반도를 꼽았다. 실제 역사적으로 한반도는 역내 세력 변동시기마다 전쟁과 수난에서 벗어난 예를 찾기 어렵다. 한국전쟁 역시 냉전으로 인한 유럽에서의 세력충돌이 귀결된 것이다. 대한민국이 국제정세에 기민하고, 외교적 역량을 강화하고, 자강의 투철한 의식을 지녀야 하는 이유다. 현재의 한국은 이를 잊고 사는 것 같다.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니제르 등 아프리카에서의 연이은 쿠데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단절된 사안이 아니다. 미국 패권에 입각한 국제질서 붕괴와 혼돈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상징한다. 국제정치 용어로는 다극화시대가 급격히 진행 중이다. 준비가 안 되고, 과거 향수에 머물고 있는 우리에게는 지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