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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야만의 시대
    야만의 시대

    우리는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가? 야만의 시대란 질서와 규범의 부재 상태를 의미하고, 상시적인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를 의미한다. 모든 행위자들은 도덕적·규범적 제약보다는 자신들의 안위와 이익이 최우선이며, 이를 정당화하는 세상이다.인류의 역사는 국내정치는 물론이고, 국제정치 역시 예측 가능하고 안정성 있는 질서를 추구해왔다. 이를 진보라 명명한다. 역사의 기록마저 거의 없는 중국 주나라가, 공자마저 자주 인용하고, 오늘날 중국의 형성에 막대한 역할을 한 것은 종법 질서를 통해 자연과 인간, 통치자와 피치자의 관계를 정리한 덕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오늘날 소프트 파워를 주도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의 법가가 융성한 것은 법과 규범의 설정을 통해 당시 무질서한 국내사회에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서양은 중세 시대를 지나 신의 권위가 세속 권력에 주권을 양도한 이후 민족국가 체제 형성 과정에서 강대국들이 각축했다. 무질서한 혼돈과 약육강...

    2025.03.27 20:52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법

    격변의 시대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기존 국제정치 구조와 관념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 19세기 말 약육강식에 입각한 강대국 국제정치는 제국주의적인 팽창과 충돌을 겪으면서 세계적인 규모의 1차·2차 대전으로 귀결된 바 있다. 전승국들은 이 참화의 재연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 질서를 수립하고, 영토와 주권의 존중을 가장 핵심적인 가치로 확립했다. 미국은 이 체제의 수호자이자 최대의 수혜자였다. 트럼프는 이 체제를 해체하고 있다.과거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이었고, 미국의 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는 인류 진보의 종착점처럼 보였다. 미국의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인정받았다. 미국은 세계의 정치·경제적 안정을 위해 마치 중세시대의 신에 필적할 만한 권한을 부여받은 ‘새로운 중세’의 신과 같은 존재였다. 영토와 주권 체제의 수호자이기도 했다.신이 부재한 세속적인 근대는 그 어느 시기보다 참혹한 전쟁터였고, 약소국들은 참화를 면치 못했다. 어...

    2025.02.20 20:41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망국에 이르는 길
    망국에 이르는 길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시도는 실패했지만 친위 쿠데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국은 건국 이래 성공적인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과정을 밟으면서 서구권에 비견하는 국가역량을 갖게 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K팝, K문화, K푸드, K드라마·영화 등이 연달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소프트 파워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게다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무역역량, 군사력을 고려하면 단군 이래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기에 이르렀다.이러한 국력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 구상”이라는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였다. 세계 민주주의는 중국과 권위주의 국가들의 부상으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윤 대통령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자유와 민주를 강조하면서 마치 깃발을 들고 돌격하는 용맹스러운 십자군 기사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러시아나 중국과의 갈등과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북한은 적으로 돌려세웠다. 미국과 일본은 이러한 한국 외교에 환호하였다. 자신들조차도 할 수 없는 대담함과 이...

    2025.01.16 20:59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절벽 위에 선 대한민국
    절벽 위에 선 대한민국

    오호통재라! 윤석열 대통령의 실패한 계엄 시도는 그가 추구한 “글로벌 중추구상”의 종말을 의미한다. 그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한 당당한 외교안보 정책을 내세웠다. 윤 정부는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결이라는 바이든 초기의 국제정치 인식을 세계에서 가장 전폭적으로 수용하였다. 중국과 대등하고 당당한 외교를 펼치겠다고 하면서, 중국이 핵심이익이라 주장하는 대만 및 남중국해 문제를 수시로 언급해 중국을 자극하였다. 유엔 헌장에 반하여 영토를 불법적으로 침략한 러시아와의 대립도 주저하지 않았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본인도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여 자유진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자 하였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과 외교적 갈등 중이던 역사 사안들에 대해서는 백기를 들었다. 북한에 대해서는 힘에 의한 평화 정책을 표방하면서 갈등을 노골화하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였고 평양에까지 드론을 날려 일촉즉발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

    2024.12.12 20:34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오묘하고 위험한 국제정세와 한국의 강공책!
    오묘하고 위험한 국제정세와 한국의 강공책!

    국제정세가 오묘하고 위험하다. 세계 주요 각국은 고도의 전략전과 대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분열된 세계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 중·러를 중심으로 하는 동방, 제3세계의 남방 세력으로 대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고, 상황은 보다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적인 국제정치의 갈등 해법인 윈윈을 넘어서 승자와 패자를 결정하려는 대회전이 진행 중이다.미국 중심의 패권질서 붕괴는 생존을 국가 최상 목표로 설정해야 하는 정글 같은 환경을 만들어놓았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멈출 수 없이 폭주 중인 미친 말과 같다. 전쟁은 더욱 커지고 있고, 참전 행위자의 수도 확대되고 있다. 어느 지도자도 이 전쟁을 멈출 수 없는 국면이다. 전쟁을 멈추는 지도자는 국내적으로 심각한 정치적 곤경에 처할 개연성이 크다.이스라엘의 네타냐후나, 러시아의 푸틴은 이 기회를 활용하여 현상변경을 하...

    2024.11.07 20:06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현실주의적 민족주의의 부활과 그 비극
    현실주의적 민족주의의 부활과 그 비극

    현 국제정치 정세는 그 종착역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당분간 그 미래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질서를 대신하여 들어설 새로운 질서에 대한 밑그림이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유주의적 패권질서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가장 훌륭한 학생이었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아쉽고 고통스럽다. 한국은 국토분단과 대립의 비용에도 불구하고, 그간 높은 수준의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달성하였고, 세계 10위권의 국력을 지닌 국가로 성장하였다.자유주의 질서는 민족국가의 영역을 넘어서는 시장의 확대와 협력, 규범과 제도에 대한 존중, 자유와 민주라는 가치의 중시와 진보론적 역사 발전관을 담고 있었다. 이 진영에 속한다는 것 자체로도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기존의 자유주의적 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했을 때, 그 공백을 채우는 것은 현실주의가 상정하는 만인과 만인의 투쟁이라는 ‘자연상태’ 혹은 혼돈이다. 국제정치라는 공간에서 불안정성...

    2024.10.03 19:51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선에서 면으로의 대외전략 발상 전환
    선에서 면으로의 대외전략 발상 전환

    대한민국이 처한 경제·안보·외교·남북관계 현실은 엄중하다. 그간의 성공 신화는 접고 새로운 대응책을 찾아나서야 한다. 지난 100년간 제국주의의 침략, 동족상잔의 전쟁, 세계 최악의 가난을 겪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세기 하반기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에 성공하면서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무역 역량과 군사력을 갖춘 세계적으로도 유일무이한 역사적 성취를 이뤄냈다. K팝과 같이 세계적인 찬사를 받는 문화현상도 창조해냈다. 세계가 인정한 강국이 되었다. 위대한 국민들의 노고와 분투가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우리에게 성공을 제공했던 국제질서는 바뀌고, 미·중 전략경쟁 시대가 되었다. 강대국 간 각축시대 속 자국 이기주의의 만연, 북한의 핵무장 완성과 선제 핵공격 독트린의 채택, 세계 공급망의 분화·재편이 이뤄지고 있다. 생태환경의 위기, 질병, 에너지, 사이버, 기후변화와 같은 세계적 차원의 안보적 도전도 몰려오고 있다. 향후 5년이 미래 50여년의 역사를 좌우할지도...

    2024.08.29 20:22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급변하는 세계에 한국 외교의 비상을 꿈꾼다
    급변하는 세계에 한국 외교의 비상을 꿈꾼다

    세계는 급변하고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냉전 종식 직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의 승리로 인류 역사는 종결되었다고 선언한 바 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중국의 부상 속도에 크게 놀랐고, 점차 자유주의에 입각한 헤게모니 국제질서에 대한 신념을 잃어갔다. 급기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세계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대결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는 이러한 수사마저도 대외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한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데올로기적인 대외관계 규정은 자국 보호주의와 실용주의 관점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국제관계 분야에서 냉전의 종식은 자유주의에 대한 과도한 확신과 권위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폄훼 현상을 낳았다. 당시 대표적인 분석 중 하나가 매튜 에반제리스타 교수가 1988년에 쓴 <냉전시대 미·소 군비경쟁에 대한 연구>였다. 체제적인 특성으로 인해, 미국은 혁신적이고 주도적인 연구와 역량 구축이 가능하고, 소련...

    2024.07.25 20:41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영일만 석유개발과 한국의 꿈
    영일만 석유개발과 한국의 꿈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석유개발계획 승인을 발표하였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대 20%로 추정되는 매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 세금 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하였다. 매장이 확인되면 2035년 정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고 한다. 20세기 1차 산업국가였던 노르웨이에서 대규모의 유전이 발견됨으로써, 세계 최상위급의 부유한 국가가 된 신데렐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산유국의 꿈은 자원도 없이 세계 4강인 주변국들로부터 시달리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이다. 그러나 마냥 흥분하기에는 석연찮은 점이 너무 많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도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고 하여 산유국의 꿈에 부풀었다가 실망한 기억이 여전한데, 같은 지역에서 다시 석유 개발을 한다. 세계적으로 탈탄소화가 강조되고, 게임체인저가 될 새로운 에너지 자원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에서 왜 화석에너지에 ...

    2024.06.20 20:50

  • [김흥규의 외교만사 外交萬思]고독한 깃발만 나부껴!
    고독한 깃발만 나부껴!

    최근 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20%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였다. 불통이 종종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외교·안보 분야가 긍정 평가 30% 비율로 높은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 총선 참패 직후 윤 대통령은 국정 쇄신을 언급했지만, 외교·안보 분야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분야는 전환이나 인사를 쇄신할 어떠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할 만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윤석열 정부는 그간 보수가 염원해 온 한·미 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그 어느 정부보다 더 제고하였다.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갈등과 충돌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기존 정부들의 대외정책이 지닌 미묘한 금기들을 과감히 깬 것이다. 외교는 폭풍의 바다에서 배를 뒤집을 수도 있고, 쾌속항해를 하게 할 수도 있다. 관찰컨대, 여야 정치지도자들에게 외교·안보 분야는 쉬운 영역이자 무시해도 되는 분야로 보인다. 이 분야는 총선이나 대...

    2024.05.16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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