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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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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기술의 진보에도 왜 민주주의는 퇴행할까
    기술의 진보에도 왜 민주주의는 퇴행할까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였던 1989년 톈안먼 사태는 서구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무력으로 자국 시민을 진압하는 중국 공산당의 모습은 분명 자유주의적 가치와는 양립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중국에 대해 결정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의 근저에는 일종의 역사적 낙관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며, 중산층이 형성되면 정치적 민주주의 역시 뒤따를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험은 이런 낙관론의 생생한 사례였다. 한편으론 세계화가 심화될수록 국가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히게 되고, 그 결과 전면전의 가능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했다.하지만 지난 몇년의 현실은 이러한 낙관을 정면으로 배반하고 있다. 중동에서는 국지적 충돌을 넘어서는 전면전 양상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4년 넘게 지속되며 국제 질서를 흔들고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중...

    2026.04.30 20:14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적기 생산’ 가고, ‘비싼 안전’이 온다
    ‘적기 생산’ 가고, ‘비싼 안전’이 온다

    저널리스트 피터 굿맨이 쓴 <공급망 붕괴의 시대(How the World Ran Out of Everything)>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전달할 장난감을 미국으로 들여오려는 한 수입업자의 분투를 담고 있다. 중국 동부 연안 닝보에서 생산된 장난감은 컨테이너선에 실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롱비치 항구에 도착하고, 다시 트럭을 통해 미국 동부로 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물류 대란 같은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수입업자의 계획은 번번이 흔들린다. 코로나 직후인 2021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세계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기록은 한 개인의 고군분투를 넘어, 효율성만을 추구해온 현대 공급망의 취약성을 담담하게 드러낸다.‘효율’은 1990년대 이후 세계화 시대의 지배적 가치였다. 소련 붕괴 이후 이념 논쟁은 흘러간 유행가처럼 시시해졌고,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기지가 세계 ...

    2026.04.02 20:15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금융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을 어떻게 반영할까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을 어떻게 반영할까

    금융시장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근거로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장이다.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효율성을 갖췄다는 믿음 때문인지, 금융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예언자’로 자주 묘사되곤 한다. 금융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특정 분야에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정학적 위기 앞에서 금융시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통찰력 있는 예언자라기보다는, 기출문제를 외워 시험장에 들어선 ‘성실한 수험생’에 가깝다. 시장은 과거에 비슷했던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났는지를 기억하고, 그 ‘학습효과’에 기반해 해석할 따름이다.최근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개전 D+30일 코스피 등락률’ 운운하는 주장은 대부분 이런 학습효과에 기반하고 있다. 1991년 1차 걸프전, 2001년 테러와의 전쟁, 2003년 2차 걸프전, 그리고 2026년의 미국·이란 충돌에 이르기까지 주식시장은 중동의 정정불안으로부터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러한 반응이 나타...

    2026.03.05 20:06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비용’의 귀환이 던지는 경고
    ‘비용’의 귀환이 던지는 경고

    나의 소비는 누군가에겐 소득이다. 그래서 소비는 미덕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기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을 흥청망청 써버리면 안 된다. 현세에 소비하고,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자원을 비축해놓는 게 최선이다. 기업이 쓰는 비용도 누군가에겐 귀중한 소득이다. 인건비는 노동자들의 소득이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채권자들의 소득이며, 세금은 정부의 소득이다.기업이 창출하는 수입에서 이를 위해 수반되는 모든 비용을 차감하고 남는 잉여가 주주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손익계산서의 매출에서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자비용, 세금 등을 차감하고 남는 당기순이익은 온전히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재무상태표의 자기자본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에서 주주들에게 귀속되는 몫을 보여준다. 그래서 투자자(주주)들은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중시한다.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투자자들에게 가장 직관적인 가치평가 지표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도 이...

    2026.02.05 19:54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연방준비제도 의장 열전
    연방준비제도 의장 열전

    중앙은행은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제도이지만,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해 경기와 물가를 관리하고, 금융위기 국면에서 최종 대부자로 나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다는 개념이 정착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설립된 해는 1913년이었지만 초기 연준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화폐제도가 금본위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시중에 풀 수 있는 돈의 규모가 국가가 보유한 금의 양에 묶여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 중앙은행의 활동은 큰 제약을 받았고, 금본위제는 대공황 국면에서 오히려 미국 경제의 붕괴를 불러온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1933년 미국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금본위제를 폐기한 이후에야 연준은 비로소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소방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연준 100년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수장들이 있었는데,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는 인물은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 ...

    2026.01.08 20:05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환율 상승, 경계감은 가져야 하나 과한 자기비하는 금물
    환율 상승, 경계감은 가져야 하나 과한 자기비하는 금물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기곤 했다. 외화 곳간이 거의 비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던 1997~1998년 외환위기는 개발연대 이후 경험한 최악의 경제 참사였다. 얼마 전 서울에 자가 가진 김 부장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애잔함’이었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돼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제일 좋은 은행을 떠나야 했던 은행원들이 남긴 ‘눈물의 비디오’에는 ‘공포’와 ‘비통함’의 정서가 얽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까지 치솟았다.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상징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2008년의 가을도 스산했다. 외환위기가 큰 실패 없이 내달려왔던 한국 경제의 고성장이 종결됐음을 확인시켜주는 이벤트였다면,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이 주도했던 자본주의 모델이 수명을 다한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을 던져줬다. 기존의 권위는 무너졌고, 대중은 재야의 얼굴 없는 선지자 미네르바에 열광했...

    2025.12.04 22:16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세요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세요

    코스피가 4000포인트대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4월9일의 연중 최저치 2284에서 채 일곱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야말로 뜀박질하듯이 주가가 올라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지수는 우상향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코스피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로를 걸어왔다. ‘결과적’이라는 사족을 단 이유는 결국 주가지수는 시간을 두고 높아지지만, 그 중간 과정은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는 것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곤 하기 때문이다.코스피가 1000포인트대에 도달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네 자릿수 지수대에 올랐던 시기는 1989년 3월이었다. 3저 호황으로 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정점에 달하던 때였다. 이후 IMF 외환위기를 겪는 등 시련의 1990년대를 보낸 후 2007년 7월이 되어서야 코스피는 2000포인트대에 처음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중국 경제의 고성장 과정에서 한국이 큰 수혜를 보고 있던 시기였다. 1000에서 2000포인트까지...

    2025.10.30 19:49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주가와 경제의 괴리에도 ‘순기능’은 있다
    주가와 경제의 괴리에도 ‘순기능’은 있다

    9월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5~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고착화되고 있고,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도 뚜렷한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으로서의 한국증시에 대한 선호 개선에 기인하고 있다.지배구조 개선과 달러 약세 모두 한국의 펀더멘털과 직접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소액 주주 친화적이지 못한 ‘나쁜 지배구조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이다’라는 주장은 타당하지만, 지배구조 개선이 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합당한 지배구조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지원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상장사들이 응당 가져야 할 태도에 가깝다. 지배구조가 좋다고 해서 기업 수익성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소액주주들을 착취하는 나쁜 지배구조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늘...

    2025.09.25 20:41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미국 인플레·중국 디플레, 증상 달라도 원인은 같다
    미국 인플레·중국 디플레, 증상 달라도 원인은 같다

    미국은 물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이고, 중국은 물가가 떨어져서 걱정이다. 미국에서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중국은 고착화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중 양국의 물가 궤적은 상반된 모습이지만, 원인은 동일하다. 대체로 정부 탓이다.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작품이다. 바이든 정부는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과잉수요를 만들어냈다. 바이든 집권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연평균 7.5%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된 이후인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6.1%와 6.3%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특별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는 과했다.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수지 적자국이지만, 1980년대 이후 평균치인 3.5%를 훨씬 뛰어넘는 재정적자가 바이든 행정부 때 기록됐다. 큰 정부를 지향했던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맘껏 돈을 쓴 결과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보조금 지...

    2025.08.21 21:14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약달러, 무역 불균형 해결 못하고 자산버블 만들어
    약달러, 무역 불균형 해결 못하고 자산버블 만들어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에 환율은 ‘생명줄’이다. 특히 한국 원화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인 원·달러 환율이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올라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한쪽을 고르자면 떨어지는 편이 낫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 필수적인 달러는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없고, 여러 활동을 통해서야 획득할 수 있다. 수출, 해외투자를 통한 배당금 유입, 외국자본의 한국 유치 등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달러를 얻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즉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의 상승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어렵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니 기본적으론 반길 일이다.역사적으로 보더라도 한국 경제의 심각한 위기는 달러 유동성이 희소해질 때, 즉 이 땅에서 달러를 구하기 힘들 때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이 바닥을 드러냈던 외환위기, 미국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으로 글로벌 달러 순환에 문제가 생겼던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렸다. 달러가...

    2025.07.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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