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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시장 개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들
    시장 개입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들

    지난달 열린 ‘2023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다시 강조했다. 재정지출은 늘 뜨거운 감자이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세금을 낭비하면서 눈 먼 돈이 풀린다’는 우려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면 ‘정부의 공적 역할을 방기한다’는 비판이 나오곤 한다.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조는 보수주의자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정책 방향이다.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는 경제적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를 나눈다. 경제적 진보주의자는 정부가 개입해 시장의 불완전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고, 보수주의자는 정부가 끼어들어 자원 배분을 왜곡하기보다는 가능하면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양자의 대립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진보주의의 시대였다.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위기였던 대공황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진보주의 경제학이 권위를 얻었다. 시장이 창출하지 못하는 ...

    2023.07.07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고여 있는 부(富)의 순환을 허하라
    고여 있는 부(富)의 순환을 허하라

    경제 성장과 불평등 사이에 뚜렷한 인과성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경제 성장이 불평등을 강화하거나 혹은 약화하는 쪽으로 일관되게 작동하지는 않았다. 통념과는 달리 1980년대 한국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다. 정치적 민주화와 궤를 같이했던 1987년 이후의 전투적 노동운동이 불평등을 완화한 측면도 있지만, 한국 사회의 불평등 약화는 1980년대 전반에 걸쳐 추세적으로 진행됐던 현상이다. 1987년 이전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시기에도 불평등 지표는 약화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포스코와 한국전력 등 우량 공기업들의 소유권이 국민주 공모라는 이름으로 다수 대중들에게 분산되기 시작하던 시기도 1980년대였다.1980년대의 불평등 완화가 누군가에 의한 정교한 기획의 결과는 아니었다고 본다. 경제개발 이후 줄곧 확대되던 불평등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이 나타났던 시기로 1980년대를 해석하고 싶다. 역사는 단선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주...

    2023.06.02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행동하는 주주들
    행동하는 주주들

    A사는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유제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이다. 오랫동안 영업을 잘해온 우량 기업이었고, 주가도 한때 116만원까지 상승해 황제주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좋았던 회사가 10여년 전부터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대리점에 대한 갑질과 고객 개인정보 유출, 오너 일가의 회삿돈 유용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다가 급기야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허위과장 광고를 했다가 치명타를 맞았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돌출된 스캔들이라 더욱 큰 공분을 샀다.영업실적도 추세적으로 악화됐다. 2022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최근 10년 동안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6%였다. A사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부(富)를 파괴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은행에 예금을 해도 부가 조금이라도 증식되는데, 장기간의 기업 활동이 결과적으로 부를 축소시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이들은 누구일까? 소비자는 다른 대체 상품...

    2023.04.28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은행 위기와 대마불사 자본주의
    은행 위기와 대마불사 자본주의

    은행 위기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속성을 가진다. 은행의 실제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예금자들이 은행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면 그 자체로 은행은 파산한다. 은행의 기본적인 비즈니스는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 일인데,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인출하면 버텨낼 수 있는 은행이 없다. 은행의 위기는 경제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비화되곤 한다. 은행은 돈의 흐름을 중개하는 경제의 혈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힘들어지면 대출이 중단되고,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돈이 돌지 않는 금융시장의 경색은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급격한 경기 하강을 유발하게 되는데, 금융이 매개가 된 이런 일련의 악순환이 시스템 리스크이다. 혹여 은행이 파산하기라도 하면 혼란은 배가된다. 2007~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과정에서 경험했던 그 난리통이 시스템 리스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개별 은행의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

    2023.03.24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금융 권력 흥망사
    금융 권력 흥망사

    문학과 영화에 나오는 금융인들은 악당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이 그렇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M&A 전문가 고든 게코를 ‘고삐 풀린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로 묘사했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 나오는 은행원 고태수는 순진한 여성 초봉을 희롱하는 바람둥이이고,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에서 부모를 살해하는 악한 조규환의 직업은 거액의 자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였다. 금융인들에 대한 평가가 대체로 비호감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금융이 실물경제에 기생하는 영역이라는 오래된 편견이 있고, 이자 수수를 금지하는 기독교 문화권에서 금융은 천대받던 소수자인 유대인의 영역이었다는 역사적 맥락, 대체로 10여년에 한 번씩 나타났던 금융 스캔들이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졌다는 인식이 그것들이다.대중들의 평가와는 별개로 금융의 현실적 영향력은 시대별로 달랐다. ...

    2023.02.17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자본주의 과잉의 어떤 나라
    주주자본주의 과잉의 어떤 나라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애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애플의 자기자본은 506억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63조원(원·달러 환율 1250원 가정)으로 삼성전자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자기자본이 계속 감소해왔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말 애플의 자기자본은 1340억달러였다. 5년 동안 자기자본이 62%나 감소한 셈이다. 자기자본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부실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업이 적자를 낼 때 자기자본이 줄어드는데, 초일류기업 애플은 이와 무관하다. 지난 5년 동안 애플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3666억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458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의 3.1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애플의 자기자본 감소는 공격적인 주주환원의 산물이다. 애플은 지난 5년 동안 4585억달러를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벌어들인 이익보다...

    2023.01.13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지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주가지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증시는 장기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유동성 모르핀을 맞았던 2020년 장세가 예외였을 뿐,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박스권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12월7일 코스피(KOSPI·한국종합주가지수)는 239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는데, 10년 전인 2012년 12월7일 마감 종가는 1957포인트였다. 10년 동안 코스피는 22.3%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 증시는 과거 세 차례의 장기 강세장을 경험했는데, 세 시기 모두 강력한 경제 성장 엔진이 존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차 강세장은 1972~1978년에 나타났는데 당시 주가 상승의 동력은 중동 건설붐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이었다. 2차 강세장은 1985~1988년의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현실화됐다. 3차 강세장은 중국 특수를 누리면서 나타났다. 2004~2007년 코스피는 134%(연평균 23.6%) 상승했다.최근 10여년 코스피의 정체...

    2022.12.09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병행, 그 불가능한 임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병행, 그 불가능한 임무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분히 매파적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겠지만, 이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긴축 사이클의 금리 고점은 9월 FOMC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더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 파월 의장 발언의 요지였다.어떤 정책이든 대체로 상반된 효과(trade-off)가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플레이션이야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의 주요 화두였지만, 금융불안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9월 말부터였다. 이 글에서 말하는 금융불안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도 가벼이 볼 일은 아니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채권시...

    2022.11.04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영국서 벌어지는 초현실주의 희비극
    영국서 벌어지는 초현실주의 희비극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금리가 올라가고,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 침체가 나타나곤 하는 일련의 과정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일이다. 이번에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1980년대 초 이후 40여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분명 독특한 측면이 있으나 본질은 일반적인 사이클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경기 침체는 꽤 높은 확률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정책은 경기후퇴를 예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리를 올려 경제의 과잉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이 긴축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가 폭락은 경기 침체에 대한 선행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경기 둔화의 양상이 완만한 연착륙일지, 아니면 치명적인 경착륙일지가 중요한데, 시스템 리스크의 발생 여부가 그 길을 결정한다. 시스템 리스크는 ‘거래 상대방 위험’에서 비롯된 ‘금융 시스템의 경색’ 또는 ‘신용 위험’을 의미한다. 특정한 경제 주체가 파산하거나 부...

    2022.09.30 03:00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고상한 자본주의, 미몽으로 끝나는가
    고상한 자본주의, 미몽으로 끝나는가

    이기적 동기와 결과로서의 높은 효율은 자본주의의 미덕으로 칭송돼 왔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 쓴 그 유명한 문장처럼 말이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계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기업 활동과 금융시장에서 나타났던 중요한 흐름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이와는 결이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결과로서의 효율뿐만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행동도 규범적으로 혹은 아름답게 하자는 취지가 그것이다. 아름답게 행동하면 결과가 더 좋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편성을 가진 공리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ESG를 준거의 틀로 삼았던 행동과 결과의 경험치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아 판단을 내릴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필자는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프로젝트로 ESG를 이해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진행되고 있는...

    2022.08.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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