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는 자기실현적(self-fulfilling) 속성을 가진다. 은행의 실제적 상황과는 관계없이 예금자들이 은행에 대한 신뢰를 거둬들이면 그 자체로 은행은 파산한다. 은행의 기본적인 비즈니스는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하는 일인데, 예금자들이 한꺼번에 인출하면 버텨낼 수 있는 은행이 없다. 은행의 위기는 경제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비화되곤 한다. 은행은 돈의 흐름을 중개하는 경제의 혈관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힘들어지면 대출이 중단되고, 빌려준 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돈이 돌지 않는 금융시장의 경색은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줘 급격한 경기 하강을 유발하게 되는데, 금융이 매개가 된 이런 일련의 악순환이 시스템 리스크이다. 혹여 은행이 파산하기라도 하면 혼란은 배가된다. 2007~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과정에서 경험했던 그 난리통이 시스템 리스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개별 은행의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전...
2023.03.24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