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수의 일생의 일상]보길도의 덩굴식물 앞에서](https://img.khan.co.kr/news/c/300x200/2025/06/12/l_2025061301000326600036231.jpg)
10여년 만의 해남 땅끝마을. 따지고 보면 모든 지면은 다 땅의 끝이다. 미끄러운 그 위에서 아슬아슬 살아가는 중이다. 다리가 많다고 안전할까. 그건 또한 아니라서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만 나고, 아차 하다가 넘어지는 빌미가 된다. 외려 지상에서는 다리가 적을수록 더 튼튼하지 않은가. 다리가 하나뿐인 나무들을 보라. 제자리를 찾았고 뿌리를 얻었다. 그 어떤 방황이나 주저도 없이 근원을 향하여 공중을 걸어가는 자세.두 개의 떡잎 같은 발바닥에 의지해 겨우 사는 것도 대단한 존재들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의 사정은 더욱 그러하였다. 지난겨울을 이기고 여기까지 오도록 우리 공동체를 위한 정성은 실로 각별한 것이었다. 어떻게 일어서고,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가꿀 공화국인가.이젠 불각시에 쓰러질 수도 있을 나이. 이 토말(土末)에 또 설 날이 있을까. 늦은 밤 투숙한 땅끝마을 모텔. 밤의 끝, 생의 한 둘레를 만진 듯 꿈에서 깨어나 첫 배 타러...
10시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