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를 꼬리에 단 겨울이 계절의 골목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겨울은 무를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무가 없었더라면 저 매서운 혹한을 어찌 건너왔을꼬. 내 고향에서는 무를 ‘무시’라 했다. ‘무수’라고 한 동네도 있단다. 철들도록 무우로 알고 있었다. 어느 날 표준말은 무라며 허벅지만 한 게 미끈하게 나에게 왔다. 그렇다고 무우를 꼬박꼬박 무라고 대접하진 않았다. 장미를 다른 말로 부른다고 장미의 향이 없어지지 않듯 무를 무우, 무수, 무시라 한다고 그 상냥한 맛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외려 정말 맛있는 무를 만나면 무시라고 해야 그 맛이 그 말에 꽉 감긴다.겨울밤 출출할 때 그냥 깎아 먹어도 과일에 하나 꿇리지 않는 무. 물론 소고기뭇국도 장려할 만하겠으나 아무래도 깍두기가 제격이다. 어느 식당이건 무턱대고 가도 깍두기 하나 없기는 드물다. 깍두기와 쌀밥만 훌륭해도 그 집은 단골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얼마 전 봄꽃 보러 경주에 갔을 때, 아침에 널리 이름난 돼지...
2026.04.09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