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신춘문예, 새롭게, 시작. 시원한 시옷들의 행진이다. 시옷 자로 횡대를 이루어 날아가는 기러기처럼 또 한 해가 출발했다. 잘록한 반지를 끼우듯 연말연시는 막혔던 곳에서 툭 트인 곳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물씬하다. 좁은 조선을 빠져나와 드넓은 요동 벌판 앞에서 그저 한바탕 울기 좋은 곳이라고만 할 수밖에 없었던 박지원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병오년 첫날의 압도적인 감흥과 또 한편으로 울적한 심사에 실려 대관령 아래 자작마을에 웅크리고 있는 친구를 찾았다. 집 뒤로 돌아들면 바로 선자령으로 이어진다. 몇 발짝 만에 벌써 문명과의 연결이 끊어지고 풀과 나무와 잔설이 제공하는 풍경이다. 감쪽같이 휘어져 돌아가는 호젓한 길. 사람의 손이 아니라 발로 다듬은 작품인 산길. 그 끝은 아늑하고 둥근 둥지 같다. 멀리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통통 걷다가 어디로 휙 날아간다. 제 이름도 가르쳐주지 않고 산을 접었다가 공중을 활짝 펼쳐주는 새. 이참에 새에 대한 오래된 생각 하나...
2026.01.08 20:00